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가 노래를 하면 재수가 없다는 취급을 받던 그 옛날 솔이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 나오는 노래 때문에 고민하던 차에 신비로운 항아리를 얻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고통 속으로 빠지게 되는데… 한 소리꾼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랄까 우리 판소리에 대한 예술가 소설이랄까 장르를 딱 구분 짖기 힘든 소설이라 재미도 있었고, 관심 밖이던 우리 소리의 이야기에 흥미롭기도 했다. 솔이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실컷 노래만 부를 수 있으면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신비한 항아리를 얻게 되는데 목숨보다 더 한 것을 치러야 한다는 경고에도 소리를 향한 그녀의 간절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목숨을 끊는데도 용기는 필요하겠지. 하지만 고생을 견디는 데는 용기만으로는 안 되거든 반드시 불굴의 의지가 따라야 하지!”20p 항아리를 만난 뒤 그녀가 겪어야 했던 고생은 차마 말로 할 수가 없을 만큼 잔인하고 끔찍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의 고생을 견뎌야 했다.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엄마를 잃는 것을 시작으로 항상 새로운 노래를 갈망하는 항아리 속에 새 노래를 채우기 위해 한곳에 정착 할 수도 없이 떠돌며 수많은 사연을,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참 된 소리꾼이 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그녀가 놀라웠다. “하늘이 사람을 고생시키는 것은 그를 더 크게 쓰기 위함이라는 사실”232p 얼마나 큰 꿈이었기에, 얼마나 그 꿈에 미쳐있었기에 그런 철인 같은 힘을 낼 수 있는 것 일까… 우리 소리에 대한 소설이니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잠시뿐이었다. 화자가 솔이의 이야기가 새겨져있는 목판을 읽어 전하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라 화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드라마처럼 솔이의 모습이, 그녀의 소리가 울리는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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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아니할 수 없는 소설이었다. 읽는 동안의 초분이 하릴없이 하늘에 맞닿은 것마냥 움직임이 보이지 아니하니 먹먹하게 막혀오는 가슴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소설이기도 했다. 아무리 집중하여 글을 파고들려고 해도 이내 앙앙불락하여 허공을 휘젖는 연기처럼 모야무지하게 종적을 감추고 만다. 이토록 난해하게 다가오는 글월의 자취가 기연가미연가하여 다시금 눈을 부릅뜨고 찬찬히 훑어보아도 만대엽도 아니고 중대엽도 아니며 삭대엽도 아닌 음률처럼 저 먼 곳 어디선가 알나리깔나리 저도 모르게 이풍역속된 새로운 소설의 장르처럼 다가오는 것이 생낯설음에 다름 아니었다.
어떤가 이런 식의 리뷰. 무슨 말인지 알아먹으시겠는지. 그렇다. 대충 뭔 말을 하려는 건지 글의 의미는 이해하겠으나 글이 요구하는 세상속으로 빠져들기엔 다소 외계어 같은 느낌이 없질 않다. 당연히 저 문장에서 구사된 단어들은 정정당당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것으로 님하, 라든가 헐, 과 같은 신세대 외계어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읽는 독자의 답답함이 치솟으면 이내 신세대 외계어와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렇듯 이 소설은 대부분 저런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런 문장 좋아하시는 분들, 당장 구매해서 읽어보시길. 물론 작가 분의 솜씨는 내가 마구 씨불여놓은 저런 따위의 수준과는 하늘과 땅차이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마도 그렇다고 얘기해야 덜 시건방진 상황이 되려나?
모험 소설이다. 득음을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솔이라는 여인의 모험을 다룬 것이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득음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을 찾아 세상을 떠도는 이야기라고 해야 옳을 듯 싶다. 그러니 각 장마다 새로운 만남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데 문제는 그 에피소드가 모두 솔이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솔이가 남사당패를 만났는데 그중 어름사니인 도일의 이야기가 소개된다거나 온섬 무당 선이의 이야기가 진행된다거나 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가 다소 산만한 감이 없질 않다. 만약, 그 각개의 에피소드가 매우 재미있게 진행되었다면 내가 받아들이는 감정이 약간 달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는 게 더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이야기들이 아무런 긴장없이 지루하게 늘어져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자, 그렇다면 누군가 재미있는 서사가 그리 중요한 것이냐 라고 내게 되물었을 때 나도 반문할 말 있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서사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만큼 더 대단한 무엇을 가진 소설이라고 자부합니까?
1권 리뷰에서도 잠깐 말했던 거 같은데 문학은 이성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전공 서적처럼 형관펜을 그어가면 암기를 해야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문학을 대했을 때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 만큼 좋은 모양새는 없을 것이다. 작품의 이야기속에 흠뻑 빠져들어 누가 뭘 가르치려 들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는 것이 있게 만드는 소설이야 말로 훌륭한 것이 아닌가 나는 그리 생각한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난해한 수사의 사용이 난무하면서 또 뭔가를 애써 전하려는 메시지가 보이면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나만 그런가? 뭐, 그럴 수도 있겠다. 허나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인 독서에서는 내가 그랬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니까. 어쨌든 한껏 젊잖음을 빼고 앉은 모양새가 침착해보이기는 하는 작품이나 그다지 가슴에 와닫는 부분이 없는, 적어도 나는 절대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소설이었다. 나는 같은 문장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단어들을 구사하여 젠체하는 느낌을 주는 문장들에 대해서는 좀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그게 세련되었거나 지적인 문장의 방법이라고 생각지 않는 것이다. 그저, 못된 버릇이라고 여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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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는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언제나 그 뒤에 수 많은 고난과 역경을 포함하고 있다. 범인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힘겨움의 시간을 이겨낸 다음 비로소 그 답으로 얻는 것이 누군가의 존경과 선망의 자리이며, 때로는 살아생전 그 존경과 경외의 시선을 받아보지 못한채 운명을 달리한 후, 후세에 이르러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살아 생전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든, 후세의 후손들에게 새로운 평가를 받든, 어디서나 무엇인가를 이룬이들의 삶은 늘 고단하다. 그들이 얻어낸 결과는 그 고단함에 대한 어쩌면 아주 작은 답례일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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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온전히 사람을 노래하기 위해 쓰다. 노래하는 가객 솔이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 <소리꽃>은 솔이가 잠시 몸을 의탁하고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소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준 대우의 곁을 떠나, 그의 벗 고강에게로 향하고.. 고강을 만나지 못한채로 남겨진 그림과 짧은 일화로만 남은 고강을 통해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것에 대한 희미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다시 향할곳을 잃은 솔이는 대우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하나 길이 엇갈리고, 대우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대우의 아버지인 만후와 사당패의 도일등을 만나 때로는 깨달음을 때로는 새로움에 대한 눈띄임을 경험하는 여정으로 바뀐다. 떠돌아 다니는 여인의 생은 안전할 수 없는 것이다. 솔이 역시 거리의 거지떼들에게 수치를 당하는 처지에 놓이고 이 일로 그녀는 무당인 선이네와 인연을 맺는다. 학식으로는 내세울 것이 없는 그녀였으나, 사당패의 풍류와 무녀의 한을 풀어내는 굿을 모두 경험한 소리꾼, 이야기를 통해 얻는 경험과 경험을 통해 이끌어내는 지혜를 모두 알게 된 솔이는 그렇게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메던 진짜 노래에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고난의 여행을 계속한다.
피를 토해낼 듯한 고난과, 피를 토한 목소리 솔이는 마지막 거처로 고강의 집을 선택한다. 노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끝내며 그는 항아리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의 노래를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던 사람의 노래. 그 노래를 온 몸에 담고 솔이는 고강의 집에서 노래들을 만들어낸다. 피를 쏟아내는 것이 득음의 과정이라고 했던가. 그 말처럼 솔이는 끝내 피를 쏟아내고 거칠어진 목소리로 한나절이 다가도록 끝을 내지 않는 한 사람의 일생을 노래한다. 그리고 고강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노래와 함께 소진한다. 사람의 노래를 얻기 위해 일생을 고통으로 살아야했던 솔이만이 피를 쏟는 고통을 겪는 것일까? 아마도 아닐것이다. 인생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때로를 피를 쏟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인생의 길을 매순간 걷고 있지 않은가. 솔이가 사람의 노래를 얻기 위해 평생을 바치고 피를 쏟는 고생을 해야했던 것은, 어쩌면 인간의 일생이 그토록 매 순간이 피를 쏟는 고통과 힘겨운 여정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지막 순간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가 얻어낸 사람의 노래에 웃을 수 있었던 솔이처럼 사람들도 어쩌면 그 일생을 바쳐 스스로를 위안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생을 끌어안고 살아가기 위해 그 힘겨운 순간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