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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이나 일제시대의 이미지를 떠올려봐라 라고 한다면 어떤 모습이 생각날까요? 저는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수염 긴 할아버지나 흰 저고리에 검정색 무명치마를 입은 아낙들의 모습 외에는 뚜렷이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역사공부 잠깐 ...
별건곤: 천도교 계열인 개벽사에서 1926년 11월 창간, 1934년 3월 폐간. 야사, 기행문, 소설 등을 수록한 '취미잡지'였다고 하는데 '선데이서울 (이 주간지를 아는 당신은 몇 살? ^^)'류의 신변잡기식 잡지였다기 보다는 '리더스 다이제스트'같은 교양잡지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자녀들을 고소득의 '사라리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이 필수이다 보니 교육열도 지금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의 학교분석기사들처럼 경성의 주요 고등보통학교를 비교 분석해 놓은 잡지기사도 있었다니 말 다했죠. 2부제 수업도 시행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교실의 부족 때문에 '국민'학교 1,2학년 때 오전, 오후반의 2부제 수업을 했던 기억이 있는 저로서는 참 감회가 새로운 글 되겠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만 해도 (심지어는 고등학교 때 까지도) 한 반에 적으면 60여명이요 많게는 70명이 넘는 아이들이 바글대고 있었는데 이제는 많아야 한 학급에 30여명 정도이니 지금 아이들에게 2부제 수업이란 건 생각하지도 못 할 일이겠죠. '문화주택'이 열풍이다 보니 부동산투기꾼들도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돈 없이 집 짓는 법'을 보면 '우선 고액의 적금을 든 후 어느 정도 납입을 하다가 --> 적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땅을 사고 --> 땅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집을 지은 후 --> 집을 담보로 또 대출을 받아 땅 산 돈을 갚고 --> 이후 몇 년간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돌려막기식 방법을 권하기도 하는군요. 요즘 유행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집 짓기 참 쉽죠~잉' 정도 되겠습니다 ^^
2부에서는 근대문화의 상징인 백화점과 대중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경성에 불어 닥친 백화점 열풍은 그야 말로 '충격'이었나 봅니다. 시골에서도 백화점 한 번 구경하고 '승강긔' 한 번 타보려고 올라왔었다고들 하니까요.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은 1930년 오픈한 '미쓰코시' 백화점이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주로 일본인들을 상대했던 백화점이라고 하니, 비록 친일파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박흥식이라는 한국사람이 만들고 한국인들을 상대로 운영했던 '민족'백화점인 '화신백화점'을 그 시대의 상징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화신 백화점 건물은 1988년경 개발논리에 밀려 철거되었는데 저도 어릴 적 어머니 손을 잡고 구경가기도 했던 곳이라 철거 당시 마음 한구석이 아렸던 기억이 나네요. 미쓰코시 백화점 건물은 아직도 신세계 백화점 구관건물로 잘 사용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 건물만큼은 (비록 일본 자본으로 설립된 건물이기는 해도) 역사적 사료로써 잘 보존했으면 좋겠군요. 백화점 열풍으로 도래한 '모던'의 유행, 새로운 마케팅의 도래, 축음기로 대변되는 대중문화의 유행 역시 2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손님을 끌어 모이기 위해서는 '쇼-윈도' 관리도 잘 해야 하고 축음기를 빵빵하게 틀어놓아 손님의 이목도 끌어야 한다는 내용은 80~90년이 지난 지금에도 통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경품으로 '문화주택'까지 내 건 백화점이 있었다니 당시의 소비문화는 작금의 태세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았던가 봅니다.
3부는 토막(土幕)으로 대변되는 도시빈민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개포동쪽에는 하층 주민들이 살던 비닐하우스촌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무작정 도시로 상경해서 변변한 직업 없이 토막을 짓고 사는 사람들 ... 그리고 그 땅을 개발하기 위해 한 마디 경고도 없이 무조건 철거해버리는 자산가들 ... 사실 이런 모습이 1,2부에서 소개된 모습 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경성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에도 보면 이런 빈민들이 경성인구의 60~70%를 차지했다라는 내용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 책은 3부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밑도 끝도 없이 끝이 납니다. 하다못해 갑작스런 마무리도 없이 말이죠. 한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다음 페이지를 읽으려고 넘겼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참고문헌 소개 ... 신문기사처럼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원고마감기간에 쫓기기는 했을지라도) 아 뭐 이런 ... 화장실에서 큰 일 치르고 깨끗하게 마무리를 못 한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사실 책 내용도 약간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30년대의 경성 생활사를 보여준 자료로는 좋은 선택이긴 합니다만 1,2부의 내용은 경성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중 상위 이상의 계층에 속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내용들이라 본질적인 경성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3부에서 도시 빈민들에 대해 어느 정도 다루긴 하지만 갑작스럽게 끝나는 구성과 그리 풍부하지 않은 사료는 억지로 끼워 넣기를 시도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긴 합니다만) 그 시대 경성의 문화를 별로 비판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다루다 보니 '친일파'인물에 대해서도 무비판적으로 은근슬쩍 넘어가 버린다는 것입니다. 문화주택에 대해 다룬 글에서는 '이완용'이 한국의 재래주택을 비판하며 일본의 선진문화를 홍보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물론 그 시대 대표인물의 의견을 소개한다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으나 을사오적의 制一賊이며 친일매국의 대표자격인 이완용의 글을 이렇게 무비판적으로 소개만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의문이 남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서구식 식생활을 예찬한 이완용이 실제로 서구식 식사만 했다면 말년에는 성인병으로 고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살짝 비꼬는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비판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 말할 수 없겠지요. 한국 여성운동의 선각자임은 분명하지만 역시 친일행위를 했던 김활란에 대해서도 그저 '선각자'정도로만 치부하고 넘어가는 모습 또한 그리 보기가 좋다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화신백화점의 창업주인 박흥식은 1948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조직되었을 때 첫 번째로 체포된 인물이기도 한 (위키백과 참조) 대표적인 친일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그의 친일파적 행위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의 부동산투기와 이를 방조하는 경성부에 대해 써 놓은 부분도 그저 사실 전달에만 치중할 뿐 그 어떤 비판이나 의견이 없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故장진영 주연의 2005년 영화 '청연'이 괜찮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박경원의 '친일'논란으로 인해 흥행에서는 참패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연예인들이 조금이라도 친일적인 행동을 하면 엄청난 비판이 가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친일'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아직도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대상의 전달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인 채 이런 부분들은 슬쩍 감춰두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만 좀 보충한다면 (이 사람들이 이런 친일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나 저런 부분에서는 당 시대를 반영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언급한다 라던가 하는 부연설명 같은 거요)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일제강점기의 역사 참고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은 페이지수도 그리 많지 않고 글자도 큼직큼직 한데다가 내용도 별로 심각한 편이 아니어서 술술 넘어갑니다. 주말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시다면 한 권 주문해서 읽는 것도 알찬 주말을 보낼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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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 근대(시기 분류상으로서의 근대 1920-40년대 즈음) 미시사를 다룬 여러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모든 책을 시리즈로 묶는다면 이 책은 '경제' 부문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내용은 기술 방식이 학구적이지 않고, 미시사를 다루었던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획기적으로 새로운 방식도 아닌지라 무난하게 잘 읽혔다. 우리나라 근대 미시사를 많이 접했던 사람에게는 다소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식민지 일상에서 오늘의 우리를 보다' 부제 한 번 기가 막히게 붙혔다. 책을 읽는 내내 역사는 반복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1장과 2장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과장하여 28만 중에 실업자가 20만 명 가량 되었다는 3장에서의 문구에 놀라 결국 샐러리맨의 근대적 소비는 그들만의 잔치였음을 알게 되었다. 왕조의 역사를 다룬 거시사의 반대 급부로서 민중의 일상을 다룬 미시사라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근대 미시사 관련 책들의 주인공을 떠올려보면 그들도 여전히 '가진자들' 인 경우가 많았다. 경성을 누비던 경성의 상징 '모던뽀이, 모던껄' 조차도 부모가 가졌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고 근대적 소비를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아닌가.
부자들이 자녀를 더 잘 교육 시키고 부모를 잘 만나야 성공하며 얼굴이 예뻐야 시집을 잘가고 집값은 치솟고 가난한 사람은 쫓겨나는 모습들이 1920년대 경성의 모습인가 2009년 서울의 모습인가. 식민지 일상에서 오늘의 우리를 만나며 웃음보다는 한숨이 나오는 슬픈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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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껏 우리나라가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적어도 10년 이상은 듣고 살았으리라. (초등학교 저학년을 제외한...) 하지만 이처럼 정확한 모습의 식민지는 보지 못했었다. 계속 읽게 되면서 그때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하지는 않았어도 어느 정도 짐작은 되었다. 나는 처음 대면한 사실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때 그 시절에도 배우자의 조건에서 ‘경제력’을 따졌다는 사실에 말이다. 나는 그 시절에는 그냥 멀쩡한 사람만 된다면 누구든 마다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지 놀라웠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흔한 사라리맨이 더 좋았으리라.’ 그러한 사실이 ‘현재와는 많이 다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에는 청년 사업가. 아님 대기업 회사원. 공무원 등이 최고의 배우자감이라고 하는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읽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신문기사에 실린 내용을 보며 ‘아, 이때에는 이랬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읽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식민지에 대해 다루기는 하지만 그 당시의 서민들이 사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흔히 겉뜨기식의 교육으로 인해 나도 대학생이지만 그 당시의 실상까지는 몰랐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식민지시대를 무대를 해도 재미를 위한 허구가 많아서 실상을 알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 나는 현대사를 배웠어도 배운 게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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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이라는 말 자체가 시대적 배경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요. ^^ 그래서 흑백이 익숙하고 옷차림도 그 시절, 그 때로 떠나는 마치 시간여행, 역사여행, 문화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이 책의 경성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핏 흘러가듯 보면 경성은 그저 근대적인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여행을 해본 경성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만끽하듯이 그 시절의 젊은 피들은 그 사회를 활발하게 이끄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 떠오르고 주목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결코 근대적인 사람들로 쉬이 치부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로 의미가 있는 자료들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데, 특히 만평들이 간간이 실려 있어서 그 당시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게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는 시각들이 다양한 매체로 선보였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내용이 참 재미있어서 만평을 보는 즐거움도 컸어요. 당시에도 백화점이 들어서서 일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백화점, 그리고 조선인들이 애용하는 백화점이 있었다는 이야기에 새로운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거든요. 그 외에도 대중가요에서 일제강점의 시대적 분위기를 알 수 있다는 점, 지금 우리에게 신조어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롭게 생기듯이, 그 시대만의 특별한 말들에서 시대적 애환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지금도 청년 실업이 심각하듯이, 그 시대에도 심각한 청년 실업으로 젊은이들의 고뇌가 심각했다는 점 등 정말 지금의 이 시대와 비교해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읽으면서 엷은 미소가 계속 지어지더라고요. 실증이 잘 된 역사적 이야기를 공부한다는 기분도 들고 또 시대를 고뇌하는 젊은이의 마음과 현실을 공감하는 뜻깊은 독서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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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형식과 선형, 영채와 병욱의 파란만장한 삶이 떠올랐다. 책과 영화, 글쓰기와 사유만이 내 모든 시간을 완벽히 점유하던 문창과 재학시절, 밤을 꼬박 새며 읽었던 <무정>을 다시 떠올린 건 올해만 해도 두 번째다. 경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책에서 똑똑한 여자 주인공을 만날 때마다 습관처럼 선형과 영채를 떠올렸으니 어쩌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긴 하지만 지난해 가을이 시작할 때부터 올해 겨울이 지나갈 때까지 꼬박 두 계절이 지나도록 56부작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 빠져 지냈다. 개인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시대의 쇠고랑에서 벗어나려 아무리 애써도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도록 만드는 드라마틱한 송승헌의 삶이 애처롭고 달콤한 유혹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일제시대가 배경은 아니었지만 정권에 따라 갈대처럼 흔들리는 권력과, 자본의 힘에 잠식당하는 힘없는 자들의 고통은 일제시대의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성 싶었다. 중립과 사실에 가치를 둬야하는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굴욕적인 언론사, 한세일보의 딸, 이다해가 사법고시에 패스하고 사랑도 포기한 채, 썩을대로 썩어버린 아버지의 신문을 약한 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으로 바꾸겠다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말과 글로 조선인들을 계몽시키겠다던 <무정>의 네 주인공들을 떠올렸던 것이다. 내게는 명분도 있었고 감성적 기질도 다분했다.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작품이지만 그들과 만난 후로 품게 된 꿈과 지적 상상만큼은 세상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만큼 은밀하고도 간절했었다. 그 때 나는 막연히 세상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나름 비장한 목표를 세웠던 것 같다. 퇴폐적이고 비극적인 예술을 좋아하는 몽상가 기질이 다분했던 어린 20대에게 <무정>의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기쁨과 희망이었고, 나아가 실천의지와 조우하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꿈과 현실의 분별력만큼은 혹독스럽게 깨우치게 되었으니,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건방진 생각이야 접었지만 이상하게도 경성이나 일제시대라는 단어가 들어간 무엇이라면 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무정>. <무정>? 정이 없다는데? 어쨌든 이러이러한 복잡한 연유로 만나게 된 <경성리포트>는 <무정>에서 품었던 환상이 순식간에 깨어지는 느낌이다. 일제시대를 말하는 많은 책들이 대부분 정치적, 경제적 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경성리포트>는 순수하게 식민지 조선인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만을 다룬다. 주배경은 조선땅에서 일제가 만연하던 1920년~1930년대지만 의,식,주 어느 하나 빠짐없이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 자꾸 겹쳐 보인다. 어느 장이든 펼쳐놓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당시의 신문기사와 잡지기사를 생생하게 인용하고 있어 더 흥미롭기도 하다.
특히 세일 시즌이면 백화점 문이 열리기도 전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 백화점 개장과 동시에 쏟아져 들어오는 백화점 풍경은 오늘날과 다름없는 풍경이다. 서양과 일본의 근대문물과 교통수단이 막 들어오던 때, 엘리베이터나 전차를 타기 위한 주객이 전도된 쇼핑이나 외출은 살짝 희화스럽기까지 하다. 세상과 소통하는 매스미디어라고는 신문이나 찌라시, 라디오가 전부이던 시절, 하층 노동자 외 많은 이들에게는 이마저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그 때부터 노동자와 자본가는 생겨나기 시작했고 대다수 조선인들은 일제의 치하에서 근대적 문물을 신기한 듯 구경하면서도 도달할 수 없는 어떤 벽을 느껴야만 했다. 식민지 조선의 정치적, 경제적 설명을 배제함으로서 모든 논란거리를 피해가는 <경성리포트>는 그런 점에서 약간 아쉽다. 조선인의 고통과 수난은 온데간데 없고 근대문물을 희극적으로 바라보는 조선인의 모습만 담겨있는 점도 주제의식을 오히려 단순하게 했다. 시대는 반복의 역사라더니 일상을 들여다보고 나니 그들의 일상이 우리의 것, 우리의 일상이 그들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감정을 배제시키고 나면 조선의 식민지 근대는 일제의 작품인 양 보인다. 생생한 경성리포트를 즐기되, 역사의식을 잊지는 말자. 어디까지나 우리는 우리고 그들은 그들이니까.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보는 일은 각자의 손끝에서 먼저 행해져야 하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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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사진을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꽤 생경하다. 촌스럽긴 또 왜 그리 촌스러운지, 고작 십여 년 세월이 무척 큰 간극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아무리 변한들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여러 고민으로 가득 한 이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힌트를 얻고자 경성 시절을 엿보기로 마음 먹었다. 책을 펼치자 마자 놀란 것은 이 시절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지금과 어찌 그리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소비 행태, 교육열, 부동산, 회사 생활 등등 지금 생활에 접목해 보아도 전혀 손색없는 이야기들 일색이었다. 특히 <모범사원이 되는 비결>을 보면서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 예나 지금이나 회사원의 기본은 똑같다는 생각에 놀라면서 애처로운 모습 역시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에 재미있기도 했다. 교육열은 옛날이 더 높았으면 높았지 전혀 덜하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겼고, 유난스런 자기집에 대한 애착은 예로부터 비롯되어 왔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요즘 문제로 여기는 모든 것들이 예전에도 문제가 되었고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지금까지 이어오는 것이 조금 씁쓸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구나 하는 그것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현실도 그다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무언가 일단락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경성시대의 화두가 여전히 현재까지 존재하는 것을 보고 나의 고민 역시 진행 중이다. 무언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현실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요건들을 충족해야만 하는 건가 보다. 다른 방법은 없는 건지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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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에 이책을 읽을때는 정말 그때의 일상에서 현재의 우리의 생활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이책을 읽을때는 부담스러웠다. 럭셔리한 삶을 꿈꾸며 고연봉 샐러리맨을 그리워하는사람들 박봉에 시달리면서 아침에 만원 전차에 시달려가면서 출근하는 사람들... 그런데다가 식민지시대에 더 제압당하면서 생활하는 우리 조상들의 삶... 현재에 명퇴, 경제불황, 월급 감봉, 부도 이런말에 하도 치여서 그런지 옛 조상삶에 현재를 보고있으니 괜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점점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리 조상들이 생활이 보였다. 근대문명의 시작의 시대 현재처럼 미디어문명도 별로없고, 텔레비전 인터넷도없던 시대, 그때 시작으로 현재 시대의 기본이 되는 소비문화,교육, 유행풍속, 대중문화, 주택, 힘들었던 가난의 시대 실업문제까지..
우리나라의 소비문화의 밑바탕이 된 백화점 이야기는 재미있기도 하고 운영전략이 그때부터 시작했다는것이 놀라웠다.
점점 뒤로 읽으면서 내용에 따라 영화에서 봤던 그시대때의 모습이 자꾸 머리속으로 그려진다. 모던보이, 모던걸.. 어렸을때봤던 영화 장군의 아들 영화속 장면이 떠오른다 . 그런 분위기속에서.. 경성은 하루하루 바쁘게 시간이 흘러갔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상들의 힘들었던 점과 지혜롭게 보냈던 경성시대를 상상해보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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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지민 작가의 <나와 마릴린>이라는 작품을 읽었다.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쳐야 했던 현실을 그린 내용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 치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책이었다. 작가는 앞서 <모던 보이>의 영화 원작을 쓰면서도 '지나온 세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었는데 작품 속에 그려진 시대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경성리포트>는 말그대로 경성에 대한 리포트이다. 때는 1920대와 1930년대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정 사건에 치중하기 보다 당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사라리맨의 일상, 근대 소비문화, 빈곤과 소외에 대한 내용이다. 당시 언론에 게시된 글을 가져와 객관성을 높임과 동시에 구어체의 구수함, 국어의 변천사 등을 덤으로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책을 펼침과 동시에 가장 먼저 시도했던 것은 당시 경성의 모습을 이미지화 하는 것이었다. <모던보이> <야인시대> 같은 영화와 드라마의 화면에서 본 것과도 겹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경성 시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전철을 비롯해서 중심가에 위치한 극장과 상회의 간판, 양장과 한복이 뒤섞인 거리 등 나라 빼앗긴 설움을 감춘 채 의외로 활기찬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때는 그랬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적은 월급이라도 월급쟁이 신랑감이 인기였단다. 매일 아침 콩나물 시루처럼 붐비는 전차에 몸을 싣고 출근길을 재촉하는 시민들, 월급날만 되면 외상값 갚느라 정신 없는 모습, 모던한 차림의 젊은이들이 비판과 우려의 시선을 감수해야 했던 모습, 지금의 초등학교인 보통학교를 위해 입학시험을 치를만큼 교육열도 높았다. 대학생을 사칭한 사기 사건이 있었을 만큼 대학은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졸업 후에는 대부분 실업자가 되었을 정도로 경제 여건이 좋지 못했다.
당시에도 서민들의 꿈은 내 집 마련이었고, 치솟는 집값은 민심을 외면했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인기 가수들의 활약과 라디오, 유성기로 설명되는 문화도 인상적이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 <태극기 휘날리며> 라는 영화의 첫장면에 흘러나오는 '오빠는 풍각쟁이' 를 떠올리면 좋을 듯. ^^ 백화점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서 소비패턴에도 크게 변화가 왔고 경품을 내건 고객 유치전쟁도 볼만하다. 승강기를 타보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던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정겨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쯤되면 콕 찝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솔직히 책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하는데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시대에는 변화를 더욱 실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80-90년 전인 일제강점기 경성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은 먹고 사는 문제인 만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입 안을 맴돌았던 말이 "예나 지금이나..." 라는 말이다.
문제는 그 시대의 경제 구조가 농업이 쇠퇴하던 시기여서 다들 땅을 팔고 경성으로 몰려들거나 대책이 없어도 무조건 경성으로 가고 보자던 시대였다. 때문에 빈부 격차를 비롯해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정한 시기였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잘 사는 사람과 궁한 사람이 함께 존재하고, 다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고민하면서 산다. 하지만 그런 암울함 속에서도 다들 낭만도 있고 희망도 있고 행복을 느끼면서... 무엇보다 열심히들 살았다. 이러한 공통점은 다가오는 세상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요한 것은 치열한 삶을 마주대하는 우리의 자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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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돈벌이, 주택난, 취업난 등 - 이것은 서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1920년대 후반 지금 우리가 매일 출 퇴근 하고 잠자는 이 서울땅에 살았던 경성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첫 줄만 보고도 느낌이 오지 않는가 이것은 우리의 문제이며 우리의 이야기인것을
1920년대 경성에는 '일주일과 스물네 시간의 근대적 시간관념,신문 라디오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 철도와 전차등 근대적 교통 수단과 노동자와 자본가가 생겨났다'. 2009년 서울은 여전히 눈치보며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사라리맨'들과 유행에 뒤처질까 걱정하는 모던보이,걸들로 꽉차 있고 경제적 신분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경성리포트를 읽으며 든 생각은, 그동안 우리는 당연한 부분을 너무도 당연하지 않게 생각했던 거 아닐까 하는 기분이다 일제강점기로 대표되던 20세기 초반은 우리에게 어둠의 그림자며, 아무도 내켜하지 않는 역사의 무덤이다. 가장 가까운 과거이면서도, 조선시대보다 오히려 더 다루지 않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이기에 학교 역사시간에도 우리가 얼마나 일제에 당했나만을 주로 듣지,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배우지 못한다. 하지만 그 시대에도 하이-힐을 신고싶고, 전차를 타며 드라이브 기분을 내고싶고, 부지런히 모아 문화주택 하나 갖고 싶은 보통 사람들이 살았다.
그 보통 사람들이 일제시대라는 먹구름 아래 보편적인 욕구나 행동도 조심스럽게 감추어야 했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여태까지 책들이 광장이나 대규모 집회에서 소리치며 민족과 나라를 위해 부르짖는 모습들이었다면 이책에선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고 퇴근하는 사라리맨을 우연히 골목길에서 마주친듯한 친근감이 들어 반갑다. 경성시대는 우리 모두가 조금더 가깝게 알고 느껴야 한다 생각한다. [경성리포트] 책으로 어릴적 친구를 아주 오랜만에 만나듯, 편하게 조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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