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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서 책을 고르는 법도 참 가지가지인데, 난 언제나처럼 잊고있다가 잠시 다른책을 찾다 지쳐 쭈그려 앉아있다가 눈높이의 책장코너중 책사이에 작게 삐딱하게 꽂혀있던 이책을 뽑아들었다. 매우 작고 얇은 책이지만 재미는 그 이상인지라, 읽다가 껄껄 웃고말았다.
작가이름 가드너를 클릭하면, 온갖 가드너가 나온다. 하워드 가드너, 마틴 가드너, 리사 가드너에 얼 스탠리 가드너까지도 나온다. Alfred George Gardiner (1865–1946)는 영국의 빅토리아시대에 태어나 20세기까지 활동했던 저널리스트 (찰스 디킨즈가 세우고 초대편집장을 맡은 The Daily News의 편집장이었다. 이 신문에는 H.G.웰즈, 조지 버나드 쇼, 체스터튼 등이 글을 기고했다), 에세이스트이다. 외서코너에 검색해보니 아직까지도 그의 작품이 읽히고 있는지 알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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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의 아버지에서 태어나 중류지식층까지 올라갔던 Gardiner의 글은 참 공평무사, 재기발랄하다. 어쩜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에 태어났던 인물의 글이 지금 읽어도 공감이 가는건지 모르겠다.
'우산도덕'에선, 자신의 우산을 집어들고 간 자가 꼬옥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우산까지 실수로 집어들어갔다 쳐도, 모자까지 실수로 집어가는 건 용서할 수 없다며 (우산은 금방 자기거인지 모르겠지만, 모자를 쓰는 순간 자기게 아닌지 느낄 수 있으므로) 왜 자신의 것을 두고 공공장소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물품을 집어가느냐며 짐짓 화난듯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슬쩍 끼어넣는 것은, 책 빌리고 안돌려주는 것. 영국에선 실제 그당시 놀라운 사건 하나가 있었는데, 아주 저명한 학자가 사망한후 그의 서재와 유명한 장서목록을 실제로 들여다 보니 대부분이 다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온 것이었다는 것. 그러면서, 우산에는 이름을 표시하고, 책은 빌려주지 말라고.
'통행규칙론'은 너무너무너무 공감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러시아워가 거의 평상시의 사람들흐름 만큼이 되는 일본의 대도시 토쿄나 오사카의 지하철에선 왜 한번도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통행에 방해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왜 서울에선 평상시에 우측통행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다가 위에서 뛰어내려오는 사람때문에 헉겁하고 내가 난간을 잡고 비켜가야 하는지. 왜 출장차 타는 KTX에선 자신들의 대화가 다른이의 침묵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무도 이에 대해서 항의하지 못하는지.
...자유에 도취할 위험이 있다....만인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만인의 자유가 삭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침해당했다고 느낄지 모른다....자기의 자유를 현실화해주는 사회질서의 혜택을 받기위해 사적인 자유의 삭감에 복종하는 것이다. 자유는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계약이다. 자유는 이해를 조화시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자유에 저촉되지 않는 문제에서는 나는 마음껏 자유일 수 있다...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있다. 그러므로 나는 내 자유를 그들의 자유에 순응시키지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모두가 이 사실을 잊기가 싶고, 이점에있어 불행히도 자신의 결정보다는 타인의 결점이 훨씬 더 눈에 뜨인다
...타인의 권리나 감정에 대한 응분의 고려는 사회적 행위의 기초이다...
우리가 자기를 판단하여 예의심이 있다, 없다고 언명하는 것은 통행규칙의 준수와 같은 세세한 행위의 문제에서이다. 영웅적 행위나 희생을 요하는 중대한 기회는 드물다...인생이라는 총계를 쌓아올려 그 여로를 달콤하게 만들수도 있고 고생스럽게 만들수 있는 것은 평범한 인간관계와 하나하나의 세밀한 습관이다....p.20~30
'모자철학'은 또 귀여운 푸념으로 시작된다. 모자를 손질하러간 가게에서 그는 모자를 만드는 장인이 머리크기와 두뇌능력의 비례적 상관성을 주장하자 소심하게, 머리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머리속 두뇌의 회전능력이 중요하다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처럼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오류를 지적한다.
..우리는 주관적으로 보지 객관적으로는 보지않는다. 즉 볼 수 있는 것을 보는 것이지 실제로 있는 대로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실이라는 그 다채로운 것을 알아보려고 할때에 수없이 실패를 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p.37
'주머니, 기타'는 그 당시 흥미로운 민사상 사건을 언급한다. 한 여성이 가방에 물건을 넣고 가게에서 쇼핑을 하다가 잠시 손을 떠나 놔두고 있다가 도난당한 것을 발견한다. 이에 대해 가게주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게 왜 가게주인의 잘못이냐며, 그는 여성이 자신의 손이 닿지않는 등에 버튼이 달린 옷을 입으면서 디자인에 대한 불평없이 운명론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왜 그당시 여성의 옷엔 주머니가 장식용이냐며 실용적이지 않고 불편한 디자인을 비꼰다.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는데 대하여'에선 또 글을 쓸무렵 일어났던 영국의 한 사건을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를 운전하는 이가 탑승객을 밖으로 던져버렸는데, 그 이유는 타면서 몇층이라고 말하면서 '부탁합니다', 즉 please를 생략한데다 'please'붙여달라는 부탁까지 무시해버렸기 때문이라고. 물론, 'please'를 생략한것은 불법도 아니고 그에대한 폭력적인 대응은 불법적이긴해도, 그 사람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면서 그는 친절에 대해 언급하면서, 무례함엔 대한 최고의 보복은 영향받지않은 은근한 예의바름이라고 말한다. 동감!!!
...나쁜 감정과 나쁜 태도보다 더 감염되기 쉬운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p.51 (예전에 이런 감정의 피라미드를 생각해낸 적이 있는데, 음 그닥 독창적인 것은 아니구나. 그는 좀 더 쉬운 상대에게 자신의 거친 감정을 표현하고 이는 아래로 전달된다고 말한다)
...나쁜 행동이 감염된다면 좋은 행동도 감염되는 법이다. 무례한 행동을 당하면 우리들 대부분은 자기들도 무례해지기 쉽다. 그러나 명랑한 사람들에 대해서 불유쾌한 기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보통 사람이 아닌 괴상한 사람이다. 행동은 날씨와 같다....p.57~58
...우리에게 강제로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하게 하는 법율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어떤 법률보다도 더 역사가 오래고 더 신성한 사회적 관습이 있어서 우리에게 남에게 친절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친절의 제일요건은 타인의 봉사를 인정하는 것이다. "부탁합니다"라든지, "고맙습니다" 같은 말은 우리가 사회인으로서 신세지는 빚을 모조리 갚아가는 잔돈푼이다. 그것은 인생이라는 기계가 기름이 떨어지지않고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는 사소한 예의이다....p.53
..예의 바른 사람은 물질적 손해를 볼지모르지만, 항상 정신적 승리를 획득한다...p.59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유라이어 힙이 생각나서 웃은 '악수론', BGM으로서 소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본 '꿀벌과의 하루', 나의 건망증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또 웃었던 '한 남자와 시계', 그리고 인정하기 싫어도 서재의 책들이 한 사람을 말해준다며 (앙~ 그럼 난 범죄성향인거냐 ㅡ.ㅡ) 치핀데일가구보다는 책을 사자고 하는 '우리들은 책을 사는가', 그리고 어쩜 나랑 똑같이 근심증에 약간의 강박이 있는 성향을 고백한 '기차시간에 대는 것에 대하여'가 나온다.
글쎄, 지금도 통행규칙이거나 말거나 다른 사람들의 불편이 있거나 말거나 자기의 사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하고, 가끔은 엘리베이터 에피소드에 황당하고 (너무 당연한듯 닫히는 엘리베이터문을 다시 열고 또는 멀리서 '멈춰멈춰'하고 타선 기다린 사람들에 대해 아무 말없이 타는 사람들이나 몇달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한 아줌마가 짐을 갖고 천천히 걷는데 눈앞에서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올라간 사람이 층마다 다 버튼을 눌렀는지 최고층까지 다 열리고 닫히느라 10여분을 기다렸다는 얘기), 아파트의 구조상 실내 욕실 등에서 담배를 피우면 다른 집에 피해가 간다는 안내방송에 '니 집이냐'며 관리실에 소리를 질러서 난감했다는 관리소직원의 이야기 등을 듣거나 윗집(!)에 대해 생각을 할때마다 답답한 생각이 든다. 아마도 신문의 사설이었던듯, 1920년대까지 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90~100년전 영국에서의 일들에 대한 생각과 의견인데 왜 지금까지 여기에서도 되풀이 하소연을 하는 사연이 되는건지.
여하간, 개인적으론 나랑 정신세계가 약간 비슷한 아저씨인지라 (ㅋㅋ) 그의 글을 더 찾아서 읽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p.s: Projet Gutenberg의 [Pebbles on the Shore] : http://www.gutenberg.org/ebooks/106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