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공연을 좋아하는 나는 잘 만든 한편의 연극을 볼 때 가끔 이렇게 재미있는 연극을 만들어 내는 저 무대 뒤편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곤 한다. 이것은 단순히 조명 밖 무대 뒷편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의도와 배우들의 행동이 뜻하는 바, 각 막에서의 조명이 뜻하는 숨겨진 뜻 등의 숨겨진 모습들 까지를 포함한다. 이런 생각은 한걸음 더 나아가 그 기원과 뿌리를 연극에 두고 있는 종합예술인 영화를 볼 때도 쉽게 그쳐지지 않는다. 수많은 인물들과 얽히고 섥혀 있는 플롯, 작품의 주제와 감독의 숨겨진 의도 등이 겹겹이 쌓여 스크린에 투사 되어 한편의 완성된 영화로 비쳐질 때면 관객의 권리로서 단지 즐거운 감상을 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영화를 보다 사랑하는 매니아라 자부한다면 이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관객에게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할 권리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도리- 영화에 대한 기초적인 사전 지식 습득 이라는 - 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영화의 뒷편에는 이루어 지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 거리들 중에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등장 캐릭터들을 심리학이라는 틀로 분석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심리학론을 바탕으로 작품을 분류하고 그에 따른 재 해석을 내림으로써 색다른 시각, 미쳐 알지 못했던 시각으로 영화를 다시금 바라볼 수 있기를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영화 속의 인간심리 넓이는 있으나 깊이는 미약하다. 저자는 전공을 십분 살려 수많은 영화들을 심리학이라는 틀에 가둔 후 마치 케익 조각을 잘라내듯이 다양한 각도(심리학적인 분류)로 영화들을 떼어낸 후 접시에 담아낸다. 그리고는 포크로 케익을 헤집듯이 영화에 담긴 맛(인간 심리)을 설명해 준다. 하지만 저자의 의욕이 지나친 때문인지 영화 속에 비춰지고 있는 다양한 인간 심리들을 폭 넓게 바라 볼 수 있다는 장점 보다는 분류와 나열에서 오는 지루함이라는 단점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지나치게 분류에만 집착하여 정작 중요한 영화 한편 한편이 가져다 주는 깊은 맛을 전달해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감칠맛 나는 익살스러운 삽화 이 책에는 심리학에 접목된 영화 분석 평 만큼이나 재미있는 게 하나 더 있다. 어디선 가 본듯한 낯설지 않은 스타일로 그려진 위트 있고 유쾌한 삽화가 그것인데, 내가 자주 보고 있는 <주간조선>과 <조선일보>에 연재를 하고 있다는 그린이의 프로필을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때로는 작게 한 쪽 귀퉁이에서 시작해 때로는 크게 한 페이지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칼라의 삽화는 심리학에 접목한 영화에 대한 그린이의 재 해석이 돋보이는 역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재치 있게 영화를 풍자하고 있는 듯 하다. 영화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이 책을 처음 접한 후 반나절 만에 책을 통독했다. 첫 페이지, 첫 장이 가져다 주었던 신선함이 끝까지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기대가 컷던만큼 실망도 크게 느껴졌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감탄이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색깔있는 분석은 없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어깨 넘어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