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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는 휴가도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아이들과 합의 하고 나니 하루 세끼 꼬박 꼬박 해먹고 치우고 하는 것도 여간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7월이 가고 8월로 들어서니 아이들도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쳤는지 '엄마, 어디라도 좀 가자'하고 눈치를 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상 치우고 마루에 돗자리 깔고 누워 선풍기 바람쐬고 낮잠을 청해보는데 책상위에 지난주부터 올려져있는 책 한권이 눈에 들어온다. [후퇴하는 민주주의]
제목 참 어렵다. 저걸 읽어, 말어? 그냥 눈감고 낮잠이나 자버릴까 하다가 왠지 무료한 며칠을 이 책한권으로 보상받아볼까하는 심사로 책장을 펼쳤다. 몇장 읽다가 자기에 딱 좋겠구만..하는 생각으로....그러나 나의 그런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건 도대체 책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그리고 갈수록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이 누워서 보던 책을 급기야 마지막에는 정좌를 한체 볼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왜!
무료한 나의 여름날의 낮잠을 이 책은 한방에 날려버린것인가?
글쎄..아마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처럼 이땅에서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라면 책의 중간쯤에서 만나게 되는 김상봉님의 '학벌사회를 무너뜨리자'라는 글을 보면 정신줄 놓고 잠만 잘수만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둘째의 필통에서 잡히는대로 집어든 몽당연필로 죽죽 밑줄을 긋다보니 책은 어느새 까만줄 투성이다. "그래, 맞아, 이런거였어. 내가 생각했던거.. 아, 왜 진작 이런 글을 못만난거지?"
낮잠잔다고 돌아누웠던 엄마가 갑자기 일어나 연필로 줄까지 쳐가며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딸래미들한테도 신기했나 보다. 책이라면 몸사리 치는둘째가 묻는다. "엄마, 무슨책인데 그렇게 재밌게 읽어? 제목이 뭐야?" "응, 후퇴하는 민주주의" "엥? 무슨 제목이 그래?" "야 말시키지 마라. 엄마 지금 진짜 중요한 공부하고 있는 거야. 어쩌면 이거 다 네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구" "알았어. 나두 책읽어야지"
딸래미는 웬일로 책장에서 책한권을 꺼내 들고 벌러덩 드러눕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나게 읽어가던 책이 마지막 서경식 선생님과 하종강 님의 대화로 끝나버리자 정말 영 아쉬울 수가 없었다.
책에 나오는 모든 저자들이 어쩌면 모두 그른 소리 하나 없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로 작금의 세상을 어떻게하면 똑바로 쳐다보고 살아갈것인가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책을 덮고도 가장 맘에 남는 글은 바로 김상봉님의 글 '학벌사회를 무너뜨리자'였다.
'한국의 시험제도는 조직적으로 인간의 탁월함을 억압하는 제도입니다' -p133
'학문에 있어 시험이 쓸모가 없는 까닭이 , 학문은 질문에 대답하고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남들이 던지지 않는 질문을 하는 능력을 통해 진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p134
'학벌은 현대판 문중입니다' -p135
'..정서를 안정시키고 ,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선한 의지를 기른 다음, 마지막으로 이론적인 진리와 거짓을 배우고 따지는 겁니다..' -p140
'이런 사회에서 먼저 낙오하는 사람은 다음시대에 가장 앞선 선구자가 되리라는 것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다른 방식으로 교육하고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개척해야합니다..." -p146
'어렸을 적에 열정을 심어 주셔야 됩니다. 그 열정은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열정은 타인의 고통에 뿌리박고 있을 때만 열정입니다.나의 의지가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것,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는 것, 그래서 그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 분투하는 것, 그게 진짜 열정입니다. 아이들한테 낙오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야한다고 얘기하면 안돼요. 세상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는 지 보여주고, 그걸 스스로 느끼게 하고, 깨닫게 하고, 그리고 네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해요. 그러면 그 아이가 결국은 바로 크게 됩니다"-p151
아이가 어렸을때는 얼른 컸으면 했는데 그때 동네 할머니께서 강보에 있을때가 제일 편하지..하셨던 말씀을 이제사 이해하게 된다. 아이가 커갈수록 우리 사회의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는 낙오자가 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들로 팽배하여 무한경쟁속에 빠져드는 우리 사회에 나만 안그런척 하기에는 얼마나 외롭고 불안한 세상인지...그런데 오늘 그런 생각들을 한번 명쾌하게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는 독서가 되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리뷰를 써보게 되었다.
김상봉님은 '망명'이라 표현하셨지만, 나는 '변화'라 부르고 싶다. 자꾸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나고 변화하고 생각하다 보면 이 세상도 더 이상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나와야 사람구실하며 살수 있다'라는 몹쓸 말은 안하고 살아도 되지않을까....하는 생각 말이다.
김상봉 님이 썼다는 [학벌사회]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마도 이번 여름은 이렇게 피서를 하게 되는가 보다. 참 고마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부모로서 참 다행인 시간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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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사회과학을 만나다. 라는 부제가 살갑게 다가왔다. 손석춘, 김규항, 박노자, 손낙구, 김상봉, 김송이, 하종강, 서경식씨의 공저로 책 서두를 보니 월간 '작은책'이 기획한 '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라는 주제의 강연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라 한다. 처음 듣는 강연이긴 하지만 김규항, 박노자, 하종강씨는 왠지 그간의 글들을 통해 친숙했고 손석춘씨는 이름만 여러번 들었지 저서를 접할일이 없었기에 궁금했으며 다른분들은 잘 모르는 분이었으나 충분히 이 책을 통해 친숙하게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을것이라 예상했고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되돌아보며 기득권층의 프레임에 갖혀있는건 아닌지, 그리고 공공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자기객관화를 통해 바라보는데 도움이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훌륭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깔끔하게 쓴 다소 장문의 칼럼을 읽어나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사실들, 다른 시각에서의 통찰들을 전해주는데 있어서 충분히 만족감을 전해주었다. 더군다나 책값도 싸다! (요즘 책치고 만원이면. ;;)
아무튼 나같은 얼치기 진보주의자(이런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들을 위해 이런식으로 자성과 더불어 지적자극을 주는 책들이 더욱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추가로 내용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니기에 부담없는 이런 사이즈의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도 들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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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책 재질이야 재생지를 쓴 가벼운 (말그대로 무게가 가벼운) 책입니다. 정가 만원에 10%할인 가격으로 9천원하는 책인데요. 비싸다고만 할 수 없는게 이런 종류의 분야별 유명인들의 강의같은 모음집을 훨씬 비싼가격에 팔고 있어서입니다.
노동운동이나 시민단체류 분야의 책이라고 꼭 흙퍼먹고 살수는 없는일 아닐까요. 다른 분야 예를 들면 과학, 경제류의 유명인들의 강의모음집은 제본과 디자인 그럴듯하게 해놓고 몇만원씩에 팔리는데 사회약자층 이야기나 노동운동류의 이야기를 한다고 꼭 6천원에 팔아서 책을 내놓는데만 의의를 두라고 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책에 꽂혀있던 팜플렛을 보니 이런종류의 책은 쉽게 팔리는 종류의 책이 아니라 출판사도 나름대로 이쪽 분야만 소신껏 파고드는 곳으로 느껴졌는데요.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서점에 가서 쓸어보지않고서는 실망할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게는 책의 g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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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고대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인문학 포럼 강연회에 참가했다가 반 값 판매에 홀려 선뜻 집어든 책 중의 하나다. 실은 처음 신간 나올 때 하나 살까 했던 책이었기에 그리도 빨리 집을 수 있었을 것이다. 월간 <작은책>에서 마련한 손석춘, 김규항, 박노자, 손낙구, 김상봉, 김송이, 이렇게 6분의 강연과 하종강, 서경식 두분의 대담을 엮어 만든 책이 바로 '후퇴하는 민주주의'이다. 대부분 강연자들의 저서나 인터넷을 통한 글 등을 이미 접해 보았는데, 김상봉, 김송이 이 두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각각의 연사들의 강연 주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책의 소제목들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손석춘 - 혁명은 다가오는가? 김규항 - 진보란 무엇인가? 박노자 - 대한민국 주식회사 손낙구 - 집이 많은 놈, 집은 있는 놈, 집도 없는 놈 김상봉 - 학벌사회를 무너뜨리자 김송이 - 재일조선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종강&서경식 - 한국 노동운도의 현주소를 묻는다
다양한 주제로 유익한 내용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 새 책 한권을 홀라당 다 읽어 버리게 되는, 내겐 그러한 책이었다.
'후퇴하는 민주주의' 솔직히 책 내용에 비해 책 제목은 별로 마음에 안든다. 마치 2007년 말에 대선을 치루고, 2008년 부터 급작스레 민주주의가 후퇴되었다는 뉘앙스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물론, 그 느낌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절차적 민주주의 마저도 상당히 후퇴하는 모습을 현 정권 초기부터 보여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본질은, 각 연사들의 강연 내용은, 책 제목이 내게 가져다 주는 느낌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강연을 통하여(난 비록 책으로 읽었지만...) 우리가 챙겨가야 할 것 역시 그와는 다른 것이라 생각된다.
정말로 안타까운 훌륭하신 전직 대통령 두 분의 죽음을 지켜보며 한없는 슬픔에 잠긴지도 벌써 몇 개월이 흘렀다. 그 두분의 살아온 역정과 민중을 위한 따뜻한 마음과 숭고한 사상을 존경한다. 그러나 두 분 모두 '대통령'이라는 사회적 위치와 IMF체제, 신자유주의의 물결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 숭고하고 따뜻한 마음을 현실 정치속에 담아내지 못했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또한 사실이고 충분히 인정하고픈 현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논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 현재 MB에게도 그대로 유효하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며, 과연 누구의 입장에서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대다수를 이루는 평범하게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 우리 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도 명명백백하다.
어쩔 수 없는 해고로 어렵게 옮긴 직장에서의 1년간 급여도 받지 못하고 카드빚으로 생활해 왔으나 결국 회사 부도로 퇴직금마저도 받지 못한 가장, 아이의 병원비 3만원, 5만원이 없어 급기야 세 자녀를 어느 아파트 15층에 데리고 올라가 창밖을 보는 척하며 아래로 밀어버리고, 이를 보고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첫째 역시 밀어버리고, 막내 아가를 안고 엄마마저 함께 뛰어내려 자살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순이익을 천문학적 규모로 내는 포항제철, 포스코의 마흔다섯 살 된 건설 일용직 노동자, 작업 현장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 달라, 간이식당을 마련해 달라, 하도급 단계를 조금 줄여달라는 그리 거창하지도 않은, 지극히 인간적인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시위현장에서 두괴골이 함몰되고 늑골이 부러진 상태로 포스코 정문앞에 죽어가야만 하는 현실. 신자유주의 농정에 항의 좀 해보겠다고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농민들 중 공권력의 폭력에 맞아 죽은 예순 아홉의 노인. 이 모든 것들이 70년대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가장 민주적 정권이라는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역시 누구의 입장에서 어떻게 현실을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는 이렇게 다시 한번 언급해도 될 만큼 매우 중요하다. 공화국의 이념인 공공선의 개념 역시,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이로울 수 있는 가치이며 굳이 계급적 측면으로 해석한다면 월등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 계급을 위한 정책이 주되게 실행되는 것이 바로 공화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방면의 주제에 대한 명사들의 핵심 내용과 질의,응답한 내용을 통해 마치 강연장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읽었고, 동시에 것들을 생각하게 해 준 독서였다. 특히 그동안 잘 알지 못하고 특별한 관심을 갖지 못한 재일 조선인의 생활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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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에 있던 책을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약 10년 전에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보았는지, 오늘 우리는 그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MB정부가 출범하고, 사업가 출신답게 아무도 모르게 나라 곳간을 털어 제 주머니를 채우던 시절이었고, 민주주의는 갈 길을 잃어 비틀거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이 후퇴하고 있다고 느꼈던 그 시간을 견디고, 오늘 그 시간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 했길래 지난 시간이 이리도 엉망이 되었는지, 다시 그러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하는 교훈을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됩니다. MB를 이어 그네공주까지 나라를 파탄내던 시간을 견디면서 사람들이 얻은 교훈은, 내가 나서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엉뚱한 놈들이 세상을 거덜내겠구나~ 하는 것, 내가 가진 욕망이 만들어 낸 신기루가 내 눈을 가리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일 것입니다. 저들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겠지, 부자가 되면 행복해지겠지 하는 믿음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가를 깨달은 것으로도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교훈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예정된 시간을 견디어 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세월호 이후에 사람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고, 우리가 직접 목격했듯이 권력자를 끌어내는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아마도 지금부터 몇 년은 후퇴했던 민주주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세우는데 써야 할 것이고, 그리고 몇 년은 그 민주주의를 몇 걸음 앞으로 내딛도록 하는데에 써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 급하게 빨리 가고 싶겠지만, 모두가 어깨 걸고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진정한 전진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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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요원해 보였으나 유일한 희망이던 7,80년대에 눈에 보이는 '독재자'와 수구세력들을 물리치기만 하면 인간이 주인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 믿고 싸웠습니다. 많은 이들이 짱돌을 들고, 유인물을 돌리며 '적'에게 상채기를 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그 적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공격하던 이들이 상처입고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당시엔 적의 모습이 명확하기는 했습니다. 다른 모든 걸 잊고 그 적을 무너뜨리기 위해 끝없이 싸우다보면 언젠가 그 적은 피를 흘리며 쓰러질 것이란 믿음으로 불나방처럼 불을 향해 날아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그 적이 쓰러지고 이 땅에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고 믿었던 그 순간에 소리도 없이 전보다 더 막강한 적이 나타났습니다. 아무도 그 적이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사이에 말입니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우리의 거의 모든 것들을 내어 주고, 많은 이들이 적에게 항복하고 그를 위한 생을 살아가던 2009년도에 박노자, 서경식, 하종강, 김규항 등 좌파를 자임하는 이들이, 아직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그 '적'을 상대할 수 있는 힘과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손석춘 - 혁명은 다가오는가 김규항 - 진보란 무엇인가 박노자 - 대한민국 주식회사 손낙구 - 집이 많은 놈, 집이 있는 놈, 집도 없는 놈 김상봉 - 학벌사회를 무너뜨리자 김송이 - 재일 조선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종강/서경식 대담 - 한국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묻는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분들이 소리쳐 외치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아마도 자본주의 특히나 이 땅에서 위세를 떨치는 신자본주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자본이 '신'이 되어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 바꿔버리는 세상에서 민주주의 역시나 얼마만한 돈의 가치를 가진 것인지를 묻습니다. 물음의 중심에 '돈'이 있으면, 대답 또한 '돈'으로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질문을 바꾸지 않고서는 해답이 바뀌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 세상을 온통 뒤덮고 있는 이 '자본'에 대해서, 자본주의에 대해서 어떤 질문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될까요? 아마도 이런 것일 겁니다. '당신(나는)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혹은 '당신(나는)은 인간입니까?' 행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사이에 경계가 생기고, 인간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 '사이'에 아마도 '희망'이라는 것이 놓이게 될 것입니다. 아마 그 '사이'마저도 자본화하려는 욕망은 끊임없이 희망을 잘라내고 뿌리를 끊으려고 하겠지만, 언 땅을 녹이고 싹이 올라오듯이 세상 곳곳에서 하나씩 자라나는 모든 '희망'을 덮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살아남은 그 하나의 희망이 온 세상에 뿌리내리는 장관을 기다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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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40%를 상회하는 이명박은 대한민국의 희망인가. 일반의 기대에 못미치고 그 증거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던 것이 국정운영을 잘해서 국민의 지지가 그리도 높아진 것일까?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4대강 죽이기를 넘어서 민주화운동의 두 거물이 저 세상으로 떠나면서 남긴 ‘화해’와 ‘통합’의 정신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라도 한 것인가.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고 부동산 경기도 그 좋았던(?) 80년대 말을 보는 것 같이 들썩 거리는 것에 다수가 행복해지기라도 하고 있는 걸까. 747까지는 아니더라도 (7%성장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지만) 이명박의 경제정책이 꾸준한 효과를 발휘 하고 있는 것일까.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의 정책적 허술함이 드러나고 세종시와 같은 지방분권화의 약속은 어디론가 흔적을 찾기 힘든 때에 위기 극복 카드로 총리 인사가 일부에게 심어줄 ‘희망’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생존을 위해 싸우다 숨진 용산의 주검들은 아직도 싸늘한 곳에 얼린 채 8개월여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고, 쌍용차대량해고에 이은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의 해고로 이은 폭력 사태. 노동자의 대다수인 비정규직에 대한 대우가 ‘노예’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와 자유로 대표되는 21세기의 자유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습니까? 타오르던 촛불은 꺼지고 소통의 광장이 막혀있는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40%의 국민이 땅한 평도 가지고 있지 못하고, 17%의 상위계층 가구가 전체 주택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땅에서 매일 뉴스에 땅값이 오르네 아파트값이 오르네 하는 이야기를 당신은 즐겁게 볼 수 있나요.
평등하지 못한 조건의 경쟁을 통해 계급을 세습화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대한민국의 ‘교육’에서 출발선이 까마득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성큼성큼 달리고 있는 일부의 유복자들을 바라보는 서민 부모가 느끼는 절망감은 ‘나’와는 무관한가. 그저 착하고 바르게만 커라. 그리고 돈이 없더라도 나쁜 짓만은 하지 말아라 라는 말이 학벌 없이 취업이 원천 봉쇄되고 ‘서울대’가 아니면 ‘학벌’이라고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그래서 하층민에서 상층민으로 상승과 출세를 꿈꾸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나라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 말이다.
‘왜 40대인 아버지가 일하고 쉬는 시간보다 초등학생인 내가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나’라는 한탄의 유서를 쓰고 자살한 의정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일화는 오늘날 ‘교육’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징한다. 인간답지 못한 삶을 강요당하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좌절만을 맛보게 만드는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 성적을 비관해서 이달에도 한명, 다음 달엔 두 명이 죽게 만들고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또는 못 갚아서 죽는 대학생, 실업을 비관해서 죽는 가장을 낳는 사회는 개혁이 필요하다. 아니, 혁명을 꿈꿔야 한다.
국가의 위기는 애국심 충만한 국민이 ‘금 모으기’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으로 감당하며 IMF때 대량해고와 감원, 경기가 좋지 않으면 무조건 직원들의 감원과 해고를 반복하며 임원진의 감원이나 감봉은 고려하지 않는 기업들의 행태는 몸 바쳐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일 해온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파렴치함의 극한을 보여준다.
‘국익’은 과연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이익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국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기부양’의 이익은 주가상승과 기업매출의 향상으로 소수 상위 기득권층에게 돌아간다. 재벌가의 주가 보유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대한민국 평균수입의 수백 명의 노동자가 평생 먹고 살 돈을 보유한다. 나도 주식이 있다며 위로하고 작은 희망을 가지는 것은 노동자가 연대하는 것을 방해한다. 분열하고 개인화하는 마음이 모여 이룬 ‘민심’은 결국 대한민국을 ‘잘 살지 못하는’ 대중의 피만을 먹고 사는 파렴치한 괴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책의 머리에 등장하는 손석춘은 가장 낮은 단계의 ‘학습모임’을 주장한다. 마르크스가 이야기 했던 ‘학습하라, 선전하라, 조직하라’를 떠올리면 된다. 이런 연대가 모여 진보정당을 집권하게 하고 끊임없이 개혁을 요구하고 이루어내는 과정이 진정한 민중을 위한 발전이다. 이런 구호가 생경하게 느껴지고 빨갱이 라고 댓글을 달지 모르는 당신, 스스로가 과연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희망을 가지고 살며 그것을 내 주변의 다수가 공유하는 지 그리고 자손의 대로 물려주게 될 지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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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계의 거성들이 모였다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르웨이에서 귀화한 한국학학자 박노자,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철학자 서경식, 노동학자 하종강, 아웃사이더 편집자 김규항 , 철학자 김상봉 그외 김송이, 손낙구 씨 모여서 책을 펴냈다. 이유는, 한국사회를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분석하고 보다 진보적인 사회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들의 전문, 혹은 관심 영역에 대한 분석이 동반되는 것이다. 교양도서이고,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난해하거나 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서 분석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다. 손석춘 씨는 점점 경쟁이 가속화 되고, 사람들의 행복은 멀어져 가는 이 시점에서, 민중에게 점점 필요로 하는 것은 조직화를 통한 학습이다. 우리의 현재 삶의 불안의 근원인가는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의 의식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제일 것이다. 민중으로부터의 의식화는 결국 그들의 삶을 뒤바꿔줄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복안 일 것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만큼 계급을 잘 대변해주는 도구도 없을 것이다. 손낙구씨는 그런만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학자이다. 그는 한국사회 부동산 통계를 제시하며, 한국이 얼마나 빈부격차가 크며, 부동산이 한국의 행복지수를 하락시키는데 얼마나 기인을 하는가 증명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이 바로 이 손낙구 교수의 부동산 파트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주택에 거주하는 이가 162만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진보정권이 집권할 때에 가장 일차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마 이 부동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점점 일본의 전처를 밟으며 부동산 값이 폭락한다면, 주거권 문제는 해결될까? 두고 볼 일이다. 김상봉 교수의 학벌에 대한 논의 역시 인상적이었다. 내가 김 교수님의 학벌사회를 기존에 읽었던 탓에, 더 관심있게 읽어보았다. 학벌이 가지고 있는 어떤 함의는 사실 이런 것이다. 자신의 주체성이 미약하여, 어떤 허상적인 것에 자신의 가치를 부여하는 존재감의 부재. 너무나 적절한 지적이 아닌가? 우린 자신을 소개할 때, 자신의 특성 혹은 자신의 성격, 가치관을 소개하지 않고, 나는 어느 대학 출신이야 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 얼마나 초라한 일인가? 자신의 대학이 자신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나는 이 사회의 지배계급의 조건을 갖춘 명문 사학 출신이야 라고 말하는 것인가? 현대사회의 새로운 신분제를 나타내는 것인가? 그의 텍스트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폐부를 찌를만큼 정확하다. 다른 학자들의 텍스트 역시 한국사회의 보수성과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들의 텍스트의 공통점은 피지배계급 혹은 빈민, 서민층의 복지 혹은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아래로는 따뜻한 시선과 위로는 냉철한 시선이 책을 더 빛나게 하는 요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