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예전부터 단골로 삼던 토픽 중 하나가, 폴 버호벤은 진지함의 탈을 쓴 코미디의 대가가 사실 아니었을까 하는 점. 가장 성공한 본격(..) SF라 할 '토탈리콜'을 보면, 무(無)대기(大氣) 상태에 내팽겨쳐진 인간들이 제일 먼저 겪는 고통이 신체 내부 압력 상승으로 인한 피부 파열인데, 특히 안구 돌출 장면은 '끔찍한 희화'로서 엽기와 코믹의 (상호 길항적)미학 효과를 유발한다. 나는 이런 것이 그의 '장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의 많은 작품 속에 삽입되어 독특한 분위기 형성에 기여하는 건 사실이다. 아 참, 하려고 했던 말은, 화성 표면에 던져졌을 경우 생명에 일차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 氣溫(어폐가 있군)이므로, 그 경우 사람은 터져 죽는 게 아니라 '얼어 죽는' 게 정상적인 진행 과정이다. 버호벤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므로 이를 몰랐을 리가 없는데, 의도적으로 이런 무신경을 드러냈다면 그 속내에 대해선 나름의 해학 창출이라 추측해도 무방하지 싶다. 영화는 빼어난 CG로 개봉 당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으며, 지금 봐도 매우 근사한 몇몇 장면은 이것만으로도 이 필름이 영화사의 긴 행렬 어느 한 구석에 자리를 차지할 충분한 자격을 마련해 줄 만하다(평은 좋지 않음). 문제는 어이 없는 플롯의 flaw들인데, 나는 아직도 "왜, 투명인간이 된 세바스찬 케인이 정상인으로 복귀할 수 있는 솔루션만은 스스로 개발하지 않고 친구들을 그리 들볶는가?"의 문제에 대해 답을 못 찾고 있다. 인코딩을 아는 사람이 디코딩도 잘 하기 마련인데, 앤티도트 역시 결자해지 차원에서 애초의 투약자가 손수 빚어내는 게 당연한 일이니, 혹 물질의 특이성으로 인해 투명인간 상태를 유지하면 뇌세포에도 일정 영향을 미쳐, 과학적 지식 동작 기제가 하이버네이션 상태로 들어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당치 않은 소리임은 분명하다. 마지막의 그 난장판 속에 케인한테 육체적 괴력이 느닷 생겨 사일로 속에서 활극을 벌이는 것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 예전부터 지적했던 것처럼, 돈에 눈이 먼 상업주의와 그에 길들여진 어리석은 대중을 다분히 조롱하는 뜻에서, 버호벤은 곧잘 이런 관객 모독을 장르 기법의 회칠 아래 천연스럼게 행하는 것이나 아닌지. 음, 모를 일이긴 하지만 최소한 우리는 '알 만한 사람이 대놓고 말이 안 되는 소릴 하는 경우' 그 배경에 대해 차분히 생각을 기울일 필요 정돈 있지 않나, 뭐 그런 코멘트를 하고 싶다. 특유의 뒤틀린 섹시 코드는 이 작품에서도 자주 띄는데, 그 말은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