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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성자 알베르토 슈바이처 박사의 이야기는 어릴적부터 많이 들어왔지만 큰의사 노먼 베쑨의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읽었다. 캐나다 출신 의사로서 파시즘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싸우는 스페인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중국에서,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전장을 지켰다. "의사들이여! 부상병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대들이 먼저 그들을 찾아가시오"란 슬로건을 몸소 실천하면서 세계 최초로 전장에서 혈액은행을 운영해 수많은 부상병들의 목숨을 구했던 그의 행적은 슈바이처 박사에 못지 않는 위대한 것으로 생각된다.
수술 도중 메스에 베인 손가락이 세균에 감염되어 패혈증으로 죽기까지 그의 인류에 대한 끝없는 연민과 사랑은 계속되었다. 포탄이 머리위에서 날아다녀도 그는 결코 메스를 놓지 않았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이런 궁금증이 앞선다. 도대체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인종과 국적을 뛰어넘는 그의 뜨거운 인류애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그 자신이 폐결핵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던 그 경험이 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의사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당시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불치의 병 폐결핵 진단을 받은 경험과 그로부터의 극복과정이 그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당시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폐결핵 수술'이라는 외과적 치료방법을 통해 새생명을 돌려받았던 그는 의사란 단순한 육체의 병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 생명의 꿈을 다루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의 머리 속에는 새로운 사실 하나가 강하게 자리했다. 인간이란 육체가 전부인 존재가 아니라 꿈을 가진 무한한 정신의 집합체라는 깨달음이 그것이었다. 이제부터 자신은 메스를 들고 육체와 함께 꿈을 구하리라고 다짐했다. 또한 자신의 이익만을 쫒는 의사들이 아닌 진정한 의료인들과 함께 할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했다(43~44쪽)
당연히 그는 의사들이 수술대에서 환자들의 악성질환만을 다루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근원의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돈이 없어서 또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도 몰라 죽어가는 안타까운 현실들이 그를 괴롭혔다. 그래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맞이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고, 의사가 직접 환자를 찾아가 치료하야 한다고 믿었다. 비록 그곳이 생사를 가르는 전쟁터일지라도...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의사들은 수도승과도 같습니다. 초라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수도승처럼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인간의 몸을 소생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신성한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자세도 신성한 목적에 맞게 치열하지 않으면 안됩니다.(62~63쪽)
결국 위대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상대방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사랑과 실천이 아닌가 생각된다. 슈바이처 박사에 못지않은 또 한명의 큰의사 노먼 베쑨을 보면서 개인의 안락함보다는 전장을 선택한 그의 용기와 결단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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