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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미술 시간이 제일 싫었다. 그림을 못 그렸고 부실한 교재, 교구 준비는 미술시간을 더 괴롭게 했다. 그 흔한 미술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다. 그에 대한 반작용이었을까? 학창 시절이 10여년도 더 지난 지금 그리는 미술 대신 읽는 미술을 즐긴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드릴지 모르지만 하기 싫은거 웬만해서 안 하는 성격이고 누가 그려라고 강제하지도 않기에 내가 차선으로 선택한 방법이다.
이주헌이나 손주철의 서양 그림 읽기로 시작해서 오주석의 우리 그림 읽기로 넘어가가도 했다. 초보들이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나열되는 화가들의 작품이나 약력이 너무 단편적이라 다시 한 번 검색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위대한 화가 501.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책이다. "죽기전에...." 시리즈 중 하나다. 마로니에북스의 그림 관련 책들은 보증수표다. [세계미술관기행],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명작 400선]등은 큰 도판과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설명으로 그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표지의 피카소 노년의 사진, 책등의 콧수염이 말려 올라간 살바도르 달리, 뒷표지의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사진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이 책은 "죽기 전에 꼭 봐야할 명화 1001"의 집필진이 다시 한 번 공을 들인 책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영화 1001"이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처럼 시대순으로 작가를 배열했다. 시대순으로 배열한 것은 결국 유파순으로 배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맨 처음 나오는 작가는 중국 남종 산수화의 시조 '동원', 중국 북종 산수화가 '범관', 그리고 중국 남북종화를 통합한 '마원' 이렇게 세 명의 중국 작가가 등장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0년전 인물들이다.
그 뒤를 12세기 중엽부터 14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에 유행한 중세 기독교 미술 양식인 고딕 미술의 대가들이 잇고 있다. 르네상스의 대가들, 바로크, 로코코, 그리고 19세기의 고전, 낭판, 인상주의 화가들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근현대미술의 다양한 유파와 작가들, 화가는 아니지만 사진가로 소개된 이들도 몇 몇 있다.
우리 화가는 조선시대의 강희안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전부다. 두 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소개된 백남준과 달리 강희안은 책에 소개된 [고사관수도]조차 도판이 실려 있지 않아 아쉬움을 준다. 중국의 작가도, 일본의 작가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백과사전식 책이라 일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적당한 배경지식은 가독성을 높인다. 읽는 즐거움을 느껴 딱딱해 보이는 책도 한 장 한장 쉽게 넘어간다. 프리다 칼로와 리베라의 이야기를 안다면 p416의 [프리다칼로]와 p342의 [디에고 리베라]를 읽는 느낌이 분명 다를 것이다.
조정래의 자전적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작가는 여든의 나이에도 소년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열다섯 살에 벨라스케스처럼 그렸다. 덕분에 나는 80년 동안이나 아이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분야도 시대도 다르지만 대가는 닮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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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페이지 분량의 전체 컬러로 된 사전 같은 형식의 이 책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쯤 가지고 있어서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다. 사실 그림이란 존재는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주는 용도나 감동을 주거나 메세지를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또 진실로 그러하지만 우리의 생활에 얼마만큼의 자리를 차지할까 생각해보면 지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한 달에 한 번도 미술관에 관람하러 가지 못한 때가 허다하고, 미술관련 용어는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고, 작품 도록보다는 소설책에 더 손이 가는 것이 우리네, 아니 내 현실이니까. 또한 그런 사실을 극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단적인 증거는 바로 이 책에 있다. 소위 유명하다고 극찬을 받아 겨우 일면식만 아는 화가를 세어보려면, 열 손가락을 세 번만 꼽으면 다 해결되니 501명의 예술가들의 이름은 완전 까막눈처럼 생소했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화가들은 1800년대 사람들 뿐이니, 어찌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아, 내가 알고 있는 미술적 지식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구나... 이 사실을 피부로 와닿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아마 전공자가 아니고선 없을 줄로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과의 만남은 무척 소중하다. 뭐, 그리 얕고 넓게 알려고 노력하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이야 없지만, 누구 말마따나 아는 만큼 보이듯이, 내 미술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술공부가 작품과 화가를 외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그나마 미약한 내 미술지식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의 구성으로 본다면 중간 중간 대단한 의미를 지닌 화가들은 좀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설명해주지만, 대부분의 화가들은 한,두 쪽에서 설명이 끝난다.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동양의 화가들에 대한 분량이 극히 적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본 화가 몇 명, 중국 화가 몇 명, 한국 화가 두 명 정도밖에는 게시되어 있지 않다. 물론 전세계적인 화가들을 아우르는 것이기에 각 나라별로 쪼갠다면 다들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동양인인 내 눈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적어도 김홍도나 신윤복 정도는 들어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저자가 외국인이었기에 외국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람을 중심으로 서술했다는 것쯤은 알겠지만 좀 아쉬웠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꼭 게시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만들었을 때, 저작권 때문에 비용이 꽤 많이 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누구나 아는 그런 작품은 좀 넣어주어서 내가 아는 그 화가가 바로 그 화가임을 확실히 알려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읽으면서 '마사초'가 내가 알고 있는 그 '마사초'인지 많이 헷갈렸다. 설명에 '그의 프레스코를 본 사람들은 너무나 입체적으로 보이는 그림 때문에 마사초가 교회의 벽에 구멍을 냈다고 생각했다'(p.38)라고 나와있기에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닐까 추측을 하긴 하는데, 『성 삼위일체, 마리아와 사도 요한 그리도 두 명의 봉헌자들』이란 그림을 실어주었다면 내가 착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부제가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서」라고 한다면 모든 화가의 대표적인 작품 하나 정도는 넣어주어야지, 이름과 설명만 있고 그의 대표적인 작품 하나도 없는 화가가 수두룩한 건 또 뭔지. 이렇게 좋은 취지로 책을 만들었다면 이왕 만드는 것 제대로 만들었어야지, 이렇게 한 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다. 이런 책은 대부분 미술작품을 꽤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많이 찾기 때문에 나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여하튼 이 책 때문에 다른 책을 찾아보게 할 것만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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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전 세계의 예술가 501인을 소개하는 어마어마한 볼륨의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다.(죽기 전에 한 번쯤은 반드시 만나보아야 할 세기의 작가들을 아우르고 있는 일종의 인명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묵직한 책 표지를 지나치게 꾸밈없는 모습의 피카소 할아버지가 장식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책등에 새겨진 조그마한 달리가 지켜보는 것도 매우 즐겁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얻어진 방대한 정보, 수많은 자료들 또한 이 책의 재미와 깊이를 더해준다. 게다가 지금까지 작품으로만 친숙했던 얼굴 낯선 예술가들의 사진과 일대기 등을 접할 수 있어 더욱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세상에는 우리에게 선물을 남기고 떠난 예술가들이 참으로 많다. 이 책을 보면서 평소 미술사와 작품에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 대단히 넓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과 설렘이 동시에 생겨난다.(하다못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우리나라 작가 두 사람 중 백남준 작가는 알지만 강희안이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보았다.)
위대한 501인이 창조해낸 작품세계와 평가, 그들이 세계 예술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까지 꼼꼼하게 담고 있는데, 저자들이 미술평론가와 미술사학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책이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해당 작가들의 대표작과 그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 명칭도 소개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술을 향유하는 계층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손쉽게 예술문화를 접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축복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회나 공연은 물론이고 수준 높은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는 덕분에 가까이서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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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미술계 거장 501명을 소개한 예술가 인명부사전
강렬하면서도 우수에 찬 눈빛의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많이 본 사람인데 생각이 나질 않아서 바로 322페이지를 들춰보니 너무나도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였다. 스포츠형으로 짧게 깍은 머리에 거무잡잡한 피부색으로 인해 남미쪽 화가일 줄 알았는데 스페인 태생의 피카소였다니... 입체파의 아버지라 불리면서 20세기 예술가 중 최고의 예술가로 선정된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그림을 통해 의도한 바가 무엇이었는가를 쉽게 파악할 수 없지만 그의 초기 작품들은 그 시대의 우울함(알코올 중독자, 거지, 매춘부, 방랑자 등)을 반영함과 동시에 1907년에 그린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통해 입체주의의 시작을 알렸으며, 후기엔 1937년에 <게르니카>를 제작하여 스페인 내전 중 파시즘에 저항할만큼 시대성이 강한 작가였다고 말하고 싶다.
또 내가 좋아하는 가냘픈 모습의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도 보인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친구이자 클림트의 피후견인이었던 에곤 실레는 클림트의 표현주의적인 선들을 더욱 발전시켜 공포와 불안에 떠는 인간의 육체를 묘사하고,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주제로 다툼으로써,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킨 작가다. 여인들과 소녀들의 누드화를 대담하고 솔직하게 묘사한 그의 그림들은 걸작으로 뽑히는 <죽음과 소녀>와 <포옹>에 잘 나타나 있다. 자기 자신의 감정이입이 들어간 초상화와 풍경화, 노골적이고 에로스적인 그림들로 천재성을 발휘한 에곤 실레가 28살의 어린 나이에 스페인 독감으로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콧수염이 깜찍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도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얼마나 초현실주의에 매달렸는가를 알 수 있다. 녹는 시계의 이미지가 달리 그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기억의 고집>이나 첫 소장자의 초상이 들어있는 <코끼리를 반사하는 백조>를 통해 그의 그림이 얼마나 초현실주의를 대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초현실주의의 대가인 살바도르 달리가 1929년 작 ‘안달루시아의 개’란 영화를 부뉴엘과 공동으로 제작하고 알프레드 히치콕의 1945년 작 ‘스펠바운드’의 미술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콧수염이 특징이었던 달리와 함께 중절모가 트레이트마크였던 화가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다. 르네 마그리트는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초현실주의를 대변하는 화가이자 그 당시의 대중문화에 큰 획을 그은 화가이기도 하다. 변화무쌍했던 1960년대의 대중문화에 ‘제프 백 그룹’이란 밴드가 그들의 앨범 ‘백 올라’에 마그리트의 1952년 작 <청취실>을 인용했고, 잭슨 브라운이란 가수는 그의 앨범 ‘레이트포 더 스카이’의 표지에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을 사용함으로써 르네 마그리트는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마그리트의 지속적인 인기는 앨범뿐만 아니라, 만화, 온라인 비디오 게임, 영화 등 대중문화 깊숙히 자리잡게 되고, 르네 마그리트가 추구한 초현실주의는 대중들의 열렬한 응원속에 대중문화의 한 부분을 장식했다.
파블로 피카소, 에곤 쉴레,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등 내가 좋아하는 4명의 화가를 앞에서 설명했지만 마로니에 북스에서 출시된 『501 위대한 화가』에는 이 4명을 포함해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501명의 쟁쟁한 화가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꼭 인명부 사전처럼 내가 원하는 화가를 쉽게 찾을 수 있게끔 만들어놔서 영어사전이나 국어사전처럼 옆에 두고 애용한다면 그만큼 미술에 대한 조예도 더 깊어질 거라 생각한다. 단지 아쉬운 게 있다면 501명의 쟁쟁한 화가들 중에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강희안과 백남준밖에 없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머지않아 세계에서 인정받는 화가들이 계속해서 배출되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이 책을 깊어가는 가을날 예술과 씨름하고 있을 여러분에게 선물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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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명의 작가 분들이라기에 상상만으로도 벅찼지만, 실로 받아 본 책의 두께는 어마어마했다. 상상 이상으로 그 묵직함에 외려 부담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피카소의 눈빛과 마주하며, 달리의 시선에 다소 부담을 느끼며 그렇게 한 참을 책 표지만 멍 하니 바라보았던 것 같다. 섣불리 책을 열어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그렇게 책을 받아보고 난 뒤, 며칠이 지나서야 한 장 두 장 책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실로 방대한 양이었다. 마치 대 사전을 방불케 했다. 더군다나 시대 별로 작가를 구분 짓거나, 이름 별로 나뉘어 놓아 찾기도 용이 할뿐더러 보기에도 편리했다. 그래서 인지 더더욱 사전과도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대 국어사전과도 같은 그런 느낌?
마로니에 북스는 미술 서적을 많이 출간한다. 최근 마로니에 북스에서 ‘에드워드 호퍼’와 ‘클림트’의 아트 북과 포트폴리오도 구매한 바 있다. 점차 미술은 사람들에게 있어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예술은 우리에게 먼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 만큼, 전시회 또한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되었고 이와 더불어 미술 관련 서적 또한 방대하게 출간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로니에 북스와 같이 미술 서적을 전문적으로 출간해주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조금 반가운 일이라 생각한다. 미술에 대해 꽤나 애정을 품고 있는 나조차도 이젠 마로니에 북스만 보면 절로 반가움이 일 정도니 말이다.
501명의 16세기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작가들을 보며, 사실 절반 이상이 낯설었다. 어디서 한 번 본 것 같은 그림도 있던 반면, 정말이지 난생 처음 보는 듯한 그림 또한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인지 다소 읽는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소 공부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행여나 찾아보고 싶은 작가가 생겼을 시에 사전처럼 바로 바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울 것 같다. 501명의 위대한 작가 분들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 그 분들을 느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 책꽂이에 있는 이 두툼한 책에 보이는 달리의 표정이 늘 내게 새로운 호기심과 감흥을 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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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는 피카소가, 책등에서는 달리가 독자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의 600페이지가 넘는 이 두툼하고 무거운 책에는 16세기의 이전의 화가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에 그 이름을 남긴 거장들의 소개가 실려 있다. 마로니에북스의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대부분 1001 인 반면 화가 편인 이 책은 501명만 실려 있는데 그러나 그 내용은 역시 방대하고 엄청나다. 미술에 관한 서적을 최근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는 전문 출판사인 만큼 별도의 시리즈라 해도 미술 분야인 이 책에 관심이 더 가는 게 사실이다. 그 만큼의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미술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업적이나 작품을 남긴 작가들을 시대순으로 주욱 나열한 편집은 미술사를 이해하기 위해 단순한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을 암기(?)하는 것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과 그 생애 또는 업적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며 자연스럽게 미술의 변천과 흐름을 읽어낼 수 있도록 의도된 편집이다.
미술사에 관한 책을 많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몇권 이나마 읽어본 나에게도 생전 처음 듣는 작가들이 거의 대다수였음에도, 크게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읽어갈 수 있었다. 낯선 작가들이지만 차분차분 읽어가다 보면 전체 흐름에서의 위치가 잡히면서 그 시대의 유행과 변화가 보이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외형적인 면에서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가독성을 조금 떨어뜨리는 면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 안타깝고 한정된 지면에 너무 많은 작가를 소개하다보니 단편적이 되어 버려서 깊은 이해보다는 단순히 훑어보고 나중에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할때 색인을 보고 찾아보기 용으로 쓸 정도의 정보 밖에 없는 작가들이 다수 존재하는 점은 보충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지만 분명한 장점을 가진 책이고, 무엇보다 책장에 꽂았을 때 발휘되는 포스는 미술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한번 구입해 볼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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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501명의 뛰어난 화가,조각가, 혼합매체 미술가, 포토몽타쥬 작가, 설치 미술가들에 대한 충실한 안내서이다. 저작권으로 인해 501명 예술가들의 대표작들이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 자체에 나오는 그림만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느낌이다. 이 두꺼운 책을 당연히 사전처럼 애용해야겠지만 처음 이 책을 손에 잡았을 때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읽어보았다. 먼저 머리와 꼬리를 살폈다. 무릇 사전이란 처음과 끝을 살피는 게 예의인 법. 처음과 마지막을 소개해보면, 시작하는 화가 세 명 모두 중국화가로 남종 산수화의 시조 동원(900-962), 북종 산수화의 대가 범관(990-1030), 남북종화를 통합한 마원(1155-1235)이 소개된다. 대미를 장식하는 501번째 예술가는 1974년생 이란 사진작가 시라나 샤흐바지다. 당연 처음 들어 보는 생소한 이름. 베일을 쓴 여인이 흡연하는 초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음은 서양의 미술양식을 이 책으로 점검해 보았다.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일단 머리에 담아두면 일거삼득이기 때문이다. 미술 양식의 흐름은 문학, 사학와 철학 세 분야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서양 회화 양식들과 생소하지만 이 책이 소개하는 양식들을 순서대로 살펴보는 것이다.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의 중세 미술은 페이지를 빨리 넘겼다. 그리고 정식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가로 조토 디 본도네(1266-1337), 산드로 보티첼리(1444-1510),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 라파엘로(1483-1520) 같은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찾아 읽었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마니에리스모」는 인체의 왜곡과 과장, 관능성이 특징으로, 〈볼록 거울 속의 자화상〉으로 유명한 파르미자니노(1503-1540), 아뇰로 브론치노(1503-1572)와 틴토레토(1518-1594)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우게 된 미술 양식이다. 바로크 양식은 17세기 초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성행한 드라마틱한 미술 양식으로 종교미술과 관련이 깊고, 대표적인 화가로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와 렘브란트 반 레인(1606-1669) 그리고 위대한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1593-1652)가 있다. 로코코 양식은 18세기 초 루이 15세 통치시기의 파리에서 시작되어 이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까지 퍼진 장식적이고 화려한 미술양식으로, 장 앙투안 와토(1684-1721)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가 대표적이다. 신고전주의는 1740년대 영국에서 시작되어 18세기 후반 내내 유행한 미술운동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미술과 건축에서 영감을 얻었다.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을 그린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와 〈터키의 욕탕〉을 그린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가 대표적인 신고전주의 화가이다. 낭만주의는 고전주의에 반대하여 자연에 대한 감정적 반응에 주로 초점을 맞춘 운동이다. 〈메두사호의 뗏목〉으로 유명한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구자 테오도르 제리코(1791-1824)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의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가 대표적이다. 사실주의 또는 「레알리슴」이란 용어는 18세기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로는 〈파이프를 문 남자〉의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 오노레 도미에와 밀레이다. 아류로 사회 사실주의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가 있다. 인상주의는 1869년대 프랑스에서 기원한 미술양식으로 명칭은 모네의 회화 〈인상, 해돋이〉(1874)에서 유래했다. 신인상주의는 1880년부터 점묘법처럼 색채의 적용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을 발전시킨 조르주 피에르 쇠라(1859-1891)가 대표적이다. 후기 인상주의는 1880년대 말부터 인상주의를 한층 더 발전시킴과 동시에 인상주의의 한계를 거부하는 회화운동으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와 폴 고갱(1848-1903),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대표적이다. 표현주의는 1890년대 후기 인상주의의 경향을 이어받았지만 자연 대상을 단순히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을 거부하고 대상이 지닌 혹은 관찰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형태와 내면 세계에 초점을 맞추었고, 에드바르드 뭉크(1863-1944)와 앙리 마티스(1869-1954)가 대표적이다. 입체주의는 고정된 시점을 포기하여 사물의 형태는 조각난 삼각형 또는 입방체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를 닮았으며, 대표적인 화가는 폴 세잔(1839-1906), 파블로 피카소(1881-1973)와 근대 프랑스 회화의 아버지 조르주 브라크(1882-1963)이다. 초현실주의는 1924년 파리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으로 르네 마그리트(1898-1967), 살바도르 달리(1904-1989)가 대표적이다. 추상표현주의는 194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에 미국에서 전개된 미술의 한 동향으로 잭슨 폴록(1912-1956), 윌렘 데 쿠닝(1904-1997), 프란츠 클라인(1910-1962)이 대표적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그리고 난생처음 들어본 이름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정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참고로 책에서 처음 등장하는 한국화가가 누구인지, 일본화가는 또 누구인지 살펴보았다. 답은 강희안(1419-1464)과 다와라야 소타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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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취미를 갖고 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책읽기이다. 때문에 취미를 물어오는 사람들 덕분에 곤혹스럽기도 한데, "취미가 뭐에요?"라고 묻는 말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독서요."라고 말했을 때의 그 표정 때문이다. 마치 외계 생물체를 대하는 것 같은 표정, 내지는 "애 뭐지?"라고 묻고 싶은 듯 어색하게 웃는 얼굴들. 이제는 너무 자주 겪는 일이라 만성이 되었는지 그들의 표정을 보며 오히려 내가 웃음이 난다. 헌데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닐까? 책 읽는 것만큼이나 그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까막눈이다. 그림을 봐도 "우와~ 잘 그렸다. 멋지다!"만 연발할 뿐 이것이 어느 시대의 누구의 그림이고 이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들 덕분에 그림을 바라보는 동안 나의 얼굴을 미묘하게 어그러지곤 하는데 이런 내 표정을 보는 이도 독서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재밌어하는 나처럼 내 모습을 보며 미소 지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림 까막눈 탈출 프로젝트로 한 달에 한 권씩 미술에 관한 책을 읽기로 했고 이 달에 읽게 된 책이 11월이라는 달 수 만큼이나 넉넉한 책 <501 위대한 화가>란 책이었다.
이 책을 처음 만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와~ 정말 두껍다."였다. 1500년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하다 생각되는 작가들을 시대별로 정리한 이 책은 501명의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이 싣고 있다. 정리해야할 화가들도 그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너무나 많기에 꼭 알아야할 중요한 부분들만 정리해 놓았는데도 64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 되었다. 처음엔 그 무게에 압도되어 조심스럽게 목차만 살펴볼 뿐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할 수는 없었다. 알기 쉽게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목차를 보며 내가 아는 몇몇의 이름들을 찾아 골라 읽어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시작으로 "고흐"와 "고갱",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아는 이름들은 하나하나 골라서 다 읽어본 것 같다. 그리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천천히 차를 음미하듯 읽어간 것 같다. 책의 띠지엔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서"라 적혀있는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이것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돌 때 우리가 한 권씩 챙겨가는 가이드북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 지금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이며 적어도 이것만은 알아두어야 한다는 그들의 당부처럼 이 책은 우리가 그 화가의 작품들을 대하며 알아야할 최소한의 사실들과 작품을 담고 있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동시대 화가들의 관계와 작품성향들이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지면에 허락된 공간은 한정적이다 보니 미처 작품이 함께 실리지 못한 화가들도 꽤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 한 권으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501명의 화가들을 다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지금까지 한 작가들의 일생과 미술관, 혹은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들만 읽다가 이렇게 시대별로 화가들을 정리해 읽고 나니 복잡했던 머릿속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얻게 된 기분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처럼, 나침반을 잃어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은 한 척의 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던 나의 미술에 대한 소소한 지식들은 이제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다. 앞으론 어떠한 작품을 보고 알게 된 화가의 이름을 바로 이 책에서 찾아보면 되니 그림을 즐기기가 한결 더 수월해질 것 같다. 오랜 시간 좋은 친구가 되어줄 <501 위대한 작가>! 두꺼운 무게만큼이나 오래도록 내 곁에 남아 세월의 흔적과 추억들을 함께 해주길 바라며 따스한 손길로 책을 한 번 쓰다듬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