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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타일러는 결혼한지 28년된 메기와 아이러 부부가 친구 남편의 장레식에 가기 위해 자동차 여행을 하는 어느 하루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 놓는다. 장례식은 '죽음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실제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친구들도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들도 자신과 비슷한 이 생활의 단계들을 격으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 특별할 것도 없는 이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난 결혼 생활을 반추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책은 사랑하는 두 남녀가 결혼하여 살다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 을 통해 함께 나이 들어 가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과 심리묘사를 주인공의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고 또한 이 작품속의 주인공 매기의 삶을 들여다보면 마치 우리의 생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녀의 독백은 바로 나의 생각을 대변하는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얼핏 보면 이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대화속에 그들의 성장과정과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평범한 대화 속에 지난세월을 담고 있는 것도 비슷하지 싶다. 하루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중심으로 이들 부부의 28년이란 세월을 훌쩍 넘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평범한 중년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의 소재는 흥미롭거나 딱히 재미있지도 않다. 속도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에게는 지루할지도 모르겠고, 같은 중년들에겐 오히려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관계나 과거의 한 시점을 떠올리며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인간 내면의 실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매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노인요양원에서 간호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중년 여인이다. 친구 남편의 장레식에 가기위해 수리를 맡긴 차를 찾아오다 정비소 바로 앞에서 접촉사고를 내고 깝박 잊고 지도와 친구의 길안내 메모도 식탁에 두고 온다. 남편은 그런 그녀가 침착하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수다스럽다고 말한다. 반면 남편 아이러는 매기와는 반대의 성격을 지녔다. 말이 없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며, 매사를 분석하기 좋아하고 사실에 집착한다. 혼자 카드놀이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도 하다. 늙은 아버지와 정신박약인 누나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또다른 누나를 부양해야 했기 때문에 의대를 포기하고 아버지가 꾸려가던 액자 상회물 맡아야 했던 아이러는 자신의 꿈을 포기했지만 자신이 미처 몰랐지만 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다.
부부는 나름대로 결혼생활에 충실하고자 노력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결혼생활인지라 가족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매기는 사사건건 가족들 인생을 간섭하고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까지하여 일을 그르치곤 한다. 아들 제사는 무명의 록 가수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결혼하여 아이가 있지만 이혼였고 아들과는 달리 장학금을 받고 명문대 진학을 앞두고 있는 완벽함을 따지는 딸 데이지는 평범한 부모를 은근히 무시한다. 성장한 자녀들은 각자 자신들의 삶을 위해 집을 떠나고 결혼 생활에 대한 미련과 실망 때문에 슬프고, 자신이 삶을 되돌아 보니 부부에게 남은 것은 회한과 외로움 뿐이다.
아이러도 매기와 똑같은 이유로, 매기만큼 슬픈 것이다. 그도 외롭고, 피곤하고, 희망이 없고, 아들은 비둘어져 나가고, 딸은 자신을 무시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 p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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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 타일러의 소설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결혼한지 28년이 되어 더 이상 상대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고 습관과 반복만 남은 부부에게 사랑이란 더 이상 삶의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느껴질지 모르겠다. 더욱이 불같은 사랑과 오랜 연애 기간을 가지지 못하고 순간적인 느낌만으로 서로를 선택한 메기와 아이러 부부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던 것만큼 빠르게 서로의 다름을 깨닫고 타성에 젖게 된다. 이 책에서 낙천적이고 타인의 장점만을 보며 오지랖넓게 모든 일을 벌이는 메기의 캐릭터는 사랑스러워 보이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상대적으로 보면 불행한- 아이러는 그이 청년 시절이 의아할만큼 현재의 모습이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 제시의 단점만 보는 아이러와 끊임없이 주위 사람을 감싸는 메기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은 메우며 삶을 완성해나갈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라고 작가는 생각한 것 같다. 사랑이 식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 주위를 돌아보면 작지만 단단한 씨앗 하나고 한 줌의 흙과 한 모금의 물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금 되돌아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