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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참람했던 70년 궁중 생활을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주인공이 쓴 한중록이 바탕이 되어 잇다. 영 정조 간에 정조와 관련된 사안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걸었던 외가의 무고함을 밝히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쓴 한중록, 그 절실함과 섬세함이 묻어있는 언어를 통해 당시를 면밀하게 밝히고 있는 책이다. 두께는 얇지만 진정성이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빨려들게 한다. 혜경궁의 모든 일들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저자는 혜경궁의 입장에서 글을 전개해 나가면서 비교적 객관성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그녀가 10살 때 궁정에 들어가는 일이며. 사도세자를 만나 그와 함께 걸었던 길들이 그려져 있다. 사도세자의 모습이 비교적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물론 혜경궁의 눈에 비친 모습이리라. 몸집이 크고 둔해 보인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훈육되는 과정에서 괴팍한 성격을 가진 자로 변해 간다. 그리고 포악한 괴물이 되어 간다. 그것이 비극을 잉태하는 요인이 된다.
여자들은 친정을 떠나와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신이 자랐던 친정을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내를 보면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닌데도 친정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이 나오면 못 견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혜경궁도 10살 때 떠나온 친정에 대해 집착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권력의 변두리에 있으면서 권력에 의해 부침하는 친정이 못내 안타까웠을 게다. 그것이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닌데 마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그 아픔이 자신을 옥죄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병적인 남편을 비극적인 죽음으로 잃고 개인적으로 위기를 맞는다.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궁중에서 그들은 아무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가로 나가야 되고, 그것이 그들의 삶에 힘겨운 요소가 된다. 하지만 후손이 없는 왕에게 다시 부름 받고 왕의 사랑을 입으면서 세손으로 궁중에 돌아온다. 하지만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이 친정과 연결되어 다음 대의 왕이 되는 자식에게 비극의 씨앗을 남긴다.
정조가 왕이 되었을 때 친정이 그에 의해 무너져 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말로 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며 친정에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자신을 고통스러워한다. 권력에 대한 힘겨룸 때문에 비극이 항존하는 왕실에서 볼 것 못볼 것을 보아가변서 70년의 시간을 보내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친정 때문에 안타까워해야만 했던 혜경궁의 마음이 이 책에 잘 드러나 있다.
혜경궁은 순조 때 궁중에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 간다. 그러면서 궁중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세세히 적어 나간다. 친정과 관련될 때, 때로는 격정적인 마음이 그려지지만 비교적 회한에 가득한 마음이 잔잔하게 표현되어 나타난다. 이것이 한중록이다. 이 책은 그 한중록이 기반이 되어 영 정조 당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전해주는 책이다. 영조 사도세자와 정조에 이르기까지 궁중의 내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이 될 책이다. 내용이 간명하게 표현되어 잘 이해가 된다.
요즘 역사 교과서 문제로 부산하고 혼란스러운데, 이런 책은 역사의 진실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여겨진다. 역사는 사가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 되어서 안 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진실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곡되는 역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느낄 수 있었고, 바림직한 역사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감사하게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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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궁 홍씨, 회한의 궁중생활 칠십 년]
더위가 무던히도 기승을 부리는 밤에는 왠지 으스스한 것이 보고 싶어진다. 밤잠을 설칠 바에야 눈이 침침해져도 TV에 정신을 집중해 보자, 싶어서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과 함께 볼 무언가를 찾다가 드라마도 아닌 사극 스페셜 [붉은 달]에 리모컨이 멎었다. 초반 장면인 것 같은데, 궁궐 밖으로 시체가 버려지고 궁인들을 관리하는 듯한 상궁과 지체 높아 보이는 여성 몇이 두런거리고 서 있었다. 웬 기괴한 장면이지? 싶어 흥미가 생겼다. 궁녀들이 선희궁 마마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사도세자 때의 이야긴가 싶었다. 아이들이 함께 봐도 좋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개인적인 궁금증이 더 커서 그냥 지켜보게 되었다. 선희궁은 사도세자의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읽었는데, 무척 고전적인 어투와 궁중의 이름들에 붙은 호칭들 때문에 누가 누군지 헷갈려서 읽는 것을 포기할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세손, 옹주, 대비, 경모궁, 선희궁...어휴.
그간 영조-사도세자-정조 대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하지만 이 드라마처럼 사도세자를 대놓고 뚱뚱하게 묘사한 적이 있었던가. (수원 화성행궁에 가면 사도세자를 가두었던 뒤주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뒤주가 아니라 가로와 높이가 각각 161cm 정도 되는 대형 뒤주에 갇힌 것이다. 작은 가정용 뒤주보다 열 배는 큰 뒤주에서 사도세자는 죽었다.-73) 드라마 <미생>에서 뽀글머리 대리로 나왔던 김대명이 사도세자 역을 맡아 유약하지만 포악하기도 하면서 귀신에 씌어 섬뜩하기도 한 모습을 잘 표현했다. 이 극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혜경궁 홍씨가 [한중록]에서 묘사한 대로 의대증에 시달리고, 주위 시종들, 거기다 자신의 아이를 낳은 애첩인 빙애까지 죽이고 만 정신병력 소유자인 사도세자이다. 그런데 사도세자가 이렇게 정신병증을 앓게 된 원인을 파고 든 부분이 흥미롭다. 그에게 씐 귀신이 어린 시절 자랐던 저승전의 전 주인, 장희빈이라고 설정한 부분이다. 왕위에 오른 희빈의 아들 경종을 영조가 독살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기에, 그 자손인 사도세자에게 그 한을 풀려고 한다는 장희빈의 존재가 오싹하게 그려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또 다른 여인, 사도세자의 어미인 선희궁은 결국, 아들을 버리고 손자를 살리는 길을 택한다. 결국 극의 주요 등장인물은 사도세자-장희빈-선희궁인 셈이다. 옆에서 이 일을 묵묵히 지켜보는 이는, 다름 아닌 사도세자의 비, 혜경궁 홍씨이다.
극에서는 미모로, 대찬 이미지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기는 했지만, 별다른 비중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혜경궁 홍씨. 그녀가 남긴 [한중록]은 후대에 와서 읽히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되었다.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생모, [한중록]의 작자. 혜경궁 홍씨는 좋은 어머니 아니면 냉혹한 정치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인물이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평가받는 것도 드문 일일 터이다. 그녀의 궁중 생활 70 년을 실제 경험 그대로 기록한 책으로 [한중록]을 본다면 사도세자는 정신병자였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고, 그 와중에서 정조를 잘 키워낸 혜경궁은 훌륭한 어머니가 된다. [한중록]을 믿지 않는 이들은 [한중록]을 문학작품으로 읽지 않고 정치적 시각으로 읽는다. 사도세자는 노론과 소론의 당쟁 때문에 희생된 희생양이며, 혜경궁 홍씨는 친정을 따라 노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남편을 버린 냉혹한 정치가가 되는 것이다.
역사적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선왕비실록]의 저자 신명호는 혜경궁 홍씨라는 독립된 인격체가 출생, 성장, 혼인, 입궁, 출산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삶의 공간과 삶의 조건들을 객관적, 심리적으로 포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혜경궁 홍씨, 회한의 궁중생활 칠십 년]에서는 혜경궁 홍씨에 관한 한, 어떤 책보다도 더 역사적 진실에 다가가려고 노력한 책이다. 용꿈을 꾸고 얻은 딸이며 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작은 어머니에게서 한글을 배웠다는 사실 등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입궐 후의 생활, 그리고 남편 사도세자와의 관계, 정조 키우기, 친정의 몰락, 마지막으로 말년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혜경궁 홍씨의 생애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혜경궁은 아들 정조가 만든 논리를 비판하기 위해 [한중록]을 썼다. 친정이 몰락하지만 않았어도, 임금의 의견을 이렇게 철저히 비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혜경궁은 자기 친정에 죄를 묻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아들의 주장을 힘주어 비판했다.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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