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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힘든 일이 겪어도 친구들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연애와 결혼, 직장생활과 육아로 생활영역이 달라지면서 차 한 잔 하는 일도 쉽지 않거니와 만난다고 해도 공허한 대화들뿐이다. 나에게 슬픔이지만 그녀들에게 사치였고 나에게 꿈이지만 그녀들에겐 이상이었다. 그녀들의 아픔 또한 나에게 투정이었고 그녀들의 기쁨 또한 나에겐 질투였다. 이젠 더 이상 자율학습 시간 땡땡이를 치고 마음을 졸이며 몰래 영화를 보지도, 지리산과 제주도, 해남과 삽시도를 같이 여행을 가지도 않는다.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기엔 우린 너무 자랐다. 우린 더 이상 어린애도, 소녀도, 미지의 세상이 궁금한 20대도 아니다.
밍과 옌(원제:February Flowers)을 읽는 내내 10대와 20대 나의 시간들을 함께 했던 그녀들, 때론 밍이었고 때론 옌이었던 그녀들이 떠올랐다.
젊은 시절 수재였고 당시 고위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쳐 힘들어하던 H와는 중3과 고3 두 번 같은 반이었지만 우리들을 친구라고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린 한 번도 같이 떡볶이를 먹지도 같이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단지 편지만 주고받았을 뿐. 사람들은 H를 밝은 아이라고 기억하고 있지만 내가 아는 그녀는 마음에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책을 좋아하는 것은 밍을 닮았고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내면에 상처가 많은 것은 옌을 닮았다. 모든 남학생들의 관심을 받았던 친절한 그녀 N, 그녀 역시 마음의 상처를 앓고 있었다. 남자와 떠난 어머니를 기다리며 절망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와 어린 남동생을 챙기는 일은 고3인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큰일이었다. 언제까지나 자신의 편이라고 믿었던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던 날 N은 결혼축가를 불렀다. 그에게 N은 여자가 아닌 노래 잘하는 옆집 동생이었던 것이다. 모두에게 친절한 그녀를 보면서 친절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는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그녀가 남자에게만 친절하다고 말했지만 그건 그녀들이 잘못 본 것이다. N은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 있는 마을이 고향이던 J는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로 왔다. 그녀는 대학이 아니었더라도 집을 떠났을 거라고 말했다. 위난성 출신에 마오족이라는 소수민족인 옌은 윈난을 싫어했다. J역시 자신의 고향을 싫어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전라도를 일주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같이 고향에 가는 걸 거절했고 여행도 가지 않았다. 그녀를 보면서 삶의 아이러니를 본다. 오랜 시간 돌고 돌아 그녀는 지금 고향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소녀에서 여자가 되는 일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되는 것이 아니다. 몸과 마음의 성숙, 희로애락의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여자가 되는 것이다. 어른 여자들은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좋아하고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지만, 막 스무 살이 된 여자들은 더 나이 들어 보이려고 파마를 하고 하이힐을 신는다. 지금의 나는 스커트는 안 입고 운동화는 잘 신고 다니지만 그때는 꼭 스커트만 입고 하이힐만 신었다. 나는 밍이었을까. 옌이었을까. “그런데 너 그거 아니? 그 책을 읽은 뒤 내가 포위된 요새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누구나 얼마간은 포위된 요새에 살기 마련이잖아요.” 내가 대꾸했다. “나는 안쪽에 살고 있고 너는 바깥쪽에 살고 있어. 정반대에 말이야. 우리는 결코 같은 쪽에 살 수 없어.”(139-140쪽) 그만 만나자는 말을 분명히 한 건 아니지만 작은 일들이 쌓여 그녀들과 멀어졌다. 약간의 노력만 했어도 만남이 지속되었겠지만 난 굳이 하지 않았다.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만나면서 그녀들의 세상이 내 세상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사는 동안 네가 선택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항상 이해하고 인정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라.”(218쪽) 밍의 어머니 말씀처럼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난 결국 그들이 날 항상 이해해주지 않아서, 인정해주지 않아서 그들에게서 도망간 것이다. 다른 인정해주는 대상을 찾아. 근데 도망간 것은 나였을까. 그녀들이었을까. 10대와 20대를 거치며 누군가를 사랑했고 이별했다. 꿈을 꿨고 좌절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안개의 숲을 헤매는 중이다. 마오옌의 말대로 “어른이 되는 건 때때로 좋은 일만은 아니다.”(364쪽) 그럼에도 어설프게나마 어른이 된 것은 그녀들 덕이다. 그녀들의 격려와 위로가 없었더라면 난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밍처럼 나의 옌들이 어디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만나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 시절의 기억들이 모두 추억이 아닌 까닭이다. [밍과 옌]은 중국작가인 판위가 영문으로 낸 첫 장편소설이다. [밍과 옌]은 소녀를 거쳐 여자가 된 그녀들의 이야기이다. 10대나 20대 여자가 주인공이 소설들은 대부분 경쾌한데 이 소설은 좀 어둡다. 어두운 내용들은 잘 읽히지 않는데 이 책은 잘 읽힌다. 많은 부분 공감이 됐다. 소녀에서 여자가 된 어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소녀들과 20대 여자들의 일상과 심리가 궁금한 남자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여자 친구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하다면 이 책은 그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아프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나서 반가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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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 모두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성장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른이라는 단어에 담긴 그 많은 의미들을 깨닫게 되는 것은 소년과 소녀가 이미 소년이나 소녀가 아닌 어른이 되어버린 다음이지만, 소년과 소녀가 성장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그 순간만의 대단히 복잡하고 미묘한 의미들을 던져주곤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토록 혼란스럽고 아프기만한 성장통을 겪고야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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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어른을 동경하는 소녀와 24살 소녀를 갈망하는 여인. <밍과 옌>은 천밍이라는 17살 소녀와 먀오옌이라는 24살의 여인이 나누는 정서적 교감과 우정, 그리고 깊은 연민과 애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연히 학교 기숙사의 옥상에서 만나게 되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상반된 모습의 두 사람. 17살 소녀 천밍은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이른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고 문학적 호기심을 가진 감성이 뛰어난 소위 모범생이다. 이에 반해 24살 다소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니고 있는 먀요엔은 풍요롭지 않은 생활의 가정에서 자라난 중국 소수민족의 한명으로 구속되어있지 않고 자유로운, 조금은 방탕하고 조금은 천박해보이기까지 한 이미 다 자란 여인이다. 이른 나이에 대학생활을 하는 어린 소녀와, 늦은 나이에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여인. 정상적이라면 한 대학의 교정에서 만날 수 없는 이들의 우연한 만남은, 운명처럼 17살 소녀 천밍의 일상을 천천히 그러나 완전하게 바꾸어 놓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17살 소녀 밍은 24살의 여인 옌을 만나면서 소녀가 아닌 여인을 꿈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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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연민, 사랑......그리고 오랜 시간의 기다림. 밍은 옌을 통해 어떤 것들을 보았기에 그토록 옌을 원하고 기다렸던 것일까?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자신은 감히 꿈도 꾸어보지 않았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살아가는 듯 보였던 옌, 그 이면의 상처와 그늘들을 느끼기까지 어쩌면 밍은 어른이 된다는 것을 막연히 동경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의 사춘기 시절, 막연히 어른이 되기를 꿈꾸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단순히 어른이 됨을 바라듯 동경했던 옌의 모습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상처와 그늘들을 보며, 17살의 밍은 그녀를 이해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밍의 옌에 대한 이해는 그저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을 넘어,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여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이해와 공포를 함께 던져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옌은 자신을 점점 이해하는 밍을 느끼며 그녀가 자신으로 인해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감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책 속의 표현처럼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소녀 밍은 하얀 데이지처럼 순수해보였을테니 말이다. 옌이 떠나고 난 후 밍을 찾지 않은 이유 역시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얀 데이지의 순수함이 사라진 밍에게서 옌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로 인해 밍이 어른이 되었다는 죄책감이 옌을 못내 괴롭힐테니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밍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그리고 여인이 되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다시 이혼을 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밍은 옌을 그리워 한다. 그리고 옌을 볼 수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미국행을 선택한다. <밍과 옌>에는 꽤나 다채로운 코드들이 등장한다. 소녀와 여인의 우정, 소울메이트, 소녀의 성장 이외에도 동성애적 코드와 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격변기의 중국의 사회상까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마지막 나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밍은 결국 여인이 되고, 어른이 된다. 옌이 떠나가고 혼자 남았어도 그녀는 여인으로, 어른으로 성장한다. 사랑에 실패하고 결혼에 실패해도 다시 시작해야 함을 아는 어른으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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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명의 여자가 있다. 한명은 이제 막 대학을 입학한 17살의 순수 소녀였고, 또 다른 한 명은 불안한 미래를 반전시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24살의, 벌써부터 주어진 삶이 버거운 여대생이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다양한 인물들과 만나게 되는 데 가끔 이렇게 대조적인 두 여인의 삶을 조명하는 글들을 읽다보면 내가 여자여서인지 몰라도 다른 때보다 더 몰입하여 읽는 경우가 많고,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는 ‘여인의 삶’을 자꾸만 홀로 고민하게 하는 숙제를 안겨주고는 한다. 이번에 만난 중국 소설 [밍과 옌] 역시 흔한 두 여대생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결코 흔하지 않은 삶의 단면들을 세밀하게 이야기해주는 성장소설이었다. 특히나 아직은 낯설기만한 중국소설을 만나는 기대감과 즐거움은 또 다른 덤이라 여겨졌다.
![]() 밍은 온실속의 화초처럼 곱게만 자란 아가씨이다. 지식인 부모님의 보호와 관심 하에 자란 탓에 세상 물정에는 아직 미숙하고 여리기만 하다. 범생이 같은 포스를 내뿜으며 대학생활을 나름대로 즐기는데 어느 날 우연히 예쁘고 거칠어 보이는 옌을 만나 또 다른 세상에 눈을 뜨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 어른이 되어 알게 되는 세계를 저절로 갈망하게 된다. 옌은 중국 소수민족 출신으로 꼭 성공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아픈 상처가 가득한 시골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되었고 화려한 도시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 테니까. 반면 밍은 집안에서 보내주는 용돈도 넉넉했고, 장학금까지 받으며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옌이 왜 그렇게 돈과 취직에 목을 매는지 처음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밍의 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동경하는 때로는 사랑스럽기까지한 한 여인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이렇게 소설은 상반된 배경과 성격, 조건들을 두루 가진 밍과 옌의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1990년대 중국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반면,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고통스럽게 그려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옌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생활방식과 생활력에서 당찬 도시여인의 아우라를 느끼며 삶에 적극적인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가끔은 돈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서슴없이 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 역시 밍처럼 옌을 동경하며 사랑에 빠졌다. 어쩌면 나는 옌보다는 밍의 모습을 많이 닮아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태위태해 보였던 옌은 드디어 한계를 느끼고 더 이상 어찌할 수 없게 되자 밍에게 잘 지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그녀의 말이 사실일까? 처음에 밍은 옌의 빈자리를 그리워하고 안절부절 하지 못하지만 어느 새 그런 기다림과 포기에 익숙해지고 그녀가 정말 떠난 그 날, 자신이 18살이 되는 생일에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밍이라는 한 명의 주체적인 여인이 된 것이었다. 소설은 처음 밍이 이혼한 후 10년 전 자신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형식인데, 소설을 다 읽어갈 즈음에야 밍이 이혼을 하고 멋지게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삶의 이정표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정말 어른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늘 혼자였는지 모른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그 누군가에게 삶의 힘겨움을 투정해 보며 기대어 살고 싶지만 결국 우리는 혼자이고 기나긴 터널을 거쳐 비로소 ‘나’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기나긴 삶의 방황을 지속하는 우리에게 그 과정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밍과 옌의 이야기. 바로 우리 여자들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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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소녀였을 때, 친구는 전부였다. 우린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밥먹고, 함께 놀았다. 열 다섯 즈음이었나. 5분이면 닿을 거리에 살던 친구의 2층방에서, 모인 명목은 시험공부였지만 이어지는 수다를 멈출 수 없어 나중에는 아예 책을 밀어내고 나란히 누워 미래에 다가올 20대를 꿈꾸던 때가 생각난다. 그 때 우린 스무살이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에 갔다.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보니 약속이 여의치 않았고, 공통된 화제가 없다보니 만나는 횟수도 줄었다. 친구는 졸업 후 서울로 가서 취업했고 서울남자와 결혼했다. 나는 결혼식에도 못갔고 아기가 태어났지만 보러 가지도 못했다. 그 아기는 세 살이 되었다. 서울은 몇 번 갔지만 그 때마다 연락할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 열 다섯에 우린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이자, 모든 꿈을 함께 꾸던 존재였지만 지금은 그 때의 내가 과연 나였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소녀일 때만 해도 쉬는 시간에 까먹는 도시락, 매점에서 사먹는 빵과 우유, 하교후 함께 끓여먹는 라면 하나에도 즐거웠다. 무엇보다 서로의 꿈을 내 꿈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고, 응원해주는 것도 무조건적이었다. 그 시절 모두가 그런 것처럼 학원, 소개팅, 독서실, 심지어 화장실에도 함께 갔다. 그러던 우리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기억나지 않는다.
여기 우리의 소녀시절을 똑 닮은 밍과 옌이 있다. [밍과 옌]은 소녀가 여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지만 중국의 문화대혁명기를 지나 입학한 세대의 대학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있다. 문화대혁명을 기점으로 중국의 신구세대를 구분한다고 볼 때, 밍과 옌이 부모세대에 느끼는 감정과 그들과의 갈등이 그녀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중국의 대다수에 속하는 한족 지식인 부모의 외동딸로 태어나 책을 좋아하면서 순수한 소녀로 자란 열 일곱 밍과 소수민족으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란 터에 중국 상류사회에 편입하려는 욕망이 강하고 고독이 짙게 베인 스물 넷 옌의 만남을 단순히 개인적 만남이라고만 할 수 없는 데 있다. 중국의 분열된 소수민족은 중국 내 지역갈등을 유발하고,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밍은 열 일곱, 옌은 스물 넷에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 친구가 된다. 둘은 너무나 달랐지만 그래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둘도 없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 밍은 옌의 외로움, 상처와 날카로움을 동경했고, 옌은 밍의 지적이고 순수한 마음을 동경했다. 대학 기숙사 울타리 안에서 둘은 일곱 살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소녀들이 쌓을 수 있는 최대의 우정을 쌓아나간다. 작가는 소녀들이 느끼는 사랑과 집착에 가까운 소녀들 사이의 우정을 미묘하고도 신비롭게 그려낸다.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던 친구 핑핑이 동후아와 밍의 스킨십에 관한 궁금증에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주는 데서 금기시된 여자의 영역에 발딪는 소녀들의 호기심과 수줍음을 엿볼 수 있다. 내가 소녀였을 때 이런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가 수다라고 생각한 모든 이야기 중에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가장 흥미롭고 설레는 소재였음이 분명하다. 물론 이렇게 상세하고 적나라하지는 않았겠지만.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기 전에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나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 뜨거운 공기 파장에 둘러싸였지만 달아날 곳이 아무 데도 없었지.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은 순간엔 마치 입술에 성냥을 그은 것만 같았어. 살아 있는 동안 그 순간과 다른 어떤 순간을 혼동하는 일은 없을 거야. 사실 내 입술만이 아니라 내 온 얼굴과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았어. 그 다음에 그는 내 입 안으로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어. 나는 처음엔 저항했지만 느낌이 정말 좋아서 이내 그의 혀를 받아들이고 열정적으로 맹렬히 키스를 돌려주었지. 우리의 혀는 한데 뒤얽혀서 필사적으로 서로의 입 안을 오고 갔어. 몸이 서로 밀착되어서 나는 그의 심장 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어. 숨이 막혀서 기절할 것 같았지. 그리고 모든 생각과 감정이 증발해서 사라져 버렸어. 시간도 공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양 끝에서 촛불이 타 들어가는 것처럼 빠르게 녹아 액체 상태의 밀랍이 되는 것 같았어..." (p.190)
"남녀가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남자가, 에, 자신의 그것을 여자의 다리 사이에 삽입하는 걸 의미하는 거야. 그러면 남자의 정자가 여자의 난자에게 헤엄쳐 가서 수정이 되고 정자와 난자의 융합이 일어나는 거지. 그 뒤로는 더 이상 처녀가 아닌 거야. 처녀성을 잃는다는 말은 네가 남자와 성교를 했다는 의미야. 더 이상한 질문하지 마. 맹세컨대 나는 아직 처녀야. 이건 전부 잡지에서 배운 거야. 또 나보다 나이 많은 여자 애들이 남자들과 어떻게 성관계를 하는지 얘기할 때 우연히 들어서 아는 거고. 그런데 그게 아주 재미있다고 하더라." (pp.192~193)
당시 중국은 대도시에서의 취업을 제한하기 위한 지역정책으로 지방출신 학생이 대학을 마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했는데 이미 대도시의 화려한 삶을 맛본 당시 청년들은 대부분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비수처럼 남아있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온 소수민족 출신 옌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도시 남자와의 결혼을 꿈꾸며 타락한 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옌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선언한다. 옌은 떠나고 밍은 혼자 남겨진다. 여자로서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 옌을 그리워하면서 소녀 밍은 여자가 되어간다. 밍은 그 후로도 10년동안 옌을 만나지 못한다. 옌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밍은 다시 옌을 만날 수 있을까?
작가 판위는 중국출신의 중국작가인데도, 영어공부의 일환으로 쓴 [밍과 옌]을 미국에서 먼저 발표했다. 당연히 영문소설이었다. 아직 중국에서는 번역되지 않았다는 게 더 아이러니다. 뼛속까지 중국작가인 판위가 미국에서 먼저 작품을 발표한 일이 단지 영어공부 때문에 영어로 썼기 때문이라니 신기하다. 소설 후반부에서 옌이 떠난 후 10년뒤 이혼을 한 밍이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미국에서 옌을 보았다는 소문을 들은 밍이 차이나타운을 찾아가는 데서, '중국보다 훨씬 문명화 된 나라'로만 그려지는 미국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중국문화 안에서 성장하는 중국소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중국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밍과 옌]이 미국과 유럽 등에 번역출간되어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칙릿소설로 평가받는 이유는 소녀에서 여자가 되기까지의 섬세한 표현이 시대와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을만큼 보편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여자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남자들을 위한 책 중 여자의 마음을 분석하는 어떤 실용서보다 [밍과 옌]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밍과 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 어떤 여자도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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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단짝친구들끼리 손잡고 화장실도 같이 간다.
이것에 대해 남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언젠가 이런 여성들의 심리를 다룬 Tv프로그램을 봤던 기억도 난다.
남자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여자들 사이엔 사랑에 가까운 우정이란게 있다.
(결코 동성애적인 느낌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껴주고, 잘 되길 바라고, 무엇이든 해 주고 싶고..그런 것 말이다.
그 미묘한 느낌을 잘 표현해 준 책 <밍과 옌>이다.
특히나 중국을 배경으로 쓰여진, 내가 잘 접해보지 않았던 소설이어서
그동안 몰랐던 중국 사회의 새로운 모습까지도 알게 해주었다.
17살의 밍과 24살의 옌.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싶은 나이차이와 전혀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그들.
어느샌가 서로에게 물들어버리고 자신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서로를 통해 대신 채우려 하려 한다.
오로지 부모가 원하는대로 반듯하게 자라 공부하고, 책 읽고, 음악을 연주하고, 시를 쓰는 등의 생활에 익숙했던 밍은 옌을 만나면서 그동안 몰랐던 여자로서의 세계에 눈을 뜨고 싶어하게 된다.
그런 밍과 가깝게 지내면서도 새하얀 데이지꽃 같은 밍에게 검댕을 묻힌다는 느낌을 가진 옌은 소수민족의 후예로 자라 상류층에 진입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해 어딘가 모르게 비뚤어지고 타락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것은 90년대의 중국 광저우이다.
중국이란 나라하면 붉은색과 공산주의, 언제나 무시당하는 made in china 제품,
짝퉁을 진품처럼 만들어내는 나라..정도만 떠올리는 짧은 지식이 전부였던 내게 같은 중국내에서도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고보다 나은 지역으로 편입하고자하는 욕구가 강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은 대도시에 정착하기 위한 욕망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밍과 옌은 1년 남짓 서로의 소울메이트로 지내다가 결국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수년뒤 다시 만나는 모습으로 결말지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는 달리
작가는 열린 결말로 책을 조심스럽게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에 가 있다는 옌의 이야기와 결국 미국으로 가는 밍이 만나게 되었을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중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아직도 차별받은 소수민족의 아픔이 있다는것.
그래서 거기서 벗어나 다른 사회로 편입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있다.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동경했던 밍과 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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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담은 사진과 같았다.
90년대 중국은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그때 그곳에서 대학생활을 했던 작가의 분신인 밍과 옌을 통해 벗겨진 베일 속에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폐쇄적이고 억압적이며 혼란스러운 모습의 중국이 있었다.
이야기는 17살의 소녀 밍과 24살의 여자 옌을 통해 전개된다.
나는 마음속 깊이 그녀를 받아들이고 동경하며 숭배했다. 심지어 그녀의 허영심과 물질주의까지도 말이다. (P173)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이 검은색 염료 통에 하얀 데이지 한 송이가 있는 것 같다더라. (P178)
표면상 그녀들은 흑과 백의 대비를 이루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고 옌을 동경하던 밍에게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점 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은 처음부터 하나의 다른 이름이자 작가의 내적 갈등의 표면화이기도 했다. 옌의 내면을 한 밍의 모습의 작가가 상상되었다.
뒤표지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이 공감할 성장통을 그린 감동소설 그러나 판위의 소설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이 선전문구는 오히려 그녀의 작품을 작게 축소하고 폭을 좁히는 듯한 인상까지 주었다.
소설에서 '여자가 된다'는 것이 단순히 성적인 것에 국한되어 서술되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 입에서 나온 매춘부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대답을 알게 된 거야, 그때부터 나는 더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었어 나는 여자가 된 거야' (P85) 작가는 정말 소녀가 여자로 성숙해 가는 과정 속에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하는 성장통을 다루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통과의례라는 것이 단순하고 편협하며 명확한 것일까? 작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서 더욱 많은 가능성을 기대하며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 읽게 되었다. 역시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http://www.compulsivereader.com/html/index.php?name=News&file=article&sid=1371
처음에는 상실된 우정이라던가 친구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면서 노스텔지아는 그녀를 과거로 회기 시켰고 밍과 옌의 탄생으로 자신의 이야기이자 중국의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를 담게 되었다. 그리고 소녀와 여성, 순수와 성숙을 넘어서 신(新)과 구(舊), 어른과 아이, 어제와 오늘의 가치변화의 대립을 내포하고 있었다. 더욱 광범위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사소하지만 옌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중국어로 '옌'은 기러기를 뜻한다고 하는데 그녀가 소수민족이라는 설정과 함께 이것은 한족에 편입되지 못하고 떠다니는 부유물같이 방황하고 대립하는 중국 내 고질적인 문제를 건드려주기도 했다. 옌을 통해 비춰진 중국의 모습은 급격히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나 사람들은 그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혼란을 겪어야 했고 사회 전반에 퍼진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팽배는 단순히 인간의 성장통을 넘어선 중국사회가 겪는 진통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그녀가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면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볼 수 있었던 중국의 모습이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한 권의 소설로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꽃의 가능성을 숨긴 봉우리와 같은 작가 판위에 매료되는데는 이 소설 한 권이면 충분했다. 어렸을 적 들었던 광둥어 음악의 알 수 없는 따뜻함과 아련함이 되살아날 때면 다시 그녀의 책을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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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서른살의 밍이 남편과 이혼 후 광저우의 대학교 근처로 이사오면서 10년 전 옌과의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밍은 17살의 나이로 대학교 1학년에 진학해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위해 올라간 옥상에서 24살의 대학 3학년 옌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성향에 끌려 친해지게 된다. 옌의 아버지는 자신들의 뿌리인 먀오족을 기억하기 위해 옌의 성을 먀오로 바꾼다. 이와는 반대로 밍은 중국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지식인 부모 밑에서 자란 한족이다. 이들의 다른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먀오옌은 형제가 많고 천밍은 외동딸이다. 이처럼 태생부터 다른 두 여성은 서로에게 끌리며 사랑과 우정사이를 넘나든다. 무조건 잘 대해주는 것이 상대에게 최고가 아니 듯, 그들의 대립과 화해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강약을 제공한다.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은 여성인 그들이 나누는 우정이었고, 그들의 성장과 자아 찾기를 보는 내내 나도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은 여성의 우정과 성장을 그리고 있어, 여성으로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단지 흥미로운 여성들의 우정 이야기로만 작품을 쓰지 않았다. 작품을 쓰는 기간이 3년이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썼는지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중국이 변화하는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시골의 농장에서-물론 부모가 문화대혁명으로 추방되어 갔지만- 살다 온 순수한 소녀인 밍이 중국의 전통이라면, 소수민족 태생이지만 자유경제특구에서 살아남으로 노력하고 연애와 성에도 자유분방한 옌은 진보를 상징한다. 이 둘의 얽히고 설키는 것이 바로 중국 안의 변화를 뜻한다. 자유분방하고 싶지만 마음 한켠의 생각으로 인해 매번 갈등하는 밍은 중국인의 내적갈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등장인물뿐 아니라 배경이 되는 학교 내에서도 진보에 대한 억압이 드러난다. 연애하는 학생들을 쫓아다니며 벌을 주는 상황은 웃음이 나기도 하며, 중국이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1인 1자녀 정책에서부터 모든 중국의 제도와 모순이 주인공들과 연결되어 있다.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즐겁게 읽었지만 그 안에 담긴 거대한 상징도 읽을 수 있었다. 소녀에서 여성이 되어가는 기숙사 소녀들의 이야기는 웃음을 짓게 만들었고,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옌은 안타까웠다. 또한 큰 성장통을 겪게 되는 밍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중국의 모습이었다. 즐거우며 슬프고,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운 느낌을 그린 작가는 중국의 성장 속 아픔을 그리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귀엽고 당찬 아가씨들의 이야기를 통해 웃다보면 어느새 중국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녀들의 성장을 통해 중국의 성장을 엿보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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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갓 입학한 천밍. 교사인 부모님의 외동딸인 밍은 최우등생이고 시인이며 바이올리니스트다. 친구 왕핑핑과 동후아와 달리 그녀에겐 비밀스런 동경의 대상이 있었는데 바로 먀오 옌이었다. 스물넷의 옌은 밍과는 아주 다른 학생이었는데 13살 이후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며 다니는 옌은 모범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학부성적도 엉망이고 생활은 소문거리가 가득했으며 급기야 슈거대디를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에 밍은 화를내고 말았다. 슈거대디란 어린 여자 아이와 사귀는 중년남성을 뜻하는 말로 한마디로 돈을 위해 몸을 파는 여인을 뜻하는 것이어서 남몰래 옌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던 밍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런 열일곱의 밍과 스물 넷의 옌은 살아온 환경도 서로의 성격도 달랐지만 숙맥인 밍과 되바라진 밍은 대학시절 소울메이트로서 10개월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얼마전 읽었던 평생지기로 남았던 두 중국여인의 삶보다는 훨씬 진보된 중국여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긴 했지만 이들의 성장통이 그들의 것보다 나은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식 칙릿과 우리나라식의 칙릿에 길들여져 있는 나에겐 칙릿의 가벼운 무게감이 주는 즐거움을 지키지 못한 소설이 중국판 칙릿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이 이상하게만 보였고 한 가정의 1인자녀로 태어난 세대가 갖는 넉넉함과 기회균등의 사회혜택과 달리 두 학생은 서로의 삶이나 자신의 삶에서도 주동인물로 그려지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지는 삶의 부분들이 읽혀졌다. 또한 밍이 옌에 품게 되는 동경이 사랑인지 욕망인지 욕심인지 아니면 동성을 벗어난 그 무엇인지 또렷하지 않아 읽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물론 [홍루몽],[연인],[장아이링의 색계]등등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익숙한 중국 문학들의 제목에 잠시 그 책들을 읽은 기억으로 행복해하기도 했고 낯선 작가의 새 소설에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기대했던 그 무언가가 빠져 있어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닥쳐야 할 감동의 깊이는 낮춰져 있었다. 다만 "우리 둘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어" 라고 읊조리던 옌의 대사만이 명대사로 남아 귓가를 외로이 울리고 있다.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라는 것. 어떤 관계의 사람이든 느낄 수 있는 지극히 가까운 느낌이면서도 너무나 먼 느낌의 감정임을....살면서 깨닫고 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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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별로가 아니라 거의라고 해야겠다. 소설 안에 조금씩 나오는 것을 보고 알아야 한다고 느꼈다. 그것을 내가 다 알았느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예전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은 것을 조금 알았다. 그것은 중국에는 한족뿐 아니라 소수민족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수민족은 한족인 사람을 부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소수민족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어서 자신이 사는 곳을 전부로 알고 살아간다.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시대에는 특별히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간 사람이 먀오옌이다. 하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직업을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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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 중국소설을 읽었다. 사실 몇번 읽은적이 없었기에,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던 부분이 가장 컸다. 성장소설 느낌이 물씬나는 '밍과 옌'은 여자로서 공감을 많이 느끼게 했다. 사춘기와 어른이 되는 과정은..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과정일 수 도 있다. 나역시도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고 그리워하고 아쉬워할 추억이 많지 않아서 가끔 씁쓸한 생각이 들때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부러웠던것 또한 주인공들의 성장통이었다. 아프지만 이 성장통을 겪어야 한다는것을..
이 책의 두 주인공인 두 여인! 17살 소녀와 24살의 여인이,, 느꼈던 감정(애정)을 그린 소설이다. 평범하고 공부를 잘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와 소수민족이며 학교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여인, 그 여인의 무모하기도 하고 거침없는 생활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느끼며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위로받고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극과 극인 두사람이 서로의 우정을 나누고, 너무나도 달랐기에 그 속에서 대리만족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서른살이 된 주인공이 대학교때를 회상하며 들려주는 야기는 소박하기도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자들의 마음이어서 런지 아기자기한 느낌이 묻어난다.
이 책을 읽으며,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해 생각했으며, 중국이란 나라의 성장과정 녀에서 여인으로 되어가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 중국의 장과정을 엿볼 수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 속에는 아픔이 있는것 같았다. '밍과 옌'은 여자들이 흔히 어릴 적 부터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많이 다루었다. 자들끼리의 동성애적 느낌! 그리고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한 뒤 추억을 회상하는 모습 렇기 때문에 추억을 더욱 더 소중히 회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도 여자중학교 시절, 남자느낌이 많이 나는 선배들을 보며 흠모하기도 했었고, 구들과 죽고 못살사이여서 절대 헤어지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며 매일 이야기를 누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애를 하고 친구가 없어도 잘 살만큼 성장해 있는것이다. 가 그 시절. 꿈꾸었던 모든것들이 지금은 작게 느껴지지만.. 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사춘기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웃음지을 수 있었고, 친구들에게 문자하나를 보내게 되었다. '잘지내니? 옛날 이야기하며 밥먹자^^'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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