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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의 부스터샷 월리스. 먼저, 모두가 명저라고 인정하는 세이건 형님의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 사이언스 북스, 2006 )몇 구절을 보자.
보다시피, 세이건 형님도 자연 진화를 이야기하면서 다윈 옆에 월리스를 붙였다. 코스모스 외에도 진화를 얘기하는 - 적어도 어린이 책이 아닌- 책엔 다윈 옆에 꼭 월리스 붙을 거다. (그럴 거로 추정함)(* 아래)
이 책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월리스를 ‘숨은 창시자’라고 했지만, 내 생각엔 창시자는 아닌 것이, 이미 다윈 또한 생물 진화의 실마리를 확인했고, 다만 진화를 꺼냈을 때 당시 종교로 인해 잃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간 보고 있던 차, 월리스의 논문이 담긴 편지를 받고서 서둘러 학회에 발표 하면서 나온 게 다원의 진화론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은 다윈은 자신의 미발표 원고를 이리저리 모아 자신의 것을 앞으로, 월리스 논문을 뒤로해서 학회에 발표했으며, 학회는 관행상 최초 발표자인 다윈을 인정했다. 진화에 대한 연구와 아이디어는 다윈이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공식화된 문서로서 진화를 기록하기로는 월리스가 먼저였다는 의미로 ‘최초 창시자’라는 문구를 표제에 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월리스는 다윈이 진화론을 어서 꺼낼 수 있도록 궁디에다 부스트샷 한 방 제대로 쏜 인물 되시겠다.
책은 월리스가 다윈의 진화론에 직접적인 부스트샷 한 방 제대로 날린 그 탐사 여행기다. 섬과 섬이 연결된 종들의 변화, 비슷한 환경이지만 인간을 비롯한 생물 종이 확연히 달라지는 어떤 경계선(월리스 선)이 훗날 대륙이동과도 연결되는 경험이다. 또 월리스는 이 탐사가 자연사학자로서의 연구 목적과 돈 벌이의 목적도 있어서 우랑우탄에게 스스럼없이 총을 쏘며 표본을 만들려는, 다소 잔인한 면을 보인 반면에, 또 신비하리 만치 화려한 극락조의 풍채에 감탄을 자아내는 인간의 이중성도 보여준다. 이는 월리스라는 개인의 경험에서 인류를 대표하는 소중한 경험일 수 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할 수 없는 경험이며, 이 경험과 더불어 책 끝에 담긴 그의 문명(빈민과 범죄의 영국)과 야만(평등한 말레이 제도)의 통찰까지 담았기에, 이 책을 읽는다는 건 크나큰 대리 경험이 된다.
상품으로써, 월리스의 140년 전 이 책을 그대로 완역한 옮김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850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에 와 있나 할 만큼 막힘이 없다. 어찌나 편하게 잘 읽혔는지 모른다. 뭐 항상 있는 그저 그런 광고같아 보였던 ‘2017년 과학도서 우수번역상’의 메달이 새삼 달라 보인다. 예스에서 어떤 책을 검색하다 보면 저자 밑에 옮긴 이를 ‘저’로도 검색되는데, ‘왜 저자가 두 명이지? 왜 이렇게 검색되지?’라고 의아해했다. 이 책을 통해 옮긴 이에 따라 책이 얼마나 좋아지고 나빠지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번역의 힘이다. 옮긴 이를 관심 작가 등록했다.
2013년 런던박물관은 다원의 조각상 옆에 월리스의 초상화를 걸었다. 월리스의 업적에 대한 예우요, 제대로 찾은 그의 명예다. 우리도 그러 하자. 진화론 하면 다원을 말하고 곧 뒤따라 윌리스가 있다고. “하우 아이 유?”하면 “파인 땡큐”만 하는, 싸가지 없음 말고 곧 뒤따라 “앤 듀~?”라고 예의을 보이자고.
(*) 과학책은 잘 읽지 않아 집에 딸랑 두 권 있는 진화 관련 책 모두가 다원 뒤에 월리스가 붙었음을 확인했다. 두 권이 모두 그러하니 이건 추정 같은100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