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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보았을 때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나도 아이도. 이젠 중학생이라 그림책에 관심이 없어질만 하지만 엄마가 관심을 갖고 있다보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빼놓지 않고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아이도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표지에서 받았나 보다. 약간은 거칠거칠한 한지 느낌이 손 끝에 그대로 전해지는 면에 손톱으로 살짝 긁어보니 사그락사그락 소리가 나는 빨간 천으로 책등이 감싸인 낯선 모습이었다. 거기에 표지의 그림도 머리에 꽂은 자주빛 리본을 제외하곤 검정 색연필로 휘휘 그린 듯한 여자 아이의 모습이다. 인형인가 싶을 만큼 동그랗게 뜬 눈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아래쪽을 보니 같은 모양의 인형을 안고 있다. 선명한 눈망울 밑에 예쁜 각시처럼 검은 연지가 도장처럼 찍혀 있다. 그런데 한쪽 연지가 색이 흐리다. 아니 눈물에 젖은 듯하다. 이젠 거친 그림이 아니라 왜 울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책표지를 넘기자 마자 아까 그 그림이 마구 구겨져 버려져 있다. 거기엔 그 아이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이름은 미미이고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느낌으로 자신을 버린 사람이 누구인지 소리쳐 외치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데 뭔가 다른 느낌이다. 책장을 휘 펼쳐보니 병풍처럼 펼쳐졌다. 새로운 느낌이다. 이런 느낌의 책은 북아트에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출판책으로 등장하게 되었구나 하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누가 날 버렸어?’표지와 같은 그림으로 아이가 정면을 바라보며 묻고 있다. 이 짧은 문장을 어떤 톤으로 읽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누군가 자신을 버린 것에 절망하는 울먹임일지, 버림 받은 것에 대한 분노일지, 정말 누가 버렸을까를 궁금해 하는 호기심어린 목소리일지 망설여진다. 다음 장에선 서로 자신이 버렸다고 자수해 온다. 하지만 그들이 버린 것은 그들의 한부분이다. 멜랑코리한 울렁거림을 멈추기 위해 슬픈 피아노 선율을 버리고 교통 신호를 너무 안지켜 많이 불어서일까 고장나버린 호루라기를 버렸다. 새로운 무엇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낡고 오래 된 것을 버리기도 하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단음식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들이 버리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더러워서, 내 필요에 맞지 않아서 버렸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표를 버리기도 하고 사랑을 위해 횡재를 버리기도 한다. 때론 잘못된 버림도 있다. 스키 선수가 스키를 버리고 쇼핑광이 돼지저금통을 버리는 거 말이다. 그들이 버려야 할 것은 스키과 저금통이 아니라 패배 의식과 낭비벽이 아닐런지. 서로 자신이 버렸다과 외치는 가운데 자신은 아니라는 절대 의견이 나왔다. 단지 자신이 버린 것은 곱슬머리에 분홍 체크무늬 리본을 달고 큰 꽃무늬 퍼프 원피스에 검정 플렛슈즈를 신을 화난 여자아이 그림 한 장 뿐이란다. 그럼 바로 당신이 버린거군. 세상을 살면서 모든 것을 쌓아둘 순 없다. 자신을 비우는 일도 필요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 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버리고 있는지 돌아본다. 정말 간직해야 할 소중한 시간들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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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고경숙 작가의 책은 알고 있는 것과 읽은 것의 차이가 많다. 무슨 소리냐면 제목은 모두 익숙하고 겉표지만 봐도 누구 작품인지 알겠는데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겉표지는 많이 봤는데, 그리고 대충 내용도 아는데 차근차근 읽은 적은 없나 보다. 꽤 관심이 있는 작품들인데도 말이다. 그야말로 인연이 안 닿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드디어 차근차근 볼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이번에 새로 나온 책으로. 재미마주에서 펴내는 그림책은 디자인이나 판형이 조금 다르다. 뭐랄까. 아트하다고나 할까.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사장인 이호백 작가의 영향도 있는 듯하고. 아무리 작가가 실험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도 편집자나 오너가 그걸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만인데 재미마주의 책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책을 많이 펴내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시도하고 노력하는 이 출판사가 좋다.
어쨌든 이 책을 처음 펼쳐 보면서 뭔가 이상했다. 모두 한 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책이 있는데 그럼 다 넘긴 다음 다시 반대로 넘겨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전부 펼쳤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냥 한쪽만 보는 것이구먼. 우선 그렇게 내용 보다는 형식에 눈길이 먼저 가서 대충 훑어본 터라 다시 찬찬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부분부터 바로 읽어야지 안 그러면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속지가 없다는 얘기다. 버려진 누군가가 누가 버렸느냐고 항의하자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가 버렸다며 무엇을 왜 버렸는지 설명한다. 그러나 딱 한 명만 아니라고 한다. 단지 화난 여자아이 그림 한 장을 버렸을 뿐이라며. 원래 주변 사람은 다 알아도 잘못한 사람 자신만 모른다고 했던가.
이런 그림책은 숨어 있는 작가의 의도를 캐기 보다는 그냥 겉에 보이는 장치들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 그냥 아이와 '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