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죽었다(박영희 글, 실천문학사 펴냄)’는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던 그 시절에 10대 후반을 지나는 신문배달원의 성장 기록이다. 70년대 후반 서슬 퍼렇던 시절의 대통령이 사망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학교 교육의 기회를 어떤 식으로든 놓치게 된 젊은 청춘들이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 줌으로써 당시 시대상과 소시민들의 삶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 시절을 아는 사람에게는 ‘그래, 그땐 그랬었지’ 하는 추억을 부를 것이고, 그 시절을 알 턱이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역사를 소개할 것이다. |
|
처음에는 이 이상한 제목 때문에 정말 그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하고 놀라면서 읽게 된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이 나온 때 이 책을 보았다면 누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대통령이란 얼마 전에 서거하신 고 노무현 전대통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 박두환 전 대통령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때가 1970년 말 즈음이라는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시대의 이야기!! 요즘 아이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외환위기 때가 다섯 살이라거나 미취학 아동이었다고 하는 걸 보면 정말 세월이 그렇게나 빠르고 세대가 그렇게나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달을 때가 많다. 그런데 내가 나이로만 보면 이 소설 속의 수형이를 이해 못하지 않는 나이여야 하는 것이 맞는데, 어떨 땐 그의 상황이 완벽하게 이해되어질 땐 그와 나의 거리가 20년이나 난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이렇게나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소설은 어떤 시대가 배경이라도 그 이야기 속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풍부하다 싶다. 부마사태라든지 김영삼 총재 제명 사건이라든지 하는 정말 알아듣기 어려운 여러 사태가 일어나는 것에 상관없이 내 마음은 주인공 수형의 마음과 같았으니까.
그런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까막득한 박정희 정권 때 인심 흉흉한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데도 우민한 백성들은 그저 자기 눈 앞에 있는 것들에 취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을 보니까 지금이랑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21세기에도(이렇게 부르니까 정말 대단한 발전이 일어날 것처럼 보인다. 현실은 전혀 아닌데... ^^;;)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무자비하게 청소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정부가 시민들의 집회의 자유를 강경 진압하고, 사람들을 데려다가 고문을 하지는 않는다지만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는 등이 독재가 지금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 같이 여겼던 용산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고, 순수하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가시는 길에 배웅하는 장소를 무뢰배들이 점거하는 장소로 다루어졌던 것이 아닌가. 예전엔 박정희 정권 때 일어났던 여러 비화들을 들으면서 개화되지 못했던 우매한 시민들만이 당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가만 보아하니 지금의 우리도 그 때의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도 그런 정부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까.
운하를 만든다거나 영어몰입교육을 시킨다거나 하는 등의 중요한 정책을 시민들의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고 마구 밀어부치는 정부를 지척에 두고도 사실 나부터도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도 아니고, 그런 아이들을 양육하는 학부모도 아니여서 그럴까, 내가 생각하는 자연은 내 가까이에 있지 않아서 그럴까, 정말 정치에 관한 내 무관심은 세계 최고감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이 소설을 보니까 그 시대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개 신문배달원일 뿐인 수형이와 한국 최고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죽음은 큰 틀에서 보면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그 사건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게 되는 것을 보노라니까 한 인간의 삶은 정치와 별개가 아니구나 하는 것... 그 중요한 사실을 느꼈다.
개인의 삶은 그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 소설은 여기에 나온 역사적인 정치 상황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정말 재미있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솔깃하게 할 만큼 말이다. 내가 생각할 때 아마도 그 이유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소설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주인공 수형은 작가의 분신이 녹아든 인물이었기에 그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역시 마찬가지로 그 당시의 사건들 속에서 어떤 것이 바른 것일까 정답을 알지 못하고 우물쭈물 움직이더라도 감정이입이 충분히 잘 된다. 혼자서 돈을 벌며 공부를 하는 고학생이라는 그의 처지가 나와는 전혀 다르지만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무지몽매했던 그가 스승인 영환이 형의 도움을 받아 점차 이 사회를 이해하고, 비판하는 마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을 땐 내 의식이 바뀌고 내 생각이 성장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박영희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소설이어서 그럴까, 앞으로 미래가 미완성으로 남은 수형의 마지막 모습에서 그가 크게 성장할 것이 기대돼 가슴이 뛴다. |
|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후반 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 수형의 시각으로 1970년대 엄혹했던 유신시대 한가운데를 신문보급소 배달원 소년들의 눈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그동안 관심 받지 못하고 단지 풍경으로만 존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풍경이었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 그 본연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이들은 우리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동시대 동일한 공간을 살아가는 소외되고 억눌린 삶들이다. 서울의 신설동 신문보급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성장소설 이다. 정치적 경제적 배경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공장과 신문보급소를 전전하며 고학했던 경험과 기억을 되살려낸다. 이 소설에서는 이제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 우리 시대에 소외되고 억압받고 상처받은 자들, 하위자들에게 다가갔다. 가난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하지 못하고 떠밀리듯 서울로 상경하여 고달픈 공장생활에서 도망쳐 신문배달을 하며 수형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신문보급소 안에서 따뜻한 사람과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 새벽마다 뛰어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그들이 있기 때문에 많은 소식들을 접할수 있다.
이 소설은 현실이라는 문학의 원료에 접근하고 있다. 1970년대는 박정희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었던 시대로 대체 박정희는 누구인가. 간단히 정의하기가 쉽지 않고 생각을 하노라면 윤곽이 잡히지 않아 막연해진다. '유신시대'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암울한 사회분위기로 개발독재의 그늘 아래 정경유착과 일그러진 군사문화 유산을 남기는 등 한국 사회·경제구조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였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한국근대화와 경제적 성장을 위한 일념으로 고뇌한 대통령, 경부고속도로를 뚫고 포항제철을 세우는 등 조국발전의 탄탄대로를 닦아 오늘의 세계 속 경제 강국 한국이 있게 한 위대한 지도자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건 굉장히 무모한 일이다. 그들의 처절한 삶을 보며 동정하는 것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남의 삶을 근거로 정치를 탓하고 경제를 탓하는 건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두말 없이 당시에 살던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 더 아련해지는 느낌으로 다가오는것이 아닐까 싶다 |
|
대통령이 죽었다. 여행지에서 이 소식을 듣고 얼마전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이 떠올랐다. TV 속 오열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은 건강이 많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한 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 통일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노 정치가는 쇄약해진 몸과 얼굴로 이제 자신도 이 삶과 작별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암시하고 계셨다. 입원을 하시고 전 현직 정치인들이 문병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뉴스에서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대로 그분은 떠나셨다. <대통령이 죽었다>는 책을 읽던 중 우연히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여든 여섯, 그의 죽음 앞에 많은 사람들은 가슴으로 울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죽자 뉴스는 연일 그 분의 삶을 재조명 했다. 그는 약자로, 진보주의자로, 때론 공산주의자로 몰리면서, 핍박받고 억압받는 다수의 편에 서서 지뢰밭을 걷듯 위험한 생을 살았지만 그는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그 길을 행복하게 걸어갔다. 그를, 그의 삶을 사람들은 가슴에 새겼다.
박정희대통령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불굴의 업적을 이룩한 대통령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지만 그의 업적의 이면에는 민중의 피눈물이 강같이 흘렀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 책은 대통령의 서거라는 큰 정치의 흐름속에 한 점 모래알 같은 신문보급소 달배들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정치에 대해서 사회와 정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시인, 르뽀작가, 소설가인 박영희의 자전적 소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 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정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기와 서거를 배경으로 신설동 일대의 H일보 배달원들의 일상을 스케치하듯 담았다.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6명의 친구들 중 자신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수형은 가슴 속 한을 안고 홀로 서울로 올라온다. 아무 희망 없는 가방공장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빌딩속 서울에서 노숙을 하던 그는 비슷한 처지의 어떤 형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달배(신문배달원)로 취직하게 된다. 가난하고 고된 일터였지만 마음으로 자신을 받아준 보급소 소장과 달배들과의 훈훈한 우정은 의지할 데 없는 각박한 서울 생활의 버팀목이 되주었다. 어디로 가야할 지, 무엇을 해야할 지 암담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손 놓지 않고 검정고시를 치루었고, 가슴두근거리는 사랑을 피해 숨지 않고 용기를 냈다. 누구보다 먼저 새벽을 가로질러 세상의 소식을 배달하는 달배들의 일상과 그들이 노래하는 희망과 좌절, 희노애락 속에 70년대말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이 생생히 묻어난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배고프고 가난한 지금 이 땅의 청소년들이 이 책으로 한 줄기 밝은 빛을 향해 뛰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오늘 고 김대중 대통령의 영결식이 2시에 있다. 지금쯤 한창 진행중 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대통령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다. 올 해 대통령이 두 분이나 서거하셨는데 이와 같은 제목의 책을 읽게 되어 기분이 묘하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는 30년전인 1979년, 내가 중1때였다. 이 책의 주인공인 수형은 십대후반이고, 신문보급소에서 신문배달을하며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형은 작가의 분신일 것이다. 작가와 나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다른 환경속에서 다른 경험을 했다. 수형이는 농촌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하지 못했다.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와 열악한 공장생활을 하다 뛰쳐 나온다. 노숙을 하다 우연히 좋은 형을 만나 신문보급소에 들어가게 된다. 신문보급소에서 비슷한 또래 청소년들과 같이 숙식을 해결하며 신문을 배달하고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한다. 1970년대 후반, 나는 도시의 평범한 가정에서 아무 걱정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나라가 어떻고 정치가 어떤지는 관심 밖이었다. 박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당시 덤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수형이 처럼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30년전의 나를 뒤돌아 보고, 그 시절에 시국이 어땠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 고향 인천은 공업도시여서 많은 사람들이 공장에 일하러 모였던 것 같다. 우리 집은 공단 근처여서 출 퇴근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았다. 작가 박영희님 처럼 농촌 출신들이 취업을 하러 많이 올라 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나는 그당시 공장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몰랐었다. 이 책의 내용중 돈 한푼 주지 않는 잔업이 계속 있었다는 것, 전태일씨가 분신자살 했다는 것들을 그 당시 어린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 하고 나서야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많은 희생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또 느낄 수 있었다. 책 속에서 수형이도 나라의 상황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성숙함을 보여준다. 신문보급소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대입을 더 잘 준비하기 위해 보급소를 떠난다는 결단을 한 것이다. 성장소설을 읽는 재미를 이런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작가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내가 작가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였고, 그 시대를 돌아보고 느끼며 추억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지금 수형이와 거의 비슷한 나이인 우리 큰 아들은 1970년대 후반의 나와는 또 다른 환경속에서 살아간다. 아들애가 이 책을 읽는 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들애를 비롯하여, 모든 것이 풍족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려운 자기 삶을 개척하며 살아갔던 수형이 처럼 깊은 뿌리를 내린 나무같이 될까? 여름 방학이 끝나는 것을 아쉬며 하며 방안에서 뒹굴거리는 아들애에게 이 책을 전해줄 것이다. |
|
[대통령이 죽었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서 생소한 작가인 박영희라는 이름을 가만히 검색창에 입력해 보았다. 현재 교사로 재직하며, 시인이었다가 르포작가였다가 소설가로 새롭게 돌아왔다는 박영희라는 작가는 그 이상 찾아지지 않았다. 책에 실린 작가의 소개사진이 중년배우 뺨치게 멋지기도 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 담쟁이 문고 [대통령이 죽었다]의 주인공 수형이 작가의 분신이라고 하기에 더욱 궁금했던 것인데 좀 안타까웠다. 80년대 출생인 나는 이상하리만치 70년대에 향수라기엔 뭣한 아련함과 호기심이 발동하는 편이라, 이 단출해보이는 문고판 소설에 이유없이 끌려 읽게 되었는데 진실하고 애잔한 청년 달배(신문 배달원)들의 삶과 꿈에 예기치 않게 큰 감명을 받았다. 청소년 문학? 청소년만 읽어야 돼? 절대 아니다. 이 소설은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진정성 있는 작품이자 완성도 높은 성장문학과도 같다. 군대 간 스물 셋 동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수형은 작가의 분신이자 가난한 살림에 중학교도 못가고 아버지의 호통에 못이겨 홀로 상경하여 신문 배달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검정고시를 목표로 공부하는 주인공이다. 어느 날, 새벽 배달길에 우연히 위험에 처한 지혜를 몸 바쳐 구해줌으로서 그녀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지혜는 무용과 대학생이고 수형은 검정고시 준비생일 뿐이다. 수형은 지혜와의 데이트 비용과 학력의 차이에서 늘 멋쩍어 한다. 또 하나의 큰 줄기는 수형이 일하는 신문 보급소의 식구들이다. 어느 가족들보다 더 유대감 있고 끈끈하게 지내온 신문 보급소 식구들의 새로 온 소장 몰아내기를 비롯 부당한 상황에 대처하는 단합의 힘이야 말로 [대통령이 죽었다]를 관통하는 주된 줄거리다. 79년 대통령의 죽음을 겪는 이들의 힘이야 말로 협동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일테다.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 깊숙이 묻혀 있던 그리움과 아련함을 끄집어내는 힘이 대단하다. 수형의 미래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자유가 부족한 세상에서도 누구보다 당당하고 밝게 살아가던 신문 배급소 식구들의 기숙사 풍경이 떠올라서다.
또다시 70년대가 그리워진다. 70년대의 청춘은 2000년대의 청춘과는 달리 더 용감하고 더 간절했다. 그렇게 얻어낸 자유를 살고 있는 나는 그들에게 빚을 진 행운아다. 다시 한 번 작가의 사진을 들여다 본다. 수형과 작가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대통령이 죽었다]는 작지만 강하고, 단출하지만 아름답다.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청춘도 오늘보다 내일 좀 더 반짝였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죽었다]를 읽는데 김대중 전대통령님이 돌아가셨다. 서거 소식 네 시간 만에 인터넷 뉴스를 접한 나는 운명처럼 깨달았다. [대통령이 죽었다]를 읽고 있던 즈음 나는 또 하나의 역사와 마주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평소 TV 뉴스와 인터넷 뉴스를 누구보다 빠르게 접해왔는데 지난 5월과 오늘의 뉴스를 접한 건 항상 한 발 늦은 채였다. 그것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분들을 존경한만큼 슬픔을 늦추고자 한 하늘의 뜻이라고. 슬픔을 누르고 있다. 삭인 만큼 분출할 날이 곧 올 것이다. 이 책을 결코 잊을 수도 없을 것이다. |
|
이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과 많은 사건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어떤 사건의 진실... 과연 진실이 무엇일까. 어떨 때는 진실규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해석이 분분하다. 물론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유인즉, 그 많은 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그 속에서 일궈내는 삶이 다르기에 바라보는 시각, 사상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죽었다」 역시 같은 시대, 같은 사건에 대한 많은 시각과 해석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문배달원(일명 ‘달배’)이 바라보는 유신정권과 대통령 서거 소식은 신선하게 전해진다. 박정희 대통령 하면 ‘제5공화국’, ‘유신정권’, ‘군정부’, ‘독재’, ‘새마을운동’ 등이 생각날 것이다. 이는 매스컴을 통해서, 그 시대 속에 등장하는 군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다. 또한 70~80년대 하면 장발과 미니스커트에 대한 규제 강화, 통금시간. 민주화운동이 생각날 것이다. 이 또한 매스컴을 통해서, 그 시대를 겪었던 주변 어른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다. 이것이 그 시대 사회상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 사회상은 이것이 전부였다. 다양성에서 한계에 그쳤기 때문에 그 시대 그 사건을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에게 신문배달원이 바라보는 유신정권과 대통령 서거 소식은 신선하게 전해질 수밖에 없다. 서거 당시 신문배달원으로서 할 수 있는 행위, 며칠 전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때처럼 ‘뉴스 속보입니다’로 신속히 전해들을 수 없었는 그 시대에 가능했던 ‘신문 돌려치기’라는 신문배달원으로서의 특혜를 누리면서 그 시대 양상의 모순을 그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이 모순 속에서도 우리는 얼키고 설켜있는 관계임을 암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키고 설켜있는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양성을 접하는 일. 이는 사건의 진면모를 밝힐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신문배달원이 나에게 전해준 박정희 대통령 서거 소식처럼. |
|
일명 달배, 알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신문배달원들을 일컬는 말이다.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대통령이 죽었다>는 유신시대였던 전 박정희 대통령때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달배들의 애환이 깃들여져 있는 이야기이다. 가난으로 친구들이 모두 고등학교를 갈 때, 주인공인 수형은 학교가 아닌 공장으로 가야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생활이 싫어서 뛰쳐나와 들어가게 된 곳이 바로 신문배달을 하는 데였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신문배달원으로 생활을 하게 되는 수형,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가르면서 집집마다 신문을 배달하는 그가 있는 H일보 신설동 보급소는 애잔한 감동의 장소이다. 수형의 동료들이 그러했고, 보급소 소장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수형이 동료 중 결핵에 걸려 있는 영환을 위해 배달원들이 돈을 모아 개고기를 사주는 장면도 흐뭇했지만, 보급소의 소장이 검정고시를 보는 달배들을 위해 만찬을 준비해주기도 하고, 상금을 걸어 검정고시의 합격을 독려해주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또한 그렇게나 잘해주는 소장을 위해 달배들 역시 똘똘 뭉쳐 의리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어려운 생활 속의 그들이지만 끈끈한 정이 함박히 뿜어져나와 따뜻한 느낌의 이야기들이었다.
수형은 어느 새벽날, 신문을 배달하려고 골목을 누비다 늘 마주치게 되는 한 여고생이 봉변을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온 몸으로 구해줌으로 표창도 받고, 지혜라는 이름의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연인이 된다. 하여, 더욱 대학생이 되고픈 수형, 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대통령이 죽었다>는 제목에 걸맞게 진정 대통령이 죽던 그날, 달배였던 수형과 무리들은 어떤 일을 벌이고 만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죽던 날, 달배였던 수형에게도 그 일은 스쳐가는 일이 아닌 그의 삶 안으로 돌진해 들어오면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시대의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엮어지게 마련인 것인가 보다. 이 책은 단순히 유신시대를 살았던 달배들의 애환을 그린 것 같지만 그 안에 그들이 살아낸 시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는 것이다. 그 시대의 이야기가 달배들의 삶을 통해 그려져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 하나의 인간적인 면모들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사람이 사람을 위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지 않던가. 오래도록 머물러지는 종착지는 아니었지만 서로의 어려움을 보듬어 주고, 꿈을 향해 좌절하지 않던 사람들이 잠시 정착한 신문 보급소의 따뜻한 사람이야기였던 이 책은 그 따스함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이다. |
|
책 소개를 읽고 독서를 한 후 소개만큼의 기대치를 채우는 책이었습니다.
또 대학입시를 통해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와해되는 동지들을 보면서 결국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할 수 밖에 없는 사회를 배우게 됩니다.
대통령이 죽었다. 여기서의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을 이릅니다. 이 시대에 살았던 수형이는 신문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신문보급소에서 사회를 배우고 또 사랑도 하게 됩니다. 국사책의 제일 끝 자락에 배웠던 사건들이 책 속에서 일어납니다. 독재정권, 파업, 삐라...등등.
지금 현재 일어나는 파업과 대통령의 죽음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1. 수형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불합리한 대우를 하는 신문본사에게 의견을 피력하기위해 소위 파업을 하게 됩니다. 집단은 공동의 의지로 뭉치게 됩니다. 파업을 통해서 수형은 신문을 통해서만 보던 파업이 불신분자가 아니라 자신과 같은 집단이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대학입시라는 또 다른 사건은 이 작은 집단을 와해시킵니다. 대학입시를 통해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와해되는 동지들을 보면서 결국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할 수 밖에 없는 사회를 배우게 됩니다.
2.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이 보통 달배에게는 큰 돈을 생계수단이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이 사회적 의미를 떠나서 어떤 개인에게는 큰 의미도 아니고 또 어떤 누구에게는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영희 작가님의 실제 경험담이 녹아있는 이야기이고 성장소설이면서 그 시대상을 반영하지만 쉽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는 군더더기 없는 문체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이 시대를 살았던 어른들에게는 이런 때가 있었지 하는 책이 될 것이고 자식들 세대에게는 현재 정치나 사회가 돌아가는 과거의 행적을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에게는 저 시대에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일을 하면서 대학에 가기위한 학비를 벌었는데 지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공부할 수 있고 해외에도 나갈 수 있으며 이렇게 책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시대에 살고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직 나느 수형처럼 파업을 해 보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파업을 하는 요즘같은 사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보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