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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이 서양철학과 대비되는 뚜렷한 특징은 우주에 대한 사색이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과 맞닿아 있고 더 나아가 윤리적 지침들과 긴밀히 연결된다는 점이다. 만물의 출발에 대한 탐구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자연철학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송대의 유학자들과 그들의 사유를 집대성한 주희에 있어서는 단일한 이치로 우주와 인간, 사물의 존재원리가 설명되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성즉리야’의 선언으로 시작되는 이기론이다. 이 심원한 철학적 원리는 동아시아, 특히 조선을 철학의 나라로 변모시켰다. 사단칠정론을 비롯해 조선의 지성계를 휩쓸었던 논쟁들은 주희가 미쳐 언급하지 못한 문제들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학파와 학파가 분계되고 이는 다시 정치적 헤게모니와 그 투쟁으로까지 발전되었다. 왕조 내내 형이상학 논쟁은 그치지 않았고 이는 영,정조를 거치면서 실학의 단초로까지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조선을 달구었던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소개하는 도덕의 문제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도덕감정은 어떻게 시작되고 그것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가의 문제가 저 『중용』이 말하는 미발이발의 문제요, 그에 따른 중절의 문제인 바, 곧 이 책이 해명하는 내용들이다. 관련한 연구들이 많이 있지만 저자는 가장 정통적인 시각으로 주희로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의 도덕감정과 중절에 대한 문제를 더듬는다. 가히 지금 시대의 성리학 교과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원문에 대한 탄탄한 독해와 번역, 그로부터 전개되는 합리적인 사유는 전공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읽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내용의 깊이와 읽기의 편의성은 때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내공이 깊은 저자들일수록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또한 돋보인다. 유가철학 전공자들은 몰론, 관심있는 호학지사들의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