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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피니가 만들어낸 전쟁
"`나`와 피니가 만들어낸 전쟁" 내용보기
무라카미 류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서 잠깐 말이 나왔던 바다 너머 세계가 `나`의 가상세계로 나오면서, 전작에 나왔던 인물들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여기서도 소설 화자의 인칭이 `나(僕)`라는 것, 전작에서도 그리고 여기서도 전쟁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연결되어 있다. 전작에선 `류`의 행동이 나름대로 실제 세계에 영향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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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류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서 잠깐 말이 나왔던 바다 너머 세계가 `나`의 가상세계로 나오면서, 전작에 나왔던 인물들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여기서도 소설 화자의 인칭이 `나(僕)`라는 것, 전작에서도 그리고 여기서도 전쟁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연결되어 있다. 전작에선 `류`의 행동이 나름대로 실제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으나 여기서 `나`는 거의 완벽한 관찰자에 가깝다. 실제 세계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다만 평온해서 숨이 막히던 바다 너머 세계-환상 세계. 바닷가에서 만난 여자 피니가 `나`의 눈에서 발견한 세계-를 바꿀 뿐이다. 조금씩 물감이 번져나가듯이 `나`의 정신은 두 세계를 넘나든다. 처음엔 무척 평온하고 잔치로 흥청대던 바다 너머 세계에 자리 잡은 마을은 마을 안에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차고 사람들의 이야기로 북적대면서 점점 아노미 상태로 나아가다 결국 그 모든 것을 끝장내는 전쟁이 시작된다.


 전작보다 훨씬 장면 연결도 매끄럽고 현실 세계와 이세계로 넘어가는 게 상당히 자연스럽다. 현실과 상상세계를 넘나드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다. 두 세계는 마치 점묘화에서 한 색깔에서 다른 색깔로 넘어갈 때 경계로 들어가기 전 다른 색깔들이 섞여 있는 것처럼 이 세계의 단어들, 풍경들이 섞이고 바다 너머 세계의 단어들, 풍경들이 섞이면서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 섞이는 과정은 결국 두 세계는 완전히 떨어져 있지는 않다는 걸 보여준다. 세계 사이에 완전한 경계, 격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자 차원에서 보면 개체 간의 경계는 아주 희미한 것처럼 말이다. 흥미롭게도 바다 너머 세계를 먼저 `나`의 눈 속에서 발견한 사람도 `나`가 아니라 피니다.


  결국 어떤 세계든 사람은 평화보다는 전쟁을 원하는가. 삶보다는 죽음을 추구하는 욕망이 사람에겐 더 큰 걸까. 아니면 그 전쟁은 바다 너머 세계를 만들어낸 두 사람의 황량한 내면 풍경을 드러낸 것뿐일지도 모른다. 혼란스럽고 더는 나아갈 곳이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을 때 사람들은 종종 전쟁을 떠들곤 한다. 자기 파괴 본능을 바깥을 향한 폭력으로 전환하는 건 흔하다. `나`와 피니는 그렇게 그들만의 환상에서 전쟁을 일으켜, 실제 세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부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불쌍한 이세계의 사람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다만 `나`와 피니의 환상 속에서 사는 허구의 인물,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대리전쟁을 일으켜 죽어나가던 바다 너머 세계의 사람들은, 그들의 감정 따위는 아랑곳없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가상의 피해자다. 그들은 두 사람이 바라는 새로운 정신을 가져다줄 실마리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과연 실제 세계의 변화로 진정 이어질 수 있을지, 이어진다 해도 그 변화가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다.



a****o 2009.08.30.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