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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정치에 있어 전후 일본정치를 대표하는 55년 체제의 성립은 자민당과 사회당의 보혁 대결구도가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일본 정치의 안정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정-관-재의 연결을 강화하여 고도성장의 디딤돌이 되었다. 그러나 냉전종식 이후 일본 정치를 새롭게 대변할 새로운 정치적 이념을 만들어 내지 못함으로 인해 93년 55년 체제가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개혁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자민당 중심의 연정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 일본의 장기불황 탈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저자는 지적한다.
둘째,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재정개혁, 행정개혁과 함께 중앙-지방의 체제개혁의 전체적 필요성에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실질적으로는 영미형의 실질적 지방분권은 행정권과 관련된 형식적 측면에 그치고 있는 반면, 재정적으로는 중앙에 대한 지방의 구속과 의존이 여전하기 때문에 완전한 의미에서의 지방분권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행정개혁과 관련해서는, 전후 일본 행정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정치지도력의 부재, 종적분할행정, 보호행정과 큰정부, 이익유착의 정관업 복합체라는 4대 문제점으로 부터 상당한 진보적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는 국가 정책결정에 있어 내각의 수상의 권한이 강화되고 중앙성청이 내각부를 기준으로 하여 통폐합 되었으며, 관료조직의 투명성이 개선되고 공무원의 수를 축소할 것을 계획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개혁도 정치주도의 측면에서는 성과가 있다고 보이지만, 예산행정, 정상관리체제 등에 있어 이해관계의 상충이 여전하다는 점, 통합된 성청이 거대 이익관청으로 변질됨으로써 여전히 비효율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넷째, 안보관계에 있어서는 냉전종식후 걸프전을 거치면서 국제사회의 일본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는 과정에서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견이 현실화 되었고, 이것이 신미일안보선언과 이어진 가이드 라인의 재설정 등을 통해 평화헌법과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금지라는 제약을 가진 일본이 아태지역의 주변정황 변동에 따라 적극적으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것이 보통국가론에 근거한 최근의 우경화 경향과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일본 금융정책과 관련해서는 고도성장 시기 효과적으로 금융기관을 통제해 온 대장성 중심의 호송선단 방식이 거품 붕괴후 금융기관의 파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대장성과 정치인, 금융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장기 불황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 과정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섯째, 사회구조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경우 서구사회의 자본가-노동자라는 계급적 사회구도와는 달리 기업사회로 대표되는 계층적 사회구조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것이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과 연결되면서 1억 총중류화의 실현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거품붕괴 이후 사회계층 이동의 개방성이 정체되거나 감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안정을 보장받던 사회적 분위기가 와해되면서 점차 시장중심의 사회구조로 변화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곱째, 문화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일본사회는 과거 고도경제성장기의 자신감과 자국 문화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면서 개방적인 성향이 상당 부분 후퇴하였고 이는 장기불황의 탈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또한 지방경제의 부활을 위한 사회적 필요성이 강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토건국가'의 잔재가 남았고, 새로운 기업경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일본형 경영'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상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다.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저자들의 주장 곳곳에서 일반인이 생각할 없는 분석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음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었으나, 그 보다는 전체적으로 내용이 합쳐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즉 저자들이 기술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지방-행정-안보-금융-계급-문화 가 전체적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각자의 주장을 열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독자로서는 내용의 통합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들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일본 사회는 90년대를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탈냉정 시대를 이끌어 나갈 새로운 개혁색채를 만들어 내지도 못했고, 지방분권에 있어서도 재정분야에 있어 뚜렷한 한계를 지닌 채 개혁을 마무리 하였으며, 행정개혁도 정치 리더십의 강화 외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개혁도 대장성의 늑장 대응과 정치집단의 재정적자 확대로 경제 회복의 기틀을 마련치 못하였으며 사회계층 이동의 개방성은 악화되었고 문화적으로도 일본경 경영 또는 토건국가라는 한계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성향을 종합한다면, 일본의 90년대는 장기화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조정국면이라기 보다는 일본 사회가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시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이는 일본과 가장 근접해 있는 우리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임이 자명하다고 보여진다.
일본사회의 체제개혁 과정을 통해 타산지석의 효과를 얻으려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라면 긍정적 의미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최초에 일본경제의 사회학적 분석을 기대하고 책을 접하였으나, 생각과는 달리 정치-사회분야에 지나치게 치중하여 경제적 분석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인상깊은구절] 버블경제 이후 일본의 정치권은 경기대책과 구조개혁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논쟁을 지속하였다. 장기불황의 원인을 총수요가 총공급에 비해 부족하다고 보는 디플레이션 갭을 주장하는 논자들은 총수요 확대를 위해 경기대책을 중요시한다. 이들은 주로 재정정책에 의한 공공투자와 소비확대를 위한 재정지출을 요구한다. 이에 비해 산업 구조조정의 지연 및 불량채권의 연기 등을 주장하는 논자들은 규제완화, 불량채권의 적극적인 처리, 특수법인의 민영화 등을 주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