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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작가가 히브리어로 쓴 자전적 소설이라는 소개를 읽고 호기심이 생겼다. 2015년 초판 인쇄후 아직 2쇄까지 출판된 것을 보면 국내에서 별로 읽히지 않은 것같다. 이스라엘의 문학작품을 접한 경험이 없지만 성경을 여러번 읽은터라 그들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친근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읽기 시작하자마자 그들에 대해 어느것도 내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잡초만큼 강하고 역경에 굴하지 않고 그래서 경제나 문화적인 면에 어디서나 상위를 점한다고 알던 그들 디아스포라 이스라엘인들이 각자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는 말이 충격적일만큼 놀라왔다.
또한 작가가 사용하는 단어들, 이디시어, 레반트, 미즈라힘, 제2성전시대 등등 도무지 생경한 단어들로 인해 인터넷을 검색하며 읽어야 했다. 작가가 현란한 문체로 나열하는 설명들은 읽기가 아득하고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는데 원본이 그런것인지, 번역을 그렇게 한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작가의 아버지와 지인들이 설명하는 당시의 사회혼란과 다방면의 지식을 이해하기에 내가 너무 부족했다.
기원전 586년 이스라엘 민족이 바빌론으로 유배된 이후 전세계에 흩어진 유대민족은 1890년경 '헤르츨'이라는 인물이 주도하는 시오니즘으로 인해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각국의 디아스포라가 모여들어 유대국가를 건설하고자 했으니 1948년 드디어 옛 이스라엘 영토에 건국을 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여론과 아랍인들의 극렬한 반대로 인한 전쟁이 충분히 묘사되어 있다. 게다가 너무 오랫동안 흩어져 있었던 결과 상상할수 없는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고작가는 자신의 가족과 이웃들을 통해 이런 점들을 상세히 보여준다.
작가는 폴란드에 거주했던 유대인으로 할아버지, 큰할아버지를 비롯한 3대가 이스라엘로 이주했으며 그래서 러시아계, 동유럽계 이주민의 문화가 주로 배경이 된다. 건국과정이 화자들의 대화를 통해 슬며시 언급되어 있기에 역시 검색해가며 내용을 이해해야 했다.
작가의 어머니는 작가가 12살때 자살을 했고 그 트라우마가 작가의 평생에 걸쳐 내면을 지배한것 같다. 이 자전적 소설은 그가 아마 70세 쯤에 쓴듯하며 어머니가 죽던 날을 마지막 장에서 소상히 밝히고 있다. 60년동안 가슴에 묻어놓고 열어보기가 얼마나 두렵고 아팠던지를 가늠할수 있다. 어머니의 마지막 날을 읽으며 난 수면제를 과량 복용한 자살이라기 보다는오랜 영양실조로 인해 치사의 역치가 낮아져서 발생한 약물사고였을거라고 생각한다.
어린 작가와 그의 아버지가 오랜세월 언급조차 꺼려했던 진실이 어쩌면 왜곡된채로 박제된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유럽 전역에 살고있던 유대인들의 다양함과 언어의 변이, 나치대학살을 거치면서 직접 보고 경험한 세대들의 공포,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다가 대학살을 피해 이스라엘로 이주한 젊은이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과 그를 마주한 고통, 건국과정에서 독일과의 금전적 보상을 협상한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와 반대, 건국 당일부터 시작된 아랍과의 전쟁, 그 전쟁을 하루하루 겪는 작가와 그 이웃들,
지구상 어느 곳이나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것 같다. 남미든, 터키든, 이스라엘이든, 한국이든 작가들은 어디서든, 언제든 역사안의 인간의 투쟁과 쟁취와 살육과 아픔을 꾸준히 그려내고 있다. 잊지말자고,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인간은 존엄하다고, 존엄한 생명까지 바치며 이룩하고자 하는 이상이 현재 그땅에서 실현되어 있는지 보자고,무수한 생명들의 피흘림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알아야한다고 누군가는 늘 쓰고 기록하며 또 누군가는 읽지만 역사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늘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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