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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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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처음으로 자네를 존중하게 됐습니다. 예의고 뭐고 없이 내 가슴속에 살아 숨쉬는 어떤 것을 움켜쥐고 싶어하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때 난 살아 있었습니다. 죽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훗날을 기약하고 자네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죠. 나는 이제 자진해서 내 심장을 갈라, 심장의 피를 자네 얼굴에 끼얹으려 합니다. 내 심장의 고동이 멎었을 때, 자네 가슴에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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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처음으로 자네를 존중하게 됐습니다. 예의고 뭐고 없이 내 가슴속에 살아 숨쉬는 어떤 것을 움켜쥐고 싶어하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때 난 살아 있었습니다. 죽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훗날을 기약하고 자네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죠. 나는 이제 자진해서 내 심장을 갈라, 심장의 피를 자네 얼굴에 끼얹으려 합니다. 내 심장의 고동이 멎었을 때, 자네 가슴에 새 생명이 깃들 수만 있다면 나는 만족합니다.
153쪽, 마음.

선생님이 종종 내게 보인 무뚝뚝한 대답이나 냉정해 보이던 몸짓은 나를 멀리하려는 불쾌감의 표현이 아니었다. 가엾은 선생님은 자기한테 다가오려는 사람에게, 다가올 만한 가치가 없는 인간이니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던 선생님은, 남을 경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경멸했던 것 같다.
17쪽, 마음.


 주인공인 ‘나’는 세상에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은 혈기 왕성한 학생이다. 그런 그는 해변에서의 한 남자를 보고 강한 이끌림을 느낀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처음 ‘나’가 선생님에 마음이 이끌린 것을 보고 나중에 그들만의 인연이 설명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직접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다만 선생의 과거를 알게 된 후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타인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곤 한다. 자신의 감정을 미처 숨기지도 못한다. 선생님은 그런 학생이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투명한 모습은 선생에게 호감을 사고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사실 선생님이 학생이었던 시절, 지금의 주인공과 같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다. k의 고백이나 따님의 작은 행동만으로도 감정이 요동쳤고 그로 인해 예민해진 마음을 서툴게 드러냈다. 학생이 선생님을 언젠가 만났던 것만 같은 이유도, 선생님이 유일하게 학생에게 마음을 열었던 이유도 이와 같은 성격적 유사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자노마의 장지문을 열기 전에 다시 아주머니를 돌아보며 “결혼은 언제 하는데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고나서 “뭔가 축하 선물을 하고 싶은데, 전 돈이 없어서 드릴 수가 없네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주머니 앞에 앉아 그 얘기를 들은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261쪽, 마음.

하지만 가장 가슴 아팠던 말은 마지막에 남은 먹으로 쓴 것처럼 보이는, 더 빨리 죽었어야 했는데 왜 여태 살아 있었을까, 라는 의미의 문구였습니다.

264쪽, 마음.


 현재 선생님의 모습은 과거 k의 모습과 흡사하다. 별다른 욕심도, 감정의 동요도 없는 사람. 무엇보다 내면에 큰 그림자가 지어진 것만 같은 모습이 꼭 닮았다. 평생 혼자만 지고 가야만 하는 사실과 죄책감이 그를 무겁게 만들었다. k의 죽음 이후 단 하루도 k의 생각을 멈추지 않았던 선생님은 k와 닮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쓰리도록 마음이 미어지는 그의 마지막 모습은 잔상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가 병약해져 가는 것은 그의 고독함이 문제일 수 있다며 하숙집 사람들에게 그를 잘 돌보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던 선생님이었다. 선한 사람들과 세상의 좋은 면을 공유하며 치유를 돕고자 하였다. 허나 k가 따님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기 시작하자 그가 느낀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빼앗고 싶어졌다. 선생님은 k가 과거의 정신을 잃었다고 말한다. 따님을 사모하여 초심을 잃게 된 k는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큰 고통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선생님에게 보여줌으로써 일말의 원망을 내비쳤다. 삶의 연장을 후회했을 뿐, 선생님이 만일 그를 하숙집으로 부르지 않았더라도 그의 결말이 썩 좋았을 것 같진 않다.


 k는 선생님이 말한 ‘각오’라는 단어에 생을 마감한다. 선생님은 아내가 말한 ‘순사’라는 단어를 곱씹다 죽음을 결심한다. k의 죽음 이후 그 기억이 늘상 지워지지 않았던 선생님에게 아내가 농담하듯 던진 ‘순사’라는 단어는 그를 죽음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그가 훗날 아내가 자신이 농담처럼 말한 단어 하나로 그의 죽음이 결정되었다고 믿거나 자신과 같은 죄책감을 갖고 삶이 종결될 수 있겠다는 걱정은 해보았을지 궁금하다. 혹은 k가 ‘각오’를 곱씹었을 때 느꼈던 께름칙한 감정을 아내 또한 느꼈을지 궁금하다. 평소 순사라는 말을 농담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이던가.

 

 

 

나는 따님에게 거의 신앙에 가까운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종교에서만 사용하는 신앙이란 단어를 내가 젊은 여자에게 사용하는 걸 보고 자넨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신앙심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나는 따님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나도 아름다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따님을 생각하면 고상한 기운이 내게 곧바로 옮겨오는 것 같았습니다.

181쪽, 마음.

나는 내 과거를 선과 악 모두 다른 사람들이 참고로 삼도록 한 셈입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아내만은 예외임을 알아주십시오. 아내에게 만은 아무것도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내가 내 과거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을 되도록 순백색 그대로 보존하고 싶은 것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니, 내가 죽은 후에라도 아내가 살아 있는 한은, 자네에게만 고백한 나의 비밀로서 모든 걸 가슴속에 간직해주길 바랍니다.

283쪽, 마음.


 선생님은 아내를 지극히 사랑했다. 순백색의 마음을 가진 아내에게 경외심을 갖기도 했고 검은 점 하나 남기지 않도록 보호하고자 했다. 아내에겐 끝까지 비밀을 지킴으로써, 학생에겐 자신의 모든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보호하려 했다. 선생님은 K에 대한 죄책감으로 아내에게 애정을 한껏 베풀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 안쓰러움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다. 결혼 전 따님으로 불리던 시절의 아내는 식탁에서 뜬금없이 까르르 웃기도 하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웃음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녀의 웃음엔 무언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어쩌면 등장인물 중 가장 알 수 없는 심리를 가진 이가 아닐까 싶다.

 

 

 

자기 마음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인간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는 이 작품을 권한다.

- 나쓰메 소세키.


 마음은 일본에서도 많이 연구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나쓰메는 인간의 마음을 파악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하였으나 어쩐지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심오한 감정에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i********0 2023.06.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