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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 유이치라는 작가는 미스터리 작가지만 그것보다 작품을 통해 인간과 인생, 살아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다. 그의 작품 <스트로보>도 그랬다. 결혼을 하지 않은 나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라거나 그 부대낌같은 것은 모른다. 사람에 대한 강렬한 열정이나 열망도 없고 배신이라거나 질투를 해본 적도 없는 나는 참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는 내 인생에 그럭저럭 만족한다. 내게 주어진 인생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의 삶을 부러워해본 적이 없는 나는 이 부부의 이야기보다 외조부모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게 된다. 그것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간에 대한 진정한 믿음과 무한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오늘 또 이렇게 내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역시 휴먼 미스터리의 대가다운 작품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편지를 쓴다. 아내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다. 아내는 멀리 그리스에서 일을 하게 된 남편을 따라 가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나중에 따라 오리라 생각했는데 편지로 이혼을 이야기한다. 자초지종도 설명하지 않고. 이런 아내가 답답한 남편도 편지를 보낸다. 이해할 수 없다는 당연한 반응이다. 이렇게 부부의 주거나 받거니 하는 편지는 아내가 외할머니를 닮았다는 말과 외할머니의 젊어서 일으킨 시건과 외할아버지의 죽음으로 50년을 거슬러 올라가 아내의 외조부모의 편지에 다다르게 된다.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힌 아내에게 보내는 남편의 편지와 아내의 기구한 운명과 절절한 감사와 한 여자로써의 욕망이 담긴 편지는 잔잔하게 전개된다. 여기에서도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남편은 거부하지만 그 이혼에 대한 요구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서서히 밝혀지며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라는 위치와 변화를 떠나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 보게 된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기에 있다. 그런 뒤 다시 외손녀는 그 남편에게 자신이 이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그리스로 가지 못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이메일과 휴대전화로 간단하게 소통이 가능하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국제 전화, 심지어는 화상전화까지 가능한 지금 세상에서 편지라는 소재는 낡고 진부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 낡고 진부한 것이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것은 아직 남자와 여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옛것이 모두 진실되고 정직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편지라는 소재가 인간에게 더 정확한 사실을 토해내게 만드는 매개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편지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만들어 꾸밀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하지만 그 꾸밈조차도 정성이고 그 꾸밈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인간관계의 발전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는 두려운 진실을 향한 용기 있는 전진을 담아내고 있다. 50년을 넘나들며 인간과 역사, 문화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스라는 나라에서는 이해가 될 이야기들이, 혹은 움츠려들지 않아도 될만한 사연들이 일본에서는 당연히 멸시받고 자기 스스로도 죄인 취급을 해야 한다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문제가 있음을 단순한 형식의 편지 안에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늘 그렇듯 작가에게는 인간의 사소한 일상과 일탈 자체가 미스터리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작가를 많이 좋아한다.
작품속 여자들의 자신들의 행동에 죄책감을 갖고 반성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가두려 한다.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이다. 같은 행동에 남자들은 오히려 당당하고 뻔뻔하기까지 한데 말이다. 그것이 50년전이나 50년후나 변하지 않은 가치관이 가진 속성이다. 하나의 관습이나 문화적 도덕율이 자리를 잡으면 그것에서 이성적으로는 부당하다 생각하고 벗어나려 하지만 정작 잘 안되는 것이다. 그것을 잘 생각하고 곱씹어보라고 등장한 것이 편지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 행간에, 여백에 쌓인 글쓴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행복했느냐 불행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적이냐 인간적이지 않느냐의 문제다. 이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우리네 삶은 실수투성이의 삶이다. 그리고 상처받고 상처주는 상처투성이의 삶이다. 그 삶을 그래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조금씩 실수를 줄여가고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고 이해하려 애를 쓰기 때문이다. 그 뒤에 행, 불행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뒤 남편과 아내들이여, 서로에게 편지 한통 써보는 것은 어떨런지. 무미건조한 삶을 벗어던지기 위한 용기있는 전진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한번 써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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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심포 유이치 ?保裕一의 [추신 追伸]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주고받는 편지로만 구성된 소설이다.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미스터리 소설로도 인정받는 저자의 소설집 [스트로보 ストロボ]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번 이야기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듯하다. 편지글이라는 것도 신선한 방식이라 할 수는 없고, 연애도 미스터리도 아닌 어정쩡한 소재에, 사건의 설정이나 스토리 전개 역시 진부한 느낌이었다. 편지는 두 부부의 왕복서신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그리스와 일본에 각각 거주하는 야마가미 사토루와 나미코 부부의 편지, 그리고 나미코의 외조부모인 히라세 세이지와 고지마 하루코가 과거에 주고받았던 편지가 3부로 나뉘어 소개되는 형식이다. 1부. “구구절절 제 기분을 늘어놓으려던 것이 아니라, 이 글을 통해 당신께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야마가미 사토루는 그리스에 부임하지만 아내 나미코는 일본에 머물며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한다. 일단은 그리스로 따라가기로 했으나 교통사고를 핑계로 남았던 아내가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사토루는 차분히 설득해보기로 한다. 몇 차례의 편지가 오가던 차에 나미코는 외조부의 부고를 알리며 유품으로 찾은 과거의 편지를 동봉한다. 2부. “당신이 저를 위해 써 주신 글자를 따라갈 때마다 친절하고 진심어린 배려가 가슴을 조여 와, 눈물을 닦으려고 연필 쥔 손을 몇 번이나 멈추곤 했습니다.” 나미코의 외할머니 하루코는 빼어난 미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치정문제로 살인혐의를 받고 구치소에 갇히는 처지가 되었다. 남편 히라세 세이지는 아내의 결백을 굳게 믿고 있었으나 어쩐 일인지 하루코는 면회도 거절한 채 혐의를 인정하고 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답답한 세이지는 스스로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기로 결심하는데, 밝혀지는 진실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미처 알아주지 못했던 아내의 감정을 깨닫는다. 3부. “외할아버지가 그 뒤에도 독신을 고집하신 건 역시 외할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날마다 강해집니다.” 나미코는 자신이 외할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남자들의 마음을 농락했다는 죄의식에 휩싸여 있고, 사토루는 그런 아내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혼자가 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려는 아내의 선택을 존중해주려는 남편의 배려가 눈물겹다. 두려운 진실을 알게 됨으로써 겨우 상대와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되는 사람들. 결국 이해와 배려의 몫은 남편들이 짊어져야만 하는 건지 물음표가 생기는 결론이었다. 러브 레터에 곁들여진 뺑소니 사건과 살인사건의 미스터리가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내지 않았다면 너무 지루할 뻔한 작품이다. -뿌리가 내린 올리브나무에는 열매가 많이 열린다.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서로 무엇이든 열매 맺는 삶을 살았으면 해.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삶은 싫으니까. p.2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