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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면한 진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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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국적, 성별, 연령, 기타 등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 받지 않는다. 모두가 동의하는 이 명제가 형식적일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한 살배기 어린 아이가 몇 십 채의 집을 소유한 반면 내 몸 하나 뉘일 곳조차도 없는 이들의 가난은 무능력하고 게으름의 결과물로 당연시 받아들여진다.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적은 임금에 노동을 제공할 것을 요구 받고,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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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국적, 성별, 연령, 기타 등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 받지 않는다. 모두가 동의하는 이 명제가 형식적일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한 살배기 어린 아이가 몇 십 채의 집을 소유한 반면 내 몸 하나 뉘일 곳조차도 없는 이들의 가난은 무능력하고 게으름의 결과물로 당연시 받아들여진다.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적은 임금에 노동을 제공할 것을 요구 받고, 검은 피부를 지닌 제3 세계 출신이라서 손가락이 잘려 나갔음에도 보상은커녕 치료조차 제대로 못 받기도 한다. 부당하지만 내 일이 아니어서 침묵했던 것들. 인권이라 하는 것은 추상적인 듯 하면서도 매우 구체적인 사례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의 시간이 모여 1년을 이루고, 그렇게 쌓인 1년 1년이 모여서 5년 10년, 한 사람의 평생이 된다. 책은 마치 물이 흐르듯 전개됐다. 1월부터 12월이라는 순차적 흐름을 목차로 택한 덕에 우리 사회의 1년을 엿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1년 만에 이루어진 일들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많은 것들을 어찌 받아들여야 좋을지를 몰라 고민했다.

사안들은 하나같이 굵직했고, 그 안에 상존하는 갈등 또한 다루기 힘들어 보였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일들이 어찌나 많은지, 인권에 반한 무언가가 우리네 일상 같았다.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에 비한다면 하찮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아찔한 크레인 위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시위를 하는 걸 어찌 하찮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너무 폭력적이라고, 회사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자꾸만 말을 했다. 왜 그들이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받기 힘든 크레인 위에 올라가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기울이질 않았다. 합의를 했으니 이제 다 끝난 거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크레인에서 내려온 노동자가 구속됐고,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반면 사측에서는 약속했던 바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게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한 진실이었다. 언론에서 전혀 다루지 아니 한 진실.

 

한진중공업 사태와 더불어 우리 사회를 강타한 크나큰 사건 중 하나는 바로 세월호다. 더는 생존자를 기대할 수 없는 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인양을 시작했고, 여전히 수습되지 못한 주검을 찾는 일에 우린 몰두하고 있다. 배 타고 놀러가다가 죽었을 뿐인데 애도할 이유가 있느냐는 사람들, 그들의 말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우리 사회에 꽂힌다. 제 자녀도, 자신도 같은 이유로 사망할 수 있음을 인정치 아니 하는 그들의 공감 능력이 아쉽다. 동시에 제대로 된 대응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당시의 상황 또한 쓰라릴 따름이다. 오로지 호주머니를 부풀리는 일에만 혈안이 됐던 건가. 경제 성장에 버금가는 의식을, 시스템을 지니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안전은 스스로 지켜내야만 하는 것이었던 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긷치 말았어야 하는 것들을 국가에 요구했으니, 우린 비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 언급된 많은 사건들은 슬프게도 하나같이 현재 진행형이자 패배의 기운이 가득했다. 예로부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하더니, 이젠 많이 가진 자의 세상이 온 모양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폭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자리를 잃고, 구금되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금지된다. 그들에게 만일 돈이 있었다면,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모두의 부러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높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가진 게 없어서, 배우지 못해서, 너무 평범해서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많이 바란 것도 아니었는데, 먹고 삶에 지장이 없길 바랐을 뿐임에도 그랬다. 필요에 따라 그들의 인권은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전락했다. 선거철이면 그들을 위하겠다며 모두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때뿐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권은 피상적인 누군가의 권리가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여야만 했다. 지금은 ‘저들’만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들의 싸움이 있어 우리 또한 이만큼 안정적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함께 존엄을 꿈꾸기엔 아직 모든 게 역부족이다. 제도에 의해, 우리 자신의 차가운 시선에 의해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이 앞으로도 비일비재할 것만 같아 속이 쓰리다. 

이달의 사락 q*****2 2017.04.08. 신고 공감 0 댓글 0