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겐 참 의미있는 음반이다. 재즈에 막 심취하기 시작할 즈음에 공연을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당일치기 서울행을 여러번을 시도하게 한 앨범이다. 자켓부터가 인상적이었다. 대개는 가수의 얼굴을 내놓기 마련인데 말이다.
하얀 옷을 즐겨입는 그녀 말로. 블루지한 음성으로 부르는 노래들이 스탠다드 재즈곡들이 아닌 우리말 곡들이어서 얼마나 좋았던지. 게다가 난 이 음반으로 전제덕이란 아티스트를 접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고 했는데, 연주하는 악기와 사람의 목소리의 어우러짐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녀의 공연이 그토록 보고팠는데 보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 우리나라 재즈의 디바라 불리는 웅산과 나윤선의 공연을 봤는데 유독 말로의 공연만 못봤으니....
5년도 더 된 지금도 가끔 공연소식을 뒤적거리게 된다. 재즈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머리로 분석하는 것이 음악이던가. 아니다 일단은 마음이 즐거워야 하고 자연스럽게 몸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이가 없을 때 난 또 말로의 음성을 들을 것이다. 5월에 자주 듣는 '아이야 나도 한때'를. |
|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난 것일까? 정말로는 이번에 그 동안 숙고의 시간에 대한 회답이라도 하듯 새로운 방향선회를 결심했다. 그녀의 대답은 벚꽃 지다.... 무척 오랫만에 발표한 신 작 벚꽃 지다는 말로가 지향하는 재즈와 다른 음악에 대한 관심을 적절히 반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정말로"가 아닌 "말로"로 개명하며 새로운 음악적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외적인 변화뿐 아니라, 말로는 전 곡을 작곡하였으며 각 곡에 맞는 편곡을 지향, 좀 처럼 국내에서 듣기 힘든 재즈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아울러 앨범의 또 다른 특이점이라면 본 작의 제작자 이주엽이 전 곡에 가사를 썼다는 것이다. 이주엽의 가사는 하나의 시가 되어 말로에게 더욱 풍부한 음악적 영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앨범은 이주엽의 가사와 말로의 음악을 동시에 음미해볼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음반이 되었다. 이주엽의 가사를 통해 얻어지는 심상과 메세지 등의 전체적인 느낌이 말로의 음악과 절묘하게 매치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피아니스트 임미정과 드러머 크리스 바가, 강수호, 베이시스트 전성식과 유학파 베이시스트 오대원, 션 드래빗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앨범의 묘미를 이끌어 내는 이들과 함께 또 한명의 뮤지션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바로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다. 전제덕은 국내에 그리 알려진 바는 없지만, 오랜기간 독학으로 하모니카연주를 익힌 뮤지션으로 그는 눈이 안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기도 하다. 핸드캡을 뛰어넘고 투츠 틸레망스를 연상시키는 탁월한 하모니카 연주로 본 작에서 깊은 감동을 만들어낸다. '어머니 우시네'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가진 세월의 무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말로는 재즈적인 느낌보다 블루스적인 필을 넣어 곡에 애잔한 감정을 더하고 있다. 임미정의 피아노가 마치 고요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1994, 섬진강'은 구조적으로도 무척 단단한 느낌을 전해주는 곡이다. 곡의 후반부에는 전성식의 베이스와 크리스 바가의 드럼연주가 감정을 상승시키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리드미컬한 보사노바 리듬에 전제덕의 하모니카연주가 돋보이는 타이틀 곡 '벚꽃 지다'는 마치 화려했던 지난날을 떠나 보내버린 후의 아쉬움을 전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푸른 5월'과 펑키한 스타일의 '저 바람은' 그리고 새롭게 편곡된 '봄날은 간다' 등의 곡이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흥겹게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재즈가 가진 다양한 느낌과 변화를 적극수용하였으며, 가사와 곡이 일치감을 갖게 만들어진 본 작은 말로의 미래에 더욱 믿음감을 가질 수 있는 정체성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 어느 라디오 프로에서 처음 정말로님의 음악을 들었다. 무엇이 재즈이고 아닌지 그 모호한 구분조차 못하는 우둔한 나에게 있어서도 감동은 있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친숙함과 편안함에 몸둘바를 몰랐고, 술 한잔과 함께라면 그 무엇이 부러울 것인가? 요즘의 '무엇이 진정한 아티스트를 대변해주는가?'라는 사회적인 질문에 이 앨범을 대답대신 들려주고 싶다. 사회적 주류에 편향되지 않고 그 만의 세계에서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경쾌함과 엄숙함이 함께 하는 이번 앨범이 나에겐 새로운 느낌이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취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