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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여는 조각 (시간의 여울)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술학과 중퇴 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미술가, 조각가로 활동 중인 이우환 선생의 잡문 모음집이다.
소년시절의 추억, 여행지에서의 생각, 주변인과 예술 활동과 관련된 이 글, 저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펴내긴 했지만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는 작가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실제로 그의 글 몇 편은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고 대입시험에도 자주 인용된다고 하니 글의 무게감은 만만치가 않다.
미술관 마당에 적당하게 모양을 내서 설치한 바위와 점, 선, 모퉁이가 둥근 사각형으로 채워진 그의 캔버스를 대하면서 우리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다.
“에술가의 재능은 신들린 완벽함이나 배제의 논리에 의해 발휘되어야 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어떠한 애매함과 모순을 끌어안아 어떻게 인간과 공명하는 세계를 짜 맞출 수 있는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조각이란 눈뜬 공간을 뜻한다. 공간을 점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여는 것이야말로 조각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그의 그림과 조각을 통해 나는 세상의 애매함과 모순을 마주하며 질서를 찾아가고, 커다란 바위가 열어 둔 새로운 공간으로 나의 생각이 헤엄친다.
(이우환 지음, 남지현 옮김, 현대문학, 2015.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