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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길 위의 역사와 사람들]약자의 세계사로서의 실크로드사
"[실크로드 길 위의 역사와 사람들]약자의 세계사로서의 실크로드사" 내용보기
2004년 초판이 나온 <반주류 실크로드사>의 개정판이다. 초판 책의 제목이 이 책의 성격을 더 강하게 드러내 준다. 저자분은 <실크로드의 악마들>의 역자이신데,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집필과 번역둘다 하시는 것 같다. 실크로드 역사는 나가사와 가즈도시의 책으로 전에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의 경우 전문학자의 기본적인 역사서라는 정도의 인상을 받았는데 이 책의
"[실크로드 길 위의 역사와 사람들]약자의 세계사로서의 실크로드사" 내용보기

2004년 초판이 나온 <반주류 실크로드사>의 개정판이다. 초판 책의 제목이 이 책의 성격을 더 강하게 드러내 준다. 저자분은 <실크로드의 악마들>의 역자이신데,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집필과 번역둘다 하시는 것 같다.

실크로드 역사는 나가사와 가즈도시의 책으로 전에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의 경우 전문학자의 기본적인 역사서라는 정도의 인상을 받았는데 이 책의 경우엔 대중서답게 쉽고도 전체를 관통하는 확실한 저자의 입장이 있다. 즉, 유럽 문명이 어떻게 동진, 전파 되었는가하는 이동 경로로서의 실크로드가 아니라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실크로드의 역사를 보고 있다는 점. 게다가 거대한 초원 유목 제국과 농경 정주 제국 사이에 희생된 약자의 세계사로서의 실크로드사를 다룬다는 점. 이런 저자의 입장은 우리가 실크로드하면 떠올리곤하는 피상적 낭만과 동경, 모험의 이미지도 아니고 동서 교류에만 방점을 찍는 주류 사학계의 접근방식도 아니어서, 읽어가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전에 읽은 김호동 교수의 책에서도 '면으로서의 실크 로드'라는 표현을 읽고, 전에 가졌던 조각조각의 내 생각들을 다시 구성해보는 좋은 경험을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책 내용을 간략히 적어보면, 1장에서는 흑장군의 전설로 독자의 흥미를 끈 후, 2장에 가서야 비로소 실크로드의 주요 개념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장건의 실크로드 개척 과정을, 4장에서는 누란 왕국을, 5,6장에서는 스키타이를 소개한다. 7장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으로 인한 서쪽 실크로드의 성립을, 8장에서는 동, 서를 막론하고 실크로드에서 활약한 소그드 상인을 주로 다루고, 9~11장은 비단, 불교, 불상 등등 실크로드를 통해 전파된 문물을 다룬다. 12,13장은 실크로드가 동서양 문명에 끼친 영향에 대해 당제국과 근대 유럽의 예를 통해 보여주고, 14장에서는 근대 이후 서양의 탐험가들에 의한 실크로드학의 성립과정을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별장에서는 스키타이 계통의 금장식, 흉노계의 적석목곽분 등의 유물, 유적을 통해 신라 김씨 왕족이 흉노의 후예라는 가설을 소개한다. 이부분은 아직 논란여지가 있지만, 여하튼 실크로드의 동쪽길 끝이 장안이 아니라 신라의 수도 금성까지라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문장이 쉽고 도판도 풍부하여 책이 쉽게 읽힌다. 실크로드사를 처음 읽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20세기 들어 학계의 연구에 의해 리히트호펜이 말한 실크로드는 로마까지 연장되고, 사막뿐 아니라 초원과 바다에서 실크로드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들을 남북으로 잇는 남북로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실크로드는 거대한 망상(網狀)의 교통 조직이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동서의 실크로드를 교역의 길이라 한다면, 남북의 실크로드는 전쟁의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남의 정주 세계와 북의 유목 세계는 실크로드의 전 역사를 통해 대립과 상쟁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그래서 동서 실크로드는 낙타의 길, 남북 실크로드는 말의 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기존의 실크로드 연구는 낙타의 길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로마, 페르시아, 인도, 중국 등 정주 제국들을 중심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 주제도 대부분 무엇이 어디를 거쳐 어떻게 전파되었느냐 하는 전파론에 중심을 두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면 그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오아시스들은 비단을 수송하기 위한 중계도시에 불과하게 됩니다.(중략)

실크로드를 발견하고 탐험하고 연구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은 제국주의 시대로서, 유럽 문화의 우위를 입증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서에서 동으로 문화가 전파되는 것을 보여 주는 실크로드는 당시 서세동점의 현실을 정당화시켜 주고도 남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누가 주인인가 하는 것입니다. 실크로드의 주인은 로마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고 칭기스 칸의 몽골 제국도 아닌, 오아시스의 현지 주민입니다.
본문 54~58쪽에서



m******n 2011.05.16. 신고 공감 5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