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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촛불시위정국을 건너오면서 인터넷에서 신문과 방송에서 얻은 지식을 엮어내다 보니 많은 분들이 프리온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얻는 지식은 아무래도 단편적일 수밖에 없고 프리온질환을 한번에 관통할 수 있는 전문적 내용을 쉽게 풀어낸 읽을거리는 여전히 아쉬운 상황입니다.
오래 전 광우병의 위험을 경고한 리처드 로스박사의 <죽음의 향연>을 시작으로 해서, 지난 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부풀리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는 콤 켈러허박사가 쓴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치매> 등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 촛불시위 당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을 때 브릭에서 프리온질환의 정체를 정리한 피카소 유수민선생이 쓴 <과학이 광우병을 말한다>와 DT 맥스의 저서 <살인단백질>이 나와 어느 정도 프리온질환에 대한 가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끝이었습니다. 유수민선생이 여전히 촛불시위가 벌어지게 된 근본원인이 되었던 과학적 사실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었음에도 사람들의 의심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광우병전문가라고 나선 또 다른 학자들이 광우병 위험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논란에 벽돌 한 장을 더 얹어놓는 책이 <광우병논쟁>입니다. 이 책은 사회학을 전공하고 광우병이 발생한 영국, 그것도 프리온질환을 연구하는 전문연구소가 있는 에든버러에서 과학지식사회학, 의료사회학, 그리고 의학사를 공부한 김기홍씨가 쓴 책입니다. 광우병 파동이 일어난 영국에서 살면서 모은 풍부한 자료와 프리온질환을 연구한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얻은 인터뷰자료 등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프리온질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온 과정을 사회학자답게 유려한 필치로 풀어내고 있어 글 속에 흠뻑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부럽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은 분명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대부분의 광우병관련 책자들이 광우병에 대한 직접적이고 과학적인 정보 대신에 광우병과 연관된 공포를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문제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광우병 문제를 진지한 사회과학적인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좀더 저널리스틱하고 선정적인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열중한 경향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학연구차원에서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적었습니다. 스크래피로부터 쿠루를 거쳐 광우병에 이르기까지 과학사적인 시각으로 냉정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가 되는 10장의 제목을 비극의 씨앗-광우병, 11장을 공포의 현실화-인간광우병, 그리고 마지막 12장을 우리에게 인간광우병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달아서 그의 집필의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986년 광우병이 처음 발생하였을 당시부터 사람으로 전달될 가능성을 부정한 영국정부관리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옳은 지적입니다. 영국언론에서도 같은 보도태도를 보였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국정부의 관리들 역시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했었다는 증거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매사에 철저한 영국정부가 광우병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를 신속하게 취하였고, 앞으로 발생한 사태에 대비한 연구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함으로써 세계적인 위기상황을 빠른 시간에 종료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미국 소의 광우병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 있고 그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에 대하여 우려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요한 화두가 되었던 우리국민의 MM형 우세에 대한 지적과 함께 vCJD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프리온질환에 저항하는 인자가 우리나라 일본 그리고 중국에서는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쏙 빼놓고 있습니다. 지난 해 진보진영의 과학자들이 보여준 행태입니다. 과학의 눈으로 사물을 볼 때는 관련된 사안들을 모두 모아 분석하고 대비시켜 조심스럽게 결론으로 이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에 배치되는 자료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것입니다.
프리온질환의 많은 부분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광우병과 그로 인하여 사람이 감염되는 경로가 파악이 됨에 따라 방역이 가능해졌다는 점으로도 광우병파동은 통제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을 강조하여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남습니다. 그리고 “과학의 객관성은 가변적이며 종교적인 권위처럼 기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광우병 문제에서 언급되는 과학적 증거에 대한 논의는 결국 과학적 해석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광우병 파동에서 ‘과학’은 절대적인 종교적 권위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하면서 30개월 문제, 우리국민의 vCJD에 위험성이 높은 MM형이 많다는 점 등에서 반대되는 자료에 대하여 언급을 피함으로써 암암리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여전하다는 뉴앙스를 남기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오류는 광우병이 종간의 장벽을 넘어섰다는 주장입니다. 영국에서 광우병이 확산되던 초기에는 양의 스크래피로부터 기원하였을 가능성이 주목을 받았지만, 역학조사결과 그 가능성을 낮게 잡았고 나중에 분자생물학적 연구결과 양의 스크래피와는 상이한 프리온이라고 밝혀졌음에도 스크래피로부터 소로 넘어온 프리온질환이기 때문에 인간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분명 과학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든 촛불시위 정국이 가라앉고 시간이 지난 만큼 촛불시위를 촉발한 정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으로 국민들이 사태를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