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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 원하는 목적지를 둘러볼 수 있다면 그에 비해 목적을 갖고 현장을 둘러봐야하는 답사는 편안한 마음으로 가게 되지 않는다. 특히 이렇게 중국 곳곳에 흩어져있는 항일 유적지를 찾는 답사라면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전 준비나 공부해야 할 것도 많거니와 십중 팔구 유적지 찾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편에 걸쳐 필자는 강행군을 해야했고, 답사 일정과 목적지를 보면 사명감에 충분히 그럴만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걱정이 들었다. 시간도 오래 지난데다 남의 나라 땅인데 항일 유적지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그런데 역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고, 남아있는 유적지보다는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곳에 먼저 눈길이 쏠렸다. 독립투사 배출로 유명한 신흥무관학교 자리는 옛터에 표지석 하나 없는 옥수수밭이었고, 심지어 상하이 임시 정부 청사도 무려 임시정부인데도 최초 청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수십년이 지나는 동안 동네 이름과 번지도 바뀌었고 증언해줄 사람도 없어서. 상하이 시절 마지막 청사를 겨우 지킬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는데 그것도 한국 기업에서 매입한 뒤 새단장을 하고 입장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안중근열사가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하얼빈 역 플랫폼에는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기념표식 조차 없었다. 필자를 안내한 이가 걸음 걸음으로 재서 저격한 지점을 확인하는 대목에서는 독립운동가나 열사들의 투지를 느끼기보다는 알수 없는 애잔함이 먼저 밀려왔다.
하긴 중국이야 남의 나라 독립운동가들 사정이 안중에 있었을까. 항일 유적지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것 그 비애감은 나라를 빼앗긴 백성의 몫인 것을. 그렇게 안타까움을 느끼다가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나는 서울에 있는 서대문 형무소에도 안갔으면서..말로만 항일 유적지 운운하고 분노하지 실제로는 얼마나 관심을 가졌던가. 뜨끔해졌다. 필자가 '과거를 잊는 것은 반역이다'란 말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일개 국민인 나도 반성하지만 정부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항일 유적지를 보전하고 지켜야할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마루타 생체실험으로 악명이 높은 731부대, 그곳에 남아있는 보일러실과 굴뚝이나, 독립군들을 잔인하게 고문한 곳으로 유명한 옛 일본 총영사관이 허름한 여인숙으로 변해버린 현장 사진을 보고서는 보존해야 할 것은 비단 항일 투쟁의 역사만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경계하고 비판하고 분노를 기억하는 것도 사회 구성원의 소임인 것이다.
이 책은 필자가 세차례에 걸쳐 중국, 항일 유적지가 많은 동북삼성,상하이, 하얼빈 항일 유적지를 답사하고 쓴 책이다. 필자는 이념을 내세우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독립운동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잘 묻어 나왔고, 분단으로 인해 북한을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도 토로하지만, 현지에서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들과 함께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이상룡 선생과 함께 활동한 구순 노구의 이태형 선생이 당부하는 말씀이나 무장투쟁을 하기 위해 망명한 석주 이상룡선생의 증손, 무장투쟁을 하다 체포돼 사형당한 김동삼 선생 손자 등의 일침은 귀담아 들어야 할 말들이었다. 지금은 중국에서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남북한 모두 뿌리라는 것을 잊지 않고, 그 쓴소리조차 모국에 대한 애정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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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지금은 중국 땅이 된 만주 인근 지역은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무장독립투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장소이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땅이기도 하고.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저자가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그 지역들을 돌아보며 항일운동사의 업적을 남겼던 인물들의 활약상을 함께 정리해 낸 기행문이다.
2. 감상평 。。。。。。。
일제 강점기 총독부에 협력하여 일신의 안위를 도모하기보다는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백방으로 애썼던 사람들이 있었다. 광복절 즈음이나 돼야 한 번씩 떠올리는 그들의 수고와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조각조각 찢어져 지도에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독립을 되찾은 이후에 정작 이익을 본 건 얼마 전까지 일본에 충성하던 사람들이었으니,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그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던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덕분에 한국 교육에 있어서 역사, 특히 근대 한국사 과목은 지배층들에게는 대놓고 가르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다 가르치면 안 되는 무엇으로 여겨졌던 것이 분명하다. 다 가르치자니 그들 자신, 또는 그들의 아버지의 기회주의적 삶이 다 드러날 테니 그저 적당히 ‘놀라운 경제발전’으로 대충 몇 페이지에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게 지금까지의 공식이 되었고.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업적이 잊혀 가는 게 당연하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냐는 반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니, 이건 나라의 근간의 문제다. 만주 이곳저곳을 다니며 직접 여행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책으로 엮은 저자의 수고는 충분히 의의가 있지만, 집단적 기억삭제를 추구하는 기득권자들이 있는 한, 상황은 쉽사리 변하진 않을 것 같다.
기행문이라는 게 저자 자신의 주관이 깊게 배어들어갈 수밖에 없는 글형식이라, 가끔 잘 공감되지 않는 옛 표현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난하다. 학생들에게 권해줬으면 하는 책. 시험 공부 하느라 이런 책 볼 생각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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