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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뇌과학에 약간이라도 진지한 관심이 있다면 꼭 봐야할 입문서. 사실 그 이상이다. 지난 20여년간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하여 이 분야에 책들의 출간이 러쉬를 이루고 있고, 신경과학에서의 새로운 발견이 우리의 감정, 행위, 의식 등에(뿐만아니라 경제학, 교육, 마케팅, 투자, 의료 등 실생활에도)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가설들이 개진되는 상황에서 소금과 같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저자는 신경과학 분야에서의 과거의 실험과 성취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키고 있다. 최고 수준의 학자가 이렇게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특히 인문학 교수를 등장시켜 신경과학과 심리학이 이루어 낸 성과에 계속적인 의문과 질문을 던지는 방식의 서술은 흥미진진하다. 또한, 뇌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뇌가 신체를 동작시키는 원리에 대하여 개관한 후, 뇌가 실질적(물리적) 세계를 지각하는 방법을 통하여 결국 뇌가 타인의 정신을 이해하고 인간의 문화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설득시키는 책의 전개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우리의 뇌는 감각이나 자극에 선행한 예측을 통해 환경을 지각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발전되었지만, 결국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뇌와 우리는 이원론적인 존재가 아닌 자유로운 행위자가 될 수 있다고 마무리하고 있다. 뇌와 의식, 마음, 그리고 행동에 대한 나의 근원적인 의문은 영원히 정답을 찾을 수 없겠지만, 그 정답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프롤로그_진정한 과학자는 정신을 연구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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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뇌과학의 함정”이 이 책에 대한 답변 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해보았다. 원작이 이 책은 2007년에, “뇌과학의 함정”은 2009년에 출간되었다. 같은 사실, 같은 실험 결과를 보고도 다른 입장에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해석을 내릴 수도 있음을 절감했다. 뇌에 대한 책과 논문을 읽어나가면서 뇌를 다룰 수 있는 다양한 학문영역을 어떻게 이름 붙이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은 입장을 대변하고, 입장은 심신의 관계와 작동 과정을 어떻게 보느냐와 함께 실험 방법과 추론 방법 채택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어떤 ‘학’에 입각해 책을 저술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저자는 가상의 인문학 교수를 설정해 그녀(! 게다가 여교수)에게 (신경과학에 입각한)심리학이 과학임을 대변하고 ‘뇌=마음’임을 주장한다. 확고하게 정해져있던 그의 입장이 의식을 다루는 책 후반부로 갈수록 흐릿해지고 모호해지기는 하지만 심리학을 객관성에 토대를 둔 과학의 한 영역으로 인정받게 하고 싶다는 그의 기본적인 입장은 책 내내 유지되는 것 같다. 인문학과 물리학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심리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심리학은 그 둘 사이의 다리가 될 수도 있고 그 둘 모두를 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저자가 ‘인문학 교수’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꼬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자세를 갖는 것은 후자에 가까울 것이기에 서로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어 세 분야 모두에 생산적이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아보였다. 일단 책의 원제는 셋의 대결구도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 “MAKING UP THE MIND: How the Brain Creates Our Mental World”이다. 번역 되면서 참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이 붙은 것 같다.
‘사실과 가치를 철저히 구분해야한다’는 주장은 우리 실제 삶에서 그 둘이 섞여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구분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 둘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인간의 삶과 행동을 설명하고자 할 때 실제 삶에서 작동하고 있는 사실과 가치가 혼재된 양상을 무시한다면 그 설명과 실제 삶에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그러한 설명 방식은 삶과 간극이 생겨 삶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하는 반쪽짜리 추상적 이론에 불과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일단 몇 걸음 양보해서 요즘 주류 패러다임으로 여겨지는 진화심리학에 입각해 설명하더라도 인간은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자연선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은 시공간 안에서 육체를 가진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특정한 시공간에서 육체는 한 가지 행동밖에 선택할 수 없다.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생존에 가장 도움이 되는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그로 인해 특정 목적, 특정 가치 지향이 발생하는 것이다(행동주의의 보상, 처벌). 또한 익숙한 운동에 대해서는 뇌가 무의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움직임으로써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도 한다(정보처리이론). 뇌가 익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활동을 감정적으로 선호하게 되기도 한다. 연합 학습 기제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개념이 바로 ‘가치’다... 우리의 뇌는 주위의 모든 사건과 대상과 장소에 나름의 가치를 부여하는 법을 배운다... 높은 가치를 얻는 것도 있고 낮은 가치를 얻는 것도 있다. 우리는 먼 곳을 여행하고 돌아올 때마다 뇌 속에 이런 가치의 지도를 차곡차곡 쌓아 간다. 그래서 우리가 지나는 거리가 친숙하게 느껴질수록 감정적인 반응도 점점 커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높은 가치를 갖는 것을 접하고 낮은 가치를 갖는 것은 피하면, 보상을 얻고 처벌을 피할 수 있다.(p.159-160)
저자는 뇌에서 일어나는 많은 활동이 ‘착각’이고 ‘환상’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왜 인간인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만날 수 있고, 반대로 “뇌과학의 함정”에서는 이러한 입장에 대한 비판을 볼 수 있다). 특히 (뇌가 손상되지 않은)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물리, 감각, 사회에 대해 ‘자율적인 자아’를 의식하는데, 이는 대표적인 착각이란다. 인간은 행위에 책임이 수반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자아의 자율성과 의지에 입각해 선택하고 책임지는 행위를 착각이라고 규정해버리면 도덕적 행동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아지게 될 것이다.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 소유 여부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도덕에 관한 논의와 도덕교육을 위한 노력도 무의미한 일이 된다. 인간의 실제 마음과 삶에서 도덕이 작동하고 있다면,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 객관적으로 검증 불가능하므로 실재하지 않는 것이고 착각, 환상일 뿐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모순과 혼란을 초래할 위험을 갖는 것 같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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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를 읽게 된 것은 ’세계에 대한 지각은 현실을 반영한 환상(幻想)’이라는 글 때문이다. 다른 이슈들 역시 관심을 끄는데 가령 ’창조적인 우리의 뇌’란 글이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 딱딱한(객관적) 과학과 말랑말랑한(주관적) 과학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주관성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반길 내용도 들어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이 진리라 생각하는 부분이 왜 진리인지 설명하지 않고 ‘이것이 진리’라는 식으로 선언하는 현실을 떠올렸다. 물론 그들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그런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이성을 배제한 채 막연한 주관을 진리라 인식하기 때문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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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복잡하게 소통하는데 성공했다. 그러고도 계속 마음과 정신에 대해 궁금해한다. 남의 마음도 궁금하고 내 마음도 궁금하고. 철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인지과학 등을 계속 발전시킨다. 전문서가 아니라 일반교양서로도 늘 인기가 있다. 그리고, 이 길과는 좀 다르지만, 1980년대에 이르러, 과학과 의학의 발전 덕분에 뇌의 구조, 뇌의 기능을 읽어내는 '뇌스캐너'가 탄생했다. 크리스 프리스는 '인지신경과학자'로, '추론에 의지하는' 과거의 프로이트계의 심리학자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프리스는 이 책에서, 이른바 '진짜 과학자'들인 물리학자들로부터는 비과학적인 전공이라고 폄하당하고, 인문학자들로부터는 정신세계를 기계적으로 이해하려는 편협한 과학 취급을 당한다고 투덜거리면서, 실은 굉장히 자부심에 차서 뇌과학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뇌과학을 겁내지 않고-무려 뇌와 과학이다- 접근하게 해준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인문학자의 질문들은 매우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보통 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편견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질문들은 과학을 아예 이해하지 않으려는 인문학의 거만함을 풍자하는가 싶지만, 한편으로는 또 이 책이 다루는 뇌와 정신에 대해 균형을 잡아주고 논의의 목표를 환기시킨다. 결국 인문학도 뇌과학도 인간이 궁금한 게다. 과거 풍성한 심리학의 논의들은 사고하고 감각하는 뇌의 기능을 실제로 관찰하게 된 1980년대에 이르러 모두 재검토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가정과 전제를 바탕으로 추론하던 문제들을, 반복적인 실험 결과로 논증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물론 뇌의 내용 그 자체에 대한 부분은 아직 한참 모르지만. 사람들은 멈추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해결책을 찾아 내려 애쓴다. 그러니 마키아벨리만 가지고 현대정치학을 논할 수 없듯, 프로이트나 융만을 도구로 인간심리를 파악할 수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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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또 한번의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 같다. 1000억개의 뉴런이 서로 얽히고 섥혀서 만들어 내는 놀라운 기능들을 과연 언제쯤 제대로 알아낼 수 있을까?
지금은 그야말로 어린이가 끝없이 펼쳐진 해안가에서 예쁜 조개껍질을 하나 줍고 기뻐하는 정도라고 할까?
약간 깊이 있는 교양서로서 괜찮은 책이다.
단지 번역이 어색한 곳들이 가끔 보이는 것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