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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라고 해야 하나 감수성이 예민했던 10대 후반기에 노을을 바라보는 것은 혼자만의 즐거움이었다. 그때마다 손에 잡혀져 있던 책 한권은 나를 꿈꾸게 했다. 사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나만의 공간에는 자그마한 책상과 간이침대가 놓여 있고 성능 좋은 오디오가 벽 한 면을 장식하고 있다. 서재의 천장은 개폐식이어서 스위치를 누르면 천장이 개방되면서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이 보인다. 이런 서재를 갖고 싶었다. 책과 음악만 있으면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던 시절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지 않았을까 꿈과 현실은 기차의 레일처럼 나란히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삶은 갈등과 버거움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일은 무지개 너머 저 어딘가에 근심 걱정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있을 거라고 믿고 살지만 정말 소수의 사람들은 무지개와 함께 살며 행복을 누리고 있다. ‘한국의 책쟁이들’ 은 무지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생각이 들어 많이 부러웠다. 나 자신이 한 때 꿈꾸던 삶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표지를 넘기자마자 부러움이 시작된다. 저자 임종업은 한겨레신문에 입사해서 15년 동안 그의 표현에 의하면 ‘주야장천 편집을 했다.’ 그러다가 윗분 눈 밖에 난 것이 계기가 되어 사내 도서실로 옮겨와 책먼지를 떨다가 본격적으로 헌책방 나들이를 했고 그때부터 즐거운 인생을 누리게 되었다. 일주일에 이틀은 밤을 새워 책을 읽었고 ‘헌책방 순례’와 ‘한국의 책쟁이’를 한겨레 신문에 연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책만 아니라 미술 쪽까지 일가견을 가지고 있기에 문학과 미술을 넘나드는 글쓰기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저자의 삶은 누구에게나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속으로 “부럽다, 부러워!”를 연발하는데 나중에는 탄식으로 변한다. ‘한국의 책쟁이들’은 책을 너무 사랑해서 조금 맛이 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상을 조금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우리들에게 혐오감이나 반감을 가져온다. 그렇지만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감동과 부러움이 있다. 왜냐하면 보통사람들이 꿈꾸는 삶의 가치를 여유롭게 넘어서는 존귀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애의 목소리는 어떻던? 그 애가 좋아하는 놀이는 뭐냐? 그 애도 나비를 채집하니?' 절대로 어른들은 이렇게 묻는 법이 없어요. 그 대신에 그 앤 나이가 몇이냐? 형제들은 몇이나 되니?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진 돈을 얼마나 버니? 어른들은 기껏 이런 식의 질문만으로 그 친구에 대해 죄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 어린왕자의 한 구절처럼 나 자신도 눈에 보이는 가치에 점점 물들어 가고 있고, 또 돈이 없으면 인생의 패배자처럼 느끼곤 하는데 이 책속에는 돈 이야기 안하고 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들이 이룩한 삶의 물질적 가치가 중산층 이상은 되기에 배부른 소리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물질적인 가치를 이룬 사람과 내적인 가치를 따라 산 사람을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 다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자신이 이룬 가치를 얼마만큼 나눌 수 있는가에 따라서 그 가치는 증명된다. 군산대 한문학과교수를 정년퇴임한 김중렬씨는 성균관대 정문 앞 한옥이 책 무게에 못 이겨 방고래가 꺼지는 바람에 30년 전 작정을 하고 튼실한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현직 중견 기업체 이사인 김영식씨는 책 무게가 3톤이나 되기에 아파트가 무너질까봐 걱정이 되어 건축기사의 자문을 받았는데, 결과는 튼튼한 옛 아파트라 그 정도의 무게는 괜찮지만 더는 안 된다는 단서가 붙었다고 한다. ‘한국의 책쟁이들’은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28명의 책 애호가들의 일화와 자신만의 독서법에 대하여 안내를 해주고 있다. 28명이라는 등장인물 때문에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지만 세상에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자신도 이렇게 책과 함께 인생을 동행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해준다. 책만 읽는 바보로 유명해진 이덕무는 평생 2만 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하지 않는가? 작은 방에서 해가 가는 방향을 따라 책을 읽었고, 한 겨울 칼바람에도 <한서>를 이불 삼았고 <논어>을 병풍 삼아 살았던 사람인 이덕무의 일화는 책읽기에 게을러진 자신에게 경종을 울린다. 요즘 눈이 너무 나빠졌다는 핑계를 대고 책읽기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한국의 책쟁이들’은 책읽기에 대한 도전을 얻기에 충분한다. 불문과 교수로 정년퇴임한 민희식은 명예교수직을 마다하고 전혀 새로운 분야인 간다라 불교 연구에 뛰어 들었는데 70세가 넘은 그는 지금도 식전에 한 권, 일과 중 돌아다니는 중에 한 권,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 한 권“ 이렇게 하루에 세 권씩 책을 읽는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냐 고 했더니 “하루 다섯 권을 읽는 사람도 있는데요. 뭘” 핑계할 수 없다.^^ ‘원하면 이루어진다.' 고 아직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책을 꺼내는 즐거움과 개폐식 천장에 대한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나를 위한 꿈이 아니라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그 꿈을 이루고 싶다. 늙다리 아저씨들과의 모음이 즐거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만든 작은 도서관에 누군가 찾아와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고, 수다가 많은 아줌마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도 선사하고, 우리들의 수다가 책과 음악중심으로 바뀌는 것. 비록 꿈과 현실이 기차의 레일처럼 함께 달리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어렸을 때는 한 때는 그 꿈을 믿었고 28명의 책쟁이들은 지금도 그 꿈을 현실화 시키지 않았는가? “독서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환기 시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들은 인문학 강좌에서 강사분이 하신 말씀이다. 환기는 방안의 모든 공기를 바꾸어 놓는 것이다. 내안의 생각들이 바뀌는 즐거움을 ‘한국의 책쟁이’들을 통해 누린다. 책읽기가 따분해진 독자라면 청량제가 될 수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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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서 누군가 몰입해서 책을 읽고 있다면 그 책 제목이 궁금해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어떻게 해서든 표지를 훔치고, 책을 배경으로 누군가 인터뷰를 하거나 서재에서 찍은 사진을 만나면 인물은 관심 밖이고 실눈을 뜨고 배경이 되는 책꽂이의 책등을 훑는 습관이 있고,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면 그 집의 서재부터 살피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책에 유별난 관심을 보일 것이다. 남의 독서일기가 궁금하고 서재가 궁금하고 유별나고 미친(?) 책사랑에 함께 마음이 파르르 떨리며 공감한다. 내 책꽂이에 책에 관한 책이 꽂히기 시작한 것은 김훈의 『내가 읽은 책과 세상』과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로부터였다. 지금도 이 두 권은 내 책꽂이에서 무척이나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집안 구석구석 책이 쌓여가다 책 무게를 못 이겨 책장이 부러져 버리고 현관기둥을 따라 높아져 가다가 현관문까지 막아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려 더 이상 한권의 책도 사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집을 통째로 마을 도서관으로 기증한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주인공인 『도서관』(데이빗 스몰 그림/사라 스튜어트 글)은 아이에게 가장 신나게 읽어주는 그림책이고, 바닷가 모래 언덕 위에 자신의 장서들을 벽돌삼아 시멘트로 발라서 집을 지은 카를로스 브라우어의 광기도 이해할 수 있다. (『위험한 책』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전작주의자의 꿈』의 조희봉씨처럼 한 작가의 전작에 몰두하기도 했었고, 『탐서주의자의 책』은 진하게 공감하고 나에게 독서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배움이 있는 책이었다.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는 궁정식 사랑과 육체적 사랑으로 나눈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마치 내 것처럼 자주 인용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희귀본 거래상의 세계를 알게 해준 릭 게코스키의 저서와 꾸준히 읽어온 『장정일의 독서일기』,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읽기』,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 가장 최근에 읽은 닉 혼비의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런던스타일 책읽기』까지 책에 미친 사람들의 독서일기를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부러워하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주책없이 늘어지는 것도 병이 아닌가 싶다. 밥 먹고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 종일 책과 가까이 하는 것밖에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었던 선비들 틈에서 그의 책 사랑이 얼마나 지나쳤으면 ‘책에 미친 바보’라는 별칭이 후대까지 전해졌을까 싶은 이덕무와 책을 사들이느라 가산을 탕진한 최한기의 뒤를 잇는 책에 미친 사람들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수대에 걸친 문중문고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문태갑, 제대로 된 한국어사전이 없음을 한탄하며 사전수집과 연구에 몰두하는 국어학자 박형익, 집안 대대로 천주교 서적과 인연이 깊은 송명근, 괴테 사랑이 넘치는 독문학자 최두환 레기네 부부처럼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처럼 묶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꼬장꼬장한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볼 수 없으니 마냥 부러워할 따름이다. 이렇게 책이 가업이거나 본업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비해 본업을 따로 두고 책과의 사랑에 빠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언뜻 보이는 내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매달 지출하는 책값 때문에 불필요한 취미나 지출을 줄이게 되고, 한 무더기씩 책이 들어올 때마다 책들의 공간 마련을 위해 고민을 하는 모습은 정도의 차이가 분명히 있지만 나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다. 아이가 생기면서부터 한정된 지출을 내 책과 아이 책의 비율 맞추기로 고민하다 결국 아이 쪽으로 기우는 내 모습의 씁쓸함은 이 책에 소개된 몇몇 책쟁이들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만화 만드는 꿈을 잠시 접어두고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려는 만화 마니아 박지수, 책과 조금 멀어져서 화천 우체국장으로 철마다 시골 마을 사람들의 농산품 판매에 힘을 쓰고 있는 ‘전작주의자’ 조희봉, 가업인 목재상이란 직업과 책을 통한 세상 공부에 몰두하던 목재상 김태석처럼 취재 후 근황을 물으니 사는 게 바빠서 책과 조금 소원하게 지내고 있더라는 얘기가 바로 그것이다. 책에 미쳐 책에 둘러싸여 일생을 보냈다는 책쟁이들의 성공신화(?)만 보여줬다면 한번 읽고 고귀하게 모셔만 두는 책이었을 텐데 평범한 책쟁이들의 인간적(?)인 이야기와 어우러져 서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불문학자 민희식 교수의 인문학 경시 풍조를 개탄하는 말은 계층 간 세대 간 담을 쌓고 편 가르기를 하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가 유독 인문학 경시풍조로만 생긴 현상이 아닐지라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한숨이 새어나온다. 내 그릇이 모자라 턱없이 높고 험한 산이라 오히려 지나치게 중시했던 인문학의 친근한 접근로를 찾고 있는 중이라서 더욱 깊이 다가오는 말이다. “인문학은 학문의 학문입니다. 상상력, 독창성, 창의력을 길러주지요. 답이 하나이고 그것을 맞히는 식의 교육은 진정한 실력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지식은 위험합니다. 한국의 교육은 잘못돼 있어요. 언어, 수학을 잘하면 대학입학시험에 유리하고 음악, 미술은 아예 평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답을 주고 강요합니다. 잘못이에요. 그것은 극단으로 가기 쉽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회나 정치는 포용력이 없어요.” 재밌는 글쓰기와 책읽기를 가르치는 윤태규 선생님의 놀이로 귀결되는 독서론은 지금 당장 아이를 놀이터로 내몰아야겠다는 공감을 불러온다. '만 권의 책을 3대에 걸쳐 대물림하는 집안에서 학자가 나온다'했는데 다행히 책 욕심 많고 책 읽기를 즐기는 아이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책을 대주고 있는 내 뒤통수를 한대 치는 말이다. “앉아서 책읽기보다는 골목에서 뛰어노는 게 낫습니다. 삶은 상상이 아니라 몸으로 살기 때문이죠.” ‘종이와 활자’는 결국 삶이 말라비틀어진 게 아니겠는가. 책에 대한 이야기처럼 질리지 않게 매력적인 이야기도 없거니와 다른 사람의 책읽기가 궁금한 관음증적 호기심에 이끌려 이런 종류의 책들을 즐겨 보는 편이다. 국민 일인당 한해 독서량이라든지 인문학의 경시 풍조에 대한 이야기들이 딴 세상 이야기인양 엄청난 독서량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책쟁이들이 넘치는 책동네에 살고 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늘 부러움을 동반하고 다니며 때로는 과한 욕심에 가랑이가 찢어지기도 하고 가끔씩은 숨어있는 보물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책에 소개된 28명의 책쟁이들은 한 달에 수십 만원어치의 책을 사들이고 그 책들에게 방을 내주고 골방으로 쫓겨나면서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 ‘왜 사는가’와 ‘왜 책을 읽나’가 동어반복인 사람들, 상식선에서는 결코 이해 못할 책에 미친 사람들이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메모해 둔 발터 벤야민의 글을 입으면 딱 맞는 옷이 될 이 책의 책쟁이들의 행복한 해피엔드를 기원하며 옮겨본다. 「수집가와 역사가로서의 푹스」 발터 벤야민. 수집가의 특성에 대하여... 1)수집가는 원래 학자는 아니었지만, 수집활동을 통해 얻어진 박식함과 전문성으로 학자가 될 수 있다. 2)수집가는 고급한 학술적 연구자들에게 “백안시당하는 경전외적 사물들에 시선”을 주고 “이름 없는 자들과 그 이름 없는 자들의 솜씨의 흔적을 보존”함으로써, 대중예술(문화)에 관한 관심을 끌어내고, 예술이나 문화가 천재 개인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3)수집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정열적인 사람들로, 공공 박물관은 독창성 측면에서 절대 개인적인 수집가를 넘어설 수 없다. 4)수집가는 가난한 사람이다(부자였던 사람도, 결국은 가난하게 된다). 그러나 호주머니는 텅 비어 있지만 “꿈속에서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백만장자이다. 5)수집가는 광적인 낭만주의자이기보다 냉철한 자본가일 수 있으며, 위대한 수집가는 보물을 보존하는 사람이면서 자신의 수집물을 공개적으로 과시하고 싶은 노출증을 동시에 가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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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이 책엔 정말 책과 끈질긴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 진정한 책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나온다. 좋아하는 걸 넘어서 책을 통해 소통하고 배우고 책과 함께 호흡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넷 세상이 발달된 요즘,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각종 정보를 얻고 모을 수가 있는데 그건 그거고 책은 책인 사람들.
만화, 소설, 자기계발, 경제, 경영, 역사... 책은 무궁무진 다양한데 그런 만큼 좋아하는 분야의 책도 다 다르다. 어느 한 방면으로 관련 지식을 꿰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작가를 깊이 파고 들어 관련 책을 모조리 읽는 전작주의자도 있고 책을 읽고 소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업으로 삼은 이부터 책이 인연의 고리가 되어 결혼에 성공한 사람, 회사 경영에 책읽기를 도입하여 효과를 거둔 사장님, 그리고 읽은 책을 바탕으로 시를 짓거나 글을 쓰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책과 인연을 맺어온 이들의 책에 대한 열정과 삶은 각양각색이다.
과연 얼마만큼 좋아하고 어느 정도의 열정이 있어야 그들처럼 살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나름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어쩐지 그들만큼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요즘은 하는 일과 사람들에게 치여 마음이 힘들다보니 가까이 하고픈 책이 조금 멀어진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음을 추스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내가 강하게 믿었던 긍정의 힘이 나를 살짝 배신한 기분이 든달까? 그렇긴 해도 내 마음은 알고 있다. 이건 핑계에 불과하단 걸... 그럴 수록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소통하고 즐겁게 살아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지다보니 행동으로 옮겨지진 않는다.
여담이 길어졌지만 오래전에 눈여겨 보고는 사서 고이 모셔뒀던 이 책도 어느새 느슨해져버린 나의 책읽기와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해서 펼쳐들었는데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인터뷰의 형식을 빌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관심있는 분야의 책에 대한 이야기들은 흥미로웠지만 대부분 헌책방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깊이 빠져들어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책을 보배처럼 아끼고 함께하는 그들을 보며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부럽고 그들로 인해 아주 조금 위안을 받은 기분이 든다. 지금보다 조금 더 힘을 내어야겠다. 나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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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책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도저히 내 책읽기의 사고에 넣을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최한기와 이덕무의 후손들이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많은 책들을 소장하고, 그것을 아끼는 사람들의 내용 소개와 일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들의 분량 때문에 들보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며, 건물이 이상하게 될까봐 서가를 지하실로 옮겼다는 얘기들은 물리적으로 얼마나 많은 책을 사랑했는가를 잘 말해준다.
정말 책을 뼈속까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꿈꾸는 자들의 이야기며, 호접몽의 입장으로 책과 만나는 이야기며, 배우고, 진리를 찾고 또 사회를 생각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과 함께 녹아 있었다. 오로지 책만이 삶의 전부가 되어 그를 지탱해 나가고 엮어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타인과의 대화를 좋아한다는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타인과 세상과 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혜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설계하기도 했다.
옛글에 이런 것이 있다.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뵈 고인을 못 뵈어도 가던 길 앞에 있네 가는 길 앞에 있거든 아니 가고 어이리
그들의 삶이 이 시가 아주 잘 들어맞는 것 같아 적어 본다. 그들은 책 속에서 고인들을 만나고, 동시대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의 삶 속에 스며든다. 가슴 따뜻한 삶이다.
그런 이야기가 넉넉하게 펼쳐진 책이다. 책읽기가 감성 영업으로 이어져 성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내용도 감동적이었고, 시집을 만들어 공감하는 분들에게 나눠 주면서 행복을 느끼는 분의 마음의 자랑을 만나면서 같이 행복했다. 여성보다도 책이 좋았다는 고백도 마음에 와 닿았고, 무한한 질문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책과의 만남 이야기도 동행하고픈 마음을 일으켰다. 가슴 뭉클하게 만들어 주는 많은 내용이 들어있는 책이다.
이 책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 책을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하여 이 책을 읽는 많은 분들과 더 넓은 정신 세계에서 살고 싶고, 온 세계가 넉넉한 지혜로 부유하는 공간에 머물고 싶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라 느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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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인가 일년에 책을 100권 읽겠다는 작정을 하면서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작년에는 100권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2009년에 새로운 각오로 일년에 책 100권을 읽겠다면서 시작한 것이 이제 80권을 넘어섰다. 덧붙여서 서평까지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말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게 되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지 모르겠다. 그런데 [한국의 책쟁이들] 이책을 읽다보니 정말 이렇게까지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랍고 한편으로는 정말 존경스러워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우리 한국땅에 많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마음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책을 꽂아둘 공간의 부족으로 매우 안타까와 한다. 남편은 늘어나는 책을 버리라고 하고 난 안된다고 하며 버티지만 공간부족으로 주변 친지들에게 책을 선물한다. 그래도 소중한 책들은 내가 소장하고픈 것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한국의 책쟁이들 역시 책소장 문제로 아내와 남편과 옥신각신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정말 기분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좋은 직업을 버리고 책카페를 하는 분, 책카페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웰빙 먹을 것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어 아주 훌륭한 카페를 만들어 가고 계시는 분, 생각외로 많은 분들이 책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는 분들이 많음에 다행이다 싶다. 요즘은 돈되는 사업에만 다들 치중해서 사람의 가치관을 세워주는 귀한 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퇴색되어 가고 있어서 정말 몰인정한 이사회에 신물이 났었는데 책에 대한 가치와 그것을 추구하면서 얻게 되는 소중한 진리들, 물욕을 버리는 마음들을 가진 정말 마음이 아름답고 진정한 부자들을 이책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면서 편안한 마음을 오랫만에 가져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면서 마음의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만끽해보는 아름다운 가을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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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이: 사람의 성질, 독특한 습관, 행동, 모양 등을 나타내는 말에 붙어서 그 사람을 홀하게 이를 때 사용하는 접미사 위와 같은 국어사전의 뜻과 그 용법에 기대어 제목을 눈여겨보게 되면 우리는 예의 특정 장르의 대중음악 앨범 커버가 그러하듯(예컨대, 재즈, 프로그레시브 락, 일렉트로니카 등), 영화의 포스터가 그러하듯 저자 임종업이 이 책을 집필함에 있어서 내재적으로 겨냥했던 하나의 목적에 가닿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비명시적인 그의 목적은 책의 표지 앞, 뒷면에 걸쳐 박혀 있는 소개글의 주인공들의 면면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전작주의자>,<탐서주의자>,<탐독> 등의 명명을 통해 기입되는 의미들은 책 수집 및 독서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극명한 자기인식이 만들어낸 모종의 격조(?)가 드러난다는 점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개인 자신의 <젠틀 매드니스>에 대한 피할 수 없는 미학적인 차원의 자기정당성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임종업의 <한국의 책쟁이들>은 ‘-쟁이’라는 접미사를 통해 구현될 수 있는 평범성, 일상성, 보편성 등을 끌어안으면서도 책에 대한 한없는 열정, 더 나아가서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란 의미의 ‘마니아’란 기존 의미층까지도 한데 거둬들이고 있다. 그러므로 임종업은 소수의 개인들에게 특수화된 방식으로 의미화되어 있는, 혹은 일부 전문가층에 의해서만 전유되다시피한 책에 대한 한없는 애정의 경우의 수를 ‘평범하고도 일반적인’ 사람들이란 범위까지 가져온 것이다. 아마도 이점이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와 같은 책들과는 다른 지향점을 지닌 이 책만의 변별점이랄 수 있다. 위와 같은 특성의 근거는 책의 내용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즉, 소개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던 모종의 기준과 범위를 좀더 넘어서는 어느 쯤엔가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예컨대, SF매니아, 만화매니아, 논술강사, 책 중간상, 문중문고 지킴이, 목재상 등은 사실, 우리가 이제껏 알아왔던 책마니아, 독서가 등과 같은 범주를 여지없이 뒤흔들고 재구성하게 만드는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임종업은 우리가 흔히 말하곤 하는 '상식(common sense)의 세계'에 반음을 올림으로써 그 세계가 지닌 신화화된 이미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실체의 세계가 어떻게 소리를 내고 있는지 우리의 귀를 집중시키는 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책 전체가 암시하는 내재적인 교훈에 눈을 한번쯤이라도 돌려봤다면 말이다. 물론, 개별 소개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들도 흥미로움을 넘어서 지식과 정보 차원의 유익함도 함께 누릴 수 있을 만큼 차고 넘친다. 한국 만화사의 보석과도 같은 작품들의 소개를 비롯해 최근 일고 있는 일본 소설 붐에 대한 내용적 차원의 분석, 여성의 몸 나아가 우리 신체에 대한 유익한 조언, 장차 고등학생이 될 아이들과 대화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인근 도서관에 가 <수학의 정석>을 읽는다는 한 아버지의 자식사랑의 태도, 그리고 창조적인 경영을 위해 독서라는 덕목이 어떻게 회사의 일상과 결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 전수에 이르기까지. 책은 지루함을 허락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자체가 즐거움만을 선사하는 단면에서 그 채색을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작은 아쉬움에서 비롯된 모종의 성찰에 이르게 하는, 입체적인 채색을 통한 완성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책의 ‘외부’를 형성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책쟁이’라고 소개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여성이 단 두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일견 사소한 문제(저자의 선택과 관련된)일 수 있지만 여성 책쟁이를 찾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시피 한 저자의 노력을 감안할 때, 이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의 성별 노동분업 구조를 되돌아보게 하는 지점이 발견된다. 이점은 책에 소개된 소수의 여성이 그마저도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가사와 육아에 어느 정도 자유로운 입장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책을 볼 권리’를 넘어선 자신과 사회를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릴 권리는 가정 내의 지나친 가사와 육아 분담율, 직장 일 등을 통해 잊혀진 과거, 혹은 돌아오지 않는 미래가 되어버린 지 오랜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비야, 정혜윤 씨 등의 글도 좋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도 좀더 합리적인 남편과 가족들 덕분에 책의 수집, 독서는 물론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는 신경숙이나 공지영 등과 같은 사람들의 글이 좀더 값지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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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책이 내 손에 들어온게 추석 전날이었다. 시댁과 친정에서 할일이 많은 탓에 시간이 없겠지만 제목이 자꾸 끌어당겨서 가방에 일단 넣어갔다. 허리 펼 사이도 없이 일하다 사람들이 고스톱을 치기 시작할 때 작은방 구석에서 책을 읽는데 시어머님이 들어오셔서 보시곤 8명의 조카들을 불러모아 말씀하셨다. "작은 엄마처럼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울 조카들 "와아~"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지면서 읽은 책 [한국의 책쟁이들]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같은 이름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한마디로 책에 미친 사람들, 책벌레들이 말하는 그들의 책읽는 방법, 그들의 책이 쌓여 있는 모습, 어떤 책을 사고 모으고 읽는 지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대한민국의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이라 표지에 적혀 있고 5부로 나뉘어져 꿈꾸는 자들의 책, 사람을 읽다 책을 살다, 배움의 즐거움, 진리를 찾아서, 사회를 생각한다 이런 제목들을 달고 있다. 인터뷰 내용과 글들 틈틈이 사진이 섞여 있는데 그들의 서가와 진귀한 책들을 볼때는 존경심과 놀라움과 부러움이 섞인 표정이 저절로 지어졌다.
"서재는 내밀하다. 그곳에는 책들이 특별한 규칙 아래 도열해 필요할때 뽑힐 수 있게 되어 있다. 손때 묻은 권권의 사연들은 적절한 어둠과 침잠을 요구한다. 주인 외의 수선한 눈길이 머물던 그 사연들은 가뭇없이 사라져 부끄러움은 초라하게 내면화한다. 그래서일 거다. 책쟁이들이 서재 공개를 꺼리는 까닭은..."-P 203
기본으로 5천권에서 2만권까지 보유하고, 헌책방을 제집 드나들듯이 하며, 보물을 찾듯 뒤져서 수많은 책을 사들이고, 책과 가족중 택하라는 협박(?)을 듣고, 책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는 그들이다.
도서관에는 왜 만화책이 없는지 모르겠다는 만화 마니아, 자기만의 독서 에세이를 홈페이지에 올리다가 책을 두권이나 냈다는 대기업 과장, 일본 교과서엔 SF가 실린다며 우리도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SF 마니아, 20년 동안 간직했던 꿈을 실현하고 북까페를 연 행복한 표정의 부부, 책이 홀대받고 몇만권의 책을 기부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 하면서 아직도 헌책방을 드나드는 사람들, 책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체라고 믿는 시골의 우체국장, 팔리지 않는 책을 왜 쓰냐는 물음이 당혹스럽다는 순박한 웃음의 시인 부부의 책나눔, 누워서 읽을수 있게 천장에 책을 잡아주는게 달려 있으면 좋겠다는 유명한 여성 한의사, 필요한 사람한테 책이 돌아가 생명력을 얻게 하는게 보람이라는 책 중간상(이런 분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지독한 원시에 안경에다 돋보기까지 덧대야 글이 보이면서도 모아둔 자료를 정리해서 책을 내겠다는 바람을 가지며, 젊은이들이 좀더 많이 고전을 읽고 독서 대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책을 좋아한다 말하면서 자극적이고, 화려하고,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던 내 습관을 많이 반성했다.
"책 수집가, 그 사람들 애국자요. 자칫 인멸될 지적 자산을 보존하여 세대를 중개하는 몫을 하니까요"-P254
사이사이에는 책속부록이 한장씩 끼여있는데 학창시절 자주 찾았던 만화들의 족보(?)와 책에 맛이 간 사람들의 책 '젠틀 매드니스'와 자신의 책탐은 소명이라 말하는 이가 알려주는 책 수집요령, 시와 스포츠의 절묘한 어우러집으로 시청자의 신명을 돋우는 시인 피디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지은 <조문 사절>이라는 시까지 읽다보면 예상외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 든다.
좋은 가을날 읽은 이 한권의 책은 가슴에 두고두고 남은 행복한 만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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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임종업/청림출판사 독서계를 흔히 무림 강호에 비교하곤 한다. 독서 고수들의 삶을 담은 책을 통해 고수들의 비급을 엿보며 본받고자 함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백면서생들의 그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오히려 치명적인 내상을 입혀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간다. 저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다. 저자의 처음 기획 의도는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책을 펴 읽고, 서점이나 헌책방에서 주머닛돈을 뒤적이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 중에서 ‘책에 미친 사람들’을 기록하고자 하였다. 저자의 그런 기획 의도와 눈높이에 맞는 모습은 이 정도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겠지만 독자들의 시선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렸다는 뜻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국도변의 풍경을 그리려다 고속도로의 모습을 그린 정도라고 비유하고 싶다. 평생의 열정을 바쳐 책을 사 모으고 수집한 장서가들이나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를 위해 책을 사 모은 분들보다는 분야를 막론하고 한 권 두 권 사서 밑줄을 그으면서 읽고 자신의 책장을 조금씩 채워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손때 묻은 서재를 구경하길 기대했던 당초의 기대와는 조금 떨어진 것이었다. 관련 분야에 종사하거나 학자들이었으며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던 분들이어서 좋아하는 책을 몇 만 권이 넘도록 사 모으고 보유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기대했던 검법의 초식이나 종류가 다른 고수들이었다. 글씨에 향기가 나려면 만권을 읽어야 한다는 ‘독만권서(讀萬券書)’나 ‘만권서 삼대면 정승이 나온다’는 말을 책에 대한 끝없는 욕심의 이론적 근거로 들고 있으나 그것 또한 욕심과 탐욕을 합리화에 불과하다. 책에 대한 욕망의 끝은 생각보다 휘황하거나 찬란하지 않다. 평생을 사 모아 집안을 가득히 메운 책들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버린 현실은 곳곳에서 목도하게 된다. 이사할 때 책 짐을 싸던 한 인부가 엄청난 책을 보고 짐 옮길 걱정에 끊었다던 담배를 빼물더라던 이도윤 피디의 말은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책 더미 속에 허우적거리며 분노와 회한에 싸여 담배를 다시 빼무는 사람이 어디 그 인부뿐이랴. 무턱대고 사 모으다 보면 패가망신의 지름길에 이를 것이라는 송명근 씨의 말은 많은 장서가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반영하고 있기에 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몇 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고수들을 소개하는 이 책을 오독하여 읽지도 않은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놓고 마음의 만족을 얻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오판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소개되어 있는 목재상 김태석 씨와 같이,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걸으며 오랜 연마를 통해 독서 고수의 반열에 오른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을 이 책에서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삼림에 숨은 독서 무림 고수의 진면목을 기대했던 독자의 안타까움에 중언부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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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 연재될 당시 재미있게 읽었던 꼭지를 모아 책으로 낸 것이라 관심을 두던 중, 드디어 읽게 된 책.
디지털 문화가 마구 범람하는 시기에, 그리고 점차 차분한 책읽기 보다 빠르고 소비적인 정보만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휘발시키시는 시대에 종이책을 열심히 읽고 모은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적으로 뒤쳐진 사람으로 치부될지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별난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이다. 나 역시 주변의 사람에게는 그러하다.
이 책이 반가운 것은 나와 동류의, 나보다 더한 책미치광이들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여 읽고, 사고, 모으고, 보관하고, 아끼는 이들의 이야기. 분야도 다양하고 목적도 다양하며 나이와 성별도 다르며 직업은 더더욱 다르지만 그들의 얘기들은 책사랑이라는 말로 묶어서 보면 하나씩 풀리며 단순한 호기심 만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을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배우게 된다.
무엇보다 나의 책읽기와 책모으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책보다 인생을 함께 논할 수 있었던 동호회 친구들이 보여 무척 반가운 글들이다. 이 책에 표현된 것 이상의 생각을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 했던 그들을 책에서 새삼 보게 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집에 계속하여 쌓여가는 책들. 나에게 책읽기는 무엇인지 돌아본다. 나에게 책은 무엇보다 '재미' 이상에 다름 아닌데, 그것들을 '소비'하는 것에서 재미 이상의 무엇을 찾아야 함은 내가 가지고 있는 숙제이다. 쌓여가는 책 뭉치보다 훨씬 작아도, 아주 조금이라도 그것이 내 속에 쌓여갈 수 있는 무엇으로 남을 때 행복한 책쟁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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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나의 아버지는 책값에 꽤 인색하신 분이셨다. 그래서 나에게 책은 소장할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으로 구분된다.
so many books!! so littl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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