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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지하 시를 읽었다. 내가 평소에 김지하의 시를 좋아하는 것은 그 특유의 생명력이 느껴져서이다. 김지하 시인이 평생을 어떻게 살아왔고 최근의 행보가 어떻게 비판을 받고 있든, 그것과 전혀 별개의 문제일 수는 없겠지만 작품은 그 작품 자체로 읽고 평가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헤르만 헤세의 시화첩을 손에 쥐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인이라면 당연히, 시화첩 하나 완성해보는 것이 꿈이리라. 선과 불의 결합이나 추의 미학의 구현에 대한 시인의 거대한 포부는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 아름다운 수묵으로 장식된 페이지에 심취한다면 그것 자체로 행복한 일일테지만 -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할 시들은 엉성하게 느껴진다. 예전의 생명력은 안에 꼭꼭 숨겨져 있는지 음미해도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 녹차 티백를 아무리 우려내도 물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 반복되는 시상과 표현들은 많은 절들에 발걸음을 했을 시인의 절박함에 독자들이 접속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내가 너무 시를 피상적으로 읽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김지하 시인을 좋아하는 나로써, 이 시화첩에 대한 평가는 조금 인색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상깊은구절]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