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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섬마을에서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찰싹찰싹!!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고요한 섬마을의 정적을 깨뜨릴 때 즈음, 넓게 펼쳐진 백사장을 홀로 걸으며 나만의 흔적을 만들어 본다. 발바닥에서 전해져 오는 부드러운 모래의 촉감이 나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길게 늘어선 나의 발자국들은 소리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차츰 차츰 사라져가고,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향기로운 바다 냄새에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려 온 몸으로 바람의 시원함을 느껴본다.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듯한 이 느낌. 어쩌면 책에서도 이런 느낌을 가져 볼 수 있지 않을까?
<지상에서 런치를>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나, 추리 소설처럼 스토리상의 기막힌 반전이 있거나, 탄탄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서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러한 기대를 갖고서 이 책을 읽고자 한다면 당장 읽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우리 일상 속 이야기들을 아주 감칠맛 있게 풀어 나가는데, 이러한 일상의 일들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스물다섯 살의 주인공 마루야마 기미에와 열네 살 소녀일 때의 마루야마 기미에의 이야기가 서로 번갈아 서술되는 이야기 전개 구조를 갖고 있다.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전개 구조를 갖고 있는 이 책은,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처럼 보여 진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저자의 문체가 이런 밋밋한 일상의 일들을 표현하는데 안성맞춤이며, 이러한 문체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이 책의 내용과 궁합이 잘 맞는 것처럼 보인다. 조용한 호수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 나 듯이 우리들의 마음 속 호수에도 이 책으로 말미암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매일 자극적인 패스트푸드 음식을 먹는 것에 신물이 난 독자라면 이젠 구수한 보리밥을 먹어 보는 것은 어떠할까? 맛과 색깔은 분명 다르지만, 그 나름의 독특함을 가지고서 언제나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내 맘대로 딴지 걸기 : 줄거리 정리하기가 무척 어려운 소설이다. 너무 평범한 것이 어쩌면 심오한 진리를 품고 있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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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인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 책이라고 생각되는데, 옛날사람임에도 어려서부터 주인공과 참 많이 닮은 성향을 지닌 나로서는 무척 공감이 많이 가는 이야기다. 학교에서 또래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놀이라고 같이 해야 한다는 게 이상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관심도 없는 주제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게 지루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언행을 받아넘기기가 피곤하고 싫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시간은 힘들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소외되거나 튕겨나가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많이 다스리고 유화시켜야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런 노력들로 인해 잘 살아왔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싫은 게 많은 성격은 쉽사리 고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린 시절 계속 그렇게 지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루야마 기미에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하는 스물다섯 살의 회사원이다. 기계적인 일상의 업무가 반복되는 나날에 공허함을 느끼고 직장생활을 그만둔 그녀는 동남아로 여행을 떠난다. 영어도 잘 못하는 데다 해외여행도 처음이라면서 혼자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나 자신의 성장은 어차피 내 힘으로 이루어야 한다. 어떻게 성장해야 이 세계를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p45)
태국의 방콕, 에메랄드 사원의 정원을 햇볕을 받으며 걷는다. 동물원, 혼잡한 시장... 일주일 가까이 머물다 말레이시아로 향한다. 버터워스까지 침대열차로 이동해 페리를 타고 피낭섬에 도착한다. 식물원, 그리고 바다. 바닷물 색은 에메랄드그린이다. 파도가 밀려간 틈에 달려가서 바닷물을 만졌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도시의 번잡함은 여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남쪽으로 조금 내려온다. 얼굴을 들자 말라카 해협이 눈앞에 펼쳐졌다. 블루그레이색이다. 더 남쪽으로 향한다. 바투파하의 호텔에서 일몰은 본다. 빨갛게 노랗게 부풀어 올라 주변의 하늘을 핑크색으로 물들인다. 태양이 사라진 뒤에도 구름은 한참 동안 불탔다. 비행기를 타고 미얀마의 랭군으로 날아간다. 공원과 파고다와 책방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던 여행의 마지막 여정에서 펼쳐진 스님들의 퍼레이드. 오렌지색 가사를 입은 스님 오십 명쯤이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걸어왔다. 스님은 발소리도 내지 않고 눈을 내리뜬 채 아주 천천히 지나간다.
마루야마 기미에가 보내는 여행 사이사이에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된다. 유일하게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었던 소꿉친구 이누이와 같은 반 친구 다카소와 니타, 스즈키. 몇 안 되는 친구지만 그들 사이에도 미묘한 감정이 오간다. 사실 몇 명이 함께 어울리더라도 그중에서 더 잘 통하는 친구가 있고 더 가깝게 지내고 싶은 친구가 있는 법이다. 학창시절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매일 학교에서 만나는 사이지만 졸업과 동시에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어지고 매일 부대끼며 일하던 동료도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모르는 타인처럼 소식이 끊기고 만다는 흔한 현실이 문득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조차 아득하게 생각될 때 우연히 옛 친구와 만나 엉켰던 매듭을 풀 수 있다면 그 또한 행운일 것이다. 결국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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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기보다는 자신 쪽에서 누군가들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봐야 하나 싶은 주인공 마루야마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주는 소설은 심플하면서도 담백하다. 이십대인 현재의 마루야마와 유년의 어린 마루야마는 (1)과 1 이라는 챕터로 나뉘어져 있지만 묘하게 겹쳐지고, 이러한 마루야마 주변에 있는 미카미씨와 어린 이누이도 은근슬쩍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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