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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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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글이나 말보다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유재현 작가의 [느린 희망] 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된다. 2006년 발행되고, 2009년 재발행되어서 약간의 시간차는 있지만, 지금의 쿠바 경제는 이 책이 씌어진 시점과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하다. 다른 곳보다 더욱더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 듯한 쿠바, 그래서 시간이 멈춰 버린 쿠바라는 느낌을 강하게
"느린 희망" 내용보기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글이나 말보다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유재현 작가의 [느린 희망] 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된다.

2006년 발행되고, 2009년 재발행되어서 약간의 시간차는 있지만, 지금의 쿠바 경제는 이 책이 씌어진 시점과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하다.

다른 곳보다 더욱더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 듯한 쿠바, 그래서 시간이 멈춰 버린 쿠바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포토에세이 답게 책 곳곳에서 쿠바 사람들의 생활모습과 쿠바의 풍광이 그러한 느낌을 더 정확하게 받아 들이게 만든다.

 

1959년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 쿠바는 설탕 등 농산품의 8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었고, 그만큼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았던 나라이다. 혁명이후 미국의 쿠바에 대한 경제봉쇄정책으로 모든 지원은 끊어졌고, 더구나 구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은 쿠바의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몰았다.

그러한 상태에서 오늘날의 쿠바 상황까지 오게 되고, 밖에서 바라본 쿠바는 어느덧 혁명 이후의 상황에서 멈춰버린 듯한 모습이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쇼설 클럽], 영원한 혁명가 체 게바라 등 쿠바를 떠올리면 그러한 조금은 낭만적인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뭔가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게 만들고, 머릿속엔 더욱더 안개에 가려진 낡았지만 멋진 영상을 그려본다.

하지만, 책 곳곳에 저자가 소개해준 사진과 덧붙여진 글을 통해 쿠바 현실은 낭만만 떠올리기엔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배급을 통한 의.식의 해결은 경제가 발달했을 때는 풍요로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늘 부족하고 허기진 듯해 보였다. 그래서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 불법적인 암시장 거래가 이루어지고, 정부는 그런 상황들을 알면서 묵인하게 된다.

쿠바 수도 아바나부터 서쪽 피나르 델 리오, 동쪽의 산티아고와 관타나모에 이르기까지 쿠바 전역의 도시 풍광은 원조가 끊어진 상태의 낡음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 비춰봤을 때 매일마다 갈아엎어버리는 도시의 건물 잔해의 불편함은 쿠바가 건축에 대한 경제 발전은 이뤄지지 않아도, 과거의 그들의 것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는 것에 부러움이 일었다. 물론, 그들의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 버릴 수도 있지만, 쿠바 인들의 부족한 삶에서 얻게 되는 교훈과 여유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빠르게만 외쳐대는 우리 사회에 어느덧 그러한 것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이곳저곳에서 불거져나오고 있다.

아파트가 무너지고, 산이 파헤쳐져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멀쩡하던 다리가 무너지는 등 실로 어이없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빠르게 일어나는 눈부신 경제 발전의 결과가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쿠바의 포토여행에세이로 또다시 깨닫게 되었다.

빠름이 주는 혜택보다는 느림이 가져다 주는 삶에 대한 여유와 너그러움이 더 큰 것 같고 가치가 있어 보인다.

많이 가지지 못해 일어나는 불편함보다는 많이 가져서 잃어버리는 인간 상실은 더 큰 상처가 되고 후세들에게 무엇을 물려줘야 올바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지금의 쿠바는 경제 분야에서 많이 낙후되고 힘들지만, 저자의 설명으로 쿠바는 교육과 의료시설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희망찬 빛이 보인다.

더구나 의료분야에선 '사후 약방문식' 의 우리나라 상황을 놓고 볼 때, 쿠바의 가정의학 분야에 대한 활성화는 우리가 배울점이라 생각된다.

의료 시설에 있어 많은 발전이 있다고하지만, 어느 특정 분야에만(자본) 투입이 되고, 의사가 몰리는 현상은 우리나라의 의학 분야에 대한 앞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만든다.

의료계의 종사자들도 결국은 특정 분야의 쏠림 현상이 자신들의 존재를 갉아 먹어가고 있음을 알 것인데, 지금의 안락하고 명예로운 삶을 포기하지 못해서 모른척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무튼 막연하게만 생각되고 비대하고 눈부신 발전만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얻지 못한 쿠바의 전경은 나를 설레게 만들기 충분했다.

가진 것이 적어도 마음의 풍요를 얻는 쿠바인들의 모습에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그래서 이 책을 덮는 순간 오늘 밤에도 열정적으로 살사를 추고 있을 쿠바인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 이후 두 번째 만나게 되는 유재현 작가의 [느린 희망]은 또 한번 잠자고 있던 내 의식을 깨워주고 많은 것을 알아가고 느끼게 해 주셨다. 감사드린다.

 

 

m******9 2013.04.05.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