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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답사기록 『나의 옛길탐사일기』는 답사 기록답게 거의 페이지마다 사진이 실려 있다. 눈으로 보는 답사 기록이다. 그리고 장마다 꼭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와 『여지도서(輿地圖書)』 해당부분이 실려 있다. 그 답사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옛길 답사임을 확인하게 한다. 그러한 답사 기록인데 이 책이 단순한 기록이 아닌 것은 첫 페이지에서부터 나타난다. 이 기록이 '주막의 등불' 이라는 본인의 시로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는 정철(鄭澈)의 『관동별곡(關東別曲)』을 비롯하여 도처에 명인들의 한시(漢詩)와 현대시 그리고 향가까지 인용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이 '전하(殿下)께서… 시(詩)와 문(文)을 넣으라 하시므로… 사신(詞臣)을 가려서… 사장(私藏)의 초고(草稿)까지 열람하여 나누어 넣었다.(徐居正序)'는데 신판(新版) 여지승람을 접하는 느낌이다. 접하는 사람들도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이장님의 세월에는 고난과 그것을 삭힌 술처럼 말갛게 발효시킨 인간 본연의 심성이 수액처럼 흐르고 있었다.'로 표현된다. 전문(全文)이 이렇게 서정적(抒情的)이다. 답사 기록문이기보다 예술작품이다. 옛날을 생각하는 그것부터가 예술(藝術)아닌가!
인터넷 서점에 있는 이 책의 소개 페이지에 있는 '출판사 리뷰'이다. 요즘 보기 드물에 한자어가 병기되어 있다. 문체 자체도 상당히 고풍스럽다. 이 책이 그렇다. 딱 이 책의 소개글만큼이나 고풍스럽고 옛스럽다. 요즘 책으로는 보기 드물게 한자어도 병기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이라도 가는 듯하다. '2011년에도 이런 옛스러운 것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 그렇다. 2011년에도 이런 오래된 것들이 존재한다.
한 때는 '얼리 어답터'라 자부하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새것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지만, 빠른 속도 너머 혹은 이면의 것들까지도 볼 수 있게 되는 게 '나이듦'이 주는 지혜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길'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로'가 아닌 '길'. 자연히 그 길과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한다. 개발과 근대화로 한꺼번에 말살되어 버린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이야기 말이다. 나처럼 한 곳에서 오랫동안 정주하는 삶을 살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 있는 것 같다. 혹은 지나치게 새 것에만 노출되어 왔던 사람들 말이다.
서울에서 죽령을 넘어 부산까지 서른 한 개의 조선시대 역을 걸어서 찾아가며 적은 일기인 <나의 옛길 탐사 일기>는 그야말로 '일기'이다. '이런 것까지' 싶을 만큼 사소한 부분들까지 꼼꼼하게 적어 놓았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와 『여지도서(輿地圖書)』 와 현재의 지도를 맞춰가며 옛 것들을 복원하는 작업은 치밀하지만, 관동별곡(關東別曲)』을 비롯하여 도처에 명인들의 한시(漢詩)와 현대시 그리고 향가까지 인용하는 부분은 풍류와 멋스러움이 묻어난다. 책을 읽다 보면 '지리학'이 왜 '인문학'이 될 수밖에 없는지 저절로 깨닫게 된다. 일상적이면서 꼼꼼하고 치밀하면서 아름답다.
이런 건... 젊은 사람들이 절대 흉내낼 수 없다. 연륜이 쌓여야만 가능한... 말하자면 김훈이나 이윤기 씨의 글을 읽을 때의 느낌 같은, 혹은 그런 노작가들만이 전해줄 수 있는 것들이다. 옛스러우면서도 멋스럽고, 고즈넉하지만 아름다운. 고풍스러운 맛 말이다. 그래서 참 좋다.
고속도로나 KTX를 이용하면 몇 시간만에 갈 수 있는 거리를 굳이 이렇게 걸어가는 건 미련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 역설적으로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옛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길과 더불어 있었던 살림살이와, 골골이 주름진 역사를 반추한다는 의미이므로. 길가에는 절도 있고 국보도 있고 토속 음식도 있고 사람들도 있다. 그게 바로 '도로'가 아닌 '길'의 의미이다. 그 길들을 작가와 더불어 걷다보면 세상이 부여한 속도가 아닌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째깍째깍째깍'이 아니라 '째.....깍.....째.......깍......째.....깍.....'의 속도로 사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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