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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위주의 사회이기에 오히려 "인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있다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벌써 바르게 파악한
겁니다. 지난달 말에 리뷰한 <제7의감각, 초연결지능>이란 책도 이런 관점에서 현대 사회의 급변하는 트렌드 일각을 정면
조명하는 내용인데, 그 책과 이 책이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한국적 현실에 보다 초점을 두고, 인문적 총론보다는 실무적
각론에 더 정성을 쏟은 면이 있겠습니다. 또 이 책은 "인맥 일반"보다는, 헤드헌팅 업계의 현황에 무게중심을 더 두고 인맥론으로
논의를 확산해 나가는 태도입니다. 저자 명의가 "21세기휴먼네트워크 연구회"로 나왔는데, 실제로도 이 업계의 베테랑들이 돌아가면서
꿀팁이나 "실무의 진리"를 가르쳐 주는 형식입니다.
평생
직장 신화가 깨어진지 이미 오래이며, 다만 직장은 아직도 두터운 인맥과 인연을 쌓게 도와 주는 요람으로 여전히 기능합니다. 퇴사
후에도 왕성히 사회 활동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은 재직 당시 사내, 그리고 사외의 여러 유력인사들과 훈훈한 소통을
통해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분들입니다. 이 역시 한국 같은 분위기에서는 그저 냉혹히 실제 능력이나
효용만을 보지 않는, 그저 그 옆에 가기만 해도 온기가 느껴지며 뭔가 활력을 충전 받을 수 있다며 인덕을 중시하는 풍조가 있기에
가능한 현상 같습니다. 구미에서는 한국만의 이런 독특한 현상에 대해 의아해하기도 하던데, 사회의 구조랄까 동작 방식이 하루아침에
형성되고 바뀌는 게 아니므로 그저 상수(常數. constant) 취급하는 게 실용적입니다. 저는, 삼국연의 등에 나오는 맹달 같은
이가 (그 끝이 좋지 않긴 했으나) 이런 유형의 대표격 아닐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
허브처럼
여러 분야에 손을 뻗치고 이런저런 얼굴들을 많이 안다는 건 그 자체가 자산이며 능력입니다. 때로는 특정인에 대한 평판 확산에
결정적 구실을 하므로 권력 발원의 중추가 될 수도 있습니다. "20대에 관리한 인맥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저자의 말은 첫째
한국에서 출신 대학 인맥이 제공하는 편익, 출발선상의 효용이 실로 엄청나므로 그 부분을 지적한 맥락이며, 다음으로는 인맥 관리도
결국 종잣돈의 축적과 같아서 이른 시점에 시작된 눈덩이가 나중에 가서 큰 볼륨의 차이를 보이듯, 초기부터 잘 다져진 인맥이 결국
복리의 마법처럼 4, 50대의 단계에서 엄청난 사회적 역량 차이를 노정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어쩌다 가끔 연락 오는, 사회적 경쟁에서 철저히 깨지고 나서 "나보다 더 한심한 꼴로 고립되어 있는 낙오자한테서 위안이나 받자"
같은 초라한 일대일 술자리는, 그게 "나도 아직 인맥이 남아 있구나" 식의 안도가 아니라, 정반대로 "이럴 때 이런 녀석에게
이런 용도로나 호출될 뿐이구나" 하고 오히려 자괴, 자탄의 계기로나 삼는 게 마땅합니다. 가끔 보면 이런 게 무슨 자랑인 줄 알고
떠드는 사람도 보이던데, 그만큼 현실 인식이 안 된 소치입니다. 인맥은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바쁠 때 서로 손짓하며 "제발
여기 끼어 한몫 좀 거들어달라"라든가, 개개인이 다 잘나가는 처지에서 "이만큼 진용이 잘 꾸려져 있으니 니가 여기 와도 뿌듯할
것이다" 같은, 뭔가 활기와 비전과 눈빛이 살아있는 회식자리 같은 게 그 본연의 위력을 증명하는 겁니다. 사람이 그럼 고교 동문
하나 없는 처지라면 그게 이미 송장이지 사람이겠습니까.
이
책에는 그야말로 인맥의 달인으로 손꼽히는 여러 유명인사들이 나와 자기만의 비법을 들려 줍니다. 솔직히 말해 이 책에서 들려
주거나 기록된 팁만으로, 이런 다섯 분처럼 막강한 인맥을 구축하기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유인경 씨는 뭐 몇십 년 전부터
경향신문 기자시절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내내 익숙한 얼굴인데, 그간 정치적 지형도 상전벽해처럼 바뀌었건만 방송국이나 타 신문사,
출판사의 네트워크를 거의 동일 순도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진정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종편이나 보도 채널에 패널로
출연하는 분들은 대개 집안이 부자이거나 각별히 능란한 교제술로 고정 자리를 확보하는 이들이 많은데(이 둘 중에 전자가 더
우선이더군요), 그래도 장기간 관찰하면 그 부침(浮沈)에 완연한 추세가 있습니다. 유인경씨는 연성 대담 프로에 물경 수십 년 동안
고정 패널 섭외가 끊이지 않는 걸로 보아, 거의 경이적이라 할 인맥 장악력을 가진 경우겠죠. 유순신 회장은 순수 헤드헌팅 전문
인력으로서 대성한 유명인사로 책에 소개된 경우입니다. 이런 분들이 서로 거쳐 온 경력이 꽤 다른데도 서로 얼굴을 트고 지내는
사이라는 점이 또한 재미있습니다.
셀프
브랜딩이란 아직 한국에서 낯선 영역이고,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히 조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입하려 드는 프로바이더,
크리에이터는 많은, 분명 블루 오션 같은데도 그 실상은 레드 오션인 좀 독특한 실정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는 사회의 상층부는 이미
특정 단계를 지나 서구식으로 진화하는데, 그를 밑에서 받쳐 줄 하층부는 오히려 개발독재시대보다 더 퇴화하는 물적 구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출신 학교의 인맥이 개인의 활동 범위와 품질을 좌우하는
형편이며, 이런 추세와 현실을 면밀히 살펴 나만의 허브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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