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머리는 언제나 우리의 머릿속에 담겨진 추억을 매일 매일 더 멀어지는 그 시
간만큼 더욱 아름답거나, 좋거나, 행복하게 만든다. 때로는 그러한 기억들은 과거에
재미있었던 영화나, 좋았던 공연이나, 행복하게 들었던 노래나 음악을 더욱 더 그렇게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때로는 오랜 시간을 지나고 다시 그 좋았던 기억에 그 영화나
공연, 노래와 음악을 듣게 되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의 무게를 생각하고
그 작품들을 만나야 하는데 우리의 마음은 또한 머리를 떠나서 자기 마음대로 그 기억
들을 더욱 아름답게 채운다. 결국 우리의 부족함이 그 좋았던 기억들을 망치는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러한 작품들을 다시 선택하는 것이 조금은 스스로
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나의 추억을 잃어버리는 것은 그렇게 슬픈 일이다.
'탑건'을 보겠다는 선택을 하기 전까지 저런 생각들을 했었다. 내 머릿속에 담겨진 영
화와 내가 실제로 보게 될 영화가 과연 같은 모습일지 조금은 불안하고, 조금은 궁금했
다. 그래도 언제나 무엇이든 해보아야 알 수 있는 것, 그래서 내 추억의 영화 중의 하나
인 '탑건'을 보았다. 젊은 톰 크루즈와 지금은 소식이 뜸한 맥 라이언을 보는 즐거움, 그
리고 발 킬머의 모습과 당시에는 너무나 특별했던 그 전투기들의 공중전 장면까지... 그
렇게 '탑건'은 재미있는 시간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과거의 기억을 다시 돌아보
는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오래된, 하지만 지금까지도 엄청난 공중전 장면을 보여준 영화의 대표적인 존재인
이 '탑건'은 지금에서 보면 아쉬운 장면들이 많이 있다. 몇몇 전투기들의 경우에, 물론
미국 전투기가 아닌 당시 소련이었던 과거의 나라의 미그기의 표현은 당시의 시대 상
황으로 인해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동적인 공중전 장면과 전
투기 조종사들의 경쟁과 동료애, 더불어 조금은 단순한 이야기의 구조라고 해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아직도 잘 먹히는 그 신파적인 이야기까지 여전히 '탑건'은 그 영화를 보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물론 현실성에서 딴지를 거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
르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간과 그리고 만들 때의 많은 어려움을 생각
하면 이 영화는 충분히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지금의 우리가 봐도 말이다.
추억의 영화인 '탑건', 이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봤던 이들에게나 아니면 다시
이름값에 이 영화를 선택할 모두에게 조금의 시간에 대한 여유만 가질 수 있다면 충분히
이 영화는 즐거운 영화보기를 선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