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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시장 데이트를 참 좋아 한다. 데이트 상대는 연인이어도 좋고 친구여도 좋고 썸을 타는 사람이어도 좋고 그냥 지인 이어도 좋고, 여튼 그냥 함께 전시장에 가는 걸 좋아라 한다. 함께 가는 걸 좋아한대서 나올때도 좋은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많은 경우 특히 현대미술의 경우 작품을 앞에두고 그 감상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가 있는데, 대개의 경우 작품 속에서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걸 직관적으로 먼저 보고, 이는 그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 되기 때문이다. 이 말 많고 수다스러운 내가 전시장에서 갑자기 말 없이 상대를 땡구란 눈으로 조용히 뚫어져라 보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당신의 의견에 반했소' 라는 뜻이다. 그대의 말을 한 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입을 닫고 가마니마냥 열심히 집중하고 있다는 뜻인거다. 대게의 경우 '그대의 의견을 듣다 그대에게 반했다오'로 연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말이다. 보자... 이런 멋진 데이트를 한지가 언제인가... ... 이런 슬픈 이야기는 하지 말기로 해야겠다. 전시란 혼자 보는게 제 맛이야 암~ 그로하고 말고!
반면에 가장 최악의 전시장 데이트 상대는 작품 앞에서 자신의 의견 없이 미술사조가 어쩌고 철학사조가 어쩌고... 리플릿에서 유추한 몇가지 단어로 남의 언어로 지적놀음을 해대는 상대다. 요즘같은 때 스마트 폰으로 손꾸락 몇 번만 움직이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을 장황하게 굳이 내앞에서 읊는 모양새는 참으로 지루하기 짝이 없음이다. 차라리 화끈한 소문이나 비화따위를 이야기 해주면 모를까. 그 다음이 미대나온 니가 설명해봐라 부류인데... 친구들의 경우 종종 원하는 대로 자잘한 설명을 하긴 하는데, 내가 무슨 미학공부를 전문으로 한 사람도 아니고 전시 관람 스타일 자체가 내맘대로 상상하기 일변가도로 리미트 없이 가끔은 황당하고 얼통당토 안을 만큼의 상상으로 질주하길 즐기는 스타일 이라 이런 데이트도 물론 반사다. 솔직히 나 공부 열심히 안했는데... 딱 들켰고만 이게 더 크려나...
이런 지루한 남의 말 대잔치를 하는 것 보단 차라리 솔직하게 저게 도대체 뭔지 나는 모르겠네 라는 말이 훨신 정감있게 들린다 내게는. 기실 저 말은 내가 로스코를 보면서 했던 말이니까 말이다. 로스코 전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이게 뭔가... 설명을 보고 들으면서도 이 것은 꿈보다 해몽이 아닌가... 도대체 저 거대한 단색의 캔버스를 보며 거대함 외에 나는 뭘 봐야만 하는지 몰라 정말 진실로 외쳤던 말이었으니까. 게다가 몇백억씩이나 한다고? 우와 숫 자 0의 위대함은 확실하게 느꼇다. 본 책에서도 로스코를 언급을 하는데 이리 말을 해주고는 있지만 역시 꿈보단 해몽이라고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미술작품은 그저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감흥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그 아름다움에 무슨 분명하고 절대적인 이상향과 위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중략- 아름다움은 미술 작품을 보는 관람자의 마음속에 있다.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위계도 없다. 그런것을 언어로 재단 하고, 위계를 정해 마치 어떤 것이 정답인 양 이상화 하고 수준의 높낮이를 판가름하려 할 때 야바위가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P.209 차라리 이런 문장이 좀 더 설들력있게 다가 오긴는 했지만... 차라리 내 마음은 로스코의 작품을 앞에두고 어떠한 아름다움도 끄잡아 낼 수가 없다오 라고 말하련다. 이제 색체와 형상적 아름다움은 숨 쉬고 마시는 공기와 물 같아져서 흔해 빠졌다는 느낌마저 든다. 관람자가 굳이 삼청로 화랑가를 찾는 까닭은 색채와 형상적 아름다움, 그 이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이상, 그 너머에 있는 무었을 기대하며 전시회를 찾는다. 만약 지난 주말에 들렀던 화랑에서 본 작품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그림 몇 점 이었다면 나는 마음속 깊이 실망했을 것이다. P206 하지만 말이다. 로스코는 역시 여전히 내게 참으로 아리송하고 모를 오리무중의 존재이다. 누가 내게 로스코를 물으면 난 그냥 솔직히 대답한다. '난 로스코 그냥 모르겠고 벨로였어. 10년 후에 다시 물어봐. 좀 더 유식해지면 알란가 몰겠어. 근데 아마 내 모지란 깜냥으로는 아닐꺼 같아. 내가 말했자나 나 공부 열심히 안 했다고.
나는 이런 책들을 꾸준히 보면서 꾸준히 실망하면서 또 꾸준히 찾아 보는데, 고향에 살면서 맘에드는 전시 찾아 보기가 힘들어진 까닭에 대리만족이나 한번 느껴볼까 하는 바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해 사실 내가 엿볼 수 있을까 기대했던 것은 작가 백민석은 대체 세상을 어찌 바라보기에 책들의 내용이 그 모양인가 하는 물음에 약간의 힌트라도 얻고자 했음이 크다. 그의 책들이 그려내는 세상은 어찌 그리도 살벌하고 고통스럽고 잔인한가? 그토록 세상을 끔찍하게 그려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고통의 모양을 어찌 보고 있는지가 무척이나 궁금 했으니까. 그러하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책을 열었어야 하는데 책을 열자 마자 만난 작품이 악취를 풍기는 작품으로, 그 악취의 근원이 고통임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야뇨증> 이라는 작품을 지나 케테 콜비츠라니. 아 진짜 무방비 상태에서 제대로 카운터 펀치를 얼얼하게 맞은 기분이었다. 특히나 케테 콜비츠는 내게는 너무나 힘든 작가라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지금 까지 똑바로 3초 이상을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움을 주는 작가다. 게다가 세월호 때 케테 콜비츠가 얼마나 많이 언급이 되었는지 세월호와 겹쳐지면서 더더더 정면으로 마주하기 힘든 작가가 되버렸지 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은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뚝뚝 날 정도로 아프고 고통스럽다. 우와...이 시작 정말 작가 백민석 다운 선택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예민한 작가는 사회를 표현한다기 보다 앓는다. 이것이 <젊은 모색2014>전과 <환영과 환상>전의 작품들을 보면서 내가 불현듯 깨닫게 된 사실이다. 예민한 작가들은 이 자본주의 사회와 거대한 문명 도시의 풍경을, 자신이 앓고 있는 바의 형태로 승화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p23 초반의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백민석 본인에게 어떠한 감흥을 주었던 작품을 소개하고자 했던 그의 속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도 작가 백민석이 그려내는 세상이 그토록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이유가 세상의 고통들을 아주 예민하게 보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내 마음대로 착각했음이다. 백민석 작가도 책속에서 말하고 있다. '착각은 착각이다' 라고 말이다. 착각 좀 하면 어떤한가 그런 말이라고 나는 또 착각 하련다. 책에 따르면 작가 백민석은 리플릿만 20년을 넘게 모아 왔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잘 만들어진 매무새가 좋은 도록을 사는 것을 즐기는데... 리플릿이라니. 다소 놀랍기도 했는데, 그의 설명을 듣다보니 사실 리플릿이야 말로 그 전시의 대표격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에 작품을 가장 저렴하게 집으로 들이는 수단임에는 틀림 없음에는 공감을 했다. 같은 이유로 나는 도록을 사는데, 리플릿은 무려 공짜가 아니던가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리플릿은 그 모양이나 부피면에서 보관이 아주 불편하기 짝이 없는 물건인지라 내가 집으로 까지 들고 왔던 리플릿은 집안 여기 저기를 천떡 꾸러기 마냥 굴러 다니다가 쓰레기통으로 골인하는게 마지막 수순이었는데, 이걸 20년 넘게 모아 왔다는 말은 정말 놀랍기 그지 없음이었다. 때문에 무료의 가장 저렴하고 얇지만 알찬 핵심 정보를 담고 있는 리플릿을 전면에 내세운 감상글 묶음이라니 내 어찌 읽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말이다. 나도 딱 한부의 리플릿을 애지중지 가지고 있다. 사진작가 이홍석의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Let The Past, Be the Past)' 전의 리플릿인데 이 녀석의 경우 A4용지 싸이즈의 커다란 싸이즈로, 리플릿과 도록의 중간 형태로 만들어진 녀석이라 그 시원한 크기덕에 애지중지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 하겠다. 부산 바나나롱갤러리에서 이홍석 작가와의 독자와의 만남 시간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수줍지만 용기있게 도록이야 말로 나와 같은 무지랭이 개인이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작가에게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이 대화가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나 그 다음 개인전에서 이런 도록뺨치는 리플릿을 만났을 때 나는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었다. 그 기억으로 아직까지도 이 리플릿을 애지중지 하고 있는거고 말이다, 가장 아끼는 도록이 라이프 전 전시 도록과 로버트 카파의 100주년 기념 전시 도록인데, 예전에 분명 리플릿을 가져와 도록 앞면에 꽂아 둔 기억이 나는데 없는걸 보니 책갈피로 쓰다 역시나 쓰레기 통으로 간 모양이다 싶다. 로스코 전의 도록도 가지고 있는데, 이 건 책 만듬새가 아주 좋아 샘플로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는 정도 딱 거기까지의 용도로 쓰고있다. 보통 이런 도록을 살때 리플릿을 함께 꽂아 가져오는데... 대충 봐도 하나도 남은게 없고만... 여튼은 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플릿을 대하는 비슷한 패턴의 모습들이 아닐까 싶은데, 역시나 이 작가 참으로 독특하구나 싶다. 책에서 처음 듣는 단어가 나왔다. '함열' 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내파' 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는데 비슷한 개념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개념이라 하고, 나는 '내파'라는 단어를 '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 라는 책에서 만났는데, 아직 이 둘이 같은 건지 다른건지 다르면 어찌 다른지 감이 안온다. 언급된 책들을 좀 더 읽어 봐야 겠다. 쿠바 여행을 갔을때, 아바나에 묵을때 마다 국립 미술관 휴관일과 겹쳐 방문을 못했는데, 이 책에서 쿠바의 미술을 만난것도 엄청난 즐거움이었고, 오래전 묵혀둔 바램이었던, 언제가 꼭 MOMA에 가보리란 다짐을 다시 한 것도 너무나 좋았다. MOMA에 가서 꼭 그 하늘 우산을 MOMA에서 사올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살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난 MOMA에서 사 올 예정이다. 언..젠..가...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그리고 역시나 시작은 불편했다. 그리고 그 끝은 묵직했고 끝남이 아쉬웠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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