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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원산지증명과 비즈니스 모델 - 윤영호
"FTA 원산지증명과 비즈니스 모델 - 윤영호" 내용보기
"인구 45억 시장에의 무관세 접근." 예로부터 관세 부과는 자유로운 물류를 막고 소비자들의 만족스러운 소비를 방해했으며 거시경제의 호황을 저해하는 부작용까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의 철폐가 늦어지거나 아직까지도 실현이 안 되는 건, 각국 정부의 입장이라는 게 있고 더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할 자국 내 산업의 현황이 있으며 세계적 범위에서의 생산 분업이라는
"FTA 원산지증명과 비즈니스 모델 - 윤영호" 내용보기

"인구 45억 시장에의 무관세 접근." 예로부터 관세 부과는 자유로운 물류를 막고 소비자들의 만족스러운 소비를 방해했으며 거시경제의 호황을 저해하는 부작용까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의 철폐가 늦어지거나 아직까지도 실현이 안 되는 건, 각국 정부의 입장이라는 게 있고 더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할 자국 내 산업의 현황이 있으며 세계적 범위에서의 생산 분업이라는 게 그리 공고한 기반을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1990년대 후반에 야심차게 출발했던 세계무역기구(WTO)가 현재 제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고, 2010년대에 WTO를 거의 대신하여 무역 질서의 중심을 잡아 주리라 기대되었던 개별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 역시도 많은 예외 규정 탓에 양국 사이에서마저 폭발적인 효용 증진을 낳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트럼프 같은 이는 대통령 재임 시에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나쁜 약정이었다며 재협상 내지 폐기를 시사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바마가 나쁜 협상을 했다면서 말입니다. 도장을 찍은 건 오바마지만 실무상 세부 내용이 확정된 건 그 전임자인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때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해 불만을 품고 협정 종료를 들고 나왔다면, 물론 협정상 그럴 권리는 있습니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중 하나에 대해 그처럼 disrespect를 보인다면, 향후 한국은 경제 활동 곳곳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미국은 혹 일방적으로 저런 행동을 한다 해도 당하는 우리 입장에서 아무런 응징을 할 수단이 없을 것입니다(혹 그런 게 있다면 북-중-러 연합에의 가담?ㅋ). 약소국의 설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쨌든 간에, 현재 한국은 지구상 곳곳의 나라들과 FTA를 맺고 있으며,  이들 나라로부터 비교적 싼 가격에 물자(와 서비스 일부)를 사 와 향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FTA의 효과라는 게 그에 그칠까요? 한국에서 무엇을 생산하는 업자라든가, 그 업자의 물건을 대신 팔아 주는 다른 업자들의 경우, FTA 협정이 맺어진 상대방 국가에다가, 그 나라에 아예 없거나 생산이 미미한 상품(과 서비스)을 갖다 팔 수 있고 이게 미개척 분야라면 의외로 대박이 터질 수 있는 겁니다.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그 나라 국민과 같은 대접을 받으며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데서 이런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책 제목에서 "비즈니스 모델"이라 한 건 그런 이유에서인데, 다만 FTA가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무관세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일부에 제한이 있으며, 또 진정으로 협정 당사국(즉 우리 나라)에서 생산된 게 맞는지, 즉 (그 나라로부터) 무관세 혜택을 받을 자격이 과연 있는지를 먼저 알아 보고, 또 증명을 해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업자들에게 실무 바이블 노릇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수입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저 나라에서 한국에 들여오면 괜찮겠다 싶어 일을 진행했는데 막상 FTA 해당 사항이 없다면 이건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겠습니다.

FTA는 이를 체결하려는 나라들 사이에 어떤 표준 모델, 레퍼런스라는 건 있을 수 있어도, 통일된 양식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양 당사국 사이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협정이 맺어질 수 있으며 그 내용은 오히려 천차만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도 나오는, 한국과 EFTA(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와의 협정은 그 내용과 범위에 매우 제한이 많아서 경제적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인도와의 사이에서는 기어이 FTA가 맺어지지 않고 대신 CEPA라는 이름의 협정이 체결되었는데, 내용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결국 FTA의 기준에는 많이 못 미치므로 이름도 그렇게 붙은 것입니다. 참고로, EFTA라고 할 때의 A는 association의 두문자이이며, FTA라고 할 때에는 agreement를 가리킵니다.


책의 부제에는 45억 인구 무관세 시장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책 초판 출간 당시에는 아직 인도와의 CEPA가 최종 타결이 안 되었고 EU와의 교섭도 초기 단계였습니다. 반면 한미 FTA가 의외로 노무현 대통령이 이니셔티브를 미국 측에 취해 급진전되자 중국이 부랴부랴 우리한테 접근해서 한중 FTA 체결을 타진해 왔었습니다. 이렇게 인도, 중국 등도 조만간 FTA 질서 안에서 만날 수 있겠다 싶어 45억 인구라고 표현했겠다고 저는 추측합니다. 중국과의 FTA는 한참 후 RCEP으로 마무리되었는데, 2009년에만 해도 유능한 경제관료 출신 후진타오(胡錦濤)가 최고지도자였으므로 중국 경제 실정도 참으로 좋았고 한국도 그 혜택을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은? 보는 대로입니다.

다만 앞서도 말했듯이 말이 FTA지 그 내용은 당사국 협정에 따라 판이할 수 있으므로 개별 내용을 반드시 살펴야 합니다. 관세사인 저자가 다른 여러 이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저술했으므로 내용이 방대하고 정확하지만 그새 사정이 바뀐 대목이 많으므로 최신 사항을 추가로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v*****7 2024.02.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