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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가운 책이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김승옥의 수필을 읽게 될 줄이야 기뻤다
* 술술 읽히고 인간 김승옥의 귀여움도 엿볼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도 귀여워서 좋아하는데 어딘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담백하고 귀여운 수필이었다
* 나중에 김현의 얘기를 들으니 방학 중에 목포에 있는 자기 집에서 내가 소설 당선한 것을 보고 몹시 흥분되더라는 것이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무관심하게 보아넘기던 친구가 어느 날 뜻밖의 일을 했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곤 한다. 그래서 김현은 평론가로서의 등장을, 그 시일을 앞당겨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그의 인간성이 좋아졌다. 겉으로는 감추고 있던 내 속의 자만심이 부끄러웠다.
* 상상하므로 현실은 고통스러우며, 고통받으므로 우리는 감히 우리 자신을 돌이나 나무라 하지 않고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 크리스마스이브에 젊은이들의 탈선을 나무라지만 말아다오. 무서워 부둥켜안다 보니 그렇게 된 걸. 주고받을 선물은 알몸뿐인 걸.
* 나쁜 기류에 몹시 흔들리며 비행기 속에 앉아 있으려니 오늘 우리의 결혼식장에 와주신 여러분에 대한 고마움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채우다. 꼭 와주시라 기대했는데 오지 않은 몇 분이여, 이유야 어떻든 지옥으로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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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40년 만의 재출간이라니 읽기에 앞서 반가운 마음이 먼저 책 위에 앉아있다. 그간 별다른 글을 출판하지 않은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이렇게나마 구하기 힘든 책을 얻을 수 있게 된 일은 일종의 행운 같기도 하다. * 문장은 전체적으로 그의 소설처럼 속도감이 있고,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의도가 분명하다. 명쾌하다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빨리 읽히지만 글의 목적이 명확해서 눈 돌릴 틈이 없다. 정말 즐겁게 읽었다. * 다른 작가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로서는 소설 쓰는 일처럼 싫은 일이 없다. 소설 쓴다는 말은 물론 구상부터 발표까지의 과정을 통틀어 하는 말이겠는데, 나는 그 모든 과정이 싫어 죽겠다. 그런 과정들을 꼼꼼히 거쳐야 한다는 일이 싫은 게 아니라 그 과정 과정의 내용을 이루는 것들과 대결하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 그런데 뜻밖에도 1월 1일 자 신문을 보니 내 소설 「생명연습」이 당선되었고 한국일보 순천지사에서 사람이 달려와 본사에서 당선 소감을 써 보내란다는 것이었다. 몹시 기뻤다. 그리고 몹시 불안했다. 자꾸 피하고만 싶던 문학이라는 놈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 횡설수설 얘기가 길어졌지만 결론적으로 쉽게 한마디 한다면, 작가란 그저 저 혼자 세상을 다 알고 싶어 하는 놈이란 얘기다. 아니, 그보다는 작가란 남들에게 세상을 살라고 해놓고 자기는 좀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구경하는 놈이라고 얘기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 나는 남자니 여자니 하는 얘기가 나오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우리나라 남자'와 '우리나라 여자'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나라 남자 생각을 하면 '병신들!'하는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나오고 우리나라 여자 생각을 하면 '불쌍하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느낌에 금방 사로잡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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