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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은 본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성장 과정 내내 집안으로부터 유능한 법학자에의 기대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 칼뱅처럼 체계적으로 방대한 주석을 남긴 사람은 없다..." 물론 칼뱅 이후 저명한 주석학자들이 대거 활약했습니다만 이는 그 입장의 직접 계승이건 비판적 고찰이건 어찌보면 다 칼뱅의 큰 그림자 아래 영향을 받은 후임자들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중세 대학에서 젊은 두뇌들이 몰려든 분야는 크게 신학과 법학이었는데, 칼뱅은 어쩌면 근세를 여는 시점에서 두 분야의 축복을 동시에 받아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칼뱅의 주석서를 직접 읽고 연구하는 학자가 한국에서는 드문 편인데, 아마도 칼뱅의 심오한 통찰을 계승한, 이후의 뛰어난 학자들이 정리, 완제한 주석서들이 많이 나온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 성경을 읽다 보면 대체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할 때가 많은데, 명쾌하고도 신심 깊은 주석을 읽다 보면 막힌 혈이 뚫리는 듯하다는 토로를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이 멈출 게 아니라, 칼뱅이란 인물은 대체 한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런 경지에 이르고 그런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 짤막한 전기라도 한 권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선택도 좋을 듯합니다.
아무리 한 분야에서 출중하게 두각을 나타내어도, 그저 용맹이나 결기, 의지, 맹목성 만으로 위인이 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람이 동물과 차별되는 점은, 미물과 비교될 수 없는 빼어난 두뇌를 가졌다는 특질에 크게 기댄다고 하겠습니다. 나이 육십을 바라보는 판에 "보물선이 인양되면 나라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같은 정신박약 천치 같은 소리를 하는 인간에게, 최소한의 양식이나 지혜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칼뱅은 어려서부터 영민한 인재였고, 아마 그 부모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혹세무민하는 경제사범, 사기꾼, 혹은 그의 하찮은 앞잡이에게 단단한 포승줄을 묶어 감옥에 가둘 수 있는 법관이 되기를 희망했을 법도 합니다. 칼뱅은 글자 한 줄을 갖고도 면도날처럼 쪼개어 수십 가지 의미와 가능성을 추출할 수 있는 천재적인 두뇌를 지녔던 인물이었습니다.
"심장을 바친 개혁자". 이 말은 실제로 칼뱅이 자신의 심장을 "즉시" 주 앞에 바치겠다고 한 유명한 인용구에서 비롯했습니다. 사실 그의 성장 배경도 그렇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마냥 열렬히 공감할 것 같지만은 않은, 약간은 쌀쌀맞은 느낌의 칼뱅이, 그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편안한 길을 택하지 않고 수백 수천의 영혼을 바른 길로 인도하며 나아가 썩은 체제의 관에 못질을 가하는 대 개혁가, 선각자로 거듭난, 그 과정 역시 다소 기이한 면이 있습니다. 이 역시 칼뱅의 지론인 "무조건적 선택, 은총, 구원"에 비추어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하며, 개인의 실제 삶과 그 이론이 곳곳이 일치하는 거대한 행적 중 참으로 드문 예라고 하겠습니다(안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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