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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나 배치와는 달리, <에세이>가 <학문의 진보>보다 6년 일찍 출간되었다. 그 뒤 국내 정세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저작활동을 못 하고 있던 베이컨이 출간한 책이 바로 <학문의 진보>인데, 이 책은 그 당시의 상례와는 달리 영어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만 해도 모든 철학 서적은 라틴어로 저술되었는데,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영어로 책을 저술함으로써, 고급 학문을 대중들에게 보급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도 이 책이 가지는 역할 중 큰 부분이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저작 순서에 따라 <에세이>를 먼저 읽은 후 <학문의 진보>를 읽는 편이 나은 것 같고, 베이컨의 철학의 진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후자를, 철학 이외의 종교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그 당시의 베이컨의 생각이나, 당시 영국의 상황 등을 역사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싶다면 전자를 먼저 읽거나 그 저작만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학문의 진보>에서 다루는 '학문'의 영역들은 매우 포괄적이어서 지금처럼 모든 것을 분절화시키고 세분화시킨 시점에서는 다루기 힘들 정도의 제너럴한 관점과 시야,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르네상스 후기라는 베이컨 당시의 학문 분위기를 잘 이해하게 해준다. 신학부터 자연과학까지 도저히 한 사람이 다룰 수 없는 방대한 분야들을 다 다루고 있는데, '진보'라는 개념 역시 르네상스 시대의 분위기가 잘 묻어난다. <에세이>는 말 그대로 '에세이'인데 그 당시의 영국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더 잘 읽히는 책이다. 역으로 이 저술을 통해 당시 영국의 국내 상황이나 유럽내의 국제정치 상황 등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특히나 영국 국교회가 관련한 첨예하고 민감했던 문제들이라든지 경제 등등 철학자로서의 베이컨의 다른 면모들도 볼 수 있어서 나름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