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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뭔가 불편한 느낌이 계속 남더라. 아주 집중을 해서 본게 아니고, 그렇게 하기에는 내 실력이나 상황이 부족하고, 또 그럴 의지도 별로 없긴 했지만 말이다. 아주 여러차례 '중도'를 지키고자 하는 저자의 뜻을 말하기도 했으나, 아무래도 그가 중화문명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이 가지 않는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90년대 좀 읽어봤던 김지하나 김용옥의 글들이 생각이 났다. 그들를 따랐다는 것도 아니고, 아류란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더 참신하고, 대담하게 천년 이상의 문명사를 조망하려는 시도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은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질문은 그 '문치'를 우선시했다는 중화문명이 이 지역 민중들에게 어떠한 행복을 가져다 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서구보다 더 잘했다 못했다를 말하는 건 아니다. 유럽 곳곳에 있는 대성당들이나 성,요새들을 보면서 농반진반 냉소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이런걸 보면 우리나라 양반들은 정말 양반이었다... 는 건데, 그만큼 민중의 고혈을 짜 낸 것이 적다는 내 나름의 해석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꼭 유럽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 짧게나마 경험을 해본 중국이나 인도의 경우도, 저러한 광대한 유적을 남긴 지배계급은 어떠한 문화,문명적인 업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람을 존중하는 실체에 있어서는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게 만든다. 그냥 한반도의 천년 역사가 그같은 건축물을 남길만큼 생산력을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송나라, 송제국의 유학기반의 관료제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는 것... 이것 역시 김용옥의 글에서 봤던 것 같아서 이해는 되었고, 그것이 서구 계몽주의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 또한 납득이 되더라. 하지만, 과거라는 제도가 가지고 있었던 장점 못지 않게, 민담으로 전해지는 여러 이야기들에서 남아있는 여전한 차별/구분 그리고 세습의 문제를 원칙적인 신분철폐라는 말로 무화시키려는 듯한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 것 같아 역시 불편했다. 그렇게 구성된 문치 중심의 제국(송 이후... 원,명,청을 지나면서)의 우수성을 설명하며, 유럽 중세봉건제의 한계들을 지적하는데.... 지적들은 그럴 듯 하지만, 왜 로마 제국을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지는 납득이 안되더라. 역시 우열에 대한 이야기는 떠나서, 유럽에도 돌아가고자 하는 원형 유토피아 제국은 있었고, 현대 EU를 중화모델을 수용한다고 말하기 전에 로마에 대한 회귀욕망에 대해 한번 더 분석하는게 어떠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첫째 둘째 불편함을 증폭하는 것... 꽤나 과도하게 정치적 지배그룹(왕조)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는 것 같다. 중국민족 쇼비니즘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인정되고, 제국이라 말하는 체제의 다양성과 가능성, 그리고 실제의 업적들에 대해 드는 사례들도 그럴 듯 하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살던 사람들 아니던가. 그들 개개인이 우리 생각보다 더 트여있었을 수는 있으나, 짧은 인생의 경험인지, 혹은 왜곡된 역사교육의 잔재인지 모르겠지만, 아시아 어떤 왕조에 살던 무지랭이 민중이 이 역사해석에 동의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이 든다. 너무 일관되게 우호적으로만 바라보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과도한 막대 구부리기의 시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마지막으로는... 현재의 국제정세를 바라볼때, 혹시라도 중국문명의 여러 시도가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서구지배체재보다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게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솔직히 긍정적이지 못한게 가장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게 만드는 실증적 상황아닌가 싶다. 2012-2014 사이에 쓰여진 글이고, 그때는 뭔가 기대가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만.... 시진핑이라는 인물, 그 정권의 행보는 솔직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여전히 소수민족에 대한 압력, 그리고 주변국에 대한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영향력 행사, 그리고 현존 리더국의 압박에 대한 새로울 수 없는 반응(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군사적으로), 그리고 지극히 세속적인 물질문명 우선주의적인 그 문명권 개개인들의 행태등을 경험하다보면, 저자가 희망하는 유학사회주의의 문치중심의 정치철학이 무엇인지 도무지 감도 못잡겠다. 많이 틀렸던 예측이고 희망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시각이 새로왔고, 타당성은 있어보이기에 우호적이지는 않아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만한 시각임은 인정된다. 특히, 한반도 정치권력집단과 학계, 민중들 모두 한번씩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