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봄이다. 아파트 사이사이 손바닥만한 마당에 심어진 나무들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목련, 진달래, 라일락, 그리고 이름 모를 꽃나무 아래를 걸을 때면 새삼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갖가지 색의 꽃과 푸른 잎들은 그저 눈이 아리고 가슴이 시리게 아름답다. 해마다 이맘때 약속을 어기지 않고 찾아오는 이 축복과 경이는 그저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아파트 마당에 심어진 이 작은 자연의 한 조각에 느끼는 사랑은 좀더 깊고, 넓은 자연의 가슴팍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이 그리움에는 일종의 두려움이나 가책조차 섞여있다. 두려움은……마치 마술피리(혹은 쿤데라의 소설 불멸에 나오는 사냥꾼의 뿔피리)처럼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건조하고 척박한 한 뼘의 땅바닥을 마구 뒤흔들어놓고 나의 혼을 빼앗아 갈 것 같은 자연의 마력에 대한 두려움일 테고, 가책은 아마도 자연이란 우리를 낳아주고 품어주고 길러주었으나 매정하게 버리고 떠난 고향의 어머니 같은 존재이기 때문은 아닌지…….
이 아름다운 책을 대하고도 처음 그런 마음이 떠올랐다. 정원이라? 내게는 너무나 멀고 아득한 얘기가 아닌가……. 나에겐 정원이 없는걸……. 손에 넣을 수 없는 뭔가에 대한 갈증만 심어주는 책은 아닐까? 그런데 단 몇 페이지를 읽어나가면서 정원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커다란 선물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꾸듯 섬세하게 그려낸 정원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그녀의 아름다운 정원을 고스란히 내 가슴에 옮겨 심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정원은 삼라만상이 뒤얽혀 호흡하고, 생명의 빛을 뿜어내는 우주의 축소판이자 (책의 제목처럼!), 인류가 쫓겨난 후 내내 그리워하는 낙원, 에덴 동산으로 느껴진다. 한잔의 차를 앞에 놓고 향기로운 말솜씨를 가진 저자로부터 이 작은 우주의 사랑스러운 구성원들에게 일어나는 온갖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척 재미있다. 게다가 문학과 과학, 인문학적 지식에 정통한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예상치 않았던 "앎"의 기쁨까지도 덤으로 얻어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따듯한 인품이나 정신의 힘이 배어 나와 나의 마음까지도 살찌우고 단련시켜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봄은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여름의 치열함과 가을의 풍요도 조바심 나게 기다려지게 되었고, 겨울조차도 맞서기 두렵지 않게 느껴졌다. 지금 나에게 이 책은 맘속의 대리 정원, 혹은 정원에 대한 꿈이다. 아니면 마음 내킬 때면 언제고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방문할 수 있는 너그러운 이웃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이 세상에서 주어진 숙제들을 이럭저럭 해치우고 난 다음에는 정말이지 나의 진짜 정원을 가꾸어보고 싶다. 그때 이 책은 훌륭한 원예지침서 역할까지 해 주지 않을런지……. 마지막으로 저자의 호흡의 리듬을 그대로 살린 듯 섬세하게 번역서를 만들어낸 분들께 찬사를 보내고 싶다. 번역된 문장은 혀에 착 감기는 감칠맛이 있고, 책 디자인은 거기에 거부하기 어려울 만한 유혹을 더했다. 선물의 달 5월,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슴속에 가꾸어나갈 멋진 정원을 하나 선물하는 것은 어떨지? [인상깊은구절] 정원은 가꾸는 이가 꿈꾸는 삶을 보여준다. |
|
이책은 내가 읽은 책중에서 최고의 책이다. 난 내나이도 잊고 작가 다이앤 애커맨이 강의하는 학교로 유학가서 이사람의 학생이 되고 싶었다. 이책에 나오는 정원의 모든 식물과 동물들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고,작가의 그들에 대한 묘사도 좋았다. 내게 여유만 있다면 이 책을 한 백권쯤 사서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한권씩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다. 어쩌면 이책의 영향으로 지금 내가 캐나다에 있는지도 모른다. 내 작은 우주를 가꿀날을 기다리며... |
| 읽고 너무 좋아 캐나다에 거주하는 친구에게 보내주었다. (작가의 거주구역이 캐나다.) 가끔씩 보이는 조사의 부적절한 사용이나, 편집상의 오류때문인지 단어 번복이 4-5군데 보이는 것을 빼면, 개인적으로 최고의 에세이로 꼽고 싶다. 물론 취향과 직업적 영향이 크겠으나, 정말. 이.렇.게. 살. 고. 싶. 다. 지적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교외지역에 어울려 살면서 문화적으로 향유하며 사는 모습. 그들의 여가생활과 가드닝...이라는 말로...약간 꼬아서 표현할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 본인 자체가 유명한 가드너이자 칼럼리스트이기도 한 까닭에 지식인연하는 모습이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수 없는 일인듯도 하다. 그러나 이만큼이나 문화가다르구나. 이렇게 가치관이라는게 다르구나라고 읽는 내내 절감했다. 다양한 식물종과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히고, 작가가 사는 지역의 커뮤니티 형성(?)과 얽힌 이야기들도 단지플래너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조경, 건축, 도시 전공자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도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