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명함을 내밀정도로 영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할만한 인물은 못 됩니다. 그냥 재미가있네 없네를 말하며 저 배우 연기가 죽였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내 인생이 어떻더라 등등의 뒷이야기를 즐겨 하는 관객중에 하나입니다.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저 영화관련 서적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반가웠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총 30편의 영화 중 제가 보았던영화의 제목이 꽤나 많이 보였습니다. 누가 쓴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전문가에 글이기에 내가 봤던 그 영화들을 전문가는 머라고 말할까? 가 궁굼했습니다.
이 책에 제목은 영화인문학 입니다. 영화입문학이 아니라. 인문학(人文學) 입니다. 인문학(人文學)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이 처해진 조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라고 네이버는 말합니다. 그러니 이 책 <영화인문학>은 영화를 인간이 처해진 조건에 비추어 학문적으로 풀어보겠다 라는 걸까요?
뭐 여느 책과 다를 것 없이 첫장을 열어보니 작가의소개가 나옵니다. 김영민, 김영민 작가의 직업은 철학자이자 숙명여대 교수 입니다. 92년도 부터 철학과 인문에 대한 다수의 작품을 발표 했었군요. 영화평론가도 아닌 대중문화평론가도 아닌 더구나 감독도 배우도 아닌 철학자의 눈에 비췬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철학과 영화의 만남이라니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지레 겁이 나긴 합니다. 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속이 하애지곤 하니깐요.
책에 등장하는 영화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총 30편 입니다. 밀양, 아주 특별한 손님, 괴물, 가족의 탄생, 달콤한 인생, 용서받지 못한자, 극장전, 가능한 변화들, 바람난 가족, 와이키키 브라더스,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것, 거짓말, 8월의 크리스마스, 학생부군신위, 넘버3, 서편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하얀 전쟁,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기쁜 우리 젊은 날, 자녀목,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 이어도, 영자의전성시대, 바보들의 행진.
책은 한편 한편의 영화마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두 세 페이지를 할애 합니다. 이는 감독의 작품을 이해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다른이들에게는 몰라도 저에게 조금 흥미로웠던 사실은들 이창동 감독의 전직이 국어교사 였다는 사실과 괴물의 봉준호와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그리고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감독등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이라는 것 입니다. 그냥 mbc아카데미나 이런게 생각나서 말 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사실은 문제작만 만들어 내는 문제감독인 장선우 감독이 서울대 출신 이라는 것 입니다. 머 본인이 너무 학벌지상주의자 같아 보이긴 하지만 놀랐던게 사실 입니다.
책을 읽으며 본 영화와 보지 않은 영화로 나누어 본영화를 먼저 읽었습니다. 그래야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아서 말입니다. 꽤나 많은 영화를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나눠놓고 보니 딱 15편의 영화를 보았고 또 15편의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철학자이자 교수인 저자 김영민은 밀양에서는 도둑맞은 용서를 또 다소 어렵긴 했지만 괴물을 통해서는 인간의 무늬와 진리를, 가족의 탄생에서는 버릇과 습관으로 맺어진 새로운 가족의 탄생에 대해, 달콤한 인생에서는 원인과 결과에 대해 세속적을 빚대어 풀어 나갑니다. 또한 바람난 가족에서는 창의적 불화에 대해,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희망과 진보에 대해 또 8월에 크리스마스에서는 시간과 무지가 인간에게 미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무슨 모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운데 재밌네요. 드디어 문제작인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에 대한 페이지 까지 도달 했습니다. 사실 이영화는 개봉 할 무렵 친구가 너무 보고 싶다(정말임;;) 하기에 극장엘 가서 봤습니다. 중간쯤 보고 나오긴 했습니다만... 영화의 내용을 아실라나 모르겠지만 정말 간단하게 간략하자면 채팅으로 만난 남녀가 섹스를 즐기를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즐김이 너무나 원초적이라 차마 끝까지 관람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관객들을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토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커다란 스크린에 남자 주인공의 성기를 등장시켜 좌중을 술렁이게 만들기까지 했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했던 거짓말을 무어라 평할지 궁굼했습니다.
<거짓말>이 주는 어지러움은 일차적으로 이 당대적 권력과 그 분별심에 퍼붓는 모욕적 퍼포먼스의 효과다. 숱한 이론이 주워섬기듯이 문화가 일종의 신경증적 미봉의 상태를 가리킨다면, <거짓말>의 어지러움은 상징적으로 통합된 그 문화적 신경증이 일거에 부서지면서 정신병적 실재가 어른어른 드러난다는 데 있다. -P152-
저자는 장선우의 거짓말에 자연스러움이라는 설명을 합니다. 다른 자연스러움 혹은 더 깊은 자연스러움, 역시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장선우의 거짓말은 역겹지만 그런사람이 없다라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 이기도 했습니다.
<거짓말>은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 관객을 한편 끌어당기고 한편 내몰면서 더불어 만들어낸 한 판의 굿 같다 -p157-
가욋사람, 모짝, 나우, 맨망스럽다 별미쩍다 이런단어를 단번에 보고 아신다면 당신은 언어 천재. 사실 이 책은 어려운 내용만큼이나 어려운 단어들이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은근슬쩍 속으로 "왜 이렇게 어려운 단어가 많아?" 라면 원망 했었는데, 책의 끄트머리에 작가가 친절하게도 어려운 단어들의 해설을 첨부 해 놓았더군요. 그리고 책을 다 읽을 무렵 작가가 일부러 이랬다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 글이 어렵다고 불평하신 몇몇 독자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이후에도 가급적 어려운 글들을 골라서 보시기 바랍니다. 죽을 즐기는 것은 병자이지만, 밥을 잘 씹어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은 건강법이기도 하답니다. -P311-
작품의 미장센이 어땠느니, 연출이 어땠느니 스토리가 빈약하냐느니 이런 비평은 이 책에 없습니다. 다만 작품의 주인공들이 그곳에서 살며 느끼듯이 우리도 그들이 느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인간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 책은 어렵지만 흥미롭게 재미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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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문학에 대해 무지하다. 영화는 좋아하지만, 가끔 씨네21이나 무비위크에 나오는 평론가들의 길고긴, 피곤한 감상을 보다보면 내가 멍청해서 저 영화를 다 이해못하고 겉으로만 봤나 해서 좌절을 느끼거나, 뭐이리 피곤한 말이 많아 하면서 툴툴거렸다. 그런 피곤함을 극복하고 싶었다. 나도 영화 있어 보이게(?) 보고 싶다고 할까? 잘 기억은 안나지만 신문연재로 이 책을 먼저 접했던것 같다. 책에나오는 다양한 어휘보다 수식이 편한 공대생이기에 살짝 두려워 하면서.
책의 저자는 현직 철학교수다. 그렇지만 영화를 철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이해 불가능하게 마구마구 파고 들지는 않는다. 27편의 영화의 감독의 소개와 출판 시점의 감독의 다음작품등을 소개하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이해를 돕는다. 27편이라는 영화 숫자는 많아보이지만 한편을 소개하는데 그리 많은 페이지를 쓰지 않는다. 저자의 글은 어울림의 무늬와 혹은 어긋남의 흔적이라는 소개처럼 선배에게 물려받은 책의 필기 같은 것이다.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지만, 선배가 괜한 선배겠는가? 먼저 경험한자이며, 글을 읽는 독자보다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내가 느끼지 못한 다른 힌트와 공감을 더 깊게 새겨 넣었을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훌룡한 필기다. 일부러 내가 본 영화의 챕터만 찾아봤는데, 최근에 본영화도 있고 오래전에 본 영화도 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며 영화를 기억속에서 되씹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문체는 나긋나긋 하지만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고, 조용하고 속삭이는듯한 어투지만, 현 시대의 인문학적 가치의 상실과 노력의 부재에 강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저자가 표현하듯 낮의 이명박과 밤의 강호동으로 대변되는 인문학의 소통의 부재에 나도 역시 부재했기에 찝찝함이 남는다. 인문학적인 가능성을 영화로 이야기한건 전적으로 우연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 역시 우연찮게 이 책을 우연찮게 봤지만 내 앞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은 드러난 우연이니, 그 테두리와 흔적을 쉽게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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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글에 매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 자체가 아름다워서일 수도 있고, 내용을 읽고 유익한 정보를 얻어서일 수도 있다. 특히 작가의 생각이나 관점이 나와 유사하거나 닮고 싶은 경우 흠뻑 빠져들게 되는데 이번에 <영화인문학>(글항아리, 2009년)을 읽으며 김영민 교수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영화인문학>은 말 그대로 영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대개 인문학은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 누가 인문학에 울타리를 둘러친 것이 아니건만 대부분 보이지 않는 경계를 긋는다. 그래서 인문학의 경계 내에 쉽고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도 쉽게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저자 또한 이러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철학자로서 인문학의 내용을 좀 더 쉽게 알리려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펴내면서도 애써 인문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라 말한다. “이 책 속의 영화인문학은 인간의 안팎이 서로 스치고 겹치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그 무엇에서든 맺히게 마련인 이치들과 그 인문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일 뿐입니다.”(9쪽, 머리글) 머리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27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으면서도 체계적인 분석과 비평의 관점으로 다가서지는 않는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나는 대로 풀어놓는다. 물론 철학자의 관점에서다. 일반적인 철학의 개념을 적용하면서도 본인의 독창적인 개념이 함께 담겨 있다. 영화를 통해 인문학을 소개하기에 좀 더 쉽게 서술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약간 의미 해석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역시 철학은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이 역시 그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문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겪어야 할 통과의례와도 같다. 공부를 해야 한다. 단순히 영화 줄거리만을 이해하고자 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방식을 따라가다 보니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는 느낌이 얼핏 들었다. 책 한 권 읽고 괜히 과장한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27편의 영화읽기를 하며 처음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아졌다.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또한 인문학적 영화 읽기가 끝난 후 마주하게 되는 개념어집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일반적인 개념에 대한 철학적 사유인데 개념의 정의가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유익하다. 그 개념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 김영민 교수의 전작 두 권을 따로 주문하기까지 했다. 인문학은 분명 어려운 학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우리의 삶 읽기로 받아들이고 실천해 나간다면 아주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몫을 내 것으로 전유하는 방식과 노력 속에 인문학적 성숙의 일단이 있습니다.” (37쪽) by 꽃다지, 2009년 9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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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고의 어느 구석에서, 영화분석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이 책을 열었다. 단정한 표지와 다르게 안에서는 폭풍들이 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 이런 표현은 정말 이런 책을 만났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 조금 과장하자면, 심봤다, 라고 외치고 싶은 그런 느낌?
한국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분석력이 남다르다. 이 영화의 어떤 모습들, 스쳐지나가는 사람의 언행에서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문제의식과 주제의식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다. 저자가 내공이 있다고 해야 할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의식’들이 쉽게 다가왔다. 레어 아이템을 얻은 그런 느낌이다.
사실 이런 책은, 나만 알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려주기 싫고 권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좋은 책이니까, 쓴다. 왠지 막 말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 든다. 이 책 나는 봤다!!!, 라고.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이후에, 진정 오랜만에 만난 '진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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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人文은 인문人紋인데, 말 그대로 ‘사람의 무늬’를 뜻한다. 그래서 인문학은 인간의 무늬를 살피고 헤아리는 공부인 셈이고, 마찬가지로 인문학의 진리란 인간의 무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설렁설렁 말하자면, 인간의 무늬 속에 진리의 조건을 두게 되면서 철학적 근대가 열린다. 그런데 인문학적 진리의 조건을 이루는 인간의 무늬는 조개껍질처럼 단순한 게 아니라 겹/층을 이루고 있다. 겉무늬가 있는가 하면 속무늬도 있는 것이다.’ p 42 몇 번을 읽더라도 좋으니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게는 어려운 글이었다. 영화인문학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를 통해 김영민 교수의 철학적 해석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컸다. 그가 선택한 한국인의 정서와 역사를 잘 살려 낸 한국 영화 27편을 만나는 시간은 얼마큼 이해했냐를 떠나서 즐거운 것이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떠올려 다시 그 감동을 느끼고, 제목은 익숙하지만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는 앞 선 세대의 흑백 영화를 만나는 것도 생경하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인문학에 무지한 내가 인간 본연과 그 너머의 ‘어떤 것’을 알려고 하면 무리인 것을 알기에, 그저 우리 삶의 단면을 영화를 통해 만나는 것을 족해야 했다. <여자, 정헤>로 잘 알려진 이윤기 감독의 <아주 특별한 손님>은 일본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도 만나게 되었는데, 나는 영화가 훨신 느낌이 좋았다. 주인공 보경은 명은이라는 사람과 닮았다는 이유로 명은의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낯선 이들과 낯선 곳으로 동행하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을 통해 명은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보경은 타인으로 선 자신을 보게 된다. 보경의 등장으로 곧 장례를 준비하게 될 명은의 집은 들썩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보경은 명은이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저자 김영민은 <아주 특별한 손님>은 ‘자아는 종종 타인을 통해 바뀐다는 소식, 거꾸로 나는 영영 스스로 바뀔 수 없다는 상식을 다시 일깨운다. 타인은 템포다. 인문학 공부의 실천은 그 템포에 응하는 응접의 방식에서 시작되며, 그 템포를 놓치는 자아는 나르시스트와 에고이스트 사이를 우왕자왕하게 된다. 너무 빨리 다가서는 타자는 귀신이거나 괴수이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타자는 메시아가 된다.’p 36 라고 말했다.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이어졌다. 이병헌의 연기가 돋보였던 <달콤한 인생> 속 보스와 선우는 서로를 믿고 의지했지만, 결국 서로에게 총을 겨눈는 부분에 대해 말한다. 조폭 영화, 명령 - 복종의 수직적 관계지만, 인간대 인간으로 마주했을 때 동시에 서로를 죽여야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했지만, ‘진짜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 보스의 여인을 품었기에, 죽이려 했을까. 오히려 상대를 죽일 수 있는 힘은 ‘진짜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며, 그것을 강박적으로 찾으려는 애착 속에서 오히려 그 진짜 이유를 밀어낸다는 것이라,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호감이 관계를 구제할 수 없는 곳, 바로 그곳이 우리의 세속입니다.’p 71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관계의 시작은 때로 아주 사소한 호감에서 시작하지만, 관계를 지속하거나 구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되버린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8월의 크리스마스>를 글로 다시 만나니, 정원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다림이 사진관 앞에서 그를 원망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사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재한 모든 것은 사진으로 담을 수 있으며, 사진 속에서 영원할 수 있다. 짧은 생을 살다가 영화처럼 떠난 영화배우 고 장진영의 환한 미소가 눈에 아른거린다. 익숙한 제목이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영자의 전성시대>는 예상했던 유쾌한 영화가 아니었다. 1970년대 서울로 상경했던 우리 모두의 언니이자 누나였던 많은 영자들, 그들의 고달픈 삶과 사랑이 슬펐다. 식모로 버스 차장으로 결국, 강간당하고, 팔까지사고로 잃게 된 영자에게 철공소 직원인 창수의 사랑은 지고지순 그 자체였다. 그러나 두 청춘은 사랑이 주는 또 다른 모습인 상처를 보지 못햇던 것이다. 오직, 그들보다 더 앞서 삶을 살아온 김씨만이 앞날을 예견할 수 있었기에 그들의 사랑을 반대한다. ‘상처받은 자들의 사랑은 그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져가면서 더불어 이루는 호혜의 합작合作이 아니라 그 상처를 덧나게 하고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그에 대한 턱없는 비용과 대가를 요구하는 어리석음의 고독인 것이다. ’p 300 한편으로 그들의 화합을 원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현실은 사랑이 아닌 상처가 더 부각된다는 것을 안다. 가족에 대해 새롭게, 아니 근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가족의 탄생>이나 <바람난 가족>, 조선 시대 여인의 삶을 그린 <자녀목>도 특히 인상적이었다. 많은 영화들 중에 선택되어진 27편의 영화만이 인간의 무늬(人紋)를 가장 잘 드러낸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아쉬워했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통해선 어떤 인간의 흔적을 말했을까, 궁금하다.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인문학,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인간을 다루는 문학,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어디서나 인문학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장미와 주판 를 만나봐도 좋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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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들여다보는 인문학은 어떨지 자못 기대되는 책이었다. 솔직히 김영민이라는 저자를 잘 모른다. 그러나 책의 머리말을 접하는 순간부터 기억하고 싶어서 자꾸 저자의 이름과 사진을 들춰보았다. 잊어버리지 않으려 안달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어울림은 무늬로 남고, 어긋남 또한 흔적으로 남는다는 건 결국 어떠한 것이든 선택의 여지없이(자의, 타의 마찬가지.) 삶을 이루는 결이 된다는 데서 나온 말일 것이다. 쉽게 풀어쓰지 않는 글의 저자지만 그렇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건 아니었다. 한겨레 신문에 실렸던 글을 모아 책으로 낸듯한데 바라건대 앞으로도 글 좀 아니 책 좀 많이 내주면 좋겠다.
한국영화 27편을 차례대로 보고, 들으며 보고자 했으나 미처 놓쳐버린 영화를 만날 때면 저자의 글은 더욱 영화를 보고 싶게끔 했다. 시작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었는데 영화를 직접 보지 못했고 시나리오만 읽었다. 영화를 보지 않고 읽었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 얼핏 방송에서 소개할 때 본 몇 분의 영상을 기초로 나머지는 상상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시나리오만으로도 본듯한 환상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저자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이미 90년대에도 <철학으로 영화보기, 영화로 철학하기>(1994)란 책을 내었던 저력이 있었다. 저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밝혔듯 이 책은 영화로 인문학적 가치와 생산성 등을 진지하게 돌아본다.
영화를 좋아하거나 즐기는 사람이 많다. 과거 한국영화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말이 많았던 시대에도 주옥같은 작품은 존재했고 이제 한국영화의 미래를 의심하는 자는 없을 만큼 진보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깰 틀이 남아있으므로 기대가치도 크다 하겠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는데 영화를 그저 즐기는 오락으로만 취급하거나 속물적 혹은 상업적 가치만을 매기기도 한다. 이런 세태는 즉, 세속에 속한 영화이기에 제외될 수 없는 운명인듯하다. 이 책에서 끊임없이 언급하는 세속의 의미를 돌아보면 이해가 간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박종원 감독.) 편의 마지막에 했던 말 '체제가 그 체제를 바꾼 메시아를 재체제화 하는 그 경겁스러운 순발력! 세속이 꼭 그런 것입니다.'(225쪽.) 그리고 개념어집에 쓴 첫 문장 '세속世俗이란, 체계 속에 얽히고 마모되어 돌이킬 수 없이 어리석게 퇴락해가는 관계들의 총칭이다.'(331쪽.)처럼 곳곳에서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쉰다. 그런데도 글 자체가 차분하고 깔끔하게 정리된다. 그래서 무언가 몰두해서 건져내려는 순간 이미 다음 영화로 어김없이 넘어간다. 조금 더 길게 이야기해도 충분히 환영받을만한 글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보고서 가족과 괴물뿐 아니라 이 시대와 사회의 괴물에 대해 생각하며 역시 봉준호 감독이란 생각을 하던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또 좋아하는 감독인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잊고 있던 영화가 내 안에서 살아났다. 감독들의 최신 근황과 신작 이야기도 짤막하게 나와있어서 좋았고 주옥같은 오래된 명작도 되돌아 보게 되어 행복했다. 우리 영화 속의 일등공신인 수많은 감독을 만나며 그간 소홀히 했던 영화의 매력을 새삼 재발견한다.
영화를 통해 반영된 모습의 사람과 사상, 시대를 본다는 건 인문학적으로 실로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이었다. 그래서 정말이지 잘 읽었다고 생각한 책이다. 심리학, 철학으로 접근한 책은 이미 만난 거 같고 이렇듯 인문학을 전면에 내세운 김영민식 토크(그의 글맛은 말과 비슷하게 느껴진다.)에 넌지시 빠져보라고 지인들께 권하고 싶었다. 영화 이야기만 늘어놓은 거 같지만 사실 인문학에 대해 뭐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사람의 무늬를 읽으려는 인문학의 가치를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무늬라는 게 천차만별이 아니겠는가. 전반적인 흐름을 따지고 들자면 대략의 결이 나오겠지만, 아무튼 심오하고 흥미로운 분야라는 건 분명하다. 책을 읽다 보니 시, 소설에서 어느 순간부터 인문학으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나를 발견했다. 아마도 지속적으로 접해야만 살아갈 힘이 날 거 같은 장르라 하겠다. 학문의 즐거움을 떠나 소박하게 말하자면 공부의 신명을 이어주는 힘이 된다. 어찌 말하고 보니 소박한 게 아니라 부풀려진 듯하지만 그만큼 인문학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게 좋다는 의미로 받아주면 좋겠다. 많은 독자와 만났으면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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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어렵다고 불평하신 몇몇 독자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이후에도 가급적 어려운 글들을 골라서 보시기 바랍니다. 죽을 즐기는 것은 병자이지만, 밥을 잘 씹어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은 건강법이기도 하답니다'(311) 책을 다 읽고 나니, 도무지 내가 뭘 어떻게 읽었을까... 싶은 마음에 책정리하기가 난감한 상태였는데, 그러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저자가 대놓고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오히려 편하기도 하고, 좀 더 꼭꼭 씹어 소화시켜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내가 좀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 영화인문학은 영화비평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영화의 이야기에 담긴 이야기라고 느껴진다. 영화평론가가 아닌 철학자가 바라본 영화이야기는 기존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비평과는 사뭇 다른점이 느껴져 처음 글을 읽을 땐 어딘가 색다르긴 했지만 많이 낯설었다. 만일 첫번째로 언급한 영화가 '밀양'이 아니었다면 나는 과감히 이 책을 쑤욱 밀어놓고 다른 책을 집어들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밀양은, 내가 단지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황금같은 휴일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전례를 깨고 과감히, 그것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영화관을 찾아서 봤던 영화였다. 그런 밀양에 대해 자분자분 이야기하고 있어서, 또 그 이야기가 맘에 들어서 어쩌다보니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다. 그래도 역시 영화인문학을 읽기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계면쩍은 부탁이지만, 제 글도 그렇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 글의 템포와 리듬이 다소 이상하더라도 그것을 괴물로 만들지 혹은 메시아로 영접할지는 오로지 독자 여러분의 몫이기 때문입니다.'(47)라는 말에 뜨금해하면서 꾸역꾸역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나마 재미있게 봤던 영화나 그 유명세를 타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영화의 이야기는 그 리듬에 맞춰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전혀 알 수 없는 영화이야기는 그저 눈으로 문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보지 않은 영화가 너무 많아 그 템포와 리듬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이 책이 분명 맘에 들고 좋은 것은 알겠는데, 그 뜻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 절망스러울 수 밖에. 영화를 찾아서 보고 난 후, 다시 곱씹으면서 이 책을 펴들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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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기 전 자리를 찾아가 앉아서, 두근두근 기대하며 영화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참 좋다.조명이 꺼지고 화면이 밝아지면서 약간의 광고가 나가고 기다리던 영화가 시작된다. 그로부터 한두 시간동안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울고 웃다 보면,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자리를 뜨기 어려울 정도로 빠져 있음을 알게 된다.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밝은 거리로 나오면 울렁증이 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영화는 이런 흡인력으로 존재 깊숙이 들어올 수 있지만, 동시에 아주 짧은 동안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순발력 있게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저 영상과 소리를 즐기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책 같으면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을 만났을 때 책장을 잠시 덮고 생각을 해볼 여유가 있는데,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도중에 끊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눈치가 없고 둔한 편이라 미묘한 심리와 국면의 전환 등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바람에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의 절반 정도도 못 깨친다고 할까.
<영화인문학> (2009, 김영민 지음, 글항아리 펴냄)은 철학자인 김영민 교수님이 우리나라 영화 27편을 인문학과 연결시킴으로써 우리네 삶을 설명하는 책이다. 한겨레신문에 연재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고 하는데, 30년에 걸친 우리 영화를 한 자리에서 보게 되어서 더 편하고 뿌듯하다. 이 책에 실린 영화들 중에서 내가 제대로 본 것은 두 편밖에 되지 않는다. 몇 장면이 익숙한 영화는 여덟 편이고, 절반 이상이 생소하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나가기는 어렵지 않다. 그 영화를 제작한 감독의 소개에서부터 시작되어 영화 전반의 내용이 간략하게 서술되고, 그 안에서 만나는 인문학적 용어와 이념들이 이야기된다. 철학자가 설명하는 영화 장면들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듯했던 장면에 어떤 의미가 숨어있었는지를 깊이 있게 바라보도록 돕는다. 내가 제대로 본 두 편 중의 한 편인 <달콤한 인생> 꼭지를 볼까. 저자는 이병헌이 연기한 선우에게서 '체계의 노동'과 '정서의 노동', '인식의 노동'이라는 노동의 삼발이를 말한다. 그리고 선우가 죽을 위기에 처해야 했던, 보스를 죽여야 했던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유라는 것은 영영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대상이며, 그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쉼 없는 재서술의 과정이 곧 인문학의 내적 동력'이기도 하다는 인문학적인 설명이 곁들여지면서, 진짜 이유를 모른다는 치명적인 사실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깨닫게 된다.
아무래도 철학과 인문학은 사용하는 용어부터가 어렵다. 그래서 책 뒷부분에 나온 용어 설명집을 먼저 보는 것도 좋겠다. 한자어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우리말들도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 말들도 뒷부분에서 그 뜻을 찾아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참 표면적으로밖에 영화를 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속적인 너무나 세속적인 매체로 떨어진 영화(보기) 속으로부터 전래의 인문학적 가치와 생산성, 그리고 새로운 진지함을 톺아보고 구제하려는 시도'가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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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좋아하는 장르가 다 다르지만 영화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영화를 좋아해서 특별한 취미가 없는 사람들이 그냥 영화감상이나 책보기리가 말하지만 내 취미는 정말 그 흔한 책과 영화보기다. 지금은 자주 보진 못하지만 한 때는 극장에서 하루에 세 편을 보기도 하고 비디오는 여러편 몰아서 보기도 할 정도로 책 못지 않게 장르불문하고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나오면 더욱 챙겨보지만...
영화 인문학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영화 평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기에는 수많은 한국영화들 중에서 작가가 선호하는 혹은 관심있는 27편의 한국영화들이 등장한다.
27편의 영화 중에서는 책을 통해 접하고 영화로 본 것도 있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게 된 경우도 있다.
내가 봤을 때와는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다시 보게 됐다.
같은 영화나 책을 보더라도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경우가 많이 있다.
어렸을 때 봤을 때와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봤을 때는 비슷한 것도 있겠지만 느낌이 많이 다른 경우도 많다.
그동안 봤었는데 내가 의식하지 않고 지나쳤던 장면들이나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이 책을 통해 접하면서 다시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 잘 아는 것처럼 너무 틀에 짜맞추려고 한다거나, 구지 감독이나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닌데도 그 안에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는 하는 것처럼 억지스럽게 깊게 파고 드는 경우들이 있어서 사실 나는 전문가들의 평론보다는 일반인들이 쓴 리뷰가 더 와 닿을 때가 많다.
저자가 철학자여서 그런지 인문학 관점에서 영화를 다뤘지만 여느 평론이나 전문가 리뷰처럼 부담없이 읽기에는 조금은 난해한 용어들이나 생각지도 못한 시선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는 평론집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책을 들었다가는 한 두편 정도 읽다가 다음에는 기약하면서 서가로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생각해 보면서 읽을 수 있는 괜찮은 책이다. 구지 순서대로 27편의 영화 이야기를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봤던 영화나 혹은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나오는 영화 이야기부터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사실 나도 내가 궁금했던 영화부터 먼저 찾아봤으니깐...
영화와 인문학...
왠지 연관이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동안 서로 다른 공간에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 영화 하나하나를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었고, 역사나 사람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 느낌이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됐다. 이번에는 한국영화만 다뤘지만 다음번에는 외국영화를 다뤄도 좋을 것 같다.
김영민 작가에게 어떤 영화들이 선정되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갈 지 벌써부터(? 작가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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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고, 영화속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도대체 어떻게 내용을 정리해야 할지 막막했다. 스물 일곱 편의 영화를 다루면서 각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인간내면의 의식세계, 현실에서 소외된 인간, 가족의 의미, 진리와 용서 등에 관한 언어와 풍경이 인문학적 깊이로 다시 만들어진다. 모두 한국 영화를 소재로 하여 상업성과 예술성에 있어 성공한 작품도 있고, 상업성에는 실패했으나 예술적인 부분에서는 두각을 나타낸 작품들도 있다. 영화를 매개로 하여 이론과 형식 위주를 벗어나 우리 삶의 곳곳에서 새로운 가치로 성숙되고 있는 온갖 진리와 거짓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와 새로운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작가가 철학자여서 인지 상당한 철학적 깊이와 사색을 요구하는 책이다.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여 관객에게 무한한 감동과 오락을 주는 장르이다. 이 책은 영화가 감동과 재미도 있겠지만 거기서 조금 더 발전하여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과 사회 속에서 보여지는 가치와 존엄성을 말하고 있다. 첫번째로 소개된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 이 작품은 어디까지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용서의 영역이고, 어디가 신만이 할 수 있는 용서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종교의 기능이 상처받은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그 상처를 어떤 매개체를 통하여 치유가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진정한 용서는 어디에서부터 오는지를 생각해 보면 상처받은 약자를 통해 용서의 빛은 소생함을 알게된다. 영화를 보지 않고서 이 책에 수록된 각 작품들을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울 듯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버거움을 느꼈다. 27편의 작품 중 내가 본 영화는 고작 7~8편 정도여서 작가의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 수록된 거의 모든 작품이 한국 사회의 현실과 인간 내면의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작으로 앞으로 시간을 내어 꼭 한번씩은 보아야 할 것 같다. 복잡한, 철학적 사고를 기피하는 나에게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게 만든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