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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심리학자 에이버리 길버트는 [왜 그녀는 그의 스킨 냄새에 끌릴까](21세기북스, 2009)에서 ‘냄새의 과학’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파헤쳐 나간다.
저자는 우선 냄새분류법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피고 있는데, 과학적 냄새 분류법의 아버지는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다. 린네는 우리에게 생물 분류학의 대부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냄새를 향기로운 냄새, 향료 냄새, 사향 냄새, 마늘 냄새, 염소 냄새, 썩은 냄새, 메스꺼운 냄새라는 7가지로 구분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린네의 관심은 냄새 자체라기 보다는 냄새에 근거한 식물의 약효 성분에 있었다. 그는 냄새가 나지 않는 식물은 의학적으로 무가치한 반면, 냄새가 강한 식물은 치료효과가 크다고 믿었다. 어찌보면 린네는 오늘날 뉴에이지 아로마테라피스트들의 실질적인 대부인 셈이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 식물은 유익하고, 메스꺼운 냄새가 나는 식물은 해로우며, 향료 냄새가 나는 식물은 자극적이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식물은 지각을 마비시킨다고 여겼다. 이러한 영향은 인간의 신경에 직접 작용하는 식물 냄새 때문이었다. "(31쪽)
그리고 가장 최근의 냄새분류법은 1960년대 앤드류 드라브니엑스라는 향기 화학자가 개척한 의미론적 분석이다. 보편적인 냄새를 분류하기 위한 모든 역사적 시도들이 정리한 냄새 유형의 숫자는 4가지(가령 향긋한 냄새, 시큼한 냄새, 탄 냄새, 동물 냄새), 7가지(린네의 분류), 9가지(린네의 냄새 분류+에테르 냄새, 타는 냄새) 등 기본적인 범주로 제한되어 있다. 이는 냄새를 분석적으로 생각하는 뇌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냄새 분자를 정복할 수 있었다. 1950년대 중반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as Chromatography, GC)의 발명은 방향 혼합물 분석에 날개를 달아 주었고, 코넬 대학교의 화학자 테리 애크리는 특정 분자와 냄새를 일치시키기 위해 GC 배출구의 냄새를 맡는 방법인 가스크로마토그래피 후각분석법(GC-O)을 고안했다. GC-O 연구 덕분에 우리는 된장찌개부터 똥 냄새나 방귀 냄새까지 그 특유의 냄새를 초래하는 주요 냄새 분자들을 분석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기의 근원이 바로 MMP라는 냄새 분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 녹차와 포도, 바질, 토마토 잎, 회양목, 카베르네 쇼비뇽 와인 그리고 티베트 작약의 주된 향기가 바로 MMP(4-메르캅토-4-메틸펜탄-2-원)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 있자. MMP 이게 무슨 냄새더라?
우리가 향수를 살 때는 아찔한 감각의 극치와 무감각한 마비의 극치를 모두 맛보게 된다. 백화점 향수 코너에 오래 머무를수록 화려한 향기에 무감각해진다. 향수를 구입할 때 누군가 향수의 향미에 대한 미학적이면서 전문적인 내용이 모두 들어 있는 평어를 달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고수들이 와인의 풍미에 대해 다소 과장된 미학적 수사를 늘어놓듯이 말이다.
그럼 향기 전문가는 냄새의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들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1000종이 넘는 향수 냄새를 맡아야 하는데, 향수마다 50에서 250가지 성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대개 후각 훈련소 졸업생은 100가지 이상의 천연재료와 150여가지 합성물질을 구분해야 하고, 전문 조향사는 자기 회사의 자료실에 있는 500-2000가지 재료 모두에 익숙해지고 각각의 등급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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