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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시를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다.
당신의 미소가 나비의 날개처럼 펼쳐집니다. 당신의 미소는 장미요, 땅에서 움튼 새싹이요, 솟아오르는 물줄기입니다.
보고난 후에 한동안 여운이 남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성석제로부터 시작되었다. 우연히 심야에 EBS를 보다 성석제가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에 빠져들고 말았다. 몇 번에 걸쳐 칠레를 여행하며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마침 여행자로 나온 사람이 참으로 인상좋은 성석제였다.
소설가가 시인을 소개하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듣기는 했으나 잘 알지 못했던 파블로 네루다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성석제가 읊어대던 네루다의 청춘을 토해내는 정열적인 시구가 이제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에게도 참으로 멋들어지게 보였다.
그와 그의 친구들의 삶, 꿈과 좌절이 칠레 현대사의 왜곡된 그늘과 그것이 잉태한 비극에 오버랩되며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거기에는 아옌데의 죽음도 있고 빅토르 하라가 죽음으로 노래한 칠레의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아름다운 칠레의 풍광이 눈부셨다.
이 영화는 네루다가 조국 칠레로부터 망명하여 이탈리아의 조그맣고 가난한 섬에 살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유명한 시인 네루다가 그 섬에 오게 되자 네루다에게 오는 우편물이 폭주하게 되어 가난한 마리오도 직업을 갖게 된다. 그의 직업은 네루다에게 오는 편지를 그에게 전달하는 우체부.
마리오와 네루다의 우정, 가난한 섬과 그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파도소리......바다에 쏟아지는 햇살의 눈부심, 가난한 삶의 소리, 속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한가로움과 가난하지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여유. 참 좋았다.
영화의 끝은 슬프다. 그렇지만 그 슬픔 너머에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할 수 있게 된 마리오와 그와의 우정을 잊지 않고 그와 그의 삶의 터전을 아낀 네루다의 교감을 볼수 있어 한편으로는 슬픔을 넘어서는 희망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성석제가 자신의 치열했던 청춘을 돌아보며 뜨겁게 읊었던 '시가 갑자기 찾아왔다'는 네루다의 그 시도 다시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동이 있고 오래 기억될 듯 싶다. 한 번 꼭 보기를 권한다. |
10대 시절을 돌아볼 때 가장 인상 깊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 중의 하나는 문학의 밤과 시화전이다. 자작시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에 그림을 넣고 배경 음악은 리처드 클레이드만의 아드리느를 위한 발라드, 클로드 차리의 기타 연주, 폴 모리아 악단의 경음악 등을 사용했었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자신을 뽐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그 시절 우리 또래는 대부분 시인처럼 살았다. 김춘수의 꽃이나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초혼은 가장 인기 있는 시였고 연애편지 속에서도 빠지지 않고 인용되곤 했다. 그러나 라디오가 TV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며 추억 속으로 사라질 때 우리의 감성도 서서히 메말라 갔고 시는 소설과 함께 낡은 정신 유산으로 퇴락하고 말았다.
‘일 포스티노’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진 세대에 잘 어울리는 영화다. 주인공 마리오 처럼 시를 가지고 이성 앞에서 작업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정 난 수컷처럼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가슴이 뛴다. 가보지 못했기에 그 바다에 대한 동경은 잔잔한 파도가 되어 가슴을 흔든다. 이탈리아의 작고 푸른 섬마을이 배경인 지중해는 고적한 아름다움으로 존재한다. 어민들은 고기를 잡으며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마리오(마씨모 뜨로이지)는 어부의 아들이지만 고기 잡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이 잉여인간처럼 지낸다.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별 볼일 없이 살고 있을 때 이 섬마을에 정치적 이유로 망명한 칠레의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필립 느와레)정착한다.
이때부터 이 작은 마을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네루다를 존경하고 그의 시를 좋아하는 전 세계인들이 편지와 소포를 보냄으로 엄청난 양의 우편물이 밀려온다. 우체국은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네루다만을 위한 집배원을 모집하는데 마리오가 지원한다. 이때부터 그의 삶이 변한다. 자신이 소장한 책에 네루다가 사인만 해준다면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고 인기도 올라갈 것이란 얄팍한 생각에 사인을 요청하는 마리오. 그러나 시인은 마리오라는 이름은 쏙 뺀 채 자신의 이름만 서명한다. 그가 그토록 소망했던 시인과 자신과의 관계가 사인 속에 들어있지 않기에 실망한다. 어느 날 그는 네루다의 시를 읽고 그와의 대화 속에서 “은유가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이때부터 시를 알기 위한 그의 고민이 시작된다. 때로는 창가에서 책을 읽다가 멍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파도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느끼기 위해 고뇌하지만 글 한 줄 쓰지 못한다. 나아가 마리오는 여자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시인이 되고 싶다고 하자 시인이 웃는다.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감상해 보게?” 라고 말하는 네루다. 그날부터 마리오는 해변을 따라 걸으며 손에서 필기도구와 종이가 떠나지 않는다. 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마리오는 시인을 존경하며 내적인 감동을 얻는다.
어느 날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베아트리체를 만난 마리오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당장 네루다에게 달려가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하자 시인은 그에게 예쁜 노트 한 권을 선물하며 카페로 가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그녀 앞에서 네루다는 노트에 ‘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지인 마리오에게, 파블로 네루다 드림’ 이란 사인을 해준다. 세계적인 시인과 작은 섬마을의 집배원이 공식적으로 친구가 된 것을 보고 베아트리체가 놀란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리오. 이것을 계기로 베아트리체와 마리오의 사랑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그녀를 향한 마리오의 구애가 시작되는데 무기는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의 힘이다. “당신의 미소가 얼굴에서 나비처럼 펼쳐진다.” 고 비유법으로 말하자 활짝 웃는 그녀의 미소에 꾸밈이 없는 행복함이 넘치는데 은유의 힘이다. 마리오는 계속 그녀를 향해 “땅에서 움튼 새싹이요, 솟아오르는 물줄기요” 라며 은유를 남발하고 그녀의 마음은 무너진다. 그러나 이 모든 시는 네루다가 그녀의 연인 마틸드를 위해 쓴 것으로 마리오가 살짝 도둑질을 했다.
그저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또는 부를 축척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를 접했던 마리오의 의식을 바꿔놓는 네루다. 그는 시를 통해 사람의 의식이 얼마나 바뀌는지, 삶의 깊이가 어떻게 깊어지는가를 알려주었다. 그 방법은 삶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의 힘이다. 사고(思考)를 통해 점점 더 삶의 근원으로 나아가는 마리오의 정신적인 성장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교훈으로 남는다. 칠레정부가 네루다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자 시인은 이 아름다운 섬을 떠난다. 그가 떠난 후 수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장모와 마을 사람들, 심지어 베아트리체 조차도 당신을 잊었을 것이라며 소식이 없는 네루다를 비난하지만 마리오는 그를 그리워하며 내적 성숙을 더해간다. “선생님께서 떠나실 때 전 아름다움을 다 갖고 가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저를 위해 남기신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생각 때문에 마리오는 네루다가 남기고 간 녹음기를 통해 섬의 다양한 소리들을 녹음한다. 대상을 직접 경험하라는 네루다의 시(詩) 작법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는 공산주의 사상에 눈을 뜨며 시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공산주의 집회에서 네루다를 위한 시를 발표하려다가 탄압의 혼란 속에서 죽음을 당하는 마리오. 그는 시가 개인의 단순한 감성을 넘어서 사회를 개혁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은 비극으로 마감되지만 그의 의식은 자랐고 성숙했기에 마리오를 통해 삶의 진실에 눈뜬다.
검정 교복을 입었던 시절, 누구나 서정시 한편 정도는 외우고 있었기에 신청곡을 들려주었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은 언제나 시가 낭송되고 있었다. 의미를 배워 깨닫는 시가 아니고 느낌으로 다가왔기에 각자의 감성을 예쁘게 물들였다. 그러나 시가 사라진 지금의 세상은 천박하다. 인생의 가치를 마음에서 찾지 않기 때문이다. 마리오와 같이 바다를 걸으며 자연에 취한다면 시상이 떠오르고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질문을 더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른 인생이다.” 라는 분명한 결론은 이 영화를 통해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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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만큼 조용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 우편배달부로 일하는 마리오의 이야기를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연계해서 그린 이야기. 조용함에 영화를 보다가 졸아도 용서되는 까닭은 음악 덕분이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일 수 있으나, 졸면서도 음악이 귀를 사로잡기 때문에.
시인이 이탈리아로 정치적 망명을 하면서 그의 일이 시작된다. 하릴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던 섬마을 청년인 그에게 시인의 이탈리아 방문은 정치적 망명과는 다른 반가움이 된다. 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하지 못하는 시인이라는 직업의 매력과 더불어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베아트리체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그에게 평범했을 어촌마을의 삶에서 시와 삶의 중요한 가르침을 준 시인이 당시 이탈리아 상황과 어렴풋이 연결되며 다른 사람이 시인을 무엇이라 평하든 그에게는 자상한 선생님이며 범접할 수 없는 대상으로 남는다. 그래서, 사랑의 시인이자 정치적으로 좌파시인에게 시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는 마리오의 표정은 진지하고 신성하다. 시인에 관해 이 영화는 마치 <노인과 바다>의 이야기를 읽고 났을 때의 느낌처럼 조용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시인의 생각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왜 그가 좌파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달면서 살아야만 했는지 직접적인 장면보여주기나 극적구성으로 간접적으로 보여주는게 아니라 마리오에게 들려주는 일화들을 통해 들려준다. 그래서, 두 남자가 함께 있는 공간 속에 한 명의 얼굴이 확대되면서 들리는 말들이 영화의 음악 위에 거대한 공간을 형성한다. 어떤 사회적 지표나 설득보다 더 강하게. 생각보다 허무한 마리오의 마지막 삶의 모습은 지금은 이해되지 않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했고 대중들의 욕구가 지금처럼 SNS를 통해 분출되지 못했던 시절에 대중집회에서 있던 사유가 마지막 장면까지 마리오의 목소리와 인상으로 이해되게 한다. 압사로 인한 죽음이 코미디가 아니라 시를 발표하기 위해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의 활짝 웃는 마리오의 모습으로, 네루다의 친구에게 아름다운 이탈리아 섬을 소개하기 위해 녹음한 갖가지 소리들을 소개하는 음성과 시인의 얼굴화면이 겹치면서 마지막에 보이는 그 아름다운 섬의 모습으로. 조용한 바닷가와 포장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도로가 인상적이며, 화려한 도심과는 다른 소박하고 조용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시인의 집에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면서 무료한 삶이 자신의 색으로 풍부하게 변해가는 마리오. 시인이 섬을 떠나고, 자신은 베아트리체와 결혼하는 평범한 이야기속에 마지막에 시인의 손에 남은 마리오의 흔적은 음악선율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과 바닷소리로 눈에 담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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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은 다 무언가의 은유다. 입대 전 내 삶을 설명하는 단어는 ‘반복성’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나는 별다른 변화 없이 매일을 똑같은 것들을 반복하며 살았고, 그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그 같은 삶에는 변화나 새로움과 같은 삶의 활력을 일으키는 변주성은 없었지만, 언제나 예상할 수 있는 답을 준다는 점에서 편안함과 안정성이 있었다. 나는 남들이 ‘옳다’라고 말하는 것 이외의 길을 걷는 것은 지양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내 삶에 별다른 비판을 가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것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나는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안락함에 도취되어 일상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살기보다 그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일과를 반복해나갔다.
여느 날과 같이 똑같은 길을 걸으려던 내게 새로운 표지를 제시한 것은 나의 전공 교수님이셨다. 독창적이진 않지만 무난한 답변으로 항상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내게 교수님이 주신 점수는, 평균 이하라고 볼 수 있는 C+였다. 억울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교수님께 이의를 제기해볼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과제에 대한 교수님의 한 줄 평이 무슨 의미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던 나는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교수님의 한 줄 평은 다음과 같았다. ‘온 세상은 다 무언가의 은유다.’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과제에 대한 혹평은 마치 내 삶에 대한 간접적 혹평을 받은 느낌이었다. 교수님의 평은 그동안 별다른 생각 없이 ‘일반적으로’ 옳은 답을 따라온 내 과제를 꾸짖었으며, 그러한 삶의 방식을 고수해 온 나를 꾸짖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그저 혼란스러운 마음만 들뿐, 교수님의 한줄 평이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수님의 한줄 평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했지만 내가 알 수 있던 사실은 그것이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의 한 대사라는 것뿐, 그 이상의 사실은 깨달을 수 없었다. 궁금해서 영화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 영화가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을 가졌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내가 더 이상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나는 결국 알 수 없는 답을 찾아 혼란스러워하기 보다 문제를 잊는 방법을 택했고, 그렇게 내 기억 속에서 교수님의 한줄 평은 서서히 잊혀갔다. 그로부터 일년의 시간이 지난 후, 난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으로서 공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누군가 ‘남자는 군대에 가야 어른이 된다’라고 했던가. 입대 직후 기본 군사 훈련을 받으며 내가 느낀 것은 삶의 큰 변화에 따른 큰 고통이었다. 군대에서의 삶은 이전의 내 삶과 너무나 달랐고, 그런 변화는 마치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장통과도 같이 고통스러운 느낌이었다. 항상 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아온 내게 다가온 변화는 감당하기 너무나 어려울 만큼 큰 것이었다. 운동을 하지 않았던 탓에 체력을 요하는 훈련들은 내 몸을 지치게 했고, 관심 있는 것 외에는 보지 않았던 둔감한 머리는 새롭게 외워야 하는 군사지식을 볼 때마다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달리 말하자면, 익숙한 매일에서 전혀 다른 오늘을 맞이하는 일이 내게는 너무나 괴로웠던 것이다. 나는 매일 같이 다가오는 삶의 변화에 면역이 생기지 못한체 매일 밤마다 끙끙 앓으며 잠을 청해야만 했다. 훈련에 접어든지 약 4주가 되었을 무렵, 우리 소대는 연병장에서 유격 체조를 한 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그저 바닥에 그대로 누워 연병장의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다른 동기는 뭘 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고개를 돌렸을 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자그마한 벌레였다.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자그마한 벌레는 마치 특별한 목적을 가지기라도 한 듯이 한 방향을 향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을 장면이었지만, 그 때의 나는 벌레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벌레의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꿈을 위한 한 생명의 절실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저 한낮 벌레의 움직임이 이러한 위대한 의미로 바뀌는 순간, 나는 어떻게 그러한 변화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내 머릿속에는 언젠가 교수님이 내게 해주신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온 세상은 다 무언가의 은유라는. 그때부터 나는 내가 겪는 모든 것들에 대한 시각을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훈련들은 단지 내 몸을 힘들게 하며 내가 해야만 하는 행위가 아니라, 내 신체를 건강하게 해주어 내 체력을 강화시켜 나라를 지키게 만들어주는 보람찬 수련이었다. 새로운 군사지식을 외우는 것 또한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만 편협하게 보는 내 두뇌를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훈련이었다. 모든 것은 내가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하면 그 의미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었다. 내가 겪는 모든 것의 의미는, 내 삶의 주체인 ‘나’가 생각하기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a는 b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은유처럼, 세계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b도 될 수 있었고 c도 될 수 있었다. 온 세상이 다 무언가의 은유라고 내게 말해주신 교수님은, 별다른 생각 없이 세계를 그저 ‘세계’로만 바라본 내가 다양한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싶은 마음에 내게 그런 한줄 평을 써주셨던 것이다. 유격 후 내 앞을 기어가던 벌레는 내게 새로운 세계의 지평선을 열어주었고, 세상의 아름다움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이 같은 깨달음 후에 내가 겪은 훈련소의 생활은 모두 의미 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나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훈련 후에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밤이 되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의 정겨움에 가슴이 두근거리고는 했다. 힘든 훈련 후에 다가오는 싱그러운 바람을 깨달은 후에는 더 이상 훈련도 힘들지 않았다. 나는 그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했을 뿐이며, 삶이 내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입대 후 내가 겪은 큰 변화는 나를 완전히 바꾸어놓았으며, 내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고작 작은 벌레가 무슨 그렇게 거창한 의미를 가지겠냐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그 말에 나는 자신 있게 반박할 수 있다. 온 세상은 모두 무언가의 은유이기에, 그가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해도 내게 그 벌레는 인생의 큰 깨달음을 준 스승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세상은 그 세상을 살고 있는 당신에 의해서 명명된다. 당신이 군 생활을 얼마나 의미 있게 보내는지 또한 당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온 세상은 모두 무언가의 은유이다. 그것을 의미하게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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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 라디오에서 듣게된 OST로 , 근 20년 전의 추억에 젖어 구매케 되었습니다.
인간의 마음과 마음의 표현, 그리고 표현의 괴리, 괴리를 아우를 수 있는 진심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20대의 내가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기억되는 부분도 있었고 40대의 내가 다시 느끼게 된 새로운 감정과 생각이 20대의 나와 얘기도 한 소중한 경험있었습니다.
하지만, 화질의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좌측위에 계속 나오는 스테이플러 마크(?)는 이러한 감상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제품의 단순한 불량이면 다행이겠으나, 짧은 생각이나마 제품 모두가 그럴 것 같네요. 제품 모두가 그런 거라면 이런 제품은 판매를 하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Yes24에서 한번 chekc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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