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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 시계 마루에 90년 동안을 서 있다. 늙으신 할아버지보다 두배나 키크나 무게는 가볍다. 언제나 자랑인 할아버지 시계는 생일날 아침에 샀다오. 시계는 멈춰, 우리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 쉼없이 90년간 똑딱똑딱 한평생을 울었다 똑딱똑딱 섰네 서, 다시는 안가리 주인과 함께
바람이 지는 가을 오후 반짝이는 햇살이 모처럼 따사롭다. 그리움과 인생의 질곡이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시계> 노래가사처럼 눈과 목이 매워지는 소설 한편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한량의 기질이 다분한 주인공의 방탕한 성장기는 주체할 수 없는 청춘의 치기정도라고 해두자. 물불 가리지 못하는 그 시기를 누가 뭐라한들 달라질까? 불꽃놀이처럼 화사하다가 어느새 사그라드는 불빛처럼 매정한 청춘을 섭섭해하고 아쉬워하는 이들은 청춘, 바로 그들이 아니니깐... 외국인 원어민 강사 닥터 해리와 읽어가는 트루먼 카포티의 소설 <티파니에서 아침을>....오드리 헵번과 조지 펙퍼드가 나오는 영화, 헨리 맨시니의 <Moon river>가 추억처럼 흘러나오던 도시의 영상이 겹쳐지는 나... 배우는 시기에는 낭만과 방탕을 구별하기 힘들다.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가스미초라는 마을에 오래된 사진관의 사진기사이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제자였으며 그 집안의 데릴사위로 들어왔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비슷하게 가부키를 즐겨본다. 할머니는 과거 게이샤출신, 할아버지가 어렵사리 돈을 모아 할머니를 기적에서 빼내오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에게는 아들이, 그러니까 주인공 어머니에게는 오빠가 있었는데 전장에서 전사했단다. 애지중지하던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는 가업을 이을 마땅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게 현재 주인공의 아버지이다. 하지만 돌아가신 할머니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할머니와 가부키공연을 같이 보던 은발의 노신사, 할머니의 첫사랑이 전장에서 죽은 아들의 아버지란다. 은발의 노신사는 성공한 기업인으로 할아버지에게 마지막 장례식 사진을 찍으며 지난 과거의 남은 회한을 씻고자한다. 덧없이 사라질 추억들인데 짙은 안개처럼 진한 여운이 남는 부분이다. 인생의 황혼녘에서 충분히 얼룩졌을 청춘의 댓가를 그렇게 허허롭게 받아넘길 수 있을까? 그리고 할아버지가 찍은 노신사의 장례식 사진이 신문의 부고란에 오른다.
가스미초는 안개마을이란 뜻이다. 도시의 유흥가에 둘러싸인 그 조그마한 동네의 청춘들은 버거운 젊음의 열기로 몸달아하고 쉽게 유혹하고 유혹당하고 싶어한다. 오티스 레딩의 음악에 빠져드는 아이들. 훨훨 타오르고 싶은 정열도, 의지도 없이 소모적인 젊음을 만끽하고 마는 슬픈 존재들이 대학이라는 관문앞에서 인생이란 단어를 비로소 상기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민과 갈등을 겪는다. 시간은 흐르고 할아버지는 여전히 사진사의 본업을 잊지않으려하지만 정신을 갉아먹는 치매가 찾아온다. 아침에는 제정신, 오후에는 치매증상이..그런 할아버지이지만 방탕한 손주녀석과 그의 친구들을 아끼는 마음은 글속에 절절이 드러난다. 가족간의 모순된 감정들, 사랑과 미움사이, 애증의 관계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게다. 어느 눈 오는 겨울날 난로의 온기가 훈훈할 일본식 건물에서 할아버지의 인생이 담긴 마지막 술잔과 특징있는 녀석들의 졸업사진 찍기가 시작된다. 그게 마지막이었을 것을.. 인화된 필름들..세상은 컬러풀하지 않음을...빛과 형태와 그림자만이 있음을 알려주는 할아버지 사진들은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할아버지는 사진기를 통해서 인생을 보여주셨다. 거기에 나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본다. 내 인생의 빛, 내 인생의 형태, 내 인생의 그림자 노오란 은행나무가 가득한 책표지속에 그리움과 인생이, 부르면 부를수록 슬픔이 깊어지는 노래 <할아버지의 시계>는 바람지는 가을 오후에 그토록 나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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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일본어로 안개마을 이란 뜻이란다. 현재 아오야마, 아자부 그리고 롯폰기라고 하면 일본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유흥가라고 한다. 그 유흥가들로 둘러싸인 가스미초. 지금은 도쿄의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 이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신선한 안개가 솟구친다는 마을이다. 왜 아사다 지로는 책 제목을 [가스미초 이야기]라고 정했을까? 아마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였으리란 생각이 든다. 1970년대 급격하게 변해가는 도쿄의 모습에서, 사라져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 대학입시라는 인생의 기로에서 사라져 갈수 밖에 없었던 사랑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어느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업인 사진관이 사라질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그리움이, 주인공 이노에겐 어렸을 때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가스미초의 향수로 이어 졌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주인공 이노의 고등학교 생활을 중심으로 한 8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전체를 엮어놓고 보면 한편의 장편소설이 된다. 전체적인 설정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그의 제자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사는 이노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노망기로 가족을 애태우게 하지만, 이노와 단 둘이서 있거나, 아침이면 간혹 정신이 멀쩡하게 돌아오는 할아버지에게 사진은 그야말로 신성하고 자랑스러운 가업이다. 이제는 자신이 사진을 찍을수 없지만 라이카를 항상 목에걸고 다니는 그의 사진에 대한 정열은 남다르다. 방탕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있는 이노지만 가족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역시 남다를수 밖에 없다. 첫번째 단편인 [가스미초 이야기]는 이노와 인근에 사는 백작딸 하루코와의 설익은 풋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방탕한 이노가 처음만난 여자를, 그것도 자신이 위기에서 구해준 여자를 그대로 돌려보내지 않지만, 하루코는 이노를 잊지 못한다. 어느날 할아버지를 찾아온 하루코의 어머니를 보고 하루코가 백작딸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노와 하루코, 여자를 사랑할때는 항상 이별의말을 준비해두라는 할아버지의 말에도 불구하고 미쳐 이별의 말을 준비하지못한 이노는 그렇게 하루코와 헤어진다. [푸른 불꽃]은 사제지간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옛날방식만을 고집하는 할아버지와 현대식 사진기로 풍경사진만 찍으러 유람하는 아버지 이지만, 자식이 전쟁중에 죽자 가업을 이으려 제자를 사위로 삼은 할아버지 이지만, 노망기로 인해 손님들의 사진을 망쳐놓기 일쑤지만, 묵묵히 다시 찍고 할아버지에겐 비밀로 하는 그들은 장인과 사위,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서 있다. 도쿄의 마지막 전차가 사라질 때 꽃으로 장식한 그 전차를 찍기 위해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각자의 방식대로 사진을 찍는다. 공동묘지 옆에 자리를 잡고 달려오는 기차를 찍는다. 푸른 불꽃이 번쩍인다. 할아버지가 사진을 찍은 것이다. 아버지는 사진기 셔터를 누루지 않았다. 혹시 할아버지가 찍은 사진이 안나오고, 자신이 찍은 사진만 나올지 모르므로… [굿바이 닥터해리]는 영어교사가 결혼을 하러 미국으로 돌아가자, 영국출신의 임시교사가 학교에 온다. 임시교사 해리는 이노의 친구 료지의 여자친구인 리사와의 위험한 사랑에 빠지고, 불량하고 방탕한 이노와 료지는 그들을 말없이 지켜보지만, 일본을 떠나는 해리가 길에서 헤메고 있을 때 그들은 그를 모른척 할 수는 없었다. [평지꽃]은 이노가 초등학교때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다. 이노는 게이샤 출신의 할머니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할머니는 가부키를 좋아하셨고, 가부키를 보러갈때는 항상 이노를 데리고 가셨다. 어느날 가부키를 볼때 할머니는 초로의 노신사를 만난다. 헤어지면서 노신사가 준 평지꽃 다발을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하수구에 버린다. 그후 얼마 지나지않아 할머니는 후두암으로 돌아가시고, 출관하는날 이노는 온 도쿄시내를 뒤져 평지꽃 한다발을 구해온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평지꽃이 할머니와 잘 어울린다고 이노는 생각한 것이다. [해질녘 터널]은 이노가 열여덟살,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때, 전교생의 마돈나인 판사집 우등생 딸 마치코와의 하룻동안의 여행에 대하여 쓰고 있다. 하루의 데이트를 허락받은 그들은 한적한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친구를 만난다. 어울리지 않는 그들과, 역시 어울리지 않는 이노와 마치코는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약속하지만 그들은 호텔입구에서 맘을 바꿔 떠난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서 이노와 마치코는 그들과 헤어진 친구들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그날, 호텔입구에서 차를 돌린 그 시간, 그들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노는 판사를 찾아가, 더 이상 마치코를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마치코와 함께 그 해안가 근처의 터널을 갈수있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마지막으로 키스를 나눈다. 더 이상 만날수 없는 사이이기에, 그들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오래된 영화의 스틸사진 처럼… [유영]은 다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후, 할머니와 가부키를 보러 갔을 때 보았던 노신사가 분향을 하고 싶다고 찾아온다. 노신사를 보고, 할아버지는 어색해하고, 어머니는 울고, 아버지는 화를 낸다. 노신사가 분향을 하고, 자신의 영정사진이 필요하다고 할아버지에게 우겨 사진을 찍고 돌아간 후, 이노는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다. 전쟁에서 죽은 외삼촌이 노신사의 아들이란다. 노신사는 자기의 애를 임신한 할머니를 기방에서 빼주지 않았고, 할머니에 반한 할아버지는 빚을 내어 할머니를 기방에서 빼내고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해 연말 노신사의 죽음이 신문 부고란에 실린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할아버지는 노신사와 할머니와 외삼촌의 사진을 불단에 나란히 붙여놓고 분향을 한다. 그러는 할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여우비]는 기치와 우치보 해안에 놀러갔다가 보트대여업을 하고있는 야쿠자 다니와의 만남에 대해서 쓰여있다. 그곳에서 단기대학생 리사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지만, 다니는 분별에 대해서 이노에게 알려준다. 잘차려진 밥상이래도 손님,동료,친구의 여자에게는 손대지 않는것이 야쿠자의 분별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졸업사진]에서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이노, 기치, 료지의 졸업사진을 할아버지께서 찍어주신 것이다. 작년까진 학교의 졸업사진도 할아버지 사진관에서 찍었으나, 올해부턴 선생님들이 직접 찍는다고 한다. 생선장사 기치 아버지의 개점사진도, 료지 아버지와 료지의 형, 누나들의 동경대 졸업사진도, 18년동안 이노의 성장기록도 전부 할아버지가 찍어주신 것이다. 이노와 친구들의 졸업사진을 찍고, 새해의 장식을 치울 무렵 할아버지는 조용히 돌아가신다.
아사다 지로는 이노의 입을 빌어 말한다. 청춘의 기억은 오래된 영화의 스틸사진과 비슷하다고.. 기억은 교묘하게 각색되고, 수정되며 때로는 황당한 얘기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지만, 이것은 이노의 기억속에 살아있는 청춘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인생이야기라고.. 인간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우리들의 관계이야기라고.. 가스미초도, 사랑도, 가족도 모든 것들은 사라져 가지만, 우리에게 남는것은 인생이라고 얘기한다. 라이카를 목에 걸고 고등학생인 이노와 함께 자신이 은행을 즐겨 줍던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후, 그 벤치엔 라이카만이 쓸쓸히 놓여있다. 모든것은 그전과 다름 없는데… |
![]() 가스미초는 일본의 어느 지역 지명이며, 현재는 도쿄의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진 곳이다. <가스미초 이야기>는 사라진 도시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마 작가가 제목을 사라진 지역인 가스미초로 지은것은 사라진 것들을 추억하기 위함일 것이다.
<가스미초 이야기>는 총 8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엔 이것이 각각의 다른 이야기 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8편의 이야기는 모두 한 가족의 이야기 였다. 죽은 아내의 첫사랑의 영정사진을 찍어준 사진사 할아버지, 첫사랑이 건내준 꽃다발을 눈물과 함께 강물로 던져 보낸 할머니, 스승인 할아버지의 사진사의 대를 가족 대신 이어준 아버지, 외국인 교사와 사랑에 빠진 친구와 이를 묵묵히 지켜봐 주는 또 다른 친구, 청춘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픈 주인공 나 이노.
참 이 소소한 것들이 돌아보니 너무나 아름답다. 그 때는 느끼지 못했던 향수가 코끝을 찡하게 만들 만큼 참 지나간 것들은 지독하게 아름답다. 이노의 사랑은 풋사랑에 가깝다. 물론 수줍움과 설레임이라는 순수한 말을 사용하기엔 일본인의 자유분방한 성생활 때문인지 고등학생 아이들의 하룻밤이 심심치 않게 등장 해 낯뜨겁기는 했지만 어쩌면 2010년을 바라보는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도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이노의 서투른 사랑과 이별은 그 시절 한번쯤 누구나 경험해 봤음직한 아련한 이야기들이다.
<가스미초 이야기>의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인 고등학생 이노를 통한 시선으로 진행된다. 할머니를 따라나선 길에 만나게 된 할머니의 첫사랑 노신사와 할아버지와의 어색한 만남은 이노의 눈을 통해 그들 스스로가 떠나보낸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 게이샤 였던 할머니와 사랑을 나눴던 노신사, 그리고 할머니를 사랑해 기적에서 빼내 자신의 여자로 만든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부의 연을 맺고 같이 사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그 노신사를 만나왔으며, 할아버지는 이것을 묵인해 왔었다. 할머니가 돌아기신 뒤 얼마 후 노신사는 할아버지를 찾아와 영정사진을 찍어줄 것을 부탁하고 할아버지는 손수 노신사의 영정사진을 찍어주게 된다. 그런 그들의 껄끄러운 관계는 할머니의 죽음 앞에 그리고 그들의 늙음앞에 세월앞에 모두 추억이 되고 만 것이다.
청춘의 기억은 오래된 영화의 스틸 사진과 비슷하다. .......... 하지만 기억은 스틸 사진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더러워진 만큼 교묘하게 각색되고 수정되며, 때로는 황당한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P124-
그래 이 말은 일본 영화 <뷰티풀 라이프>를 보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일 거다. 영화 <뷰티풀 라이프>는 사후세계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기위해 대기하는 통로쯤이라고 하면 될까? 그곳에서 사람들은 죽어서도 간직하고픈 인생의 한 컷을 영상으로 다시 담는 작업을 한다. 내 머리속에 들어있는 내 인생의 찬란했던 그 순간을 재연배우들을 통해 다시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가졌던 것은 실제 그사람들의 삶에 기록이 영상으로 보관되어 있음에도 왜?? 또다시 찍느냐는 것이었다. 바로 위에 글귀에서 이야기 했듯이 교묘하게 각색되고 수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그저 그런 일상이 나에겐 시간이 멈춘것 같은 벅찬 아름다움 이었을 테니까. <가스미초 이야기>의 가족들도 아마 각자의 추억을 교묘하게 각색하고 수정해 본인들이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은대로 간직해 놓지 않았을까? 모든 사라지는 것들이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다.
<가스미초 이야기>는 <철도원>으로 유명한 일본작가 아사다 지로의 작품이다. 소설을 쓸때 쉽고 아름답게 쓰는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아사다 지로의 글은 역시 쉽고 아름다웠다. 요즘 한창 번역서들이 잘 읽혀지지 않아 불만이었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글이 아님에도 아사다지로의 글은 읽기 쉬웠고 쉽게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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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방 정리를 하다가 지난 앨범을 보게 됐다. 요즘엔 휴대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놓는데 비해, 정작 인화해놓은 사진은 없는데 앨범에 차곡차곡 꽂혀있는 내 유치원 시절이며 입학 졸업때 수학여행 때 풋풋한 모습들에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 가면서 미소 짓고 있었다. '가스미초 이야기'는 바로 이런 앨범같은 작품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한 순간과 가족들 사진이 빼곡히 담겨있는 앨범은 아무리 그리워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빛나던 순간이 있었음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모두 8편의 소설들이 실려있는 '가스미초이야기'에는 메이지 시절 명사진사 할아버지를 둔, 2대째 사진관 집 소년 이노가 주인공이다. 이노는 명문 고등학교를 다니며 대학입시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청춘을 교실 안에 가둬두지 않았다.유흥적이긴 하지만 스스로는 불량스럽지 않다고 자부하는 소년 이노. 10대답다고 할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라고 할지, 이노와 친구들은 어설프게도 서투르게도 혹은 어울리지도 않는 상대와 사랑을 나눈다.그러다 진심을 바친 상대와 이별도 겪어가며 질풍노도인 10대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노가 반항스러운 것은 아니엇다. 10대인데도 가족에 대해 유난스럽지 않게 자연스러운 애정을 갖고 있는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이노의 가족에게는 비밀도 있었고, 개성이 뚜렷해서 부딪히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따스하게 챙기는 집안이었다. 데릴 사위인 이노 아버지는 장인이자 빼어난 사진사였던 할아버지에게 존경심을, 할아버지는 할머니에 대한 진득한 사랑을, 그리고 이노 역시 생전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했던 자잘한 일상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그속에는 드러내지는 않지만 가족을 향한 애정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 충분히 느껴져왔다. 결코 평범한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를 품어주며 가족이란 끈을 단단하게 이어가고 있는 마음들이.
'가스미초 이야기'에는 온기가 감돌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친구까지 몇 번의 죽음이 나오는데도 그다지 슬픈 분위기로 다가오지 않았고, 감사를 표하며 이별하는 이노의 모습은 꽤나 어른스러워 보였다. 이 작품이 따뜻하게 혹은 아련하게 느껴졌던 것은 청춘과 사랑, 가족이라는 소재가 주는 안온함도 있지만 거기에 1960년대 혹은 70년대의 '가스미초'. 이노의 고향이 주 무대이란 점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도쿄 지명에서 사라진 이름, 안개마을이란 뜻을 가진 가스미초였기에 이노는 실향민처럼 고향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영상으로 기록하기 편안해진 디지털 세상, 그 현란한 세상 속에서도 내 인생의 울고 웃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내 가슴 속에 꽁꽁 저장해 두고 있던 흑백 사진들을 한장 두장 꺼내보는 그 심정으로 '가스미초 이야기'를 읽었다. 그 속에서 체감되는 그 소소하고 소박한 아날로그적 정서에 충분히 공감했고, 그 분위기를 편안하고 정감어린 마음으로 만끽했다.
사라진 것에 대한 회고는 그리움을 부르는 법,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도, 그리고 나고 자랐던 고향도 그렇고 점점 사라져가는 사진관도 그렇다. 이미 보내 버린 젊음 역시나 그 시절의 사랑과 이별들, 그리고 청춘이라 서툴렀던 것조차 빛이 났고, 그래서 그 시절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나 요즘 지나가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주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지나간 옛일을 떠올리며 그때가 좋았지. 그리워하는 건 나이 먹었다는 증거이거나 혹은 지금 처한 현실이 팍팍해서라는데. 굳이 말하자면 늙어서도, 힘들어서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더러 후회도 되고 회한도 남긴 하지만 단지 지금의 나로 어른으로 자라게 해준 시간과 경험이라 반추하게 되는 거라고, 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 시간과 경험이기에 점점 더 소중하게 되는 거라고. 그리고 내 인생의 어느 순간순간 만나서 시간과 감정을 나눴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졌다. 비록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해도 당신들 덕에 내 인생은 외롭지 않았고,울고 웃을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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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물이나 풍경을 액자속에서 본다는 일은 매우 기분좋은 일이다. 그랬기에 지금도 여전히 사진찍는걸 동경하는지 모른다. 예전엔 어린젊은날의 풋풋함이 있기에 곧잘 사진도 찍히는걸 즐겼는데 이젠 사진 속의 나를 만나는 일은 가능한 피하게 된다. 아직도 본질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겸양이 부족한 까닭이리라. 나이먹어간다는 것은 원숙해지는 일인데 겉모습만 그렇지 마음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가스미초는 안개마을이란 뜻으로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유흥가로 둘러싸인 곳이다. 주인공의 고향이다. 안개하면 그 속을 알 수 없는 신비때문인지, 혹은 음울함의 대명사처럼 책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여진다. 대개는 나쁜 결말이나 나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내포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아스라한 그리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인데도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유흥가를 세 곳이나 둘러싸고 있어서 몸에 배인 습성인지 그들은 부모나 마찬가지로 경각심이 없다. 고등학생이 집에 안들어가거나 몸사랑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맺는다. 저녁시간의 자주하는 산책같이 만연된 생활에 국민정서가 너무나 달라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맹모삼천지교는 괜스레 나온말이 아니다를 실감했달까?
저질이란 말을 아주 싫어하는데 고등학생의 설익은 풋냄새보다는 저질스런 작태들이 몹시 거슬렸다. 애교로 받아주지 못하는 내 성격이라면 할 말이 없다. 시험이 코앞인데도 술과 담배는 필수고 자신들의 아지트서 여자와의 사랑을 낚기도 한다. 아무 의미없는 배설일 뿐이다. 부모들도 할아버지도 그럴 수 있지 라는 태도인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게이샤출신이었던 할머니는 유부남이었던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 새 생명을 잉태했지만 결국 기적에서 빼내온건 할아버지였다. 그럼에도 연상인 할머니는 늘 정정당당했으며 실세 가장이었다. 할머니의 미모와 세련됨, 우아한 자태는 어린 나에게 퍽 기분좋은 감상이었다.
낳은정이 아닌 기른정이었던 외삼촌과 내 아버지는 친구였는데 외삼촌은 전사했다. 제자들 가운데 가장 못난이인 내 아버지가 살아 돌아와 엄마와 결혼해서 함께 산다. 기대가 컸던 외삼촌은 뭐든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내 아버지는 그에 비하면...데릴사위의 역할에는 내 아버지가 딱 제격이었다. 고집쟁이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내 할아버지의 자존심을 지켜드리면서도 순응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인물의 내면까지도 끌어내어 사진에 담는 분이셨다. 사람들에게 말을 붙여서 감정을 끌어내시는 기막힌 재주는 할아버지 특허였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면서 표정까지도 변하니 작품을 보면 자신조차 자신의 그런 모습이 있었던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고객들이 대부분 이었다.
나만 아는 경우인데 늙으막의 할아버지는 식전 일찌기는 제 정신이시고 감히 치매환자가 하기 힘든 농담도 곧잘 하시는데 낮에 영낙없는 치매환자가 되시는거다. 때론 할아버지가 연기하는게 아닌가 부모님께 말씀드린 적도 있는데 모두가 믿질 않으신다.
찰나를 영원으로 만드는 작업. 그 영원을 볼때마다 우리는 그시대 그시간 그추억을 늘 떠올리게 된다. 세월은 가고 사람은 가도 그건 남는다. 그러나 그건 그사람이 있었을때에만 그 값어치가 있다. 그걸 보며 회상해 줄 사람이 없는 사진은 이미 생명력을 상실한거다. 한 세대를 풍미하며 같이 떠올릴 추억이 있었야만 그 가치가 있다. 동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이 달랑 사진만을 보면서 유추해 내는 감정엔 진정성이 덜할 수 밖에 없다.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여간해서 바꾸기가 어렵다. 세월 흘러 동문회나 동창회를 나가도 그 시절의 그 모습으로만 항상 기억되지 지금의 모습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늘 그 옛날의 코흘리개, 아님 깍쟁이, 애늙은이 등. 해서 순수했던 그 어린시절 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고향이고 그래서 더 반갑고 눈물나는 이야기가 된다. 가스미초 이야기를 통해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을 봤다. 내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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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잔영이 남아있는 듯한 옛 거리를 걸으며, 그곳에 어려 있는 청춘의 기억들을 불러내고 이내 그 장면들에 잠기는 것은, 아마 세월에 더러워진 인간이 아닌 “천사처럼 청징하여 방탕의 흔적은 한조각도 찾을 수 없게” 자신도 모르게 교묘하게 각색되고 수정된 기억이 주는 위로 때문이 아닐까? 사실 애틋하고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청춘의 기억들을 이렇게 냉정하게 표현하는 것이 김새는 일이기는 하지만, 삶의 시간이 꽤나 흐른 뒤에 그 서툴고 푸르게 빛나던 시절의 추억이 주는 풍성한 감성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빼앗을 수 없는 커다란 축복일 것이다.
주인공‘이노’가 그려내는 청춘의 그 거침없고 화려한, 그리고 고이 간직하고픈 사라진 사람들과 거리들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로 구성된 이 소설집은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들, 잊고 지내온 것들에 대한 뭉클한 그리움의 가치를 펼쳐놓는다. 메이지(明治)시대 화족(華族;일본 귀족)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어주던‘이노 무에이(伊能夢影)’, 그 3代인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의 사진관과 데릴사위로 풍경사진을 찍으며, 장인의 인정을 소망하지만 세대간의 장벽이 가로서 있고, 그리고 물질의 풍요를 만끽하는 손자인‘이노’의 순수한 시선이 있다.
첫 편인 가스미초 이야기에는 중간고사를 앞둔 고등학생의 치기어린, 그러나 풋풋하고 어설픈 사랑의 이야기가 사라져가는 대상들, 전통과 근대화로 풍요로워진 도심의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소설의 제목이자 공간적 배경인 롯폰기. 아오야마에 둘러싸인 안개마을 가스미초(霞町)는 내 어린 시절, 4대문 안에 사는 서울 토박이라고 허세를 부리던 그 텃세가 떠올라, 이노 무리가 강 건너 천박한 아이들이라고 자신들에게 선민의식을 부여하는 시선과 겹쳐 그 생각 없던 순진무구함에 슬며시 미소가 돈다. 여기에는 이후의 단편들의 튼튼한 배경이 되는 신구의 공존, 결코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 변해가는 도쿄의 풍물, 그리고 사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현실의 기록, 즉 객관적 공인으로서의 사진관이 세월의 증거로서 자리를 차지한다. 그래서 사진관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소재이자 모든 이야기들의 매개체가 된다.
새로운 교통수단에 의해 퇴출당하는 마지막 전차의 운행을 안타까워하는 할아버지, 제자이자 사위인 이노의 아버지가 달려오는 전차를 향해 각자의 카메라를 누르는 장면은 뇌리에 찰칵하고 각인된 것처럼 인상 깊다. 역사의 한 페이지로서만 남는 순간이다. 주변의 익숙한 것들이 하나 둘 사라져갈 때 우린 문득 세월의 거친 속도를 느끼게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떠올리는 것은 다름 아닌 그리움에 대한 애틋함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그리움은 바라보는 사람까지 전염되게 하는데, 게이샤 출신으로 허리를 곳곳이 세우고 걷던 할머니의 아득한 로맨스에 대한 예기치 않은 목격은 “그처럼 아름다운 할머니의 뒷모습은 무대 위를 걸어가는 우타에몬(가부키 배우) 같았다.”하며 우아함과 이면에 서린 회한과 우수가 어울린 할머니와의 가부키 공연의 동행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기억은 할아버지의 아픈 사랑과 가족사의 비밀과 연결되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후두암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입관에 첫사랑 노신사가 주었던 철 아닌 평지꽃을 어렵게 구해 넣어드리는 장면은 왠지 콧잔등을 시큰하게 한다.
한편, ‘해질 녁 터널’, ‘여우비’등의 단편에선 주인공 자신의 자유분방하고 허풍스런 여성 편력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완결된 구성으로서 완성도 높게 전달되는데, 청춘의 기억이란‘오래된 영화의 스틸 사진’이라 해서인가 신비로움으로 안내되는 청춘남녀의 사랑, 인간에 대한 편견이 불식되는 만남을 통한 한 뼘만큼의 성장이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 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빠져들게 된다. 각각의 작품이 이처럼 완벽한 서사와 주제를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음에도 거대한 한 편의 소설로서 어떠한 흐트러짐도 없이 다가오는 것은 이 소설이 가진 빼어난 유연함과 구성능력 탓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 전체에서 지속하여 뇌리에 남겨지는 상(像)이 있는데, 무명의 사진작가인 아버지가 처음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으로 은행나무 열매를 줍고 있는 할아버지를 찍은 <노스승>이라는 작품의 이미지다. 생전에 할아버지가 아버지의 사진에 유일하게 칭찬이랄 수 있는 “착한 사진”이라한 작품이기때문만이 아니라, 전사한 외삼촌을 향한 응어리진 할아버지 마음의 슬픔이, 그리고 “진실의 나무 열매를 찾아 헤매는 늙은 예술가와 그 모습을 포착한 제자의 시선”이 흐르고 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진관 스튜디오 등나무 의자에 앉아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열정을 다해 찍어준 졸업사진의 모습이 “말 그대로 살아있는 모습이었다.”라고 외치는 이노의 경외의 목소리에서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진실, 그리고 짙은 사랑의 향기를 맡게 된다.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임에도 진심이 어려 있고, 시리고 흐릿한 슬픔이 흐름에도 이들 모두를 뒤덮을 만큼의 장엄함이 묻어 있는 작품이란 느낌이다. 더구나 나(이노)의 정체성이나 연민에서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그 시큼한 인생을 보듬으려고“나의 가느다란 목줄기와 약간 굽은 어깨가 할아버지와 똑 같았다.”하는 독백은 사내의 소통이고, 삶의 이해이며,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의 사랑으로 다가온다. ‘아사다 지로’는 진정 청춘의 천분의 1초를 진심으로 그려내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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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을 읽으면서 꺼이꺼이 울었었다. 왜 그렇게 울었었는지.. 아마도, 어렸을때 읽어 그렇게 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책, 아사다 지로라는 이름만으로 집어든 책, <가스미초 이야기> 이젠 어리지도 않은데, 또 한번 꺼이 꺼이 울었다. 가슴이 아려와서 꺼이 꺼이 울고, 그들의 삶이 보여서 목놓아 울어버렸다.
안개마을이란 뜻의 가스미초. 그 마을의 짙은 안개 속을 흐르던 상큼하고 따뜻하고 눈물겨운 여덟 편의 인생 이야기. 처음엔 하나하나의 다른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게 뭐지. 작가를 착각했나?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니네 하고 다음편, 그 다음편을 읽어내려갔다. 처음엔 3편을 읽으면서도 같은 이름의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을 한걸 보면 참 무디기도 하다.
![]() 가스미초 이야기-이노와 하루코와의 서투른 사랑과 이별 푸른 불꽃-사제 간인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 흐르는 따스한 정 굿바이 닥터 해리-임시교사 해리와 리사의 위험한 사랑 평지꽃-첫사랑 노신사가 준 평지꽃을 눈물로 버린 할머니의 급작스런 죽음 해질 녁 터널-마치코와 이노의 하루 동안의 여행과 두 친구와의 불가사의한 만남 유영-노신사의 예기치 못한 방문을 통해 알게 된 가족의 비밀 여우비-여름철 바닷가에서 만난 젊은 야쿠자 다니와의 추억 졸업사진-앨범보다 소중한 한 장의 졸업사진을 마지막 선물로 남긴 할아버지의 죽음
향수가 느껴지는 이야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리워 지는 이야기 <가스미초 이야기>. 이노의 성장 이야기이면서 가족사를 그린 이야기. 어쩜 이렇게 글을 잘쓸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사람의 맘을 가슴 저리게 할 수 있을까? 가슴이 아려온다. 훌쩍 거리면서 울고 나니 이 노란 은행나무밑 장의자위에 할아버지와 이노가 보인다. 할아버지와 이노가 맞을까? 똑같은 얼굴. 누굴까? 이노일수도, 삼촌일수도, 아니면 아빠일수도 있다. 라이카Ⅲ를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와 겉표지를 넘기자 마자 나오는 장의자위 라이카Ⅲ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이제 경칩이란다. 가을에 맞는 이야기를 이 봄에 읽어버렸다. <가스미초 이야기>. 노란 은행잎 떨어지는 가을날 읽었으면 더 좋았을 책이다. 가을이 되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다시 한번 이노와 할아버지를 만나고, 할아버지의 라이카Ⅲ를 느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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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기억은 오래된 영화의 스틸사진과 비슷하다. 표지의 그림처럼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가을에 가슴을 잔잔하게 적시는 아시다 지로의 자전적 연작 소설을 만났다. 책을 읽기 며칠전에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현충사를 다녀와서일까 표지의 그림은 더 가슴에 와 닿았던것 같다. 거기에 할아버지와 사진에 대한 추억이니 얼마나 아련할까 하는 생각을 소설을 읽기전부터 할 수 있었고 '빛나는 청춘과 함께 사라져버린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향수를 담아내다' 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가을은 지난 무언가를 추억하기에 정말 좋은 계절이다. 이런 좋은 계절에 감성을 자극하는 이런 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기도 하다. 이노는 할아버지의 눈으로 보면 방탕한 손자이다.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고 여자친구와 하룻밤을 함께 하는 일들도 있다. 그런 이노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를 바라보는 시선, 그들과 함께 그의 청춘을 기억하고 18년 자신의 전속사진사처럼 손자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겨주신 어용사진사 할아버지와 게이샤였던 할머니를 거금을 들여 빼내어 결혼을 하지만 혼전 사랑으로 인한 자식을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고 아끼고 자신의 직업까지 대물림 하려 했지만 전쟁으로 인하여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할아버지,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지만 결코 자신의 제자인 사위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죽는 날까지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으셨던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손에 <라이카>를 들고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아름다운 지난 사랑까지 고스란히 떠 안으며 감싸준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난 사랑이던 노신사의 마지막 영정사진까지 멋지게 찍어 주신 할아버지는 손주와 친구들의 멋진 졸업사진까지 찍어 주시고는 마지막 죽음 그 순간까지 사진과 함께 한 사진이 명장이시다. 그런 할아버지, 노스승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늘 스승님을 먼저 챙기며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듯 하시는 이노의 아버지 역시 사진을 잘 찍으시지만 결코 스승앞에 나서시지 않으셨던 멋진 분이시며 스승이며 아버님의 뒤를 이어 받아 사진일을 하시니 대단하시다. 소설은 이노의 청춘과 함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외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추억의 일부분처럼 얽혀 있지만 가슴 따듯한 이야기들로 할아버지를 축으로 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도 하고 디저털 보다는 아나로그적 추억이 가슴을 잔잔하게 적셔준다. '난 이 사람들의 장례식 사진을 모두 내 손으로 찍었단다. 사진사는 참 죄 많은 직업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이 직업을 내 대에서 끝냈을 텐데.' 돈보다는 사람 사이의 정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신 할아버지는 이노에게 큰 산과 같은 인물이 되었겠지만 글을 읽은 독자에게도 많은 것을 전해주신다. 이노의 청춘과 할아버지의 멋지게 물든 연륜이 고운 색으로 섞여 한층 돋보였던 연작 소설이며 이 가을에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소설인듯 하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어 내려가야 할 소설로 이노의 추억으로 인해 나 또한 지난 추억을 한번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를 가져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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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할아버지의 죽음에 그의 가족들이 펑펑 운 장면에서 나도 같이 맘껏 울었던 책이었다. 감성을 자극하고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 책이 얼마나 오랫만이던가.
청춘- 주인공 남자의 청춘의 시기에 그에게 생긴 일들을 청춘이라는 그 단어처럼 푸르게 이야기는 진행된다. 오래된 사진관을 2대째 이어오고 있는 '이노'네 집안. 할아버지로부터 시작해 사진사는 사위가 이어받아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집집마다 개인의 카메라가 하나씩 있는 요즈음 사진관이라는 이름은 무색해져 가고 있어서 그런지 텅빈 사진관에 하루종일 앉아 있는 이노의 할아버지는 허망하달까.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할머니와 손자 이노와의 추억. 스승과 제자. 그리고 제자이자 데릴사위인 아버지와의 이야기. 젋었을때 게이샤였던 너무도 아름다웠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의 첫사랑 이야기. 그리고 할아버지의 노망과 죽음.
총 여덟편의 제목으로 나뉘어 이야기는 진행된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존재는 왠지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주인공 이노가 카메라와 평지꽃을 볼때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각나는 것처럼 나도 할아버지가 항상 심부름을 시키셨던. 또 즐겨드시던 콜라와 할머니께서 매번 쪄 주시던 옥수수를 볼때면 그리움에 잠기곤 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히 우리의 조부모님들과 함께한 추억에 젖고 그 때문에 눈물을 쏟을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그들의 자리가 있는것 같다. 그 자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게 아닐까..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추억도 말이다.
청춘의 기억은 오래된 영화의 스틸 사진과 비슷하다. 세상의 더러움을 뒤집어쓴 명장면은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열여덟 살 여름에 일어난 사건은 누구나 멋진 액자에 넣어서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은 스틸 사진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더러워진 만큼 교묘하게 각색되고 수정되며, 때로는 황당한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내 마음의 서랍 속에 숨겨놓은 이 신비한 체험도 과연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p.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