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연령층 : 일반 칸바야시 쵸우헤이라는 낯선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린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국내에는 아직 그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본 내에선 적지않은 지명도를 지니고 있는 유명 SF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적은 해적 敵は海賊」,「우주탐사기 미혹일번 宇宙探査機 迷惑一番」,「푸른 입맞춤 蒼いくちづけ」 등, 십 수편에 달하는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대표작이 된 이「전투요정 유키카제」는, 최근 애니메이션화(戰鬪妖精雪風:OPERATION1 by GONZO Digimation)되어 서울에서 열린 제 4회 국제 판타스틱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기도 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일이지만, 역으로 이 애니메이션 판의 인기에 힘입어 발간 20여년 만에 본 책의 재판문의도 쇄도했다고 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이 책은 1984년 간행되었던 「전투요정 유키카제 戰鬪妖精 雪風」의 속편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날. 남극 대륙에 나타난 거대한 구름기둥에서 이계(異界)의 존재인 잼JAM이 나타나 인류를 공격합니다.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하고 오직 애기(愛機)인 인공지능 전투기 유키카제(雪風)만을 신뢰하는 전투기 파일럿 후카이 레이(深井 零) 소위. 그의 임무는 동료들과 함께 JAM과 교전하는 것이 아닌 단독 정보수집. 정체도 목적도 그 무엇 하나 밝혀지지 않은 존재와의 싸움을 지켜보며, 그는 인간, 그리고 유키카제, 그리고 미지의 존재인 JAM에 대해 홀로 맞서나아갑니다. SF라는 단어에 평소 호감을 지니지 않았던 이라도 무리없이 끌어들이는 이 작품의 매력은, 치밀한 이야기의 구성과 인물의 심리묘사를 통한 깔끔한 드라마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SF에서 흔히 등장하는 과학용어로 무장된 딱딱한 문체가 아닌,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문장이 눈길을 끕니다. 이는 장르의 특성에 치중하기보다도, 작가 자신이 다루고자 한 테마에 독자를 어디까지 몰입시킬 수 있는지를 열심히 추구한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 칸바야시 쵸우헤이의 여러 작품들 속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주제는 바로 ‘교류’입니다. 그것도, 확실한 것이라 신뢰했던 그 유대가 실은 너무나도 허물어지기 쉬운 것임을 깨달았을 때, 주인공이 과연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특히 즐겨 묘사합니다. 그러한 시점에서 볼 때 본 소설의 주인공인 후카이와 유키카제의 관계 역시 흥미로운 것입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존재인 JAM을 격퇴하기 위하여, 인공지능을 탑재한 전투기 유키카제. 유키카제가 인간보다도 우월한 능력을 지닌 인격이라면, 파일럿은 과연 필요한 존재인가? 또한 어디까지가 인간다움과 기계의 구분선이 될 것인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지닌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은 수많은 SF물에서 익히 취급되어 온 소재입니다만,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에의 막연한 혐오와 두려움을 넘어선, 진정한 ‘교류’에 관해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 컴퓨터의 보급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20여년 전에 이미 이러한 시각에서 글을 써낼 수 있었던 작가의 놀라운 안목에 감탄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는 즐거운 경험을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