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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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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이야기는 삼류정도라고 해 두자. 그렇지만 분명히 해둘게 있다. 삼류라는 게 보잘것없다는 말과 동일어는 아니다. 단지 사회의 주류를 이야기 속에 담지 않았단 얘기고,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삼류스럽다는거, 그 뿐이다. 요컨대 예의바른 사람들이 격식맞는 언어를 사용하는 무대가 아니란거다.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등장인물이 욕지거리 해가면서 찌질한 얘기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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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이야기는 삼류정도라고 해 두자. 그렇지만 분명히 해둘게 있다. 삼류라는 게 보잘것없다는 말과 동일어는 아니다. 단지 사회의 주류를 이야기 속에 담지 않았단 얘기고,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삼류스럽다는거, 그 뿐이다. 요컨대 예의바른 사람들이 격식맞는 언어를 사용하는 무대가 아니란거다.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등장인물이 욕지거리 해가면서 찌질한 얘기 풀어놓는다는거다. 그게 바로 <X형 남자친구>(문학동네.2009) 속 세계다.

 

일단 제목부터 뭔가 비주류스럽다. A, B, AB, O형 다 놔두고 왠 X형? 지가 외계인이라도 되나. 게다가 표지 봐라. 깔끔치 않은 턱수염에 신경쓴 듯, 대충 걸쳐입은 옷의 남자와 배꼽 다 드러낸 뚱한 표정의 여자. 눈 씻고 찾아봐도 주류의 ㅈ도 안 보인다.

 

총 8편의 단편이 독자를 기다린다. '살'에서 사람들은 통과병에 걸린다. 더 이상 타인과의 신체적 접촉이 불가한 상황. 그럼에도 여전히 돈에 목말라가며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주인공은 외로움에 사무쳐 말한다. 다 필요없다고, 부대낄 수 있는 살만 있다면... 이라며. 어떻게든 타인을 몸으로 느끼고 싶어하는 처절한 외침이 변하지 않은 물질만능주의 앞에서 공허하게 울린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일지 모른다. 타인과의 접촉점이 없는 세상, 상상이 가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있되 살아있지 않은, 기계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느 곳에선 폭력이 말을 대체하기도 한다. 말로서의 소통이 끝난 지점에는 어김없이 칼이 있고,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흥건하다. ('다람쥐 죽이기', '사랑의 역사') 사람 사이에 폭력은 공포를 불러오고 이내 사람을 체념하게 만든다. 결국 폭력의 반복. 세계는 점차 광폭해진다.

 

너와 나 사이의 직접적인 소통이 사라진 자리에는 물건이 등장한다. 핸드폰, 카메라......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상대를 옥죈다. 현실에선 한 마디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물건 뒤에 숨어 다른 이들을 농락한다. 아니 그렇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순간 자신도 또 다른 자의 희생자로 살아갈 뿐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 '외눈박이') 조지 오웰이 예견했던 빅브라더 세계는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이야기가 너무 거대해졌다 싶은 순간, 작가의 시선은 땅끝으로 곤두박질친다. 이어지는 찌질한 삶, 찌질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찮군,날다', 'X형 남자친구', '물실로폰') 아등바등거리지만 주류의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미련한 인물들. 그러나 그들을 보는 작가의 시선은 매섭지 않다. 그래도 이들은 살아갑니다, 식일까.

 

여기까지 오니 삼류가 더 이상 삼류만은 아니다. 사실 그게 우리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지 뭐. 하루는 기분 들뜨게. 또 하루는 울컥하게. 또 다른 날은 볼품없기도 할거다. 그렇지만 그게 삶이다. 때론 욕지거리도 하고, 폭력도 오가고, 물건 뒤에 숨어 비겁하게도 살고.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 타인과 어떻게든 접촉하며 살 수 있다면 조금은 방황하고 어리석어도 괜찮을거 같단 생각이 든다.

 

 

 

 

 

YES마니아 : 골드 z*****x 2009.09.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신세대 인류의 새로운 삶의 방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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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입으로 하는 속된 말들을 인쇄된 글로 볼 때 더 거북하다. 나는 아직도 문학이 우리의 언어를 더욱 아름답게 갈고 닦을 일종의 의무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날 것 그대로의 거친 언어들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진다는 것은 언어 사용자들의 변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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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입으로 하는 속된 말들을 인쇄된 글로 볼 때 더 거북하다. 나는 아직도 문학이 우리의 언어를 더욱 아름답게 갈고 닦을 일종의 의무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날 것 그대로의 거친 언어들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진다는 것은 언어 사용자들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한 변화는 바로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다. 속어와 욕설이 난무하는 문장들 속에 변화하는 우리 사회가 있다. 기존 세대들에게는 가벼워 보일 수도 있고 생소해보일 수도 있는 신세대 종족들의 새로운 생활방식과 새로운 언어들이 이 소설집 속에 있다.

  문장으로 완성되지 않는 토막난 말들, 그 속에 끼어있는 줄임말들, 말줄임표들이 책 속 주인공들의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며 신세대적이다 못해 미래적이고 타락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자기 만족에 차서 행동하는 그들은 그러나 곧 누군가에게 기만당하기 일쑤다.
  남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노상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남자는 관찰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여성이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와 자신의 테잎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스토커에 대한 분석을 하며 스토킹 당한다는 제자에게 충고해주던 강사는 오히려 자신이 스토킹을 당하며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게 된다. 암살을 위해 침투한 집에서 자신이 암살당할 위험에 처하게되는 건달도 등장한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비난하며, 신뢰하지 않고 오직 관찰하며 거리를 두는 관계의 방식들, 지극히 디지털적 방식인듯 하지만 지극히 외로운 방식들을 보며 작가도 그런 종족들 같은 관찰자의  한 사람이 아닌가 내심 의심스러우며 걱정스러웠지만 책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으니 그래도 안심이 되는 것 같다. 그의 시선이 따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세상에 혼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도, 만나지 않아도,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작은 상품 하나를 사도 그 물건이 나에게 오기까지 존재했던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셈입니다. 도시인이 하루에 쓰는 석유가 십리터쯤 된다 하니 나는 석유를 둘러싼 지구 반대편의 분쟁과 별개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나는 종종 고립감에 시달리는 걸까요? 왜 옆집 여자는 나와 마주치면 겁을 먹고, 길거리에는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 그토록 많은 걸까요?
너와 나,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 P.260 작가의 말  

YES마니아 : 로얄 l*****a 2009.10.3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