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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라는 말이 어려운 이유는 결코 하나의 뜻으로 정의될 수 없기 때문이고, 다가가면 저만치 멀어져가는 말이기 때문이다. ‘길들이다’라는 말 역시 이와 같다. 시간의 자락이 덮여져 갈수록, 서로에게 마음을 쏟은 만큼, 그 의미가 도타와지는 말이기에 아름답고 감히 한 순간도 잡아매어 둘 수 없다. 생택쥐페리는 <어린왕자>를 통해 ‘길들이다’를 가장 어렵고 또한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말로 만들어냈고, 우리의 가슴 속에 결코 사라지지 않을 청아한 영혼의 별 하나를 걸어놔 주었다.
- 너와 내가 알아간다는 것은 너를 읽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이내 신뢰감과 친화력을 느끼게 된다. 설사 그가 처음 만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내 벗이 될 수 있어. - 법정 <무소유> p.116 故법정 스님은 <어린왕자>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생면부지의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장 인간적인 관계의 가치를 <어린왕자>가 담고 있기에 그리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린왕자>는 관계의 미학을 그 어떤 말보다 쉽고, 그 어떤 이야기보다 순수하게 보여준다. 아무런 연고조차 없는 두 사람이 만나서 상대를 ‘너’라고 부르고, 네가 된 상대가 또 ‘나’를 ‘너’라고 불러줄 때서야 비로소 둘은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로 거듭난다. 그 관계의 고리를 만들어내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불교에서는 그것을 ‘인연’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연은 억겁의 시간(1겁은 황새가 9만 리를 날아가는 시간 등의 무한히 긴 시간을 뜻함)을 거쳐야 비로소 만나게 되는 소중한 관계다.
- 부끄러운 어른들의 세상은 하지만, <어린왕자>에 나오는 어른들에게는 그토록 고귀한 인연의 소중함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만이 있을 뿐이다. 어린왕자가 별을 여행하면서 보게 되는 모습들은 이 세계가 얼마나 오염됐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오직 숫자로 환산되는 세상의 모든 것들, 권위로 억누르는 지배의 구조, 또렷한 정신을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는 비참한 곳, 정성이란 전혀 깃들지 않은 똑같은 것들이 난무하는 세계.
수천송이 장미꽃이 피어있는 그 곳에서 어린왕자가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쏟고야 마는 이유는, 소중한 것과의 관계를 어느 샌가 소홀히 하게 되어버린 어른들에 대한 연민이고 슬픔이다. 어른들에게는 관계가 소중할 수 있도록 보듬어진 시간보다는, 종이에 찍힌 숫자가 중요한 것이니까. 그들에게는 결국 ‘너’와 ‘내가’ 되는 그 놀라운 기적 같은 사건마저도 순간의 지나는 바람보다 못한 것이 되어버렸으니까.
- 길들인다는 것은 그들과 같은 어른이 될 수 없어 차라리 다행인 어린왕자의 슬픔을 어루만져주는 이는 사막여우다. 그는 어린왕자가 무언지도 모른 채 장미와 별에게 해주었던, 길들인다는 것의 가치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알려준다.
서로에게 소중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런 시간의 숨결 안에서 서로의 변화마저도 아껴주는 것이기에. 우리는 서로를 시간과 정성으로써 채색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오롯이 너의 ‘나’로서 존재하도록, 네가 영롱한 나의 ‘너’로 존재할 수 있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여울지는 관계를 쌓아간다.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사막 같이 황폐해진다하더라도, <어린왕자>는 우리가 길들임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을 때, 서로가 서로의 별이 되어 빛날 수 있다며 반짝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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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감 買冊記...37탄(팝업북 어린왕자)
어릴때 읽은 어린왕자이니 지금 기억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누나들이 보고 있던(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기억한다) 책도 그 때 나이로도 좀 난해하여 대학다니며 우리집에서 같이 지내던 친척누나가 책의 내용을 해설과 곁들여 읽어 주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어린왕자를 읽고 있다. 왜 이렇게 주인공이 하는 말들이 귀여울까. 세월은 나의 의식을 그렇게 바꿔 놓는다. 귀엽고 재미있다. 팝업 북이라서 어른이 읽기가 좀 그렇다고? 전혀 아니다. 가격도 있고, 소장가치로서도 팝업북 어린왕자는 충분히 구매할 만하다. 잘 산 책의 목록에 넣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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