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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 비춰지는 온화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지만, 제 1야당의 대표로서는 너무 약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도 타협과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나름의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이끌어왔던 것이리라. 얼마 전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 자리를 손학규 전 의원에게 물려주었지만, 최고위원으로서 민주당을 차기 집권당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일을 하리라 기대한다. 사실 이 책은 작년 이맘때쯤에 출간된 것으로 저자가 2008년 민주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자신의 정치철학과 다양한 의견들을 가지고 국민들과 의사소통하기 집필한 것이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저자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정치철학, 야당 대표로서 현 집권 정부인 이명박 정부에 대한 쓴 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저자인 정세균 의원의 일생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었으나, 이 책을 통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대부분의 기억은 배고픔을 참아 내는 고통과 지긋지긋한 지게질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진안 능길 마을 벽촌 출신이었다. 게다가 고등공민학교를 마치고 한 해 동안 나뭇짐을 지다가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야기와 법대로 진학한 뒤 한태연, 갈봉근 같이 유신헌법을 만든 이가 집필한 헌법 책으로 공부하고 시험볼거냐는 친구의 말에 고시 공부를 포기한 뒤, 유신 반대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야기 등이 흥미로웠다. 그 밖에 자신이 기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와 대기업의 임원으로 활동하다 정치계에 투신하게 된 이야기도 사뭇 흥미로웠다.
자신의 정치적 역할 모델에 대해서는 스스로 카리스마적 모습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자신은 혁명적 비전을 배우지 못했고, 담대한 투쟁을 펼치지 못했으며, 역사적인 변화를 이뤄낼 만한 영웅적 카리스마를 역할 모델로 삼지 않았다고 한다. 그 대신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체득했고, 구체적 성과를 내놓는 현실주의적 태도를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저자가 오랜 기업 활동을 통해 터득한 것이리라. 그리고 저자는 대립하는 이해를 조정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정치가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망설이지 않고 나서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말하고 있다.
특히 타협을 불가피한 차선이 아니라 민주주의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된 변화는 타협을 통해 이룰 수 있다면서, 정치에서는 타협할 수 있는 것을 최대화하고, 타협할 수 없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정치에서 절충을 수반하지 않는 완승은 없다고 생각하며 믿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완전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은 정치적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은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면서, 전문적으로 파고들수록 전체적인 모습을 보는 눈을 잃게 되고, 밖에서 겉만 본다면 구체적인 실상에는 무감해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 밖에 대의민주주의는 달리 말해 정당 민주주의라면서 우리나라의 정치가 발전하려면 정당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여러 실정들을 언급하면서 차기 정권에서는 반드시 진보세력들이 집권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통해 정치인 개인의 인생 역정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진보세력과 보수 세력 간의 입장 차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우리나라의 정치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민주정치의 원리를 잘 알고 실천할 수 있는 많은 이들이 정치권에서 활발히 활동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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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사울 알린스키는 과거에 상점에 들어가 먹을 걸 훔친 적이 있다고 한다. 훗날 기자들이 과연 그게 옳은 행위였는지 물어봤다. 답변은 이랬다. “생존권이 소유권보다 우선이다” 용산참사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은 “우리는 살려고 망루에 올라갔지, 죽으려 올라간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용산참사재앙을 부른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높은 지지율은 꺾일 줄 모른다. 왜 그런 것일까. 이하는 며칠 전 ○○○씨가 들려준 이야기다.
정세균씨에게 정치는 이렇게 요약된다. ‘변화를 이끄는 에너지.’ ‘소명’ ‘정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 ‘보통 사람의 삶이 나아지게 만드는 일’ ‘약자를 위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으나, 솔직히 유시민에 대한 평가에서는 공감이 아닌 ‘동감’이었다. 정세균은 유시민을 ‘눈이 밝은 지식인’이라 칭찬을 하면서도 베스트셀러작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보여준 논리에는 무척이나 불편해한다. ‘우리는 훌륭한 내용의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를 비용을 치르지 않고 얻었는데, 지금(이명박 정부 들어) 뒤늦게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게 후불제 민주주의의 개념규정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우리가 맞닥뜨린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10년간 집권한 민주파의 책임은 면제된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확고한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우리에게 다시 눈길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불민함을 되돌아보고 고치고 가다듬을 일이지, 상황을 탓해선 안 된다. ... 문제는 유시민의 이해방식이 실천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가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잔금을 다 처리하면 그때는 반석 위에 올라갈 것인가. 꼭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역사가 꼭 진보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