| 내가 어릴 적 백과사전에서 참 못생기고 단정하지 못한 화가 한 명의 사진을 보고 코웃음을 친 적이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지금 생각에 '고호'라는 이름으로 표기된 것 같다. 남루한 옷차림과 귀가 잘려 천을 댄 얼굴, 지저분한 수염과 불안정한 눈망울.....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국어 교과서엔 '비는 반드시 옵니다'라는 글과 함께 '활활 타오르는 듯한 모습의 삼나무' 그림을 통해 가뭄이 계속되는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것을 보았다. 그 때만해도 이 그림이 그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다만 '참 숨막히는 그림이다'라고 생각만하고 있었으니... 무지의 소치는 아니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바쁜 사회 생활 속에 그의 이름은 잊혀져 갔고... 연습장의 표지에 다시 등장한 그의 그림들을 보며 참 묘한 그림도 다 있구나 생각했었다. 다양한 그의 그림들을 보며 한 없는 이끌림을 얻었었다. 그의 그림이 경매 최고가를 경신한 작품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한 것은 나이가 들어 숫자에 익숙해진 나의 찌든 사고의 소치는 아니런지.... 미술에 손방인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후회 나이에 걸맞게 서서히 인생의 신산함을 알아갈 무렵 이 책의 출판을 접하게 되었다. '세상을 사랑한 화가'라.... 좀 거창하지만, 어릴 적 백과사전과 교과서의 그림을 기억하며 그 사람 '고호'가 아닌 '고흐'라는 이름의 표기와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정보들, 작품에 대한 단상들, 인물이 살아온 삶을 밤을 세워가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소중한 맘으로 읽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오후, 나는 한 장의 그림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바로 로트렉이 그렸다는 '압생트를 마시고 있는 고흐'의 모습을 보며 말이다. 왠지는 모른다. 멍하니 바라보다 울고 싶었고, 울었고, 다시금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의 모습을 통해 내 삶의 모습을 반추하다 보니 서러워서일지도 모른다. 고흐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읽어보았으면 한다. 예술가 고흐로서만이 아니라 인생의 신산함을 느낀 사람들이라면. 아니 남루했지만 아름다웠던 그의 삶의 궤적을 묻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